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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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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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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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Christmas Cargo> 월드프로모션 투어를 다니는 동안.

방문한 국가의 사업체 몇 곳에 류지호가 방문했다.

현지 직원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독일을 방문했을 때였다.

인구 5만여 명이 살고 있는 독일 남부의 소도시 괴핑겐(Göppingen)에 들렀다.

외형적으로 작은 도시다.

헌데 19세기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꽤나 많은 유서 깊은 산업도시다.

괴핑겐이 속해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독일 내에서도 바이에른과 더불어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독일이 자랑하는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이름만 대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독일 대표기업들 다수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연고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이 높다보니 은행과 보험, 연금 등 금융업에 있어서 독일 내에서 독보적인데, 대기업 위주의 금융업보다는 지역 및 협회 위주로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기업들에게 장비나 부품, 소재 등을 납품하는 탄탄한 중소기업들도 상당히 많아서 주 전체에 걸쳐서 공업도시로서 골고루 발달된 지역이다.

때문에 새만금개발유한회사가 벤치마킹하는 도시 중에 하나다.

괴핑겐에는 대기업들에게 장비나 부품, 소재 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많아 일자리가 풍부한 편이다.

그 같이 부유한 주에 속한 소도시 괴핑겐에는 1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철도모형 장난감 업체 메르클린 형제사(Gebr. Märklin) 본사가 소재하고 있다.

작년에 파산이라는 아픔을 겪었는데, 그 안타까운 상황을 반전시킨 인물이 류지호다.

가온그룹의 자동차 사업부문 중간지주회사인 GAON Mobility Corp을 통해 메르클린 형제사를 사들였던 것.

자동차 회사가 겨우 기차모형 장난감 회사를 M&A 하자, 월가를 비롯해 비즈니스계에서 류지호의 괴벽이 발동했다고 수군거렸다.

사람들을 더욱 당황시켰던 것은 이어서 곧바로 캐나다의 공장 자동화 시스템 및 로봇 회사까지 M&A 한 것이다.

기차모형 장난감 회사와 로봇 회사가 언뜻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류지호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캐나다 온타리오주 케임브리지에 ATS Corp이라는 로봇 회사가 있다.

1978년에 독일계 캐나다인이 설립한 회사였는데, 주로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악명 높은 헤지펀드 두 곳에서 ATS Corp을 분탕질 치고 있었다.

류지호가 나서서 헤지펀드의 장난질을 정리했다.

그리고 가온그룹 산하 자동차 그룹이 경영권을 가져오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후로도 헤지펀드들이 계속해서 분탕질을 쳤다.

태양에너지 관련 자회사를 상장하려고 했다.

대주주인 류지호가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장에 풀려 있던 주식까지 대부분 쓸어 담았다.

류지호로 인해 안정이 된 ATS Corp은 모회사인 GAON Mobility Corp의 승인 하에 의료 및 바이오 분야 전문 스마트팩토리 구축 회사와 M&A 협상 중이다.

의료기와 바이오 업체 자동화 시스템까지 얻게 되면, ATS Corp은 자동차·컴퓨터·광섬유·반도체·통신·태양에너지 및 일반 소비재 분야 산업과 함께 의료 기기 및 제약 산업의 자동화 시스템 구축까지 설계하고 구축하는 회사가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자동차 메이커와 어떻게 연결이 될지는 10여 년이 흐르면 자연히 할게 될 터.

암튼 2000년대 초반 독일에서는 금융투자가들이 기업을 점령해 단물을 빨아먹고 달아나는 일명 ‘메뚜기떼‘들이 횡행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로 인해 수년 동안 괴핑겐의 많은 생산시설이 중국으로 이전됐다.


‘어쩜 그리 한국과 똑같은지... 쯧.’


독일은 한국보다 더한 제조업 최강대국이었으니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 않았을 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덩달아 품질도 낮아졌다.

가격 경쟁력을 얻은 대신 전통적인 품질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전 세계 최강 제조기업들이 아시아로 이전하면서 아시아의 시장이 무섭게 성장했다.

그것으로 얻은 이익은 주가상승 외에 크지 않지만.

어쨌든.

독일의 메르클린 같은 많은 강소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중국에서는 대화와 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 되지 않았다.

컨테이너로 상품을 이동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만 아니라 중국 노동자의 생산성도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독일의 자랑이었던 최상의 품질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금사정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금융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자동화하거나 디지털화하는데 투자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저임금이 장점이었던 중국 등 아시아의 인건비도 과거보다 대폭 증가했다.

아시아에서의 생산이 더 이상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와 기업들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류지호는 이미 90년대부터 그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JHO와 가온 그룹을 통해 반도체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은 산업용 로봇이 필수다.

독일은 산업용 로봇 수입 및 사용에서 있어서 1위 국가인 한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노동자 1000명당 로봇 사용대수에서 세계 3~5위권이다.

주목할 점은 세계 3대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쿠카 로보틱스(Kuka Robotics)가 독일 회사라는 점이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스위스의 ABB(Asea Brown Boveri)와는 독일 남부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류지호가 독일 남부 지역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류지호는 TESLAS 모터스의 최대 주주다.

TESLAS 모터스의 2대 주주이자 CEO인 앨론 머스크는 TESLAS 자동차 생산라인을 인간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완전자동 시스템화 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류지호가 볼 때 10년은 이른 야망이었다.

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바보라서 여전히 노동자를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로봇이 하는 것보다 인간이 하는 것이 효율성이나 품질관리에서 이롭다.

JHO와 가온그룹이 복합기업이 되며 제조업 비즈니스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노동생산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팩토리 혹은 산업용 로봇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Industrie KUGA는 지분은 얼마나 모았대요?”


유럽 일정에서 류지호를 밀착 수행하고 있는 제니퍼 허드슨이 곧바로 대답했다.


“8% 가량 되는 것으로 알아요.”

“1~2년 안에 M&A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모아보라고 하세요.”


대략 30% 가량 지분율을 보유하게 되면, 글로벌 톱3 로봇회사 Industrie KUGA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독일정부와 협상을 해서 M&A 과정을 거치면 된다.

가온그룹은 캐나다 자동화 시스템 기업을 인수했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이전 삶에서 경일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로봇회사도 염두에 둔 적이 있었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실리콘밸리 로봇 관련 스타트업부터 해서 JHO Company 산하 GMG와 가온그룹 사내 벤처에 인공지능과 로봇 관련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넘쳐나고 있다.

결국 건실한 제조업체만 갖추면 로봇 분야도 선도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독일의 산업용 로봇의 선도기업 중 하나인 Industrie KUGA(Robotics)를 인수하면 하드웨어까지 완벽하게 갖추게 된다.


‘새만금에 들어올 대학이 그래서 중요한데 말이지....’


새만금간척지에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가장 먼저 입주할 스타트업들은 팹리스와 AI 회사가 될 예정이다.

2020년대에는 반도체 파운더리와 2차전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을 테지만.


“괴펭겐 방문을 환영합니다. 미스터 류.”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주지사님.”


류지호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괴펭겐 시장, 주도인 슈투트가르트 시장, 독일 남부를 기반으로 한 상하원 의원 등 다수가 모였다.

류지호는 지역의 유력자들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했다.

주정부와 상하원 정치인들 말고도 독일 정부에서 류지호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방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리쇼어링’(Reshoring) 때문이다.

이 용어는 외국으로 떠났던 생산기지가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칭한다.

몇 년 전부터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독일 회사들이 동유럽과 아시아로 대규모 이전했다.

독일정부는 그 회사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때마침 160년 전통의 기차모형 장난감 회사를 사들인 미스터 할리우드가 중국으로 떠났던 생산시설을 다시 괴핑겐으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어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메르클린 형제사의 리쇼어링이 성공한다면, 해외로 떠났던 더 많은 생산시절이 다시 독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젖어있었다.

주로 비즈니스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정작 리셉션의 주요 화제는 축구였다.

류지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동 구단주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축구의 나라다.

독일 축구의 전설인 클린스만이 괴핑겐 출신이다.

독일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축구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국의 해축팬들에게는 독일 남부의 FC 바이에른 뮌헨이 훨씬 유명하겠지만, 뉘른베르크까지 해서 남부의 네 팀의 라이벌 의식이 꽤 대단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빡빡한 일정 탓에 류지호는 리셉션에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독일을 떠나기 전 메르클린 형제사의 공장에서 한창 자동화 시설이 설치되고 있는 현장을 견학했다.

자동화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 뷘터홀러(Winterholer)가 류지호를 안내했다.


“당장은 증기기관차 모델의 겉면을 다듬는 데만 로봇을 활용한다지요?”

“직접 보시겠습니까?”

“한 번 봅시다.”


류지호를 위해서 일부러 자동화 생산라인을 시험 가동해주었다.

독일이 자랑하는 Industrie KUGA의 산업용 로봇이 아닌 캐나다 기업 ATS Corp의 로봇들이 프레스기에서 주조된 모형기차를 옮긴 후에 표면을 매끄럽게 갈았다.

이어 장난감 모델에 색상과 무늬를 입히고, 아연으로 된 몸체에 작은 구멍을 냈다.


“장난감 증기기관차의 보일러 크기는 10㎝ 남짓입니다. 정밀한 움직임과 컨트롤이 요구되어 일부 산업용 로봇이 사용되었습니다만, 이번에 좀 더 정밀한 세공이 가능한 로봇팔로 교체했습니다.”


말하는 와중에도 산업용 로봇팔이 주조된 증기보일러를 잡아 빙글빙글 도는 솔에 가져갔다.

표면이 점점 매끈해졌다.


“센서를 통해 표면에 가해지는 압력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컴퓨터가 알아냅니다. 기계가 알아서 보일러를 돌려가면서 다음에 다듬어야 하는 부분을 찾아 자동으로 작업합니다.”


당장은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꽤나 정밀한 시스템을 자랑했다.

류지호의 지시로 GAON Mobility Corp.에서 메르클린 형제사의 대부분의 공정을 완전 스마트 팩토리화 하는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연구되고 모아진 데이터를 토대로 자동차 공정을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저 기차모델에는 300개 이상의 작은 구멍이 필요합니다. 그 구멍을 모두 로봇이 자동으로 뚫습니다. 과거에는 모두 인간이 하던 일들입니다. 기차 모델을 바꾸는 작업 역시 점차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용 로봇은 주로 대규모 산업에만 쓰였다.

대표적인 산업이 자동차다.

미세한 공정을 요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제는 중간 규모 산업에서도 로봇이 쓰인다.

오랫동안 사람 손으로만 가능했던 일을 점차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산업용 로봇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쪽 6개 축이 달린 로봇팔 하나가 3만 유로 정도 합니다. 독일 노동자 한 명의 1년 임금보다 적습니다.”


첨단 기술이 도입된 공장에서는 임금이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는다.

전체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 남짓.

로봇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 산업 전 부분으로 확장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TESLAS 공장과 새만금에 들어설 가온모터스 공장에 적용될 스마트 팩토리에 류지호의 관심이 컸다.

자동차 업계에서 불량률을 최대 20%로 본다.

그런데 이전 삶에서 TESLAS의 불량률은 무려 80%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었다.

불완전한 플랫폼, 비숙련 노동자, 노조와의 여러 규약들, 높은 인건비 등.

여러 요소들로 TESLAS의 불량률이 악명이 높았다.

자동차 산업은 하루아침에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전기차가 아무리 부품 수가 적고 내연기관보다 설계가 덜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TESLAS의 생산시스템은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또한 GAON Mobility Corp. 산하의 Jaguar-Rovers Automotive의 생산성과 불량률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 부분을 해결해보려고 산업용 로봇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세계 어디나 가장 지독한 노조는 누가 뭐래도 자동차 노조다.

노조와의 갈등으로 유발되는 리스크를 일정부분 분산시킬 목적도 있고.

게다가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는 미래 먹기리 산업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메르클린 형제사는 독일 공장에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 정착되는 2013~2014년부터 중국 현지공장을 폐쇄한다.

한때 1,200여 명이 근무했던 독일 공장은 자동화 시스템을 관리하는 인원과 사무직 직원 포함 140명 남짓으로 인원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


류지호는 가만히 서서 그리 크지 않은 공장 내부를 바라보았다.

수행원 모두가 류지호의 등 너머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류지호의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함이다.

눈앞에서 미래 공장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진다.

운반차량이 자율적으로 공장 내부를 돌아다닌다.

인공지능으로 운행되는 차량이 로봇팔 4개로 이뤄진 작업대에 철판을 배달한다.

번쩍거리는 로봇팔들이 분주하게 팔을 굽힌다.

작은 전송기를 단 로봇팔들은 작업 부분을 식별하고, 용접 부위를 세분화해 제 위치에 놓는다.

모든 로봇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된다.

공장에는 인간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


지금 이 시간에도 산업용 로봇은 더 빨라지고, 더 저렴해지고, 더 유연해지며, 더 믿음직스러워지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이미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등 서로 다른 개념처럼 보이는 요소들을 결합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의 노동자 임금이 해마다 평균 10%씩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대도시는 이미 유럽의 일부 국가 최저임금 수준에 이르렀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인도는 중국처럼 되기까지 천년만년이다.


‘미래에는 고급 인력만 살아남고 고임금 직업이 늘어나겠지. 단순 작업을 하는 일자리는 극소수만 남을 거야.’


대규모 고용효과를 창출하던 산업시대가 저물고 있다.

저임금을 무기로 경제발전을 이루는 방식에 막차를 탄 나라가 중국이다.

다른 신흥국들은 중국처럼 저임금 패를 쓸 행운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 같은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의 청바지 생산업체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엄청난 양의 물과 화학약품을 사용해 청바지의 스톤워시 효과를 만들고 있다.

낡아 보이지만 세련된 효과를 내기 위해 노동자가 한 벌당 20분이나 고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1~2년 안에 레이저가 90초 동안 천을 살짝 태우는 것만으로 낡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가 있다.

더는 사람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환경까지 덜 오염시키면서, 스톤워시 청바지를 생산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로봇 활용에서 압도적인 1위 국가다.

노동자 1만 명당 적용된 산업로봇의 수를 나타내는 로봇 밀도가 전 세계 평균의 4배를 웃돈다.

일본을 추월한 이후로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로봇 전문기업이 전무했다.

국내 대표 산업용 로봇 업체는 경일자동차 계열의 회사다.

로봇을 연구개발은커녕 해외에서 구입한 산업용 로봇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겨우 핵심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전 삶과 똑같이 진행된다면 미국의 로봇업체를 M&A 하겠지만.

참고로 세계 10대 산업용 로봇 특허 출원 기업 중에 7곳이 일본 기업이다.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이미지 센서, 접촉의 강도를 감지하는 입력 센서, 로봇 관절에 들어가는 모터 기술 등에서 일본은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로봇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야에서는 단연 미국이 세계 최고다.


- 로봇 제조에서 이기고 로봇 비즈니스에서는 미국에 진다.


일본 로봇 산업계에서 나오는 한탄이다.

마치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큰 제조국가인 한국이 운영체계(OS) 같은 핵심 작동기술은 모두 미국 기업들에게 의존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솔직히 한국은 로봇 분야에서 한참 늦었지....’


그래서 류지호가 캐나다 기업을 인수했다.

글로벌 빅3 로봇 회사를 노리고 있기도 하고.

맨땅에서 박치기 하는 것은 80년대 이전에나 통하던 방식이다.

이미 기술력 있는 기업과 함께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과 결합하는 방식에 더 많은 연구개발을 할애하는 것이 현명한 경영 판단이다.

로봇을 만드는 제조기술을 습득했으니, 앞으로는 IT분야와 융합하는 고급 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만날 떠들면 뭐하냐?’


수많은 한국의 이공계 석학들이 조언을 하고 있다.

귀담아 듣는 정치인이나 고위 행정관료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도대체 왜.... IT산업이 유망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관련 분야 전문가를 국회에 입성시키지 않는 것일까.


“IT전문가고 나발이고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자신의 전문분야보다 정치놀음에 매몰되니까!”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을 시민을 대변하는 입법기관이라고 한다.

법조인도 필요하고, 언론인도 필요하고, 시민운동가도, 인권전문가도 두루두루 국회에 들어가면 좋다.

그런데 왜 기업가는, IT전문가는, 과학자는, 인문학자는, 자영업자는, 교사는, 농부는.

국회에 들어가서 그 집단의 의견과 바람을 입법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까.


후우.


잠시 남 탓으로 흐르던 류지호의 사고가 현실로 돌아왔다.

어쨌든 괴핑겐의 메르클린 형제사 공장은 추후 가온과 JHO 그룹 산하 제조시설의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위한 아주 좋은 테스트베드가 되어줄 것이다.

이미 JHO Company와 가온그룹 산하 물류 관련 기업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창고 관리시스템이 실험되고 있긴 하지만.

제조시설에서 본격적으로 완전 자동화가 시도되는 것은 메르클린 형제사가 처음이다.


“한 달만 일찍 괴핑겐을 방문하셨다면 독일 남부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 중 하나를 즐기실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뜬금없는 말에 류지호가 뷘터홀러를 돌아봤다.


“보스... 9월에도 축제가 있고, 10월에는 와인축제도 열립니다.”

“다시 괴핑겐을 방문하게 된다면 축제 기간에 맞춰 오도록 하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독일 회사들은 말로만 장인정신이라 떠들지 않는다.

메르클린 형제사에는 기차 장난감의 사운드만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부서의 사운드 전문가들이 전 세계 열차 박물관과 차량기지들을 방문해 실제 열차의 소음을 채집해 온다.

철도 모형의 정밀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장난감 열차의 사운드까지 실제와 똑같이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르클린 형제사의 제품은 유럽의 40대 남성이 주요 고객이다.

워낙에 고가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재질자체가 위험하기도 하고.

모형 기차라고 해서 애들 장난감 값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보통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크기가 클수록 고급 승용차 값에 맞먹는다.

소형 증기 기관이 내장된 메르클린 형제사의 제품은 보통 60만원부터 시작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마니아들만 즐길 수 있는 취미다.

유럽에서는 승용차보다 가볍지만 돈이 된다는 점을 악용해, 모형 기차만 노리는 도난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할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30억 달러 규모의 모형 기차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 시장에서 메르클린 형제사(독일), 영국 최대의 모형 기차 업체 혼비, 그리고 미국 최대의 업체인 라이오넬 등이 시장 점유율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경쟁이 워낙에 치열하다 보니 상대방의 설계 도면과 장밀 기술을 빼내는 등 사건도 많다.

3대 메이저 업체들 사이에서 기술도용 관련해서 온갖 소송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의 가온백화점에 매장이 입점하는 걸 검토해 보세요.”

“....예.”

“2,000만 유로를 투자하겠습니다. 7세 미만이 가지고 놀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철도 모형 장난감 라인업도 새롭게 개발해 보고.”

“......”

“어린이용 철도 장난감 제품군이 생기면 Timely 오프라인 매장과 가온그룹 계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메르클린 형제사에서는 오너의 지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통과 기업의 모토라는 것이 있으니까.

어쩌랴 오너가 하라면 해야지.


‘이번 기회에 철도 애니메이션도 제작해볼까?’


<증기기관차 토마스>라는 영국의 장수 특촬물 및 애니메이션이 있다.

일본에서도 철도 마니아들을 위한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매년 소개되고 있고.

한국은 2005년 출판된 3권짜리 철도 소재 만화 <레일로드>가 있다.

<또로로>를 제작한 아이콘스 스튜디오를 통해 철도와 열차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류지호가 수행원으로 따라온 김남표 전략1팀장에게 물었다.


“요즘 아이콘스는 <또로로> 말고 뭐 하고 있어요?”

“서울시, EBS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대중교통을 알기 쉽게 알려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혹시... <꼬마버스 타요>?”

“죄송합니다, 제목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편성은요?”

“올 여름 첫 방송이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명백히 애니메이션 불모지다.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일부러 극장을 찾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류지호가 죽는 시점 기준으로 300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영화는 단 10편뿐.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이나 500만 관객동원의 <쿵푸팬더2>를 보면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면 통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AzureSky의 <아이스에이지> 2편과 3편은 한국에서 쫄딱 망했다.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장님.“

“그렇죠. 볼만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없어서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다는 말도 맞고, 수요가 없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는다는 말도 맞으니까.”


애니메이션 산업은 넉넉한 예산이 곧 작품의 질로 이어진다.

예산은 투자를 받아야 성립된다.

투자는 수요가 없는 곳에는 없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내수시장은 형편없다.

결국 해외 진출과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해야 한다.

쉽지만은 않다.


“전략실에서는 StreamFlicks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류지호가 김남표 팀장을 쳐다봤다.


“StreamFlicks를 통해 전 세계에 국산 애니를 소개할 수 있다면, 아이콘스와 WaW 산하 제휴영화사가 애니를 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음.”


StreamFlicks는 작품의 모든 권리(저작권과 방영권 등)를 가져가는 대신에 제작사에게 제작비와 그것의 약 10~30%까지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방식을 썼다.

제작사들은 투자자의 간섭이나 수익 배분, 흥행 부담에서 벗어나 자기들이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2010년대 후반 StreamFlicks가 전 세계 190여 국가에 서비스됐다.


“그 생각을 못해 봤군요. 굳이 StreamFlicks가 아니어도 Amazonia 프라임 비디오도 있고, 다양한 OTT 서비스와 계약해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겠네요.”

“Timely Comics 권리를 사다가 시리즈를 만들어도 됩니다.”

“그나저나, 뭘 포기해야 하나....?”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아니에요.”


JHO Company는 막강한 온라인동영상 플랫폼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 중 하나 이상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아직은 미국에서도 OTT 서비스를 사업영역에서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반독점관련 조항이 없다.

2008년이었다.

위성방송사업자 한 곳이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디스커버리 채널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갈등을 빚었다.

이에 해당 위성방송사업자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자신이 OTT인지 다채널유료방송인지 판단해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법원 판결에서 OTT로 인정받지 못했다.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물리적 경로가 케이블시스템이나 지상파 주파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송신 대상에 OTT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자체 망이 없는 동영상 사업자를 유료방송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즉 미국에서 OTT와 관련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해진 시점에 놓였다.

여담으로 2012년에 가서야 각종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사업에 대한 명확한 규정마련을 시작한다.

그에 따라서 방송통신사업자를 크게 지상파방송, 다채널유료방송(MVPD), 공중통신서비스, 정보서비스, 온라인영상공급자(OVD) 또는 가상다채널유료방송(vMVPD)으로 분류하게 된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실시간 방송을 하는 온라인영상공급자(OVD)를 가상다채널유료방송(vMVPD)으로 규정 한다.

즉 OTT 중에서도 실시간 방송을 하는지의 여부를 중요 판단기준으로 보게 된다.

결국 StreamFlicks를 비롯한 VOD 기반 OTT는 다채널유료방송(MVPD)이 아닌 온라인영상공급자(OVD)로만 분류되게 된다.

가장 큰 사업자인 JHO, Amzonia, LOG가 발 벗고 나서 로비를 펼친 덕이다.

그렇더라도 JHO Company에는 NeTube, 더스틴TV, StreamFlicks 등 OVD로 분류되는 대형 서비스(가 될)를 3개나 가지고 있다.

전 세계 복합미디어그룹들이 연합해 반독점 시비를 걸게 된다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에서 2014년을 기해 OTT 관련 규제가 논의되기 시작할 터.


‘팔 때 팔더라도 절대 싸게 팔 순 없겠지.’


참고로 이전 삶에서 2014년에 9억 7,000만 달러로 Amazonia가 게임전문 동영상 플랫폼 더스틴TV를 인수했다.

그 보다 앞 선 2006년에 16억 5,000만 달러에 Googol이 NeTube를 인수했고.

2019년 기준 더스틴TV 매출은 15억 4,000만 달러.

NeTube 매출은 1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두 개의 회사를 포기해야 한다면 배가 몹시 아플 것 같았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잘 키워서 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만약 10여 년 후 JHO Company 산하 OVD 업체를 매각하게 된다면 실리콘밸리 M&A 역사를 새로 쓸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말

분량조절 실패입니다. ㅠ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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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 두 배 성장할 겁니다! +6 24.04.20 1,689 7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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