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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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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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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不汗黨). (8)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2008년부터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축구·야구 등의 전통의 스포츠처럼 '불법도박'의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실 ‘승부조작‘ 의혹이 E-스포츠계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다.

그 소문들이 최근 들어 사실로 확인되었다.

‘승부조작’ 문제는 게임계 내부가 아니라 팬들로부터 처음 터졌다.

업계와 팬들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는데, ‘승부조작’과 관련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던 E-스포츠 협회는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잘 될 리가 없다.

때마침 다솜미디어가 인수한 올미디어 산하 게임단에서 승부조작과 관련한 정황이 확인되었다.

작은 문제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가온그룹(류지호)이다.

그룹 차원에서 문제를 크게 공론화 시켰다.

E-스포츠 관계자들끼리 조용히 덮을 문제를 넘어 결국 경찰 수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주요 언론들이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국회에서도 문제가 다뤄졌다.

가온그룹 감사실은 자칫 승부조작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는 올미디어 산하 게임단의 승부조작 게임 16건을 공식발표했다.

이전 삶에서는 12경기였지만, 가온그룹이 밝혀낸 것은 4경기가 더 많았다.

또한 가온그룹 감사실은 자체 조사한 <스타크래프트> 관련 도박사이트 35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브로커 역할을 했던 프로게이머는 물론이고, 게이머 양성학원 원장, 조직폭력배, 도박업자가 속속 드러났다.

불법 다운로드 척결에 앞장섰던 나래안전 저작권보호팀은 중요 피의자들의 명단과 정보를 경찰에 전달했다.

재계순위 2위 대기업이 작정하고 나서자 이전 삶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빠른 수사가 진행됐다.


- 사실상 E-스포츠는 가온그룹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특히 의장님이 큰 관심을 가진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와 관련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수많은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드라마 촬영 중이라고 양해를 구해도 소용이 없었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 반드시 관련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기자회견이 아니라... 토론프로 말씀이십니까?”


가온그룹 의장 비서실 홍보팀이 아연실색했다.


“짧은 입장문만 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확실히 하려면 명확한 입장을 내놓는 것이 좋아요.”


지상파 심야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는 류지호를 비서들은 도저히 말리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MBS의 심야토론 프로그램에 급하게 연락해 류지호의 출연을 타진(통보)했다.


- 지난 90년대 말 올미디어가 프로게임단을 창단한 이래 현재 12개의 프로게임단에서 약 450여명의 선수가 활동 중입니다. 그동안 E-스포츠는 테란의 황제 Boxer 선수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지만, 스타선수 외에 대다수의 프로게이머가 열악한 처우와 불투명한 미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진행자가 먼저 E-스포츠계 사정을 설명했다.

E-스포츠 협회 사무국장이 진행자의 말을 받아 부연 설명했다.


“먼저 12개 프로게임단은 주로 <스타크래프트>를 운영하는 게임단이고, <워크래프트3>, <타임리 아레나> 또 슈팅 게임 등을 따로 운영하는 클랜도 상당합니다. 아마추어까지 포함해 E-스포츠 각종 종목 선수가 대략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스타선수가 된다고 해도 20대 중반이면 기량이 감퇴해서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이 E-스포츠 현실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승부조작 사건이 한국 프로게이머의 현실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는 극소수에요. 상위 10~15%에 들어야 연봉 2000만~3000만원을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10대 중반부터 프로게이머 세계에 입문한 선수들은 인생의 로드맵 없이 20대를 맞이합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선수 역시 한때 억대 연봉을 받았던 선수들이지만. 사실 20대 중반만 되어도 퇴물이 되는 것이 프로게이머의 현실입니다. 솔직히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어요.”


모 대학 E-스포츠 연구센터 교수, 방송진행자, 전직 프로게이머가 차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프로게이머 세계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수백만 원이라도 벌어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 문제는 루머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게 될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E-스포츠계는 당분간 큰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 종목 중에서 가장 인기가 큰 만큼 그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승부조작 파문과 함께 리그의 존폐위기가 거론될 정도입니다.”

“어린 선수들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그동안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에 응원을 보냈던 팬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학부모 단체와 시민단체 패널들은 게임에 폐해에 대해 떠들어댔다.

류지호는 귓등으로 들을 뿐.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주로 경청하는 태도를 취했다.


- 류지호 감독님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번 사안을 단순히 죄의 무거움을 모르는 어린 선수 몇 명이 저지른 일탈로 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단체 패널이 ‘옳다구나‘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E-스포츠가 도박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리그에는 나쁜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합니다.”


승부조작이 만연한 판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그 정도로 리그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비록 불법이지만 돈이 된다는 방증이 되니까요. 그런 긍정보다는 리그 존폐위기에 내몰린 부정적인 면이 더욱 크지만 말입니다.”

- 알려지기로는 팬들이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는데. 의장님이 소유하신 케이블 방송사가 M&A를 하는 과정에서 승부조작을 포착했다고요?

“아시다시피 재작년에 게임계에 승부조작 루머가 이미 돌았어요. 게임사에서 협회에 내사를 벌여줄 것을 요청했는데....”


묵살 당했다.

류지호는 가온그룹 감사실이 ‘승부조작‘을 포착하고 내사한 과정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승부조작 풍조가 게임계에 만연해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규명해야 하겠지만, 일부 언론에서 E-스포츠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한창 루머가 돌 때는 무시하더니 사건이 붉어지자 벌떼처럼 달려들어 왈가왈부 하는 모습이 우습죠. 이때다 싶어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평소에는 E-스포츠에 관심도 없었고, 앞장서서 비하했던 사람들까지 달려드는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게임업계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참여한 패널들의 귀가 벌게졌다.

면전에서 대놓고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건은 벌어졌습니다. 수사와 단죄는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원인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사실 게임계와 E-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번에는 게임계 측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들이 슬그머니 딴청을 했다.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게임계도 스스로 돌아보길 바랍니다. 게임을 만드는 것도 어른,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도 어른, 심지어 도박판으로 타락시키는 것도 어른이지 않습니까? 프로게이머가 승부조작을 벌인 것은 스포츠맨십을 어긴 것뿐만 아니라 범죄에 가담한 것입니다. 그들을 비호할 생각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게임사들 괜찮습니까? 마치 도박과 같은 게임 콘텐츠 혹은 확률형 뽑기 유료 서비스는 괜찮은 겁니까?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어른이고 학부형입니다.”


류지호가 토론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다.

진행자가 다소 주제에서 어긋난 내용을 설파하는 류지호의 말을 끊을 수 없어 난감해 하는데, 대기업 계열 프로게임단 단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E-스포츠계도 다른 스포츠의 사례와 같은 본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가 류지호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류지호는 그저 피식 웃고는 입을 다물었다.


“승부조작에 대한 무거운 처벌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명확한 인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평균 연령대가 어린 E-스포츠 선수들은 더욱 이런 유혹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어린 날의 잘못된 결정이 불러오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본보기를 통해서 명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소 과격한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심야토론 방청객들이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의 진위여부는 물론 주동자들의 신분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다.


“일부 선수들의 잘못된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고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한다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막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리다고 온정주의로 흐르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 선수들은 미래의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은 겁니다. 그런 이들이 용서를 구했다고 해서 내버려둔다고요?”

“우리 사회는 실패에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실패한 이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합니다.”


선수권익을 대변한다는 패널의 주장이었다.

진행자가 류지호를 쳐다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류지호에게 모아졌다.


“실패를 한 사람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입니다."

"....!"

"하지만. 그 재도전의 기회는 공정한 틀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맛본 이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공정한 틀을 무너뜨린 겁니다. 고참급 선수 두 명은 오히려 치열하게 경쟁하던 동료 게이머들을 나쁜 길로 인도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게이머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겪게 생겼습니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정한 경쟁'을 돈과 조작으로 퇴색시킨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게임을 통한 '재도전의 기회'란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맞습니다. 이번 참에 일벌백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승부조작을 주동했거나 가담한 선수들은 이번 일이 잊혀질 즈음 자신이 망가뜨린 E-스포츠와 게임을 이용해 돈을 벌고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잔인한 말 같지만 그렇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다른 사회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망가뜨린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세계였는지 진정 깨달아야 합니다. 부디 선수들은 지금의 E-스포츠를 만든 선배들, 동료들, 후배들을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그런 생각이 있는 이들이라면 겨우 200~300만 원에 양심을 팔지 않았겠지만.


“아까 어떤 분이 이번 승부조작 사건이 한국 프로게이머의 현실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야구는 축구는 농구는 배구는.... 이미 프로스포츠로 20년이 넘은 다른 종목들은 그럼 모든 선수가 다 높은 연봉에 은퇴 후가 탄탄대로입니까? 프로가 왜 프로입니까? 나이가 적건 많건, 프로는 공이든 과든,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지는 겁니다. 또 모든 선수가 유혹에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슈퍼스타가 아니었던 어떤 무명 선수는 성실하게 게이머 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후로 훌륭한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또 어떤 선수는 심판교육을 받아 E-스포츠 국제심판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모 선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배워 레스토랑을 오픈하겠다는 은퇴선수도 있고, 대학입시를 다시 도전하는 E-스포츠 선수출신도 많이 있습니다. WCG에 입사해 국제적인 E-스포츠 행정가가 되고자 하는 친구도 봤습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E-스포츠계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물론입니다. 협회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각 게임단은 과연 게임단 운영을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지, 정부는 청소년의 게임 접속에 제한을 두는 것에만 매몰되어 본질은 놓치고 있지 않은지. 이번 기회에 살펴야 할 것이라 봅니다.”


류지호의 말을 게임 업계 관계자가 받았다.

이때다 싶었다.

류지호의 말들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었으니까.


“정부가 이번 사건을 빌미로 한국게임 산업 규제에 더욱 열을 올릴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학부형들이 E-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할까봐 두렵습니다. 언론은 제발 게임에 폐해만 부각하지 마시고.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이 해외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또 류지호 의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은퇴한 선수들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떠난 이후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능력을 키우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도 함께 소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은 절대 질병이 아닙니다. 극소수의 너드들이 즐기는 마니악한 취미생활도 아닙니다. 이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E-스포츠 시장과 WCG의 위상을 확인하면 알 수 있습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보호무역 없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산업에 스스로 족쇄를 가했다.

직접적으로 규제에 휘둘리지 않은 이 시기만 해도 게임은 나름 황금 산업이었다.

이 시기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8조 4천억 원 수준.

수출액은 전체 수출 콘텐츠의 절반이 넘는 3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전체 게임 시장에서 64.2%를 기록하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이 시기까지다.

다양한 규제가 도입되며, 게임 산업은 급속도로 위축된다.

2005년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해당 업체를 1,000만원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발의해 게임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비록 업계와 관련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로 시행되지는 못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게임은 해롭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올해는 청소년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다양한 규제 정책들이 폭발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다.

여성가족부가 가장 먼저 내놓게 되는 규제가 바로 '강제적 셧다운제'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제도다.

이전 삶에서는 2011년 4월 청소년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까지 시행돼 중복 규제에 시달렸었다.


‘이번에는 어림도 없지.’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정의국이다.

정의국 정부에 심어둔 친가온그룹 성향의 각료를 통해 게임산업이 내수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국내 게임산업의 잠재력을 설득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미국에서는 게임 산업을 국가장려사업으로 지정했고, 영국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가 하면, 중국 업체들은 정부가 나서서 게임 산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지원까지 앞세워 몸집을 불리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 시장에 중국 자본의 유입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가 종속되거나 핵심 인력 및 기술이 유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위기감까지 조성하고 있다.

적어도 정의국 정부에서는 ‘학부모 표‘를 의식해서 게임산업을 탄압(?)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암튼 90분 동안 진행된 생방송 심야토론에 참석한 류지호는 오랜만에 뜨거운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내보였다.


- 게임판을 좀 먹는 이들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여담으로 오랜만에 MBS의 간판 심야토론 프로그램이 시청률 기록을 갱신했다.

유명 뮤지션이 ‘간통죄 폐지’ 토론을 벌인 것과 같이 전설로 남을 방송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제법 화제성이 있었다.

게임에 과몰입한 자녀를 둔 학부모로부터 류지호가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는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

말실수가 많은 유명인은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말 한 마디 잘못해서 한순간에 추락한 유명인도 많다.

그렇기에 류지호의 비서들은 명확한 전략을 짜두고 자신의 보스가 매스컴에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

어떤 연예인의 경우 말실수를 노이즈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유명인의 말실수는 대부분 마녀사냥 당할 뿐이다.

류지호라고 해서 매번 매스컴에 노출될 때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화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종종 직설화법을 쓸 때가 있다.

말실수라고 여겨질 정도로 적나라한 표현이 나올 때도 있다.

당연히 언론과 네티즌들이 이를 트집 잡는다.

그렇다고 해서 류지호에게 ‘막말’ 프레임이 씌워지지 않는다.

류지호의 ‘막말‘이 교양 없이 내뱉는 말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대중들은 ‘솔직함‘으로 받아들인다.

마녀는 기독교인들에게 사냥을 당한다.

그런데 마왕은 때로 경외의 대상이 된다.

매스컴에 노출된 류지호의 이미지는 ‘나이스한’ 모습이다.

한편 언론계에서는....


“이제 밤의 대통령은 백원일보가 아니라 류지호다!”


라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류지호의 비서들이 PI를 잘 해서 인지, 소탈하고 솔직한 억만장자 이미지와 함께 잘못 건드리면 크게 혼난다는 이미지가 동시에 대중들에게 심어져 있다.


- 류지호는 특수부대 출신 암살조를 운영한다... 카더라.

- 백원일보 회장을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게 했다... 카더라.

-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도 갈아치울 수 있다... 카더라.

- 불법 P2P 사이트 운영자 여러 명이 자살당했다... 카더라.


심야토론 프로그램이 방영된 다음날 아침.

포털 사이트 댓글과 SNS에 요상한 루머가 갑작스럽게 돌았다.

며칠 동안 류지호의 ‘똘기’가 각종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이슈가 사그라지면서, 류지호 관련 언플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승부조작‘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자들에게 철퇴가 내려졌다.


❉ ❉ ❉


심야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음 날.

류지호는 촬영 중 점심을 먹으며 고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향에 내려가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는 고유현에게 안부전화를 건 것은 아니다.


“혹시 지금도 E-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십니까?”

- 이 마당에 내가 뭔가 도움이 되겠습니까?

“모든 루머가 사실입니다. E-스포츠의 미래를 집어삼킬만한 큰 사건이죠."

- ...음.

“협회가 모든 책임을 지고, 선수나 게임단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지만.... 현재의 체제로는 면피하기 급급할 것 같아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류 의장은 뭘 하고 싶습니까?


고유현은 대통령직을 역임했지만, 그 전에는 법률가였고 투쟁가였다.


“끝날 때까지 결코 아름답지 않다라는 걸 관련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 ...음.

“가온그룹, Snowstorm을 비롯해 세계적인 게임 유통사들과 함께 재발방지 및 선수와 관계자들의 안일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려고 합니다.“

- 어떤 방식입니까?

"이번 승부조작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 대해 물적·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고, 처벌이 모자라다고 판단되면 입법까지 지원할 생각입니다. 단순히 선수생활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게임과 관련 저작권을 활용해 어떤 수익활동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생각이고 평생 범죄자로 낙인 찍혀 살도록 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 삶을 살면서 시간이 없어 자주 즐기진 못했지만, 류지호는 <스타크래프트>의 열렬한 유저였다.

야구, 축구, 심지어 농구 종목에서 승부조작이 붉어졌을 때는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지만, <스타크래프트>와 <롤>에서는 너무나 화가 났었다.

자신이 게임과 선수에게 보낸 열정과 사랑이 모두 부정당하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었다.

고유현이 우려를 드러냈다.


-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요소가 있어 보이는데....

“그래서 법률제정이 필요합니다.”

- 차라리 정 대통령께 말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딱 일 년만 맡아주십시오.”


전직 대통령이 일개 사단법인 대표를 맡는다는 것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E-스포츠계에 재벌 위세 믿고 까부는 작자들이 제법 많았다.

게임단을 소유한 곳 대부분이 대기업이었기에.

따라서 류지호는 그들의 뒷배마저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저명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IT와 게임에 대해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아시다시피 E-스포츠는 국가공인 정식 스포츠가 아닙니다. 따라서 도박사이트와 관련해 승부조작은 도박범으로 처벌받죠. 당연히 형량이 높지 않습니다.”

- 일 년 가지고 내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거대하고 획기적인 개혁을 바라진 않습니다. 협회의 존재 목적인 선수기본권과 권익 향상 및 승부조작 같은 범죄예방책 마련만 이뤄내도 큰일을 하신 겁니다.”

- ....흠.

“수사가 종결되기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 글쎄.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내가 다시 뭔가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치권에서 좋게 보지 않을 텐데....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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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 불한당(不汗黨). (10) +6 24.04.19 1,591 71 29쪽
832 불한당(不汗黨). (9) +2 24.04.18 1,535 68 26쪽
» 불한당(不汗黨). (8) +8 24.04.17 1,526 78 22쪽
830 불한당(不汗黨). (7) +6 24.04.16 1,536 74 24쪽
829 불한당(不汗黨). (6) +5 24.04.15 1,576 75 26쪽
828 불한당(不汗黨). (5) +6 24.04.13 1,667 71 27쪽
827 불한당(不汗黨). (4) +9 24.04.12 1,678 80 30쪽
826 불한당(不汗黨). (3) +6 24.04.11 1,625 79 24쪽
825 불한당(不汗黨). (2) +5 24.04.10 1,648 80 24쪽
824 불한당(不汗黨). (1) +10 24.04.09 1,739 79 26쪽
823 미래의 성장 동력. (3) +8 24.04.08 1,764 83 28쪽
822 미래의 성장 동력. (2) +6 24.04.06 1,789 78 23쪽
821 미래의 성장 동력. (1) +7 24.04.05 1,844 73 24쪽
820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게임기? +9 24.04.04 1,824 72 22쪽
819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4) +5 24.04.03 1,760 86 22쪽
818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3) +3 24.04.02 1,733 79 20쪽
817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2) +4 24.04.01 1,773 7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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