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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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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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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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1층 : 퀘스트(2)

DUMMY

현우를 둘러싼 고블린들은 아까와는 달리 섣불리 덤벼드는 대신, 거리를 유지한 채 준비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홉고블린이 공격을 시작하면 보조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현우는 그리 예상했고, 그 예상이 맞았다.

홉고블린은 느긋하게 걸어오더니, 레이피어를 쥔 손을 뻗었다. 그리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우는 쉽게 쳐내고 반격했지만, 홉고블린은 방패를 움직여서 현우의 반격을 막았다.


“이 정도 속도군.”


홉고블린은 그리 중얼거리더니 레이피어를 든 팔을 뒤로 뺐다. 그러자 도끼병, 검병, 철퇴병이 현우를 노리고 덤벼들었고, 방패병 뒤쪽에서는 창병이 날아와 현우에게 창을 내리꽂으려 했다. 현우는 두 칼을 교차하여 창병의 창을 낚아채 붙잡고, 홉고블린에게 창병을 던졌다. 팔을 뻗으려고 했던 홉고블린은 날아오는 창병을 막기 위해서 방패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나머지 고블린들이 현우에게 접근해서 무기를 휘둘러댔다. 다리와 허리, 팔을 얻어맞았다. 팔과 다리는 버틸 만했지만, 허리는 맞은 부위를 또 맞아서 욱신거렸다.


현우는 반격하여 고블린 둘을 죽이고, 하나의 가슴을 찔렀다. 가슴 쪽은 사슬갑옷에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고블린은 죽지는 않았지만, 폐부를 파고드는 고통 탓에 움직이지 못하고 켈록- 켈록-하는 소리를 내며 기침을 해댔다.

현우는 그 틈을 타서 그 고블린을 죽이려 했지만, 홉고블린이 움직이려는 기색을 보였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검을 들어 대비했다.


예상대로 홉고블린은 팔을 뻗어 레이피어로 현우를 찔렀다. 현우도 나름대로 방어하려 했으나, 홉고블린이 팔을 뻗는 속도가 마치 총알과도 같아 미처 쳐내지 못했다.


홉고블린의 힘은 고블린 따위와는 격이 달랐다. 레이피어는 단숨에 현우의 손목을 보호하고 있던 사슬갑옷과 가죽갑옷, 그 안에 받쳐 입은 천옷을 꿰뚫고 상처를 만들었다.


"크윽!"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니었기 때문에, 피가 금세 멎긴 했지만, 손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는 탓에 손이 둔해졌다. 현우는 손이 찔린 와중에서도 다른 팔로 반격해보려 했지만, 홉고블린은 어느새 칼을 뻗은 팔을 다시 뒤로 당기고 방패로 몸을 막아선 채였다. 이대로 공격해봐야 방패에 막힐 테고, 막히면 바로 반격당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현우는 자기 주머니에 고이 모셔져 있는 상처 치료 물약 4개를 믿어보기로 했다.


현우는 들고 있던 칼 두 자루를 모두 홉고블린에게 던진 뒤, 주머니에서 대형 방패를 꺼내서 그걸로 방패병을 후려쳤다.

그 사이, 다른 고블린들이 검, 철퇴, 도끼로 현우의 몸을 찍어대고, 홉고블린이 뻗은 레이피어가 등짝을 뚫었지만, 현우는 꿋꿋이 한 번 더 방패를 내리찍었다.

현우의 힘이 훨씬 셌고, 대형 방패는 칼이랑은 비교할 수 없는 무거운 물건이었기 때문에 방패병은 더 버티지 못하고 방패를 놓쳤다.

현우는 한 번 더 방패로 방패병을 내리찍어 확실하게 마무리했지만, 그 대가로 현우의 몸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연이은 고블린들의 공격에 사슬갑옷의 사슬이 끊어지고 가죽 갑옷도 찢어졌다. 드러난 살갗에는 도끼와 칼에 찢긴 상처와 철퇴에 얻어맞아 생긴 멍이 드러났다. 그래도 고블린들의 공격은 피부만 상하게 했을 뿐,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홉고블린의 찌르기. 그로 인해 생긴 상처는 뼈를 긁거나 내장을 후벼 파는 등 하나같이 치명상이었다.

아프기도 아프고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현우는 힘을 짜내어 대형 방패를 앞세워 방패병이 있던 방향으로 돌진했다.


그 뒤에 있는 건 창병과 투석병이었던 창병뿐. 원래부터 창을 다루던 고블린들은 그나마 두 다리로 땅을 단단하게 디디면서 현우를 막아섰으나, 수가 적었고, 투석병이었던 고블린들은 창을 다루는데 미숙해서 현우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 현우와 창병들은 한데 얽혀 바닥에 쓰러졌다. 현우는 몸을 웅크리고 대형방패로 몸을 덮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상처 치료 물약을 꺼냈다.


현우는 이빨로 코르크 마개를 뽑아낸 뒤, 물약을 마셨다. 물약의 느끼한 피 맛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몸 전체가 따듯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상처 입은 부위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는데, 몇 초가 지나자 뜨거움이 식으면서 새살이 돋아놨다.

몸을 지배하던 고통과 싸움으로 인한 피로가 사라지자 현우는 주머니에서 창 한 자루를 뽑아 든 후, 몸을 덮고 있던 대형 방패를 걷어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현우는 가장 가까운 고블린을 향해 창을 뻗었다. 창은 고블린의 안면을 부수고 머리를 헤집었다. 죽은 고블린이 축 늘어지자, 현우는 창을 크게 휘둘러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홉고블린에게 던졌다.


홉고블린은 방패를 휘둘러서 날아오는 고블린을 쳐냈다. 그리하여 방패가 사라진 순간, 현우는 창을 치켜들고 발로 땅을 박차 홉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홉고블린은 급히 방패를 휘둘러서 창을 쳐냈으나, 창은 완전히 비껴가지 않고 홉고블린의 옆구리를 사슬갑옷과 함께 찢었다.


“노련하군.”


홉고블린은 자기가 다친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말하며 방패와 레이피어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아까처럼 방패로 막고 레이피어를 찔렀다.

움직임이 조금 둔해지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침착한 반격으로 인해 현우의 팔이 조금 찢어졌다.


‘이대로면 불리해.’


현우는 속으로 침음성을 삼키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했다. 창은 그리 익숙한 무기가 아니었다. 이대로 공격을 주고받으면 자신의 상처만 늘어날 게 틀림없다. 그렇다고 무기를 바꿀만한 시간도 없었다. 아직도 고블린들이 꽤 남아있었고, 사방에서 현우를 공격하고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갑옷이 너덜너덜해졌으니 고블린의 공격도 마냥 맞아줄 수는 없었다.


현우는 바삐 창을 움직이며 접근하는 고블린들을 찔렀다. 언제라도 홉고블린의 찌르기를 막기 위해서 얕게 찔렀기 때문에 고블린을 물러나게만 할 뿐, 죽일 수는 없었다.


‘남은 상처 치료 물약은 세 개.’


남아있는 상처 치료 물약의 숫자를 셈한 현우는 조금 아깝기는 해도 물약을 믿고 몸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현우는 창을 치켜들고 홉고블린을 향해 돌진했다. 고블린들의 도끼와 검이 몸을 베고 창이 몸을 찔렀지만, 현우는 오직 홉고블린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홉고블린이 레이피어를 뻗은 순간, 같은 곳을 노리고 창을 뻗었다.


창날과 칼날이 서로 맞부딪혔다. 힘이야 홉고블린이 더 셌지만, 현우는 양손으로 창을 쥐고 있었고 무게도 창이 더 무거웠기 때문에 충돌에서 밀려난 건 레이피어였다. 레이피어를 밀어낸 창날은 홉고블린이 레이피어를 쥐고 있는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몸을 날려서 홉고블린을 쓰러뜨렸다. 둘이 쓰러지자 다른 고블린들은 현우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현우는 그 순간 창을 놓고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고블린이 휘두른 무기들은 홉고블린을 때렸다.

물론, 현우와 마찬가지로 홉고블린도 갑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공격이 상처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벌기엔 충분했다.


현우는 주머니에서 상처 치료 물병을 꺼내 들이켰다. 약효가 퍼져서 상처가 낫기 시작하자 주머니에서 얼마 전 죽인 홉고블린이 쓰던 대검을 꺼내서 홉고블린을 쳤던 고블린들을 베었다. 급하게 휘두르느라 목을 정확하게 베지는 못했지만, 대검은 갑옷마저 갈라버리며 고블린들을 동강 냈다.


‘진작 이걸로 싸울걸.’


현우는 예상외로 강력한 대검의 위력에 감탄하고, 후회했다. 어쩐지 블러드 임프의 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파리지옥을 동강동강 잘 썰어대더니, 일반 무기보다 강화된 무기였던 모양이다. 아까 창 대신 이걸 꺼냈다면 두 번째 상처 치료 물약을 아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현우의 기분을 조금 우울하게 했다.


하지만 그 우울함은 좋은 무기를 얻었다는 기쁨과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묻혀 금세 사라졌다. 현우는 고블린을 벤 즉시, 몸을 일으키고 있는 홉고블린을 찔렀다. 홉고블린은 방패를 들어서 대검을 막았으나, 그 충격에 상체가 밀려서 다시 쓰러졌다.

현우는 다시 대검을 휘둘러서 덤벼드는 고블린들을 베어버리고 쓰러진 홉고블린의 다리를 베었다.


“크아아아악!”


두 다리가 잘리자 홉고블린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현우는 괴로워하는 홉고블린의 목을 대검으로 찔러서 고통을 덜어주었다. 이후로는 어려울 게 없었다. 투석병들이 다시 슬링을 들어 돌멩이를 던져대긴 했지만, 이미 숫자가 많이 줄어서 마법 슬링으로 던지는 돌멩이만 조심해서 피하면 되었다. 몇몇 고블린은 방패병들이 사용하던 대형 방패를 주워서 방패병 행세했지만, 방패병만큼의 요령이 없어서 현우가 대검으로 한 번 내리찍으면 팔이 부러졌다.


남은 고블린들을 처치한 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이기기는 했지만, 자신이 잘해서 이긴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조금만 버거워도 도망간다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고블린들이 둘러 싸버리니 도망칠 수가 없었다. 애초에 포위했을 때의 대처도 세워두지 못한 한심한 계획이었다.


여분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상처 치료 물약을 2개나 쓰고, 좋은 대검이 있어서 이길 수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도 상대한 고블린들이 경험이 부족한 편이었고, 변변찮은 마법 도구도 없었으니 살아남았지, 물약, 마법 도구, 스크롤 같은 걸 가지고 있었으면 죽은 사람은 현우였을 확률이 높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싸운다면 머지않아 죽은 에리샤와 다시 만날 것 같았다. 현우는 마법 막대 슬링과 죽은 고블린들의 장비 중 쓸만한 것들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다음 전투 때는 어떻게 싸울지 고민했으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현우는 생각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동족의 비명소리가 들리길래 와봤더니, 한발 늦었군. 죽은 건··· 이테하란 녀석이군. 그러게 나와 같이 가자니까··· 경험도 없는 녀석이······.”


그곳에는 홉고블린 하나와 그 홉고블린이 이끄는 고블린 스물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우는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요 며칠 평소보다 운이 좋더라니, 그 반등이 지금 온 건가?

더 불운한 점은 저 홉고블린은 현우가 알고 있는 홉고블린이라는 점이다.


“상검사?”


현우는 얼마 전, 지옥문을 열었을 때 상처 입었다는 이유로 물러났던 홉고블린을 떠올렸다. 그 생각이 맞았는지, 홉고블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내 별명을 어떻게? 아!”


그제야 상검사 역시 현우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는 잠시 죽은 홉고블린의 시체와 현우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그때 그 인간이군. 나중에 돌아오니, 블러드 임프 하나와 홉고블린 둘을 죽였더군? 다른 고블린들을 죽인 거야 블러드 임프의 솜씨 같던데, 블러드 임프와 홉고블린 둘은 네 솜씨더군. 꽤 괜찮은 솜씨야.”


현우는 상검사가 들고 있는 대검을 바라보았다. 상검사(傷劍士)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특이한 대검이었다. 마치 철사 수백, 수천 개를 꼬아 만든 듯한 기괴한 검이었는데, 철사와 철사를 엮어 생긴 미세한 틈새에서는 사이한 기운이 물씬 피어올랐다. 척 보기에도 마법 무기였다.


무기를 떼어놓고 봐도 상검사의 몸에서 풍기는 기세는 아까 상대한 홉고블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에리샤를 죽인 후드를 눌러쓴 홉고블린을 제외하면, 현우가 만난 그 어떤 홉고블린보다도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검사가 이끄는 고블린들 역시 아까 싸운 고블린들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싸운다면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현우는 바짝 긴장하며 필사적으로 도망칠 방법을 궁리했다. 하지만 이후 상검사의 말을 듣자 그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굳은 얼굴로 바짝 긴장한 현우를 바라보던 상검사는 갑자기 표정을 풀고 여유로워 보이는 미소를 짓더니 양팔을 활짝 펼쳤다.


“그러니, 나랑 거래해보는 건 어떤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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