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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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46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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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7쪽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DUMMY

- 먹는 거잖어.


“아뇨, 그것보다 중요한 게 사랑이요. 간식을 많이 줘도 살만 찌지 좋을 거 없거든요. 적당히 줘야지. 지금 사료도 그렇고, 간식도 그렇고, 충분히 주고 있으니 더 준들 상으로 느껴지지도 않을 거예요. 꾸준히 쓰다듬어주고, 예뻐하고, 그러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간식 달랑 두 개 주고 쓰다듬기는 엄청 쓰다듬어준다.


검둥이가 아주 좋아 죽었다.


하긴 지금 검둥이가 의식주를 해결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인희 말에 쉽게 수긍한 순덕이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검둥이가 간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던 순덕이 인희를 쳐다봤다.


- 나는 안 줘?


“아···, 할머니도 드려요?”


- 그럼 얘만 입이고 난 주둥이냐? 왜 차별 혀?


“아하하하. 그게 아니고 할머니는 평소 드려도 안 드셨잖아요.”


- 아, 먹나 못 먹나 줘 봐.


인희가 간식 두 개를 꺼내 순덕 앞에 내놓자 검둥이가 침을 삼키며 그 앞에 앉았다.


순덕이 한 개를 먹어보니 맛이 꽤 괜찮다.


‘흠, 요 맛에 검둥이가 그렇게 난리를 치는구먼.’


순덕이 코로 남은 간식을 검둥이에게 밀어주자 검둥이 눈에 기쁨이 차올랐다.


순덕은 간식을 앞에 둔 검둥이 눈이 별보다 빛나자, 간식보다 사랑이라는 인희의 말이 꼭 맞는 건 아닌가보다 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냉큼 받아먹는 검둥이를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자 인희가 한 마디 쐈다.


“애 버릇 나빠져요.”


***


인한과 인희는 병원에 있는 흰둥이뿐 아니라 이선미 부모까지 수시로 챙겼다.


죽은 이선미는 부검 들어가고, 한 달이 조금 못 된 때에 시신이 부모에게 인계되었다.


마침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워낙 범죄 동기와 범죄 현장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사건은 계속 방송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 만큼 일사천리로 수사가 진행되었다.


물론 순덕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그리 쉽게 풀릴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범행을 저지른 전경석도 명확한 증거 앞에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사건은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 되고 있었다.


***


인한과 인희는 사건이 일어난 다음 주 수요일부터 길냥이 밥 주는 일에 참여했다.


약속한 이상 지키고 싶었던 탓이었다.


뿐만 아니라 박 경사가 식당에서 해준 말도 인한이 길냥이 밥주기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도시에서 외진 곳, 인적이 드문 곳이 꼭 위험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곳임을 알고도 아이들만 보내기에는 인한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맞은편은 길냥이를 해코지했던 장소다.


인한은 박 경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결국 인희에게 하지 못했다.


매일 길냥이 밥을 주러 가는 장소가 코앞인데 들어서 좋을 이야기도 아니었다.


순덕과 검둥이도 덩달아 따라다니면서 검둥이는 고양이가 많이 익숙해졌다.


수영이 인한을 보고 반색을 했다.


“오빠는 괜찮으세요? 칼에 찔리셨다면서요. 힘들게 뭐 하러 나오세요.”


“약속인데 나와야지.”


씩 웃는 인한의 미소에 수영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인희가 불퉁한 표정으로 수영을 쳐다봤다.


“너, 난 안 보이냐?”


그제야 인희를 바라본 수영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했다.


“팔도 불편하면서 뭐 하러 왔어···. 다 나으면 와도 된다니까.”


“흐흐흐. 야, 너 웃긴다. 오지 말라는 말은 안 하네?”


“헤헤헤. 고양이 손이라도 보태면 좋지.”


“흠, 어째 내 손이 졸지에 고양이 손이 된 거 같다.”


인희의 말은 못 들은 척 수영이 인한이 들고 있는 물병을 빼앗았다.


“오빠, 상처에 힘주면 염증 생긴대요.”


“쩝, 괜찮은데? 많이 안 아파.”


“아프신 건 맞네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인희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쩍 벌리고 수영을 노려봤다.


‘어쭈, 요것 봐라’


인희가 수영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상처가 더 크거든. 자, 봐라, 봐. 나 이만큼 다쳤어. 안 보여?”


인희가 그러거나 말거나 수영의 시선은 인한에게 쏠려있었다.




인한은 수영을 통해 그 동네 캣맘과 접촉했다.


박 경사에게 들은 말을 토대로 길냥이 밥 주기에 어른과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동네에서 길냥이 밥 주기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4명이었다.


인한은 수영에게 발생한 사건을 캣맘들에게 이야기했다.


길냥이 밥 주는 곳에서 마주보이는 폐건물이 길냥이를 해코지하는데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단, 들으면 충격이 클 아이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사건이 생긴 것은 알았지만 폐건물이 범죄의 장소로 쓰였다는 사실은 몰랐던 캣맘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결국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게 길냥이 밥 주는 스케쥴을 짰다.


인한은 캣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침마다 길냥이 밥 주는 일을 이선미 장례식 시작 전까지만 계속 했다.


그 사이 인희와 수영은 길냥이 밥 주는 일을 같이 할 친구를 모집했고, 작게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1학년 3명, 2학년 4명, 3학년에 인희와 수영, 민경이 참여해서 그 동네 캣맘과 같이 조용히 활동했다.


호연은 만인이 인정한 늦잠꾸러기로 지각만 안 해도 고마운 친구라 수영이 알아서 뺐다.


덕분에 매일 밥을 줘야 했던 일이 나눠지면서 한 달에 3회 정도만 활동해도 될 정도였다.


인희와 수영이 아예 동아리를 만들 생각을 한 이유는 진학 때문이었다.


내년에 이 학교를 떠나면 길냥이 밥 주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동아리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이어지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길냥이 밥 주기는 별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8월 30일, 오늘은 이선미 장례식 날이었다.


이선미 부모가 안고 갈 슬픔은 그대로였지만 많이 안정을 찾았다.


아들 전승민도 얼굴과 몸에 멍 기운은 남아 있었어도 상주로 나섰다.


팔에 깁스를 한 전승민은 초등학생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의젓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조문객을 받는 아이를 보고, 들어오는 사람마다 얼굴에 안쓰러움을 보였지만 함부로 혀를 차지 못했다.


전승민의 표정이 그만큼 어른스러웠던 탓이었다.


순덕네 뼈해장국집 직원들은 둘로 나누어 장례식장을 갔다.


아침 일찍 장례식장을 들러 식당으로 온 팀이 있었고, 저녁 장사를 마칠 무렵인 9시경에 가는 팀도 있었다.


찾아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가급적 장례식장을 채워주려는 배려였다.


수사했던 박 경사가 조 경장과 함께 잠깐 들렀다 갔다.


인한은 순덕의 말을 받아들여 공고를 내고, 저녁 장사를 8시 경 접었다.


내일은 이선미 시신이 화장터로 가는 날이라 아예 공고문에 ‘식당 내부 사정으로 하루 동안 문을 닫습니다.’라고 적어 손님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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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화. 이선미 살인 사건(8) +10 21.06.28 194 8 7쪽
»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7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9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202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6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6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7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4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6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5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2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9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91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8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12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6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90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1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8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201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200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9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3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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