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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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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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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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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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 1층 : 낙원을 뒤로하고(3)

DUMMY

현우는 딥 후드에게 패한 순간, 왜 졌는지를 생각했다. 힘도, 속도도 자신이 우위였다. 하지만 딥 후드는 현우와 달리 현실에 얽매여있지 않았다.

기묘하게 휘던 화살, 땅에 꽂혀서 와이어를 단단하게 지탱하던 화살, 말도 안 되는 위력을 가진 회전 화살.


모두 지구였다면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그때 현우는 자신이 지구에 얽매여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테르하는 그런 현우의 깨달음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무기술.

던전의 무기술은 단순히 무기를 잘 휘두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무기의 한계를 벗어나 온갖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던전의 무기술이다.


현우는 이망악마를 베면서 한계를 뛰어넘을 힘을 얻었다. 하지만 지구의 상식이 그가 가진 힘을 억제했다. 마음 한구석에 있는 ‘이런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라는 생각이 그의 힘이 발휘되는 것을 막았다.


테르하의 말이 현우에게 확신을 주며 족쇄를 풀어주었다. 테르하가 한계를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자 현우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확신을 얻고 족쇄가 풀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아니었다. 바람이 흐르는 기류, 테르하가 뿜어내는 투기, 이 모든 것을 붙잡고 있는 공간의 일렁임. 그 모든 ‘흐름’이 느껴졌다.


테르하는 다시 허공을 잡아당겼다. 아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테르하가 바람을 붙잡은 것이 느껴졌다. 그가 붙잡은 바람을 당기자 현우가 있는 쪽의 바람도 같이 당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현우는 메이스를 휘둘러서 당겨지려는 바람을 후려쳤다. 메이스에 맞은 바람이 잠시 일렁이더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망악마를 베었다고 했나? 요행은 아니었군.”


테르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땅을 걷어찼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로 땅을 박찼지만, 그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현우는 그 발끝에 모인 힘을 보았다.


테르하는 다시 바닥을 걷어차자 아까 걷어차였을 때 모였던 힘이 폭발하여 테르하를 더 빠르게 앞으로 쏘아냈다. 아까 달려들었을 때의 두 배가 좀 안 되는 속도였다.


눈으로 보고 따라잡을 수는 없는 속도였다. 하지만 준비 동작을 통해 테르하가 달려들 거란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기에 현우는 테르하가 쏘아지는 순간에 맞춰 메이스를 휘둘렀다.


커다란 빡-! 하는 소리가 나면서 덤벼들었던 테르하가 뒤로 넘어졌다. 뒤로 넘어진 테르하의 위쪽 팔 두 개에는 메이스의 날이 만들어낸 큼직한 상처가 나 있었다. 테르하는 자기 팔에서 흐르는 선홍빛 진액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잘난 척했는데 나도 아직 멀었네. 쓸데없는 잔재주 없이 그냥 뛰어들었어도 충분했을 텐데.”


현우는 테르하가 쓰러져 있는 사이에 메이스를 휘둘러 그의 아래쪽 팔을 노렸다. 그러자 테르하가 왼쪽 아래의 손을 펼쳐서 메이스의 봉 부분을 후려쳤다.


봉에서부터 물결치듯이 퍼진 충격이 현우의 손을 잡아챘다. 얼얼하게 퍼지는 충격 탓에 현우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테르하는 그 잠깐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아래쪽 양팔로는 현우의 허리를, 위쪽 양팔로는 현우의 양팔을 잡았다.


현우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테르하는 바닥을 박차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위로 뛰어올라 몸을 반대로 뒤집고 네 개의 팔을 쭉 내밀었다. 현우를 눕혀 놓은 채 바닥에 처박을 생각이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바닥에 처박혀 짓뭉개질 상황이었다. 현우는 유일하게 뻗을 수 있는 두 다리를 뻗어서 허공을 걷어찼다. 딥 후드처럼 이중 도약이 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몸을 조금 돌리는 건 할 수 있었다.


테르하는 다시 팔을 돌려서 현우를 바닥에 처박으려 했지만, 현우는 테르하가 힘을 준 방향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자 테르하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몸이 돌아가는 바람에 몸이 눕혀졌다.


이대로라면 둘 다 바닥에 처박힐 상황이었기 때문에 테르하는 다시 몸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바닥이 코앞이었다. 현우와 테르하 둘 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모습으로 추락했다.

현우는 테르하의 힘이 잠시 빠진 사이에 몸을 빼냈다. 다행히 테르하의 힘없이 중력으로만 처박힌 거라서 충격이 크진 않았다.


“내가 널 너무 우습게 여긴 모양이네.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고.”


마찬가지로 별다른 상처 없이 몸을 일으킨 테르하는 멀어진 현우를 보고 위턱을 가볍게 부딪쳤다.


“그따위 무기 말고 익숙한 무기를 들어. 안 그러면 진짜로 때려죽인다.”

‘진짜로?’


현우는 자신이 뭔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의문을 품을 시간은 없었다. 그는 대검을 뽑아 테르하에게 휘둘렀다.

테르하는 잽싸게 움직여 공격을 피하면서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공기가 쭉 밀려서 충격파로 변해 현우의 몸을 후려쳤다. 현우의 몸에는 점차 둔탁한 충격이 쌓였다.


“뭐 하는 거야? 아까 메이스로 할 때는 잘하더니. 뭔가 느끼는 거 아니었어?”


테르하의 말에 현우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아까 메이스를 이용해 테르하를 치던 방법. 그것을 응용한다면 테르하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가지 알려주지. 불가능이 허상이라 해서, 가능한 일을 저버리려 하지도 마. 아까 내가 뛰어들던 걸 생각하라고.”


현우는 자신이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변하는 바람의 흐름을 읽었다. 그 흐름을 통해서 자신이 대검을 휘두르는 패턴도 읽을 수 있었다. 어디를 찌르고, 어디를 베는가. 어디가 비었는가.

비현실적인 힘이라고 비현실적인 일을 일으키는 데만 쓰라는 법은 없었다.


현우는 공기의 흐름을 읽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공격이 만드는 허점을 읽었다. 테르하는 그 허점으로 몸을 움직여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허점이 메워진다면 어떨까?


현우는 고의로 허점을 방치했다. 그리고 테르하가 어떻게 피하는지를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다음 허점으로 몸을 피하려던 순간, 그 허점을 메웠다.


생각지도 못한 각도로 공격이 가해지자 테르하는 그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대검이 그의 갑옷을 긁고 지나갔다.


“큭!”


갑옷에 흠집이 생기자 테르하는 뒤로 물러나려 했다. 현우는 그걸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대검을 여러 번 휘두른 탓에 주변의 기류가 불안정해진 것을 느꼈다. 전에는 느낄 수 없던 혼돈을 느꼈다.


현우는 검을 휘휘 내젓듯이 휘둘렀다. 그러자 휘몰아치던 바람이 모두 대검에 모였다. 그 기류를 읽은 테르하는 ‘허!’하는 짧은 감탄사를 흘렸다.

현우가 들고 있는 대검엔 눈에 보일 정도의 회오리가 생겼다. 현우는 그 대검을 휘둘러 대검에 휘두른 회오리를 쏘아 보냈다. 이전에 섀도우 임프가 사용한 섀도 볼텍스를 아주 작게 축소 시킨 듯한 모양새였다.


테르하는 그것을 피하지 못할 것을 깨달았다. 맨손으로 막을 수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대형 방패를 꺼내 그걸 힘껏 밀었다.

대형 방패의 튼튼함 만으로는 현우의 회오리를 막아낼 수 없었으나, 테르하가 그걸 밀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현우의 회오리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약해진 회오리는 대형 방패를 뚫지 못하고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무기를 꺼내지 않는 게 조건이었지. 방패는 무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맨손으로 싸우는 게 조건이었으니 제가 졌군요.”


테르하는 다시 존댓말을 하면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현우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마주 허리를 숙였다.


“저를 죽이겠다는 것은 거짓말이었군요. 아까는 제가 건방져서 죽이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현우의 물음에 테르하는 위쪽 양팔의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더니 미소를 그렸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싸움을 거는 게 당신을 더 화나게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편이 당신의 전력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대결이 아니라 대련이었군요. 뭘 위한 거였죠?”

“당신의 힘을 보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이곳을 나가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제 생각보다 약했다면, 제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전 당신을 붙잡아뒀을 겁니다. 두들겨 패서라도 다른 인간들과 같이 생활하게 했을 겁니다.”


현우는 테르하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째서?


“왜죠? 분명 여왕님께서는 당신이 저를 억압하는 것도, 놓아주는 것도 원하지 않았을 텐데요. 아니, 가르침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죠. 제가 더 강해져도 여왕님께는 도움이 될 게 없을 텐데요?”

“물론, 여왕님은 실망하시고 슬퍼하시겠죠. 여왕님과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당신이 여왕님을 밀어낼 때, 강한 의지를 느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실 생각이죠?”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테르하는 주머니에서 물약 두 개를 꺼내 하나는 현우에게 내밀고, 하나는 자신이 마셨다. 현우가 물약을 살펴보니, 상처 치료 물약이었다.

현우는 이 싸움으로는 별로 다치지 않았지만, 딥 후드에게 당한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대검에 회오리를 휘감는 일은 체력을 상당히 소모하는 행위였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바람의 방향을 틀고, 그걸 눌러서 대검에 감아야 했는데, 그 보이지 않는 힘은 현우의 힘을 소모하여 만들어지는 힘이다.


이전에 딥 후드가 회전 화살을 쐈을 때, 그녀는 수십 발의 화살을 쏜 것보다 더 힘들어했다. 그 비슷한 짓을 한 현우는 딥 후드가 왜 그리 힘들어했는지 깨달았다.


현우는 들고 있던 상처 치료 물약을 마셨다. 지친 몸에 원기가 돌아오고 자잘하게 났던 상처나 딥 후드에게 입은 상처도 모두 회복되었다.

상처가 모두 낫자 테르하가 말을 이었다.


“저 역시 조만간 2층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요. 그때 싸우지 않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그걸 위해 당신에게 빚을 좀 지워두었습니다.”

“의인들은 모두 강하지 않나요? 제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같이 인사할 수 있을 텐데요?”

“예. 제 동족은 강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리 깊게 내려가지 못할 겁니다. 그저 여왕님이 명령하니까 내려가는 것뿐이니까요. 당신은 지하의 끝까지 내려갈 생각이시죠?”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테르하는 위턱을 부딪치며 웃었다.


“가장 필요한 건 그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신은 제 동족들이 내려가지 못하는 깊이까지 내려갈 겁니다. 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친근하게 인사할 수 있겠죠. 서로 도울 수 있겠죠. 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무얼 위해서 지하에 내려가는 건가요?”


테르하는 아까보다 더 거세게 웃었다.


“말하지 않았나요? 저는 제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어요. 비록 지금은 거부하시지만, 제가 지하의 주인이 된 이후라면, 더 이상 일족을 부흥시켜야 할 의무가 없으니 거절하시지 못할 겁니다.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흘러서 이미 돌아가셨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던전의 주인도 아닌, 권능자에 불과한 미친 여신조차 죽은 인간들을 부활시켜 이 던전에 몰아넣습니다. 던전의 주인이라면 죽은 자도 살릴 수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테르하의 적의는 거짓이었으나, 그 광기는 진실이었다. 현우는 다시 욕설을 내뱉을 뻔했지만, 이번에는 목구멍 너머로 삼키는 데 성공했다.

테르하가 자신에게 친근감을 표시한 것은 사실이었다. 도와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의 끔찍한 취향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니 현우가 간섭할 바는 아니었다.


“이제 가십시오. 어머니께는 당신이 공간 이동 스크롤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겠습니다. 제가 막기 전에 스크롤을 찢었다고 말하겠습니다.”


테르하의 말에 현우는 바닥에 떨어진 공간 이동 스크롤을 잡고 그것을 찢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보였다.


“당신의 뜻대로 지금 베푼 친절은 잊지 않겠습니다. 더 깊은 곳에서 뵈지요.”

“더 깊은 곳에서.”


테르하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그가 사라진 지 오래 지나지 않아 현우의 몸도 사라졌다.


*****


다행히 공간 이동 스크롤은 현우를 개미굴 바깥으로 내보내 주었다.

현우는 2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던전을 탐사했다. 상검사의 마법 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탐사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래도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흔하게 발견되는 편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저 고생하니 죽은 상검사가 그리워졌다. 자신이 조금만 더 잘 싸웠더라면 지금도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조금 더 여유를 두고 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더라면. 더 빨리 믿었더라면······.

끝없이 몰려드는 후회가 현우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현우는 우울함이 자신을 더 괴롭히기 전에 억지로 생각을 바꿔보려 했다.


‘잠깐. 여긴?’


현우는 어쩐지 주변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바닥을 바라보니,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홉고블린이 급하게 달린 듯한 흔적을 발견했다.


분명, 이 근처였다. 이 근처에서 딥 후드와 싸웠다. 상검사가 죽었다.

자신의 실패가 새겨진 장소였다.


너무나 괴로운 기억인 탓에 현우는 그곳을 외면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 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아직 이곳에 상검사의 시체가 남아있을 수 있었다. 더 늦어서 다른 동물들이나 개미에게 먹히기 전에 매장해주어야 했다.


현우는 아직 늦지 않았기를 빌며 딥 후드와 싸웠던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그건 한 명의 홉고블린이었다.


“상검사는 나의 친구였다. 그리 친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녀석은 괴짜였으니까. 하지만 녀석이 딥 후드와 만난 후에, 그분이 더 적극적으로 싸웠다. 그 공로는 인정해줘야겠지.”


그 홉고블린은 목마기수였다. 그는 들고 있던 돌멩이를 휙 던져, 그 앞에 쌓인 돌멩이 무더기 위에 던졌다. 현우는 저 돌무더기가 상검사의 시체를 안치한 무덤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녀석은 변했다. 딥 후드께 힘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분을 상심에 잠기게 했지. 그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딥 후드께서는 크게 성장하셔 상심하신다고 발걸음을 멈추시지는 않았으니.”


목마기수는 주머니에서 대검 한 자루를 꺼내 무덤 앞에 박았다. 그 대검에는 무수히 많은 흠집이 나 있었다. 그 흠집 탓에 대검은 철사가 불규칙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 상검사가 원래 쓰던 상처 입히는 대검을 흉내 낸 모습이리라.


“나의 실책이야. 신경 써야 했어. 상검사가 어긋나지 않도록, 그로 인해 딥 후드께서 상처받지 않도록. 하지만 나는 그냥 녀석을 무시했지. 가만히 내버려 둬도 녀석이 정신을 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목마기수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창을 꺼내 움켜쥐더니 현우를 노려보았다.


“녀석에게 너 같은 끔찍한 기생충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기생충?”

“딥 후드께서 우리의 합류를 거부하셨다. 그분께서는 홀로 2층으로 내려가셨다. 그 소식을 듣고 상심하여 이곳으로 와보니 상검사가 죽어 있더군. 그 옆에 붙어 다니던 벌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목마기수의 목소리에는 짙은 증오와 상심이 섞여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너를 찾을 셈이었다. 운이 좋았군.”


현우는 고민했다. 목마기수를 통해 상검사를 본 탓이다. 하지만 고민은 어디까지나 잠깐이었다. 현우는 주머니에서 대검을 꺼내 목마기수에게 겨누었다.

딥 후드와 다른 고블린이 다르듯, 상검사와 다른 고블린도 달랐다. 사랑과 친절만으로는 무기를 내리게 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자신이 너무 부족했다.


현우가 무기를 들자 목마기수는 나무로 만들어진 말 위에 올라탔다. 목마는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당장이라도 달릴 기세를 취했다.


“네가 아니었다면 상검사가 어긋나는 일은 없었을 거야. 딥 후드께서 상처받으실 일도 없었겠지. 모든 것이 네 탓이다. 그러니 네 시체를 상검사에게 바치마. 딥 후드께 바치마. 죽은 친구를 추모하고, 떠나간 친구에게 사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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