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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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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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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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산 너머 산

DUMMY

호킨스 감독이 귀찮다는 듯 얼른 가라는 식으로 손을 내저었다. 당당하게 나가던 내가 급 리턴하며 다시 마틴에게 다가갔다.


"저기.."

"음? 왜그래?"

"어디로 가야해?"


황당하게 날 빤히 쳐다보는 루키 선수들과 감독님, 그치만..


'난 이곳에 오늘 처음 왔단 말이다..'


다행히 마틴 덕분에 차로 이동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내심 안도했다. 걸어왔더라면 꽤나 막막했을 것이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날 애도한다는 듯 합장을 하는 마틴, 그의 행동이 조금 껄끄러웠지만 가볍게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무거운 숄더백을 다시 어깨에 이고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우!우!우!우!

-끼이이이이이하아!!


어디서 많이 보던 시장바닥같은 어수선한 소음들..


'이 소리는 설마..'


"맥스! 니가 여기 있던 샌드위치 쳐먹었지!!?"

"아아아!! 나 아냐 빌어먹을 자식아! 고든이 먹었다고!!"


'에라이.. 여기도야?'


루키나 더블A나 별다른바 없는 환경 그나마 내 락커가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빼곡하게 늘어선 락커룸에 선수들은 루키때와는 다르게 조금씩 뭉쳐다니는 무리들이 보였는데, 사이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환복한 선수들은 하나 둘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훈련인가 싶어서 같이 따라가보았지만, 그들이 간 곳은 웨이트 트레이닝 장소였다.

어떤이는 두꺼운 덤벨을 들며 잔뜩 화가난 근육을 조금 더 괴롭히겠다는 듯 팔뚝에 핏줄들이 선명하게 솟아올랐고, 어떤이는 벤치프레스를 마치 장난감처럼 들어올리는 이도 있었다. 보기만 해도 이곳은 땀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기구마다 5명씩 대기하는 사람들을 보니 이곳 환경도 굉장히 열악해 보였다. 뿐만아니라 나처럼 환복이 늦은 인원은 서둘러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달려왔다. 뒤늦게 온 선수들은 마치 마트 계산대를 고르듯 줄이 가장 적은 기구 앞으로 줄을 대기 시작했고, 난 도저히 이런 곳에서 운동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그라운드로 나왔다.


"후우.. 쉽지 않네.."


그라운드에는 그나마 8명 정도의 사람만 나와서 런닝하고 있을뿐 아까처럼 사람들에 치이거나 땀냄새가 나지 않았다. 런닝하는 사람들은 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뭐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수십명의 더블A선수들 중 하나로 보일테니까..'


그치만 한국에서도 모든 언론에 주목을 받아왔고, 일본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도맡아왔던 나로써는 조금 시원섭섭했다.

씁쓸한 마음으로 난 운동장에 떨어진 야구공을 하나 집어 현재 내 컨디션을 체크했다.


-스이이익!! 타타타타..


뭔가 학교에서 던질 때보다 더 잘 안 감기는 느낌이 든다. 솔기도 어딘가 더 두꺼운 것 같고 흠집도 많아서 살짝 찌그러진 것 같은 공의 그립감도 최악이다. 주변에 떨어져 있는 볼들 대부분이 그랬다. 이 정도 야구공이라면 제구가 되는 게 더 신기할 정도였다. 그치만 어쩌겠는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물고 늘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프로의 세계인 것을, 아쉬운대로 어서 익숙해지기 위해 땅에 떨어진 공을 닥치는 대로 집어다 던지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특이하다고 느꼈는지 런닝 중이던 같은 동양인 한명이 다가왔다.


"에이~ 왓썹! 처음 보는 얼굴이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연습하는데?"

"그 공으로?"

"이것밖에 없던데..?"

"그거 버리고 저기 새거 있어 그걸로 던져 보아하니 투수 출신같은데 어디서 왔어?"

"일본"

"아~ 재팬! 나도 스시 엄청 좋아해!"


자기 나름대로 친근감을 표현하고 싶은 모양인지 애쓰는 녀석을 보아하니 일본사람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하하..그러니? 넌 어디 출신인데?"

"난 한국 아! 북한이랑 착각하면 안돼? 우리나라에는 핵이 없거든~하하하"


어딘가 말하는 흐름이 평소에도 꽤 자주 쓰는 듯이 물흐르듯 다다다닥 내뱉었다.


"그럼 한국말로 해도 돼 난 한국에서도 살았어"

"어!? 잘됐다!!"


오랜만에 한글을 쓰는 것이 기쁜 모양인지 굉장히 신이난 듯 보였다.


"난 민상현이야 나이는 올해로 24살 대학에서 야구하다가 도저히 포기를 못하겠어서 여기로 넘어왔어! 잘 부탁한다!"


씩씩하게 악수를 건넸다.


"아 저보다 형이시네요. 전 올해 17살 황선덕입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야구했었습니다."

"응? 17살? 그런데 여기 있다고!?"

"예... 무슨 문제라도..?"


날 물끄러미 쳐다보던 민상현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무슨 사고 쳤니?"

"예? 뭐..조금 치긴 쳤어요..."

"아~ 그래? 그런게 뭐가 중요하겠냐? 하하하 근데 아까 살짝 보니까 꽤 던지는 것 같던데 한번 던져볼래?"


어딘가 떨떠름했지만 어차피 하려는 연습이기도 했었고, 손에 잡은 공은 방금 전 공보다는 확실히 그립감이 좋았다. 가죽의 감촉도 좋았고, 솔기도 잘꿰메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공이 엄청 부드러웠다. 과장 조금 보태면 세게 쥘 경우 터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난 공 상태에 만족하며 와인드업 자세를 취한 뒤 직구를 던졌다.


-스이이익!! 탕탕탕타타타타...


"이런 미친..!"


정확히 스트라이크 안으로 들어가는 157km/h의 직구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된 모양인지 최대구속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썩 나쁘지 않은 투구였다. 그런데 옆에서 구경하던 민상현의 반응이 유난스러웠다.


"하..하나만! 하나만 더 던져봐!"

"예..뭐.."


어차피 50구는 던질 생각으로 나왔는데, 변화구 체크도 할겸 이것저것 다 던져댔는데, 한 구 한 구 던질수록 민상현의 얼굴은 경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20구 정도 던질때 내게 물었다.


"너 혹시 스카웃 되서 들어온거야?"

"예... 마이크씨에게.."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닌 것 같더라니..지금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당장 스미스 감독님에게 가서 테스트 해달라고 해!"


답답하다는 듯 날 감독실까지 데려다주는 민상현 덕분에 그라운드에서 쓸데없는 시간 보낼 필요없이 후다닥 감독실로 직행할 수 있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콧수염이 아주 제멋대로 자란 배불뚝이 백인 남성이 잔뜩 뒤로 젖힌 의자에서 세상 귀찮다는 얼굴로 우릴 쳐다보며 물었다.


"뭐야?"

"아..그게 저.."


막상 감독실에오니 기가죽은 모양인지 민상현이 제대로 말을 이어가질 못하자 내가 말을 뺏었다.


"저 마이크씨에게 스카웃되서 루키갔다가 여기로 왔는데요. 경기에서 뛸 수 있게 해주세요."

"아..안도..."


'응? 안된다고?'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는 민상현을 보자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아니 경기가 아니고 테스트를 보게 해달라고 했어야지!)


민상현이 복화술로 말하자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뭐? 푸풋!!푸하하하!!"


당돌한 내 말투가 웃긴건지 아니면 어려보이는 애송이가 뻔뻔하게 자신에게 출전 기회를 요구하는 게 재밌는 건지 그는 갑자기 박장대소를 해댔다. 그리고 책상에 있는 휴지를 하나 꺼내들더니 시원하게 코 한번 풀고선 내게 던졌다.


"그걸로 한번 나 있는 곳까지 던져봐"


뭐가 되었건 내 눈 앞에 보이는 스미스라는 감독 역시 내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루키에서도 지레짐작해 실수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난 담담하게 코를 푼 휴지를 들어 제대로 와인드업 자세까지 한 뒤 전력으로 그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뿌직!


손에서 휴지에서 촉촉한 감촉이 느껴진다. 아마 그의 콧물인 것같았다. 역겹다. 하지만 참고 던졌다. 뭐가 되었던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 그러나 옆에서 그 관경을 목격하는 민상현은 이번엔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지..진짜 던진다고?'


-따악!


휴지는 스미스 감독 이마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 역시 절대 못 던질것이라 확신했던 모양인지 이마에 휴지가 맞는 순간 당황하며 의자가 뒤로 고꾸라졌다. 손에 아직 끈적한 그의 콧물이 느껴진다. 이 더러운 기분을 참아가며 책상 위에 올려진 휴지를 떼어내 내 손을 닦았다. 그리고 쓰러진 스미스 감독을 향해 물었다.


"이제 경기 뛰게 해주실 수 있는 거죠?"


불쾌함 가득한 내 얼굴과 마찬가지로 스미스 감독의 얼굴 역시 살벌하게 변해 있었다.


'미..미쳤어.. 제정신이 아닌 놈이 나타났어!'


민상현의 우려 와는 다르게 의외로 감독은 꼬장꼬장한 얼굴로 다시 일어나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목표하던 성과를 이뤘다는 생각에 옆에 있던 민상현을 쳐다보았는데, 그의 얼굴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왜...그런 얼굴로 날 보는거야?'


날 보는 그의 얼굴에서는 연민(?)과 비슷한 동정 같은걸 느낄 수 있었다.


***


어째서 민상현이 날 그렇게 불쌍하게 쳐다보았는지 1시간 뒤에 알 수 있었다.


'어쩐지 다들 스타팅 멤버로 선택 될때 죽을 상을 짓더라니..'


텍사스까지 가야하는 버스는 날씨가 40℃이상임에도 에어컨 따위는 절대 틀어주지 않았다. 때문에 강제로 단체 찜질을 당하며 한참을 버스에서 버텨내야 했다. 거기다 운전기사는 오전에 약주 한잔 거하게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건지, 아니면 버스가 너무 낡아서 그런지, 미친듯이 흔들리는 통에 가는길에 무려 4번이나 속을 게워내야했다.


"자 오늘 선발은 제이콥이 하는걸로 하고 각자 알아서 잘하자"


'뭐야? 나 쓴다는 거 아니였어?'


기껏 죽을고비를 넘기며 도착한 구장에서 짐푸는 와중에 들려온 청천벽력같은 감독의 헛소리 순간 뚜껑이 열린 내가 감독에게 달려갔다.


"저 쓰기로 한 거 아니였습니까?"

"그랬지"

"근데 왜 제가 선발이 아닌.."

"오늘 쓴다고는 안 했는데?"


'이런 개 썅..!'


뻔뻔한 스미스 감독의 얼굴을 보니 게워내었다고 생각했던 오바이트가 한번 더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당신 내 공 보지도 못했잖아! 한번 테스트라도 해보라니까!"


갑자기 내가 고함을 지르자, 선수들은 전부 날 주목했지만, 스미스 감독은 꼬장꼬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봤어 내게 휴지를 던졌잖아"


'그거 니가 던지라며!'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이 배불뚝이 영감이 날 밀어내자 경기는 시작해버렸고, 벤치에 앉은 난 눈에서 레이저 빔으로 계속 스미스 감독을 노려보았다. 내 뜨거운 시선에 한번씩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얄미운 비웃음을 한번씩 보이며 조롱해댔다. 그러다 8회말 선발로 던지던 제이콥 투수가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자, 구원투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난 양팔로 어깨를 돌려가며 스미스 감독 앞에서 강력하게 어필을 해댔지만, 새침하게 고개를 '휙휙'돌릴 뿐이었다. 참다 못한 내가 야구공 하나를 집어 밖으로 나간 뒤 보란 듯이 집어 던졌다.


-스이이익!! 탕! 탕타타타타..


잘 던졌다. 정말 잘 던졌다. 아마 지금까지 던졌던 공 중에 가장 세게 던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체감상 한 162km/h는 나오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될 정도의 구속이었다.


'어때!?'


스미스 감독 역시 똑똑히 보았다. 어떻게 아냐고? 방금 전까지 죽어 있던 동태눈깔이 지금 갓 잡은 DHA 풍성한 참치 눈깔처럼 초롱초롱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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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적응기 +1 21.09.13 1,804 21 10쪽
62 61화 안해! 이 사기꾼들아! +2 21.09.12 1,824 21 15쪽
» 60화 산 너머 산 21.09.11 1,774 22 12쪽
60 59화 애리조나는 더워! 21.09.10 1,903 26 13쪽
59 58화 재회의 약속 21.09.09 1,914 25 10쪽
58 57화 용서 21.09.08 1,937 25 11쪽
57 56화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 +1 21.09.07 1,826 20 10쪽
56 55화 각자의 각오 21.09.06 1,763 19 12쪽
55 54화 냉정과 열정사이 21.09.05 1,796 20 11쪽
54 53화 U-18 에이스의 격돌 21.09.04 1,923 19 12쪽
53 52화 완전체 결승전 21.09.03 1,826 21 15쪽
52 51화 성장 21.09.02 1,782 24 12쪽
51 50화 지원군 두두둥장! +1 21.09.01 1,761 23 12쪽
50 49화 뜻밖에 원석들 21.08.31 1,755 23 12쪽
49 48화 마운드의 주인공 21.08.30 1,840 25 11쪽
48 47화 예열완료! +1 21.08.29 1,838 18 9쪽
47 46화 농락 21.08.28 1,926 23 11쪽
46 45화 균열 +3 21.08.27 1,930 26 11쪽
45 44화 절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21.08.26 1,946 23 12쪽
44 43화 용서받지 못한 자 21.08.25 2,001 24 11쪽
43 42화 개화 (開化) +1 21.08.24 1,942 25 12쪽
42 41화 반격(3) +1 21.08.23 1,888 27 11쪽
41 40화 반격(2) 21.08.22 1,886 21 11쪽
40 39화 반격(1) 21.08.21 1,936 29 12쪽
39 38화 저요? 보결인데요. 21.08.20 1,959 32 12쪽
38 37화 악연 +5 21.08.19 2,025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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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화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야 21.08.16 2,072 30 14쪽
34 33화 낙폭의 달인 21.08.15 2,134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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