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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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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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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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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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각자의 각오

DUMMY

-신타로! 신타로! 신타로!


"응원이 대단하네, 시골 팀이라고 하지 않았나?"

"시골팀이니까 더 드라마 같잖아요. 거기다 스타선수들도 다수 포진되어있으니 팬들이 안 생길수가 없죠"


고시엔 관중들의 환호성으로만 봐도 이미 프로리그 결승전 급의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고있었다. 아마추어 리그임에도 이렇게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일본문화에 마이크는 크게 감명받았다. 옆에 있던 제이미도 꽤나 많이 조사를 해온 모양인지 이미 결승전 멤버별 응원가까지 알아와 따라부르고 있었다.

둘다 어느새 스카우터라는 본분을 망각한채 관중들에게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테이쿄의 응원이 대단하네요!"

"그도 그럴것이 작년 도지마 선수보다 높은 타율을 자랑하는 교타자의 정석! 나루미 신타로 선수 차례거든요!"


고시엔 첫 경기부터 다케노조 감독의 봉인해제 덕분에 이미 예전에 소심했던 신타로는 없었다.


'세게 던지지 않네? 새로운 작전인가?'


관중들에 엄청난 응원에도 온전히 투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저 냉정한 모습에 모두가 반하는 것이다.


'인코스 아웃코스 상관없이 던지는 데? 그냥 직감적으로 치는 수밖..'


-스이이익!!


히나타의 투구를 분석하던 중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종이한장 차이로 피했다.

다행히 다치지 않고 다시 자세를 잡는 신타로는 정중하게 모자를 벗고 사과하는 히나타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스이이익!!


"억!"


두 번째 던지는 공은 아예 피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신타로 등에 날아와 꽂혀버렸다.


-우우우!!!!


테이쿄 간판 스타 중 하나인 신타로가 통증을 참아가며 1루로 천천히 걸어가자 히나타를 향한 관중들의 야유가 더욱 심해졌다. 신타로 역시 의도적인 빈볼이 아니였나 하는 의심이 드려고 할때 히나타는 또 한번 정중하게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고개를 숙였다. 어리둥절했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신타로는 적당히 받아주며 1루에 안착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에이시 역시 히나타의 이상 행동에 고민할때,


-퍼억!


-우우우우!!!! 히나타!! 타자나 해라!!

-되지도 않는 투수를 한다고 설치고 난리야!?

-우리 테이쿄 선수들 다 망가트릴 셈이냐!!

-심판! 뭐하는거야! 당장 퇴장시켜버려!!


에이시 역시 허리에 제대로 맞았다. 울컥한 에이시가 히나타를 노려봤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판도 가만있지 않았다. 계속된 빈볼에 빈축을 샀던 탓이 아니라 심판 눈에도 고의성이 엿보인다는 점 때문이었다. 경고를 받은 히나타는 그 어떤 변명도 없이 묵묵히 경고를 받아들였다. 한번 더 빈볼과 비슷한 공이 발견될 시에는 퇴장하겠다는 엄포까지 내려진 상황!

차라리 투수를 교체해서 타자로써만이라도 살아있는 게 팀 전력에 도움이 될만한데, 감독을 비롯한 카라스노 코치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너 이번이 마지막이야 괜찮겠냐?'

'어차피 여기서 극복 못하면 다 소용없잖아?'


미하시와 히나타는 각오를 굳힌 듯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온 다카무라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들은 2연속 빈볼을 하고 있는 배터리의 느낌이 아니었다.


'이거 느낌이 쎄한데..'


다카무라의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스이이익!! 파밧!!


다시 1회때 던졌던 날카로운 직구가 그의 가슴을 예리하게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입스는 극복한 모양인데요?"

"아직은 몰라 우연일수도.."


-스이이익!! 파밧!!


"스트라이크!"


---


카라스노 고교 히나타 세이지로는 원래 투수 출신으로 꽤나 잘 나가던 마무리 투수였다. 그런 그가 망가지게 된 계기는 바로 2년 전 고시엔 토호와의 준 결승전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이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 꼽히는 토호를 상대로 9회까지 2:1로 앞서고 있을때 등판한 히나타,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피칭으로 상대 타자들을 찍어누르며 승리를 확정 짓고 있었는데,


1아웃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몸쪽 깊게 던진 그의 볼에 당시 토호의 에이스 이시다가 직격으로 맞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냥 가슴쪽에 맞았겠거나 싶었지만, 팔목을 붙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는 이시다,


당시 프로구단에서도 주목하던 이시다 선수의 부상은 토호에게도 치명적이었고, 이미 승패가 기운 상황에 화풀이할 곳을 찾은 관중들의 화살은 히나타에게로 향했다.

다분히 고의성이 없는 실투였음에도 불 같은 토호의 팬들은 그를 향해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고독하게 마운드에 홀로 서 있는 어린 히나타는 프로가 될 선수의 장래를 망쳤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궜고, 그날 이후 입스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


'내가 할 수 있을꺼라고 했잖아'

'그런 놈이 고교3학년 마지막 경기전까지 뭐했어?'


히나타 본인은 끝까지 입스가 아니라고,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그의 약점은 명확했다. 문제에 대한 인식도 되어있었고, 해결책을 찾기위해 다방면으로 노력도 해왔지만, 입스는 슬럼프와 다르게 하나의 질병으로 생각해야 한다. 슬럼프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기량을 발휘하지만, 입스는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트라우마를 갖고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멘탈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했던 과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극복하는 것 뿐이었다.


"타자 아웃!!"


그런 그가 2년만에 입스에서 해방되자, 억눌려있던 그의 잠재력을 아낌없이 방출하기 시작했다.


***


풀 컨디션을 회복한 히나타를 억제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치 미츠이의 구위를 가진 공으로 오니만큼의 정교함을 보여주는...그런 장점만을 뭉쳐 놓은 괴물이 완성되어버렸다. 타격에 꽤나 자신 있는 테이쿄의 타자들도 직구 하나에 쩔쩔매며 4:0의 스코어에서 더욱 벌어지지 않게 잘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테이쿄의 마운드 역시 건재했다. 양 팀 투수의 스타일도 극명하게 나뉘었는데,


"선덕 선수 8회초 들어서 슬슬 너클볼로 전환하고 있죠?"

"이제는 그의 전매특허라고 볼 수 있는 너클볼이 시작되겠습니다."

"에이스 투수로써 확실히 자신만의 색이 있는 선수에요."

"반면에 히나타 선수는 지금까지 직구 하나로만 고집하고 있거든요? 물론 그의 직구도 최고이기는 합니다만 지금 히나타 선수는 마무리로 올라온 게 아니거든요? 벌써 투구수가 90구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떨어진 그의 구위에 어느 덧 테이쿄 타자들도 타이밍을 잡아가고 있구요. 아무래도 카라스노 고교에서 슬슬 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우려대로 히나타는 지금 한계가 임박한 상태, 벤치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더 이상은 안돼 이래선 타석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어 여기까지만 하도록하자"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나 완전 쌩쌩해! 봐"


팔굽혀펴기를 하는 히나타에 엉덩이를 걷어차는 다나카, 조심스럽게 구석에 앉아있던 이사오가 일어섰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2이닝 정도는.."


-안돼!


모두가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동시에 외쳤지만 이사오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리고 그런 동생의 생각을 미하시도 존중했다.


"한번 던져봐"


-미하시!!


"내가 받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내릴께 잘 알잖아? 난 제대로 못 던지는 녀석은 마운드에 세우지 않는 거"


멤버들은 형제에 강경한 주장을 막을수가 없었다.


***


"카라스노 드디어 에이스가 나오는 군요. 준결승 전에서 부상을 당한 것은 아닌가 걱정 많이 했었는데, 중요한 무대에 늦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뇨 꼭 그렇지만도 않는 것 같아요. 이미 8회말이라서.."


이미 경기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이쿄의 승리 확신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핵심타선인 히나타가 투수로 어깨 힘을 모조리 당겨쓰고 있어서,


앞 타석에서 아무리 주자들이 베이스를 채워도, 1회초처럼 선덕은 히나타에게 고의사구를 절대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약해진 사자의 뒷 덜미를 무는 하이에나처럼 철저하게 히나타만을 타겟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다. 히나타만을 겨냥한 선덕의 피칭은 점점 그의 자신감을 빼앗아갔고,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가게까지 만들었다.


-스이이익!! 팍!


새로 들어온 이사오의 공은 생각보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연습 투구로 많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승부구 몇개를 시험해본 결과 이 정도면 아직까지 승부해볼 수 있다고 확신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시작 된 카라스노 에이스의 피칭은 타츠야의 배트에 닿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파밧!!


"스트라이크!"


새로 투입된 이사오의 피칭을 감명깊게 본 마이크가 손을 내밀었다.

제이미는 눈치 빠르게 곧장 카라스노 고교 파일명단을 꺼내 기무라 이사오의 자료를 넘겨주었다.


"이 친구는 포심, 슬라이더, 싱커까지 던질 수 있구만? 일본 고교야구 수준이 이렇게까지 올라갔다니.."


안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된다는 싱커, 손가락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마구! 허나 이사오는 그 누구에게도 조언받지 않고 혼자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그 결과 일반적인 싱커보다 더욱 큰 낙폭으로 타자들을 희롱할 수 있었다.


"타자 아웃!!!"


최근 메이저에서도 구원투수나 마무리 투수들에게 유행하기 시작한 하드 싱커에 이사오는 딱 어울리는 재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카라스노 고교를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잘 나오지 않았고, 경기장은 이번 경기 선취점을 만들어낸 영웅을 칭송했다.


-노다! 홈런~ 노다! 홈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홈런 콜 쑥스럽지만, 오늘 경기 4타수 3안타를 기록중인 노다는 당당하게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는 그를 하위타선이라고 얕잡아볼 카라스노의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타격감이 오를때로 오른 노다 선수 과연 이 많은 관중들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인지!"


-스이이익!! 팍!


첫번 째 볼은 가슴 깊숙히 들어가는 슬라이더로 시작해서 노다의 반응을 엿볼생각이었지만, 포커페이스로 일관했다.


'와.. 이걸..치라고!?'


오늘 꽤나 물이 올랐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눈 앞에서 마주한 이사오의 공은 만만치 않았다.


-스이이익!! 파밧!!


"볼!"


'직구 타이밍도 전혀 모르겠다..'


이런 노다의 마음도 몰라주고 열심히 응원하는 관객들,


-노다! 홈런! 노다! 홈런!


타석에 들어서기까지 고마웠던 응원들이 이제는 그를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반면에,


'이 볼에도 배트가 꼼짝을 안 한다고?'


팀의 중심 타선이라는 생각으로 수싸움을 위해 던졌던 2구 모두 완전 무시당하게 되자 되려 이사오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유인구가 먹히질 않으니 더 이상의 볼은 무리라는 판단에 섰는데, 미하시의 요청으로 1번만 더 볼을 던져보기로 했다.


-스이이익!! 파밧!


"볼!"


이미 불리해져버린 볼 카운트, 여전히 굳어 있는 허수아비 노다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치던 그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래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더 이상은 뒤가 없어!'


각오를 굳히고 던진 그의 투구는..


"볼!"


공 하나 차이로 볼 판정을 받아버리고 말았다.

뜻밖에 얻은 볼넷으로 천천히 1루로 걸어나가는 노다는 속으로 쾌재를 불러댔지만, 겉으로는 그 모습을 표출하지 않았다.


깔끔하게 3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도 현재 카라스노 고교의 분위기가 반전될까 말까인데 1사 1루 주자가 되자 이사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공격찬스를 손에 넣은 테이쿄의 8번 타자 선덕에 차례가 다가왔다.

의미심장한 얼굴로 타석에 들어가는 선덕에게 돌발 미션이 날아왔다.


[희귀 미션! 타점을 기록하십시오.]

[보상 타자 전체 스탯 5% 상승]


오랜만에 미션을 받아서 일까? 평소와는 다르게 배트를 잡는 감각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고, 타석에서도 이사오의 공이 눈에 잘 들어왔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휘두른 그의 배트가 바깥쪽으로 도망치는 슬라이더를 밀어쳤다.


"이번 경기 벌써 3번째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이번 경기 승패를 확정지을 결정타가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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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6 23 12쪽
77 76화 너 좀 재수없다. 21.09.27 1,632 23 11쪽
76 75화 벼랑 끝 사투(2) 21.09.26 1,669 21 13쪽
75 74화 벼랑 끝 사투(1) 21.09.25 1,689 19 13쪽
74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2 21.09.24 1,732 24 12쪽
73 72화 약속 21.09.23 1,719 22 13쪽
72 71화 미러전 21.09.22 1,728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80 22 12쪽
70 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21.09.20 1,780 24 12쪽
69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2 23 12쪽
68 67화 디백스의 괴물 탄생! 21.09.18 1,889 27 12쪽
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31 28 11쪽
66 65화 또 한명의 한국인 +1 21.09.16 1,786 19 11쪽
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52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8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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