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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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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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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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 1층 : 악마와 헛수작(2)

DUMMY

목마기수는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착실하게 현우와 상검사를 안내했다. 목마기수가 안내한 곳에는 천이 넘는 고블린들이 모여있었다. 고블린들은 현우를 봐도 상검사와 목마기수를 보고는 ‘홉고블린들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하는 태도였다.


홉고블린들도 인상을 팍 찌푸리기는 했지만, 옆에 있는 목마기수를 보자 뭐라 말하지는 않았다. 상검사는 고블린들이 자신을 바라보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자 목마기수에게 말했다.


“그만. 여기서부터는 따로 갈게.”


상검사의 말을 들은 목마기수는 그 말이 못마땅한지 미간을 찌푸렸다.


“최전선은 위험할 텐데.”

“내 목숨 정도는 부지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래도 딥 후드는 만나보는 게 어떤가? 널 보면 무척 반가워할 텐데.”

“됐어. 인간이 함께 있잖아. 그 녀석은 인간을 엄청나게 싫어하니까 이번 전투가 끝나고 인간과 헤어지면 그때 만나지. 괜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


그러자 목마기수는 으르렁대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너, 인간을 살려준다는 걸 당연하게 말하는군.”


목마기수가 적의를 표하자 주변의 홉고블린들이 움찔하더니 무기를 들었다. 그러자 목마기수는 침착함을 되찾고 손을 들어 올려 다른 홉고블린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가 어려있었다.


“에리아, 우레우크, 아르도르, 이르돈. 모두 그 ‘학살자’에게 죽었어. 그 녀석들은 내 친구였고, 딥 후드의 친구였고, 네 친구였어! 아니면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학살자는 죽음으로 그 죄를 갚았어. 단순히 종족이 같다는 이유로 모든 인간을 적대하는 것은 옳지 않아.”


상검사가 현우를 변호하였으나, 목마기수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흥! 어차피 인간과 우리가 화합할 방법 따윈 없어. 화합하는 순간, 우린 모두 굶어 죽어. 우리가 동족 포식을 할 게 아니라면 타종족과 화합할 수 없어.”

“모두와 화합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우린 지성체야. 목적이 맞으면 동맹을 못 할 이유는 없어.”

“차라리 코볼트를 동맹으로 삼았다면 이해하겠어! 그런데 감히 인간을······.”


목마기수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창을 들어 현우를 겨누었다. 그러자 상검사가 현우의 앞을 막아서며 목마기수를 노려보았다.


“네가 옛 친구들의 이름을 말한다면, 나도 야르누, 오즈마, 우르칸, 이르시프, 이르시판을 말하겠어. 딥 후드 녀석이 방패로 쓰고 죽였지. 그러면 난 내 친구들을 죽인 딥 후드와 널 포함한 친위대를 증오해야 할까? 아니야. 난 적어도 그런 이유로 딥 후드를 싫어하지는 않아. 내가 녀석을 비난하긴 하지만, 그게 내 친구들을 죽였기 때문은 아니야.”

“학살자의 학살과 동족의 영웅을 만들기 위한 희생을 동일시하겠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야. 단지 개인의 죄를 종족에 뒤집어씌우는 건 불합리하다는 거야.”


목마기수는 그 말에 대해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상검사의 말이 빨랐다.


“난 너와 토론하고 싶지 않아. 어차피 너나 딥 후드의 생각이 바뀔 거라곤 생각 안 해. 아니, 다른 고블린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너나 딥 후드, 다른 고블린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내 생각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

“다들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네가 잘못되었다는 뜻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둘은 잠시 서로를 노려보았다. 잠시 후, 상검사는 눈에 힘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내가 딥 후드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거야. 너도 이런데 딥 후드는 어떻게 나오겠어?”


상검사의 말을 들은 목마기수도 한숨을 내쉬었다.


“넌 어렸을 때부터 이상했어. 그래도 그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엘드윈을 섬긴 뒤에는 더 심해졌어. 이제는 봐주기 힘들 정도야. 좋아. 마음대로 해. 이렇게 이상하게 변한 너를 보면 딥 후드는 크게 실망할 거야. 차라리 네 말대로 네가 좀 정상이 된 뒤에 만나게 하는 편이 낫겠어.”


목마기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홱 돌려 사라졌다. 목마기수가 사라지자 상검사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현우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이제 목마기수는 널 신경 안 쓸 거야. 목마기수가 같이 있었으니까 나머지도 네가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파할 테니 이번 싸움에서 고블린에게 공격받을 일은 없을 거야.”


현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남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런데 방금 이야기는?”


현우가 묻자 상검사는 억지로 지은 미소마저 사라진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


“···남의 과거사를 묻는 건 인간의 예의에도 어긋난다고 알고 있어. 네가 사는 세계는 다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묻지 말아줘. 딥 후드를 죽이겠다는 결심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의 계약도 그대로야. 그러니까 지금은 싸우는 데 집중하자.”


상검사는 그렇게 말하더니 입을 꾹 닫고 걷는 데 집중했다. 현우도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 분명, 딥 후드에 대한 증오는 진심으로 보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딥 후드, 목마기수, 상검사 셋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주변에 고블린들이 깔려있어서 떠들기 좋은 환경도 아니었다.


전장이 보이는 위치까지 걸어온 현우와 상검사는 곧이어 있을 전투를 대비해 적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개미 쪽은 현우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병정개미 수천 마리가 바글거리고 있었는데, 징그럽긴 했어도 무섭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병정개미는 기껏해야 고블린 하나 정도고, 아무리 잘 싸워봐야 경험 없는 홉고블린 수준이었다. 코볼트와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해온 현우에겐 어렵지 않은 상대일 것이다.


현우는 개미들에 관심을 끊고, 진짜 난적이 될 코볼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저 새끼들은 정도라는 것을 모르나?’


코볼트 측 진형을 바라본 현우는 너무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코볼트들의 최선두에는 코볼트 철상 하나가 서 있었다. 몸은 각종 무구를 녹여서 만든 원통을 다닥다닥 붙여서 만들었으며, 관절 부위나 꼬리는 원통 대신에 크고 작은 철구를 넣고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전기를 불어넣어서 움직임을 자유롭게 했다. 무기는 없었지만, 키가 10m가 훨씬 넘는 거대한 강철 거인은 그 자체가 무기였다.


아무리 코볼트라도 저렇게 무거운 걸 혼자 조종할 수 없었다. 코볼트 다섯이 거상 안에 들어가 세심하게 조종하고 있었고, 서른이 넘는 코볼트가 거상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단순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드는지, 전기를 공급하는 코볼트들은 입에 원기 회복 물약을 물고 조금씩 목구멍으로 흘려 넣고 있었다.


처음엔 코일건, 다음엔 대포. 이제는 로봇까지. 코볼트라는 종족은 볼 때마다 현우의 머리를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다. 그 광경을 본 고블린들은 다른 의미로 머리가 어지러운 모양이었다.


“저런 건 처음 보는데? 무기가 박히기는 할까?”

“만약 무기가 안 통하면 저걸 무슨 수로 상대하지?”


고블린은 공포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욕을 잃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코볼트 거상과 그 거상의 뒤쪽에 배치된 13문의 대포는 전술을 짜는데 익숙한 홉고블린들에게도 답이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고블린들이 주춤한 것을 느낀 것인지, 코볼트들의 사기는 더 높아졌다. 그 기세를 타서 코볼트 하나가 강철 코볼트를 지나서 전장의 중심으로 달려왔다.


“이 하찮은 것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동족을 죽이고 보물을 탐내? 오늘 내가 너희들을 모조리 으깨서 먹이사슬을 바로 세우리라! 나와라! 딥 후드! 목마기수! 나와 결투하자! 둘이 동시에 덤벼도 좋다!”


그 코볼트는 0.5m는 되어 보이는 강철 기둥을 장갑처럼 낀 채 그걸 쾅쾅 부딪혔다. 쇠기둥이 부딪칠 때마다 천둥소리에 버금가는 소음이 방 전체에 울렸다. 그 울림소리에 맞춰 다른 코볼트들이 기둥을 착용한 코볼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소우룬! 소우룬! 강철 주먹 소우룬!”


전투를 거듭하여 종족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건 인간이나 고블린뿐이 아니다. 코볼트 중에서도 일반적인 동족들보다 훨씬 강한 개체는 존재한다. 다만, 고블린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코볼트들은 어느 정도 힘을 얻으면 바로 2층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것뿐이었다.


만약 소우룬도 아티팩트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 곧바로 2층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아티팩트에 대한 소식을 들었고, 그걸 차지하기 위해 동족을 모았다. 그들에게는 고블린들이 가진 보물과 자신이 가진 보물을 약속했다. 어차피 2층으로 내려간다면 더 좋은 마법 도구나 장비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층에 도달할 실력을 갖추었기에, 소우룬은 코볼트를 학살한 딥 후드나 목마기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는 강철기둥을 부딪히거나 팔을 들어 올려 허공에 마구 흔들거나 허공에 전기를 뿌리는 등 자기를 과시하면서 딥 후드와 목마기수를 도발했다.


하지만 딥 후드와 목마기수는 굳이 나서서 결투하지는 않았다. 고블린에게 사기라는 개념이 없으니, 결투를 해봐야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딥 후드는 품에서 스크롤 한 장을 꺼낸 뒤, 소우룬을 차갑게 비웃었다.


“미안하지만, 너희가 싸워야 할 건 우리가 아니야.”


딥 후드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들고 있는 스크롤을 찢었다. 스크롤이 찢어지자 그 찢어진 자리에는 보라색 덩어리 같은 게 나오더니 강렬한 빛으로 변해 방을 뒤덮었다.

얼마 전에 같은 물건을 사용했기 때문에 딥 후드가 사용한 물건이 무엇인지 깨달은 현우는 비명을 내질렀다.


“미친 새끼! 여기서 지옥문을 연다고? 어떻게 감당하려고!”


지옥문 생성 스크롤은 범위 내 생명체의 숫자와 힘에 비례하여 악마를 소환하는 스크롤이었다. 이전에 현우가 사용했을 때는 홉고블린 셋, 고블린 수십, 홉고블린 보다도 약했던 시절의 현우 한 명. 이렇게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악마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수천에 달하는 개미병사들, 천이 넘는 고블린들과 그 고블린들을 이끄는 홉고블린 수십. 일백이 넘는 코볼트 무리가 있었다.


딥 후드가 만들어 낸 보라색 빛은 그 모든 그림자를 집어삼킨 뒤, 위로 솟아올라 검게 소용돌이쳐 지옥과 연결된 차원문을 열었다. 그 크기는 이전의 현우가 열었던 차원문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다랬다.


크기가 커서 그럴까? 아니면 지옥문 너머에 있을 악마의 수준 차이 탓일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빠져나와 지상으로 추락했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관문에서 빛이 쏘아지더니 그 너머에 있는 악마들이 한 번에 소환되었다.


수천의 병정개미, 천이 넘는 고블린, 백이 넘는 코볼트가 있었음에도 널찍했던 방이 순식간에 악마들로 가득 찼다. 자신만만하게 떠들던 소우룬도 입을 다물었고, 고블린들도 뒤이어 있을 전투를 대비해 숨죽이고 대기했다.


지옥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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