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건국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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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092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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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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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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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건국기 [3부] 17화 1640년 2월 - 패전국 조선 (17) - 자점이 돌아온다

[신조선건국기]




DUMMY

임금은 용상에 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상소를 읽고는 대신들을 보며 물었다.

임금의 앞 탁상에는 상소문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이 상소들이 모두 난파선에 관한 상소란 말인가?”


이에 영의정 홍서봉이 답했다.

홍서봉은 지난 우의정, 좌의정을 역임하고 현재 영의정에 있는 인물이었으며, 지난 전란 당시 최명길과 함께 화의를 주장했던 자였다.


“아뢰옵게 송구하오나... 그러하옵니다.”


이에 예조판서가 입을 열었다.


“전하, 바다의 기운이 심상치가 않사옵니다. 전라좌도의 배가 난파되고, 진공선이 난파되고, 이번에는 충청에서 올라오던 배 마저 난파되었습니다. 하늘에 제사를 올려 성난 하늘과 바다를 위로하셔야 합니다.”


이에 좌의정 신경진이 말했다.

“지금은 제를 올리기 보단, 부군이나 아들을 잃은 백성들을 위로하심이 맞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이 일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자들만 일백하고도 열명이 넘는 수이옵니다.”


이에 임금은 그늘진 표정으로 말했다.

“하늘과 바다마저 나에게 노하신게지.”


이에 홍서봉이 입을 열었다.

“전하, 아무래도 이 일을 청에게 고하는 게 맞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난파선에 관직에 몸을 담고 있던 자들도 더럿 있어 청국에게 먼저 이 일을 고하고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는 것이 나은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이에 척화파 대신들이 하나같이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굳이 청국에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겠소? 오히려 전하의 권위만 낮추는 꼴이 될 것이오.”


그때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우진이었다.


“아닙니다. 이 일은 청국에게 고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임금은 우진을 보며 되물었다.


“어째서인가?"


"청이 지난 전란에서 승리했다고 한들, 아직 중원에는 명이 버티고 있사옵니다. 청은 분명, 조선의 많은 것들에 사사건건 간섭을 하려 들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배가 난파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저들이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청은 분명 조선이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많다고 여길 것이 분명합니다.”


임금은 납득하는 표정을 하더니 말했다.


“일리가 있구나. 이 일은 청에게 보고토록 하여라.”


이내 어전회의가 끝나고,

척화파 대신들은 우진에게 한마디씩 인상을 쓰며 던졌다.


“병조참의, 나설 자리에 나서시오.”


“맞소. 이를 보고하여도, 청국은 똑같이 우리에게 간섭하고자 할 것이오.”


그러고는 그들은 혀를 끌끌 차며,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보며 영의정 홍서봉이 다가와 말했다.


“너무 괘념치 말게. 저들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일 걸세.”


이에 우진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평안도 안주목 관아


명길은 안주목 관아에서 안주목사 임경업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 먼 길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대감?”


“아직 중원에 명이 버티고 있으니, 청도 다급해지는 모양인가 보오. 계속해서 조정에 원병을 요청하고 있소.”


“몰상식한 놈들! 우리 조선을 짓밟은 것으로도 모자라 기어코 중원을 차지해야겠다는 건가?!”


“중원은 저들에게 있어 지상낙원이나 다름 없을 것이오. 중원의 남쪽으로는 황하와 양자강과 같이 큰 강이 흘러 땅이 비옥하고 꿀과 젖이 항상 함께 하는 축복받은 땅이 아니오? 약탈과 사냥, 목축만 하는 저들에게 있어서는 꼭 가져야 할 땅일 것이오.”


“그렇다고 청을 도와 명을 칠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명이 버텨줘야 우리도 지난 전란의 치욕을 갚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명길은 정묘년, 병자년 둘 다 화의를 주장했던 인물이었으나, 그 또한 조선의 사람으로써, 청국이 지난 전란에 조선에 한 짓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그저, 당시의 조선이 청국을 상대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화의를 주장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명과 함께 조선을 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청국 또한 조선을 벌한 이유가 조선이 명과 함께 손을 잡고 자신들을 치기 전, 먼저 본 때를 보여줘야겠다는 명분 하에 쳐들어온 것이 아니었던가?


명길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허나, 언제까지 변명을 하고 원병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는 없을 걸세. 병자년에 일어난 전란에서 패한 뒤, 청국과의 약조에서 청국이 원병을 요청하면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 않았던가?”


“그럼 어쩝니까? 우리 스스로 명을 공격하는 것은 결국 청국을 상대할 기회 조차 잃는 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우리 혼자 힘으로 청국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병자년의 전란으로 증명이 되질 않았습니까?”


“그래서 내 생각한 방도가 있는데 들어볼텐가?”


명길의 말에 경업은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보였다.

이내 명길의 말을 들은 경업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감,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농으로 하기엔 지나친 농이지 않은가?”


“그렇긴 하지요. 허나, 걸리면, 청국 뿐만 아니라 전하의 노여움도 사게 될 겁니다.”


“나라를 위하는 일에 내 목숨 따위는 어떻게 되도 상관 없네.”




임금은 요즘 들어 척화파 대신들과 주화파 대신들의 정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실 척화파와 주화파는 표면적인 그림일 뿐,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붕당정치의 일환일 뿐이었다. 이런 임금의 마음을 알고 교묘히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여령이었다.

여령은 지난 날, 임금의 승은을 얻고 효명옹주를 낳으며 숙원이 되었고, 뒤이어, 지난 해에 아들 숭선군을 출산함으로써, 단숨에 정3품 소용에 올랐다.


그런 그녀는 임금의 총애를 듬뿍 받으며,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임금은 그녀의 침전에서 자신의 아들 숭선군과 딸 효명옹주를 자신의 무릎 한쪽 한쪽에 앉혀놓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누구의 아들, 딸인지 미모가 수려하구나.”


“다 전하를 닮은 것 아니겠나이까?”


여령은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이에 임금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아첨 그만 떨거라. 낯 부끄럽게 원.”


“사실이질 않사옵니까? 그 누가 전하를 전하의 나이로 보겠사옵니까? 첫 입궁하던 날, 전하의 용안을 보고는 소첩 너무 수려하여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하하, 듣기는 좋구나.”


하지만 임금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을 보고 여령이 물었다.


“어찌 그러십니까?”


“아.. 너와 있으면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은데, 대전에만 들면, 저 놈의 대신들은 서로 잡아못지 못해 안달이니...”


이에 여령은 남몰래 씨익 미소를 짓고는 임금에게 말했다.


“전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사온데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좋은 생각? 뭐냐?”


“유배 가 있는 김자점 대감을 다시 궐로 불러들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김자점을?”


“예, 전하.”


“어찌하여 그 놈을 궐로 불러들이라는 것이냐? 내 그 놈만 생각하면 아주 열불이 나 죽겠다!”


이에 여령은 임금을 아양을 떨며 말했다.


“예, 알지요. 전하께서 김자점 대감으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거 말입니다. 허나, 작금의 조정은 서로 자신들이 옳다 아니다로 의미없는 언쟁만이 가득하질 않습니까? 그래도 김자점 대감은 강단이 있는 사람이고 저 언쟁에 휘둘리지 않을 인물이 아닙니까? 분명 그를 중용하여 쓰신다면, 조정도 조금은 조용해지지 않겠습니까? 김자점 대감은 전하를 용상에 앉힌 일등공신이기도 하구요.”


여령의 말에 임금은 살짝 솔깃한 듯 보였다.

이에 여령은 한마디 덧붙였다.


“허나, 결정은 오로지 전하의 몫입니다. 소첩은 그저 전하께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말씀을 올린 것 뿐이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여령의 말에 임금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리고 얼마 뒤, 임금은 유배를 가 있던 김자점과 같은 이유로 정계에서 물러나 있던 심기원을 호위대장으로 다시 궐로 불러들였다.


궐에 돌아와 기원과 자점은 임금을 알현하였다.

임금은 기원과 자점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잘 돌아왔소.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소.”


이에 자점과 기원이 답했다.


“아니옵니다. 전하. 이리 불러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그대들이 필요한 때이오. 지난 일은 잊고 나라를 위해 힘 써 주시오.”


“여부가 있겠나이까?”


그렇게 임금을 알현하고 나오면서 기원은 자점을 보며 조롱하듯 말했다.


“좋으시겠구려. 이 참에 얼굴이나 안 보고 살아 좋았건만.”


이에 자점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전하께서 자네가 필요해서 불렀겠는가? 나를 불러 오려다 보니, 같은 이유로 정계에서 물러난 자네를 안 부를 명분이 없으니 같이 부른 것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자점은 기원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이고는 자리를 떴다.

기원은 그런 자점의 뒷모습을 보며 성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자점과 기원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곧이어 미래군에게도 전해졌다.


“김자점이가 돌아오다니,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니네?”


수혁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진을 보며 물었다.


“그러게나 말입네다. 김자점이 어떤 인물입네까? 세자 저하께서도 자점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습네까?”


상철 또한 자점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겁나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우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진석이 물었다.


“우진아. 뭐라도 말해봐. 김자점만 막을 수 있다면야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따를 테니까.”


이에 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으로써는 자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점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인물이니, 일단 지금은 자점을 주시하는 수밖에요.”


우진의 말에 수혁이 입을 열었다.


“허나, 자점만이 문제가 아니야.”


수혁의 말에 모두가 수혁을 바라보았다.

상철이 수혁을 보며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점만이 문제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네까?”


“자점이 돌아온다면, 이걸 가장 반길 사람이 누구갔어? 조 소용 아니갔어?”


수혁의 입에서 ‘조 소용’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자점이 돌아온다면, 분명 조 소용은 자점과 결탁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리 된다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역사대로 비극적인 역사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것을..












18화에서 계속...




[신조선건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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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신조선건국기 [4부] 5화 1640년 12월 - 변화의 바람 (5) - 반정의 시작 +1 24.01.01 102 1 9쪽
95 신조선건국기 [4부] 4화 1640년 11월 - 변화의 바람 (4) - 거사의 명분 (2) 23.12.30 9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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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신조선건국기 [4부] 2화 1640년 11월 - 변화의 바람 (2) - 우진의 계책 23.12.17 102 1 10쪽
92 신조선건국기 [4부] 1화 1640년 4월 - 변화의 바람 (1) - 송산성 전투 23.12.17 105 1 11쪽
91 3부 부록 23.12.16 88 1 2쪽
90 신조선건국기 [3부 完] 22 화 1640년 3월 - 패전국의 조선 (22) - 미래군을 청국으로 보내다 23.12.16 98 1 10쪽
89 신조선건국기 [3부] 21화 1640년 3월 패전국의 조선 (21) - 모자란 군량미 23.12.13 7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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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선건국기 [3부] 17화 1640년 2월 - 패전국 조선 (17) - 자점이 돌아온다 23.12.09 7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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