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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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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G.O.M 센텀시티 지배인이 류지호를 안내하며 말했다.


“최근에 본사가 Eye-MAX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최초 계약은 G.O.M Intrenational이 다소 유리하게 체결되었다.

당시에 Eye-MAX Corp이 캐나다의 중소업체로 영업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국내 Eye-MAX 전용 상영관이 모두 8개였던가요?”

“이번 계약으로 3년 내 12개를 추가해 총 20개관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초대형 스크린 상영관 확대는 시장성과 수요를 분명히 확인한 후에 진행해야 했다.

과거 70mm 상영관조차 한국에 몇 곳 없었다.

Eye-MAX는 멀티플렉스용 상영관(MPX)이라고 하더러라도 공사비가 훨씬 많이 소요된다.

때문에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전용 상영관을 입점하기 쉽지 않다.


“특히 <아바타 Eye-MAX 3D>가 본사와 Eye-MAX 모두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전국 G.O.M 관객점유율 87%를, 특히 서울 2개관에서는 점유율 93%를 차지하면서 국내에 Eye-MAX 3D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까지 Eye-MAX 포맷 영화가 몇 편이나 개봉됐습니까?”

“코엑스점 개장 이후 총 40편을 상영했습니다.”

“새롭게 추가되는 Eye-MAX 전용관은 디지털 프로젝션이 들어갑니까?”

“예.”

“디지털 프로젝션이 대세가 된다고 하더라도 코엑스점과 센텀시티점에는 필름 영사시스템을 남겨두세요.”

“.....?”

“10년이 흘러도 디지털 상영시스템이 Eye-MAX 오리지널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프랭크 머레이가 끼어들었다.


“개발 중인 레이저 프로젝션으로 안 된다고 보십니까?”

“Eye-MAX 주장으로는 Kojak의 비전 65mm 필름을 Eye-MAX로 상영하게 되면 12K라지요?”

“엔지니어들은 16K까지 보고 있습니다.”


영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8~12K로 보고 있다.

반면에 Eye-MAX는 90년대부터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14~16K를 주장하고 있고.

“제아무리 레이저 시스템이라고 해도, 또 8K 영사기 두 대를 겹쳐서 상영한다고 해서 16K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8K 영사기 보다 스크린 밝기가 훨씬 밝다는 것 정도지. 물론 그 차이가 상당합니다만.”


게다가 8K를 구현하는 영사기가 언제 출시될지도 알 수 없다.

만약 DALLSA D-Cinema에서 최초로 출시한다고 해도 과연 사줄 극장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고.

가격이 엄청날 테니까.

과감한 투자의 일환으로 8K 프로젝션을 들여놔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는 이 시기 즈음부터 한국 영화팬들이 진정한 Eye-MAX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게 되었다.

유사 Eye-MAX 영화를 비싼 티켓값을 내고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멀티플렉스의 Eye-MAX관이 디지털 시스템으로 교체되면서 2K 프로젝션 두 대를 겹쳐서 스크린에 쏘는 방식으로 상영을 했다.

진짜 Eye-MAX가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로 4K 프로젝션 두 개로 바꾸긴 했지만, 그 역시 오리지널과 비교가 안 된다.

놀란 감독이 Eye-MAX를 고집하는 것은 겨우 4K 프로젝션 두 대를 겹쳐서 상영하는 시스템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8~12K, Eye-MAX 주장으로는 14~16K의 엄청난 화질의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필름은 필연적으로 열화가 발생합니다.”

“맞아요. Eye-MAX가 자랑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영사시스템은 필름의 열화 방지와 먼지 제거 기능이 썩 훌륭합니다. 그럼에도 열화를 조금 늦추는 정도지만. 어쨌든 그것만 해도 필름 전성기에는 굉장한 기술이었지요.”


때문에 Eye-MAX 필름 전용 프로젝션은 기존 35mm 영사기 가격과 비교해 세 배 이상 비싸다.


“Eye-MAX 필름 영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있지만. 극장의 기본은 관객들에게 완벽한 관람환경을 제공하는 겁니다. 영화상영의 기본은 텔레비전과 비교해서 월등한 화질과 사운드 아니겠습니까?”


멀티플렉스 브랜드 G.O.M이 류지호의 것이라는 걸 모르는 영화팬은 없다.

그런 상영관이 기본을 등한시 한다면 어떻게 될까.

편안한 좌석, 다양한 매점 메뉴, 편리한 예매시스템, 친절한 서비스 등.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극장은 영화 상영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새로운 영상 플랫폼과의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기를 쳐선 안 된다는 점이다.

Eye-MAX가 제시하는 표준 상영관 규격이 아님에도 Eye-MAX라면서 비싼 티켓값을 받는 극장이 수두룩하다.

류지호는 자신의 영화든 놀란 감독의 영화든, 전 세계 관객들이 오리지널(필름)로 감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그것이 장사꾼이 아닌, 영화쟁이의 의무이고 고집이라고 믿었으니까.


“보스께서는 전 세계 Eye-MAX MPX관이 몇 개까지 늘어나길 바라십니까?”


류지호가 고민 없이 즉각 대답했다.


“2020년까지 대략 2,000개?”


이 시기에 약 700여 개다.

10년 안에 1,200여개를 늘려야 한다.


“부담 갖지 말아요. 급격하게 상영관을 늘린다고 다가 아닙니다.”

“콘텐츠가 문제겠지요.”

“빅 파이브 영화시장과 영화 강국에서 Eye-MAX 포맷으로 제작되거나 DMR에 적합한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프랭크 머레이가 평소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혹시.... Eye-MAX를 인수할 때부터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대강.... 그래서 일본과 영국의 현지 프로덕션 오피스의 기반을 다지고 프랑스와 독일 등 영화강국에 투자를 하는 거죠. 허구한 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Eye-MAX로 보는 것도 질릴 거 아니겠어요? 다른 문화 다른 정서의 Eye-MAX 콘텐츠가 골고루 제작되어야 꾸준히 오래갑니다.”


Eye-MAX Corp.은 이전 삶보다 직원이 늘었음에도 300명 규모다.

연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나름 알찬 기업이긴 하지만.

또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고.

그럼에도 큰 회사가 아니다.


‘괜히 리틀 버펫이라 불린 것이 아니구나....’


한 때 Eye-MAX Corp은 파산을 걱정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랬던 기업을 류지호가 인수해 내실 있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실제 류지호가 한 것은 별로 없다.

비전을 제시했을 뿐.

더 놀라운 것은 JHO Company Group 계열사들 면면을 보면 단순히 연관 산업분야의 수직계열화뿐만 아니라, 마치 거미줄처럼 끈끈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극장사업에까지 AI와 IoT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을 때는 많은 이들이 감조차 잡지 못했다.


“캐나다 방문 계획은 없습니까?”

“여유가 좀처럼 나지 않네요.”

“저도 낚시 좋아합니다. 에이든 해멀스와 가끔 바다낚시를 나가곤 합니다.”


Eye-MAX CEO로 취임한지 반년도 안 되어서 류지호의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에이든 해멀스와 낚시를 할 정도로 친분을 쌓은 모양이다.


“캐나다 낚시광들과 함께 할 계획을 세워보세요.”

“하하. 맡겨주십시오.”


캐나다 본사 주도로 기존 필름 포맷이 디지털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추세다.

류지호가 그런 추세에 약간의 제동을 걸었다.

시장성이 충분한 주요 국가에서는 필름 영사시스템을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필름산업이 완전히 종말을 고하기 전까지 유지할 생각이다.


‘Eye-MAX 필름을 위해서라도 Kojak을 사야 하려나....?’


류지호와 저녁식사까지 일정을 소화한 Eye-MAX CEO 프랭크 머레이가 중국으로 날아갔다.

만달그룹 회장을 만나 중국 사업권에 관련한 MOU를 체결했다. 본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중국에서만 개관이 예정됐거나 확보된 Eye-MAX 상영관의 숫자가 177개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 ✻ ✻


[국세청이 황해여객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네모그룹 회장의 탈세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유 회장의 탈세와 비리 수사가 점점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유 회장은 이단 종교의 주요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신도들로부터 성전이나 시설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돈을 걷어서 땅을 사서는 몰래 파는 식으로 이득을 챙기고, 부실경영으로 인한 고의부도를 내거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들을 세워서 상표권 등록을 이유로 돈을 챙기거나, 직위도 없으면서 고문 명목으로 황해여객으로부터 계속 돈을 받아오는 등 심각한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 회장과 황해여객 관련해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방검찰청은 계열사까지 집중 수색에 나서고 있으며, 그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경인신문.


[인천~제주 간 여객선을 운항 중인 황해여객이 15년 간 항로독점권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내 연안여객선 항로의 80% 이상이 1개 사업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독점항로 운항에 따른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항중인 연안여객선 99개 항로 중 보조항로 26개를 포함한 85개 항로가 1개 사업자에 의해 운항되고 있다. 해수부 산하 인천지방해양항만청 관할 노선의 경우 인천-덕적도, 인천-백령도 등 2개 노선만 3개 해운사가 복수 취항하고 있을 뿐 나머지 9개 노선은 모두 1개사의 배들로 채워졌다. 문제는 이처럼 대부분의 항로가 오랜 기간 독점체제로 운행되고 있어 유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겠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YNTV 사회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고 얼마 후.

류지호가 황해여객이란 해운회사를 인수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인수 제안을 황해여객이 단칼에 거절했다.

딴에는 인천~제주간 독점 운항으로 연매출 110억을 거두는 알짜기업이었다.

올해 2월 달에는 한강 수상택시 운영권을 가진 업체까지 합병했다.

그들로서는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해운회사를 하나 만드세요. 그리고 2만 톤 급 선박 구입 계약을 체결하고.”

“새로 배를 건조하려면 최소한 1년 7개월은 걸립니다.”

“그럼 중고로 구입하되 건조한지 3년이 넘지 않는 여객선을 구입하도록 해봐요.”


해운회사를 설립하면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영세한 연안여객 업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란 명분이 있습니다. 연안여객선주 협회와 해운사들이 들고 일어나서 여론도 그들 편이고.”


마치 대기업이 골목 빵집과 유통 시장까지 집어삼키는 꼴이라나.


“언론을 이용했습니다. 파보니까 황해여객의 실질 소유주가 문제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네모그룹을 조사해 보니 온갖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YNTV 독점으로 다수의 비리의혹이 매스컴을 수놓았다.

대부분이 단순 의혹 수준이 아니었다.

속속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때서야 수사기관이 나섰다.

대기업의 횡포를 주장하고 나섰던 해운사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연안여객사업 진출도 막아야 하고, 황해여객의 탈세 및 비리 조사가 다른 연안여객 해운사까지 번지는 것도 막아야했다.

오너의 주요 관심 사업이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가온그룹 회장까지 나섰다.


“법적으로 우리가 연안여객 사업에 진출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해수부는 기존의 해운업계가 독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익성이 낮아서라고 설명합니다. 불가피한 업계 현실이라는 겁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계획입니까?

“저희도 그와 똑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타 사업자들이 신규면허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온이 신규면허를 신청했습니다. 좀 더 저렴하고 친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서....”

- 기존 업체들이 낮은 수익성으로 안전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있겠느냐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우리가 해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업계를 리서치한 결과.... 국내에서는 고가의 여객선 가격을 이유로 노후화 기준에 대해 얘기하길 꺼려한다는 겁니다. 가온이 인수를 제의한 모 해운사의 선박은 이미 외국에서 15년 넘게 운영됐지만 한국에 들어와 독점 노선의 대표적인 선박으로 버젓이 운항되고 있습니다. 가온이 인천~제주 노선 사업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자,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운영된 여객선을 부랴부랴 구입하겠다고 하더군요.”

- 가온그룹은 다를 것이라 자신하십니까?

“우리는 해양전문가 그룹에 용역을 주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연안여객의 영세화가 구조적인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시장 자체가 작기는 하지만 40개 사업자가 1~2척의 배를 갖고 나눠 먹기식으로 운항하다보니 수익이 좋아질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 그 대안이 대기업이란 말입니까?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집어 삼킨다는 비판도 감수하면서?

“경쟁이 없으면 발전도 없고 고인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국내외 해양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현재 한국 연안여객업계의 병적인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장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고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등을 운항하는 대형 선사들도 통폐합을 통해 수익구조의 개선을 꾀하는데 여객선사만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언론사 논조에 따라 일정 부분 왜곡되어서 기사가 나갈 것임을 알면서도 래리 킴 회장은 강한 주장을 전개했다.

반드시 해운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주기라도 하듯이.


“안전은 비용입니다. 자본이 없으면 안전도 담보하기 힘듭니다. 국민들은 몇 년 주기로 페리호 침몰 사건을 겪고 있습니다. 해난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이미 사고가 벌어지고 난 후에 조치하면 늦습니다.”

- 일각에서는 안전에 투자여력이 없는 선사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통폐합을 주도해 선사들이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게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그럼에도 안전부분에 지출을 안 하는 해운사가 있다면 외국처럼 출항정지 등 강력한 패널티를 부여함으로써 수익구조에 타격을 줘야 합니다. 선사들이 안전관리에 소홀치 못하게 해야 합니다.”

- 여객선 사업을 시작으로 해운업에도 진출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가온그룹이 유통과 물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해운업의 주요 분야인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은 3대 해운 얼라이언스 체제로 고착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규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중소형 해운사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바, 따라서 가온그룹은 국제 해운업 진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해운시장은 세계경제 성장률과 궤를 같이 해온 대표적인 경기민감업종이다.

2010년대 전반에 걸쳐서 세계경기가 매우 민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온그룹으로써는 성급하게 해운업에 진출할 이유가 없었다.

가온그룹의 국내 연안여객업 진출과 황해여객의 탈세혐의 조사 이슈로 떠들썩한 가운데.

매해 발생하고 있는 페리호 사고에 불안해하던 대중들이 한국의 해운업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속속 진실이 드러나면서 가온그룹의 연안여객 진출을 막을 명분이 점점 약화됐다.

다만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접고 떠났던 그간 대기업의 행태로 보아, 사업 철수로 인해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에 대한 대중적인 우려가 있었다.


“저희 그룹은 이익과 상관없이 최소 30년 간 사업을 유지한다는 계약을 해수부와 체결할 것입니다.”


사실 인천~제주도 노선은 여객수송으로는 그리 큰돈이 되지 않았다.

이미 국내선 저가 항공노선도 꽤 잘 나와 있다.

여행객들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해를 선호하지도 않는 경향으로 바뀌기도 했고.

고등학교 수학여행, 대학 동아리, 등산모임 등 단체손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상 황해여객의 실질적인 운행 목적은 화물수송에 있었다.

제주도로 향하는 화물의 50%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온다.

이들 화물이 황해여객이 독점한 인천~제주 항로로 수송된다.

한창 성수기에는 화물을 실으려는 트럭이나 컨테이너들이 1㎞ 이상 줄을 설 정도다.

이전 삶에서 끔찍한 해상사고의 원흉이었던 선박 역시 여객운송보다 늘어나는 화물 수송과 독점권 유지를 위해 구입했던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황해여객의 인천~제주 여객선을 ‘화물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에는 마피아에 빗대어 부르는 이권카르텔 종류가 다양하다.

해운·항만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가온그룹의 연안여객업 진출에 대해 가장 크게 반발한 집단도 바로 항만·항운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특히 1998년부터 인천~제주 여객선의 화물 하역을 독점해온 모 업체가 온갖 인맥을 동원해 언론플레이를 펼쳤다.

그들은 카르텔의 일원인 여당의 인천지역 위원장이자, 인천항만물류협회장과 함께 가온그룹의 연안여객업 진출을 막기 위해 지저분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류지호의 부친인 류민상이 괴한들로부터 협박전화까지 받았다.

협박범은 일주 일만에 검거되었다.

연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다.

한국선급, 해운조합, 해양수산부 퇴직 간부출신 민간업체 임원 등 제법 많은 이들이 연루된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니면 딴에는 절실했던 것일까.

감히 글로벌 최고 부자의 가족을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

결국 소위 항만·항운피아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탈탈 털렸다.

주로 해양수산부 퇴직 간부들이 재취업하는 곳들이었는데,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어 수많은 부정이 밝혀졌다.


‘깜도 안 되는 것들이....감히!’


황해여객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버티기, 여론전, 정치권과 연합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가온그룹에 해운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네모그룹 회장의 이단종교단체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온그룹의 연안여객업 진출 이슈로 시작했지만, 사이비 종교의 부정부패까지 확대되었다.

더 파다보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그 어떤 곳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잡다한 자회사들이 있던데, 그건 가져오지 마세요.”

“해운사만 인수하란 말씀이십니까?”

“인천~제주 노선만 필요하니까. 배가 몇 척인지 모르지만. 새로운 선박이 갖춰질 때까지만 운행하고 고철로 팔아버리세요.”

“혹시 크루즈선을 생각하십니까?”

“사주면. 본전 뽑을 수 있겠어요?”

“새만금의 신항만과 연결하면.....”

“싱가포르, 홍콩, 대만, 오키나와, 새만금으로 이어지는 크루즈 노선도 고민해 보세요.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이전 삶에서 침몰했던 황해여객의 6000톤 급 여객선을 새로 건조하기 위해서는 대략 600억 원이 필요했다.

좀 더 고급스럽게 배를 꾸민다면 800억 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의 여객선은 20년 가까이 일본에서 운항한 배를 117억 원에 들여와 30억 원을 들여 보수한 후 운항했다.

선박 보수 과정에서 온갖 불법 증축과 법률 위반이 자행되었다.

대부분 한국의 연안여객 해운사들은 5000~6000 톤 급 중고 여객선을 200억 원 정도를 주고 일본에서 수입해서 운영하고 있다.

법적 선령 제한이 다가오면, 다시 제3국에 중고로 파는 식이다.


“국내 조선소에서는 못 만들어요?”

“그쪽 전문가들 말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 답니다.”

“수요가 없어서?”

“한국의 대형 조선소는 주로 초대형 탱크선이나 원양어선, 크루즈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데, 그런 배를 만들던 초대형 도크에 여객선을 올려놓아서는 적자라는 겁니다.”

“중급 조선소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물론 2000톤 급 이하 여객선을 중소 조선회사들이 꽤 많이 만들곤 있습니다. 그런데 5000~6000 톤 급이 조선소 입장에서는 애매하다고 합니다. 중소 조선소가 만들기에는 너무 크고, 메이저 조선소가 만들기에는 또 작은.”

“이것 참... 조선 강국인 한국을 놔두고 해외 업체에 수주를 줘야 한다는 거네.”

“게다가 카페리호나 초쾌속선 같은 경우 한국에서는 표준 선형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국내 조선소에서는 초기 제작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알겠어요. 중고 여객선을 사오더라도 오래 운항한 배는 들여오지 마세요. 돈 걱정도 하지 말고.”

“선박 전문가들 말을 종합해보면 선령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30년 선령의 배도 유지 보수만 잘하면 운항에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외국의 경우도 보통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그렇겠죠. 문제는 항상 탐욕과 불법이죠. 불법 증축, 평형수 제거 기타 등등. 매달 해상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업계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으니까...”


실제 바다낚시가 유행하면서 툭하면 해상사고가 벌어지곤 한다.

선사도, 승선하는 사람도, 안전 불감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에.

암튼 중요한 것은 이전 삶에서 대통령 탄핵까지도 불러왔던 비극적인 해양사고가 벌어질 여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적어도 인천~제주 노선에서는.


“저어.... 진짜 2만 톤급 여객선을 운항하시려고요?”

“그래야 다른 똥파리들이 끼어들지 않죠.”


간이 큰 것인지 개념이 없는 것인지.

감히 류지호의 부친에게까지 협박질을 자행했던 이들이 해운·항만마피아다.

만만한 사업을 전개하다보면, 별의 별 양아치들이 다 들러붙을 터.

해수부 전직 간부들이 감히 찔러보지도 못할 정도의 연안여객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적자가 상당할 겁니다.”

“돈 벌기 위해 인천~제주 노선 해운사 인수하려는 거 아닙니다.”

“예?”

“직원복지도 겸해서 인수하려는 겁니다.”

“.....?”

“크루즈급은 아니겠지만, 직원들이 제주도로 여행할 때 인천이나 새만금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가면서 힐링을 하거나 추억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어요? 비록 6~12시간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신사업추진단장이 어이가 없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직원 복지 차원이시란 말씀이십니까?”

“나중에 소형 크루즈 하나 구입해서 인천~새만금~다도해~부산~경주~속초~울릉도까지 이어지는 관광노선을 만들 수도 있고.”


그룹 수뇌부들은 크루즈 사업이 새만금에 조성되는 테마파크 고객을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에 실무자들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손대는 것마다 실패한 적이 없는 류지호의 기획이었기에.

신사업추진단장은 금방 고민을 접었다.

해운사의 사업방향과 수익 문제는 새롭게 꾸려질 경영진이 고민할 부분이니까.


작가의말

보람 찬 한 주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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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 Légion d’honneur. +4 24.05.03 1,703 71 24쪽
845 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6 24.05.02 1,651 72 28쪽
844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4 24.05.01 1,603 89 28쪽
843 칸 영화제. (3) +8 24.04.30 1,546 96 26쪽
842 칸 영화제. (2) +5 24.04.30 1,434 74 26쪽
841 칸 영화제. (1) +3 24.04.29 1,567 84 25쪽
840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2) +4 24.04.27 1,673 72 27쪽
839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1) +4 24.04.26 1,670 76 24쪽
838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5 24.04.25 1,649 73 24쪽
837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3) +4 24.04.24 1,635 72 28쪽
836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2) +3 24.04.23 1,632 71 25쪽
»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1) +6 24.04.22 1,666 76 23쪽
834 두 배 성장할 겁니다! +6 24.04.20 1,689 74 25쪽
833 불한당(不汗黨). (10) +6 24.04.19 1,591 71 29쪽
832 불한당(不汗黨). (9) +2 24.04.18 1,536 68 26쪽
831 불한당(不汗黨). (8) +8 24.04.17 1,526 78 22쪽
830 불한당(不汗黨). (7) +6 24.04.16 1,536 74 24쪽
829 불한당(不汗黨). (6) +5 24.04.15 1,576 75 26쪽
828 불한당(不汗黨). (5) +6 24.04.13 1,667 71 27쪽
827 불한당(不汗黨). (4) +9 24.04.12 1,678 80 30쪽
826 불한당(不汗黨). (3) +6 24.04.11 1,625 79 24쪽
825 불한당(不汗黨). (2) +5 24.04.10 1,648 80 24쪽
824 불한당(不汗黨). (1) +10 24.04.09 1,739 79 26쪽
823 미래의 성장 동력. (3) +8 24.04.08 1,764 83 28쪽
822 미래의 성장 동력. (2) +6 24.04.06 1,789 78 23쪽
821 미래의 성장 동력. (1) +7 24.04.05 1,844 73 24쪽
820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게임기? +9 24.04.04 1,825 72 22쪽
819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4) +5 24.04.03 1,760 86 22쪽
818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3) +3 24.04.02 1,733 79 20쪽
817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2) +4 24.04.01 1,773 7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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