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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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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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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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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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균열

DUMMY

'드디어 행차 하셨네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구경 좀 해볼까?'


씁쓸한 얼굴로 선덕을 응시하는 강현우


"현우야 괜찮을까?"

"뭐가?"

"저 녀석 아까 빈볼 맞고 앙심 품어서 우리 애들 다 맞춰버리면 어쩌냐..?"

"풋! 그럼 최소한 게임은 이기겠네"

"그렇게 남의 일처럼 말하냐?"

"뭐.. 내 일이 아니긴 하잖아?"


딱히 틀린말은 아니였다.


"매정한 놈 아무튼 애들한테 주의라도 줘야겠어"

"그러던지..잠깐...저건 뭐야? 쟤 좌완 아니였어?"


타석에 설때부터 위화감을 느꼈었던 강현우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지..진짜 맞출 생각아닐까!?"


'굳이 이 타이밍에? 국제무대에서?'


불안한 눈으로 타자들을 걱정하는 동료가 두손 모아 기도했다.


-스이이익!! 파밧!!


"스트라이크!!"


-오오오....


"아..안 맞췄어..!! 다행이다.."

"야이 멍청한 놈아 다행은 뭐가 다행이야!? 저기 안 보여?"


빈볼이 날 것이라는 예상이 벗어난 것보다 지금은 전광판에 찍힌 구속이 더욱 중요했다.


"1...155km/h?? 스위치 히터에 이어서 양손 투수였어!?"


'차라리 보복성 빈볼이였으면 승리할 여지라도 있었을텐데..'


과거 선덕과 맞대결을 해본 선수들은 아니기만을 바랬던 끔찍한 현실을 마주해버렸다.


'이미 청소년 레벨을 넘었다고 생각했었지만, 더 위에 올라간 거냐?'


입술을 깨문 강현우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오랜만에 던지는 것치고 직구는 살아있어! 문제는 너클볼인데..여기?'


-도리도리


'그럼 여기??'


-끄덕끄덕


'정말 여기로 던질 수 있겠지..?'


반신반의하는 사카타가 좀 전에 대화를 회상했다.


(공이 절대 뒤로 빠지는 일은 없을테니 절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말이 쉽지..!!100km/h 대 너클볼을 호흡 한번 안 맞춰본 투수와 실전에서 그것도 9회 대 위기 상황에 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불만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으..으으으윽!!'


-질끈!


예상했던 대로 공은 바람에 영향을 받아 굉장히 불규칙적으로 휘며 날아오고 있었고, 차마 자신이 실수라도 저지를까 두려웠던 사카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억!


"스..스트라이크!! 투!!"


묵직한 볼에 감각이 뒤늦게 글러브를 통해 전해지자, 자신도 모르게 타자의 얼굴을 관찰했다.


'내가 지금 뭘 본거야??'


춤추듯 솟아 오르는 자유분방한 볼 그럼에도 타자에 배트보다 한참 밑으로 떨어지는 그 변화무쌍한 볼에 아연실색한 한국 타자의 얼굴이 포수 눈에 들어왔다.


'엿 같지? 우리도 딱 너희같은 표정이였거든!'


너클볼을 잘 던져서 다행이다. 이런 단순한 감상평이 아니라 사카타는 지금 자신이 겪었던 저 지독한 마구를 고작 1이닝 안에 공략해야 하는 한국 타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지금 뭘 던진거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극적인 득점 기회에 등장한 경계 대상 1호

소문으로만 듣던 체인지 업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구종도 파악할 수 없는 볼을 던져대니 한국팀은 소란스러울수 밖에 없었다.


"혹시 저거.."


노트북으로 방금 던진 영상을 되돌려보던 코치가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너클볼아니야?"

"!!??"


-후웅~


"타자 아웃!!"

"그..그럴리가..없을텐데..!?"


한일전에 앞서 사전조사를 꼼꼼히 했었던 권혁태 코치, 토호와 선덕이 붙은 건 알지만,


"국대로 차출되고나서 선덕은 단 한차례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는데.. 저 포수는 무슨 수로 저 볼을 받을 수 있는거야?"


너클볼러가 없는 토호의 포수가 우연히 국대에서 만난 선덕의 볼을 한번에 받는다? 그런 우연이 있을리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거야!?"


권혁태 코치가 골머리를 앓는 와중에도 타석에 들어가는 타자의 눈은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1사 1,2루의 찬스라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돼!'


-티잉!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휘둘러서 맞출 수 없다면 번트로! 한국의 최윤식 타자의 선택은 탁월했다.


1루로 천천히 굴러가는 볼을 발견한 사카타가 재빠르게 포수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달려갔다.


'잡아? 말아? 잡아? 말아?'


찰나의 순간에도 수십번 망설이던 사카타,


-스이이익 퍼억!


"세이프!"


캐치 하자마자 단번에 알았다.

망설였으면 멈췄어야했다.


'파울인건데!!! 젠장할!'


찰나의 판단으로 이제 일본팀은 1사 만루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 다시 번트기회가 생기면 상대는 충분히 스퀴즈도 노릴 가능성이 있어 이럴바에는..'

'진심이에요?'


사인을 확인한 뒤 걱정스러운 얼굴로 글러브를 다시 오른손에 끼는 선덕,


'1점을 주더라도 포심으로 찍어버려!'


결심을 굳힌 사카타의 미트


"좌완이 드디어 납셨네"


한국팀 역시 올것이 왔다는 얼굴로 선덕의 투구를 관찰했다.


-스이이익!! 파밧!!


"스트라이크!!"

"!!!!!"


157km/h!!


단순히 빠른 포심 패스트볼이 아니였다. 기존 선덕의 포심은 극심한 체력소모를 고려해 회전수를 조절해왔었는데 클로저로 나온 이상 전력투구만 있을 뿐이었다.


"야이 씨!! 저건 아니잖아!!"


타자도 벤치도 선덕의 공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의 볼끝!


'아오....;;;'


그중 가장 그 위력을 체감하는 사람은 공을 받은 사카타였다.


끝내주는 볼이지만 손가락이 부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의 포심


-스이이익!!! 파밧!!


"스트라이크 투!!"


맞출테면 맞춰보라는 중앙 스트라이크,


'무기력하게 삼진 당할 수는 없다고!!'


-타앙!


벼랑끝에 몰린 타자의 스윙은 타이밍도 어긋났고, 빗맞춘데다가 밀리기 까지했다.


'벼..병살은 안돼!!'


"2루 2루!!"


원바운드로 높이 튀어오른 타구가 2루수 앞에 떨어졌다.


"끝내 끝내!!"


-다다다다다다닷!! 퍼억!!


"아우웃!!"


-우와아아아!!


9회초까지 끈질긴 접전 끝에 결국 한일전은 일본에 승리로 끝이 났다.


***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던 한일전의 승자는 일본!]

[히나타 세이지로 타점왕 등극! 경계대상은 같은 팀의 도지마!?]

[마무리로 등판한 황선덕 선수는 결승을 위한 히든카드인가? 아니면 루머로 돌고 있는 NPB의 견제 때문인가?]

[U-18 야구 대표팀 감독 야나기 죠 자질논란! 미국전은 지각! 한국전은 불참!?]

ㄴ양팀 투수전이 치열했다. 특히 한국 강현우 쟨 진짜 물건이다.

ㄴ초반에 점수 벌어 놓지 못했으면 끝까지 공략 못 했을지도?

ㄴ그나마 히나타가 3점 챙겨줘서 살았네

ㄴ근데 황선덕 저렇게 쓰는 거 아닌데..

ㄴ그러게 왜 좋은 투수 자원을 자꾸 유격수로 빼는거냐?

ㄴ교체할때 보니까 심판하고도 실랑이가 있던데 정말 그 소문이 사실인가?

ㄴ감독도 코치도 없이 경기를 치룬 선수들 고생많으셨습니다.

ㄴ아무리 일본 고교야구가 U-18에 불참을 많이 했어도 이딴식으로 지원이 부족한 적은 없었다.

ㄴNPB진상 조사 해야한다 이건


"이런 등신 같은 새끼들아!! 다들 사태파악 못해?"

"죄..죄송합니다.."

"야나기! 너 이새끼 제정신이야? 아야카처럼 뻘짓하지말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했더니 허수아비도 할 수 있는 일을 망쳐? 도대체 저 병신은 누가 뽑은거야?"


살벌한 NPB(야구일본야구기구)회의실,

한일전이 끝난 뒤 무수히 쏟아지는 기사에 회의실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똑똑똑


살벌한 NPB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후지 그룹 장손 후지 준타였다.


"안녕하세요. 회의중에 죄송합니다. 삼촌 잠시.."


공손하게 인사하는 준타를 의식한 모두가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아닙니다. 저희가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눈치빠른 야나기가 먼저 일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모두가 회의실을 나갔다.


-철컥!


문고리를 걸어잠그는 준타,


"주..준타야"

"괜찮아요. 삼촌도 바쁘신데 그럴수도 있죠 근데요."


-촤라락!


허리에 꽂아뒀던 3단 봉을 펼쳤다.


-파악! 파악!! 팍팍팍!


"주..준타야!! 제..제발!! 아아악!!"

"전 조용히 패는 걸 좋아하는데 좀 조용히 맞아주실 수 없으실까요?"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준타의 말투, 딱 현 후지 그룹의 총수 후지 다이고로와 판박이였다.


-파악! 파악!!


"후우.. 삼촌이 왜 그 나이 먹고도 그 자리에 쳐박혀 있는 줄 알아요?"

"...."

"저능하니까 그런거에요."

"그..이번에는 감독과 코치를 내가 직접.."

"됐고, 라인업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준비나 똑바로 해요."


삼단봉을 다시 접은 준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회의실을 나갔다.


***


"여보세요?"

"야아아~!!(저리 가봐!)"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테이쿄 멤버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있나봐요?"

"어 그럼 다같이 보고 있었지 근데 너 머리는 괜찮아?"


시합 초반에 맞은 빈볼을 걱정하는 에이시,


"예 무사해요. 그 뒤로도 수비 하고 투수도 했잖아요."

"혹시 모르니까 정밀검사 꼭 받아야해! 알겠지? 그리고..너희 지금 감독 부재 때문에 난리난 거는 알고 있지?"

"알고는 있는데 차라리 없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있으면 짐만 되거든요."

"이번 논란으로 NPB도 언론에 눈치를 안 볼수가 없을꺼다. 몸 조심히 갔다와라"

"고마워요. 선배 2경기만 끝나면 바로 합류할테니까 그쪽도 몸 조심히 잘 버텨주세요."

"(선덕군 입니까?) 여보세요?"


오랜만에 다케노조감독의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가..감독님?"

"오늘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협회측에서도 조만간 강경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하니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국가대표로 뽑힌 이후 선덕은 그 동안 다케노조 감독에게 받은 은혜가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는데, 이렇게 통화로라도 목소리를 들을 때면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걱정마세요. 감독님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요. 결승전에서 만납시다."


-뚜욱!


통화를 끊고 잠시 수화기를 물끄러미 보며 감상에 빠져있는 와중 전 객실에 안내방송이 울렸다.


-아아아! U-18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 들리십니까? 전 세번째 감독 후지라고 합니다!

선발 라인업에 변경에 대해 전달 사항이 있으니 잠시 미팅실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선발 라인업 변경이라고?"


현 일본 국가 대표팀은 예비 전력이 없다. 고로 변경은 즉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라는 뜻


"이미 일정이 잡혔는데 엔트리 넣을 수가 있나?"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NPB지 일단 당장 가보자고!"


안내 방송을 들은 선수단의 불길한 예감은 미팅실로 들어가는 순간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여~ 왔어? 인사해 여기는 우리 히가시 고등학교 멤버들이야"

"너...너 이자식.."


입소날 이후 그 동안 대표팀에서 사라졌던 후지 준타가 미팅실을 가득 메운 히가시 고등학교 야구부를 가리키며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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