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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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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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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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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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DUMMY

대낮이건만, 결혼식이 끝난 후 뒤풀이로 광장은 현재 술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각자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들며 오늘 결혼식에 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시끄럽고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주민들 모두는 기뻐 보였고,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나름은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갑지 않은 자가 끼어들었다.



“이야~ 처음 본 형태의 결혼식이었지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두 분 모두 아름답고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특히 이스피리아 양에게서 후광이 비치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너무 아름다워 그리 보이는 줄 알았지 뭡니까.”

“그건 그래. 꽤 괜찮았지. 그런데······ 넌 왜 여기 있냐?”

“저 말입니까?”

“그래, 너 말이야. 너.”

“하하. 그렇게 콕 집어서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가시가 돋친 루데릭의 말에도 남성―― 오늘 초대받아 온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는 능청스럽게 넘겼다.



“그야 당연히 같이 기뻐하고 축하하기 위해 왔습니다만?”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자자~ 뭐, 어떻습니까, 오늘 같은 날에. 별것도 아닌 일에 날카로워지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억지로 잔에 한잔 따르는 리카드를 보며 루데릭은 한숨을 쉬었다.



“근데 준비는 다 된 거야?”

“학원 말씀입니까? 네. 모든 입학 절차는 다 끝내놨고, 두 분께선 그냥 몸만 오시면 됩니다.”

“가는 건?”

“마을에 왔을 때 말씀드렸던 마수 분께서 끄는 마차를 타고 갈 겁니다.”

“마수 분이라는 건 또 뭐냐? 리아도 아니고.”

“호오······ 이스피리아 양께선 참으로 예의가 바르군요. 몬스터라며 업신여기는 사람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지성이 없는 가축 정도로 여겨 상당히 무례한 짓을 저지르고는 하는데, 사실 마수나 마물은 사람 못지않은 지성을 가졌을 거라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 예로, 제가 데려온 마수께서도 사람의 말을 아주 잘 알아들으시죠. 또 대화가 가능한 대표적인 마수로는 드래곤이라든지――”

“――됐어! 리아는 그런 거와는 좀 다르니까, 제발 그만 좀 해라.”

“예? 그럼 어떤······?”

“됐다고 했지?”

“네에······ 알겠습니다.”


루데릭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얼굴을 구기니 그제야 리카드는 아차 싶은 표정이 되었다.


그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본인도 저 혼자 막 떠드는 이 나쁜 버릇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습관을 고치기가 어디 쉽겠는가. 자제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언제나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처럼 대화하고 있는 상대는 이미 질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리스 군은 어디 편찮으신가요? 아까부터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데······”


뜨끔.


아이리스의 어깨가 움찔했다.



“아, 아뇨! 저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대화를 나누세요.”

“그럴 순 없습니다. 아이리스 군은 이제 제 학생이 아닙니까? 학생의 상태가 안 좋은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요. 자, 어디가 안 좋으신 건가요? 의학에 대해 자세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단한 응급처치쯤은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난 진짜 괜찮은데.”

“잠깐! 리카드. 너, 이리로 와봐.”

“어, 어······ 잠시만요!”


루데릭은 억지로 리카드를 일으켜 세워 어깨에 손을 올린 뒤, 뒷거리의 양아치처럼 거칠 게 그를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주변에 드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루데릭은 가깝게 리카드를 당겨 쪼그려 앉았다.



“어이. 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학원장쯤 되면 머리도 똑똑할 거 아냐?”

“네? 그게 무슨······”

“생각을 해보라는 거야. 네가 결혼도 안 하고 낳아 키운 자식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그것도 애지중지 말이야.”

“아. 그랬었죠. 아이리스 군은 이스피리아 양의······”

“그래. 아들이지. 그리고 혼전에 아이를 낳아 주위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리아는 열심히 아이리스를 업어 키웠지. 그런 엄마가 때가 되어 결혼 한 거야. 지금 아이리스의 심정이 어떨 거 같아?”

“죄송한데, 별로 주민분들께서 차가운 시선을 보낼 것 같진 않은데요······”

“토 달지 말고!”

“그, 글쎄요. 그런 부류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긴 한데······ 그러네요. 아들로서는 굉장히 심란하겠군요. 기껏 사랑하는 부모님들이 결혼해 기쁘긴 하겠지만, 혼전 출산이라는 딱지는 떨어지지 않은 데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변하진 않겠죠.”

“그렇지!”

“하지만······ 이스피리아 양은 주민분들께 엄청 축복받고 있었습니다만? 딱히 혼전 출산을 질책할 만한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상황이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화, 확실히······’


리카드의 말대로 결혼식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주민들부터, 찬크에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해주거나 리아에게 결혼 이후의 생활을 조언해주는 등, 단 한 명도 이 결혼을 축복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특히 부케 쟁탈전.


신부가 던지는 꽃다발을 받는 이는 멋진 만남을 갖고, 이후 행복하게 산다는 말을 듣자마자 마족들은 눈빛이 달라졌었다.


인간 주민들은 전원 결혼했기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내심 아쉬운 눈치를 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런 아내 때문에 자그마한 부부싸움이 나기도 했지만.


여하튼 그 부케 쟁탈전의 승자인 아시리트는 꽃다발을 보물인 양 들고는 “내, 내가 아가씨께서 던진 꽃다발을······!”이라며 황홀해했다. 꺼리는 기색 따윈 있지도 않았다.


‘애당초 달갑지 않았으면 그렇게 격렬한 몸싸움은 벌어지지도 않았겠지.’


급하게 말을 지어내 설득력은 떨어졌지만, 루데릭은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뒤에는 드래곤인 게 들킬까 두 손을 맞잡고는 조마조마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친구가 있는 것이다.


친구의 신뢰를 저버릴 순 없기에 루데릭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네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려 조금······ 그래, 아주 조금 각색한 거야. 혹여나 실수를 저질렀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그, 그렇군요! 절 위해서······ 말씀대로입니다. 모처럼 초대도 받았는데 실례를 저지를 수야 없죠. 감사합니다, 루데릭 군.”

“군은 빼줘.”

“응? 다른 분들께선 도련님이라 부르시던데······ 이스피리아 양도 아가씨라 하시고요. 그런데 제가 함부로 불러도 되는 겁니까?”

“그건 걔들이 멋대로 부르는 거야. 루데릭으로 괜찮으니까 그냥 그렇게 불러.”

“흠. 일단 알겠습니다. 어쨌든 다시 한번 감사드리죠, 루데릭.”

“그래. 그럼 너도 알아들은 거 같으니 이만 돌아가자. 너랑 이렇게 둘이서 빠져나왔다가 무슨 오해를 살지 겁난다.”

“그건 저도 곤란하군요. 아쉽게도 남색의 취미는 없는지라.”

“너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루데릭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아이리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리카드에겐 보이지 않게 잘 감췄다.


아이리스는 그 사인에 안도하고는 긴장이 풀려 그대로 탁자에 얼굴을 파묻었다.


‘잘 됐구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좀 안쓰럽네. 드래곤의 이야기만 나오면 초조해하니 원. 이젠 익숙해졌으면 좋으련만.’


마을에선 아이리스와 찬크에르가 드래곤인걸 알아도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다른 곳에선 어떨지 몰랐다.


동화에서조차 본인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드래곤이 모으고 있다는 금은보화를 차지하려 덤벼드는 이야기가 많았다. 개중에는 단순히 명성을 떨치려 드래곤에게 도전하는 이야기도 적진 않았다.


리아는 이런 갖가지 이유로 아이리스가 드래곤인건 숨기기로 했다.


찬크에르도 실제 볼사레이가 자식인 솔르사를 데리고 심소로 돌아온 것도 그러한 이유였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 찬성하였다.


‘그게 누구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지.’



“아이리스~ 다녀왔어.”


때마침 파스텔 톤의 하늘색이 베이스인 산뜻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리아가 돌아왔다.


저 드레스는 자주 입던 흰옷과 마찬가지로 찬크에르가 만들었다는 세 작품 중의 하나로, 전의 흰옷과는 달리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몸에 딱 맞으면서 격렬한 움직임에도 전혀 방해되지 않도록 찬크에르의 노고가 잔뜩 담긴 옷이라나 뭐라나.


그리고 리아가 중얼거리기로는 저 옷도 가치를 매기기 힘든 학문적 지식이 담긴 의복이 희생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더불어 손상되지 않도록 각종 보호 마법이 덕지덕지 걸려있다고도······


‘참으로 과보호야······ 응?’


순간 뭔가를 발견한 루데릭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곧장 감추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숨겼다.



“아, 다녀오셨어요?”

“응. 근데 왜 그러니? 그렇게 힘없이.”

“괜찮아요. 조금 지쳐서 그래요.”

“우응······”


혹시 결혼식 준비하느라 지쳤다고 생각했는지 리아는 손가락을 튕겨 마법―― 아마 [정화]를 아이리스에게 사용했다.



“어떠니. 좀 괜찮아졌니?”

“네. 많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후후. 엄마 결혼식에 힘내줘서 고마워. 차려입은 아이리스도 너무 멋졌어.”

“별거 아니에―― 어···? 자, 잠시만요, 어머니.”


말릴 새도 없이 아이리스의 볼에 키스를 한 리아.


얼굴이 조금 빨개지는 아이리스를 보며 리아는 키득 하며 조그맣게 웃었다.



“어머니! 루데릭도 보는 앞에서 뭘······”

“오라버니가 어때서. 그리고 엄마가 아들에게 뽀뽀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니. 그렇죠? 에르.”


그 말에 턱시도를 벗고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른―― 앞 단은 짧고 뒤 단은 조금 긴, 흡사 집사 같은 복장의 찬크에르는 씨익, 진하게 미소 지었다.



“아아. 물론,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고말고.”


루데릭의 경우 리아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니 자연스레 찬크에르의 미소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저건 화내고 있는 거고, 지금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 섬뜩하다.


그리고 그건 아이리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드물게도 닭살이 돋더니 크게 소리쳤다.



“거, 거짓말 하지 마!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세상 어디에 아들에게 질투하는 아빱―― 읍읍!!”

“리아, 아이리스가 많이 피곤한 모양이야.”


한 손으로 아이리스의 입을 틀어막은 찬크에르는 되지도 않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어······ 그게······ 미안해! 아이리스! 사실 나도 가끔 아이리스를 질투한 적이 있었어!”


리아는 아무도 생각지 않던 충격 고백을 했다.


냉큼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리아를 리카드는 물론이고, 입이 틀어 막힌 아이리스와 찬크에르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으읍!”


발버둥 치는 아이리스.


찬크에르는 자신의 손을 억지로 풀려 하는 아이리스를 얌전히 풀어줬다.



“푸하! 어, 어머니?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어······언제 그랬어요?”


자신뿐만이 아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찬크에르와 리카드도 흥미가 있다는 눈치를 보였다.


근처에 있던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결혼식을 올린 리아였던데다 외지인인 리카드도 있으니 작은 소란이지만 관심이 안 쏠릴 수가 없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하고, 그걸 따라 다른 사람들도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리아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하지만 리아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당황하고만 있었다.



“저기, 음. 그게 그러니까······ 어머니가 쓰다듬어 줄 때나, 에르랑 티격태격하며 사이좋게 지낼 때 정도? 그리고 아버지랑 아이리스가 같이 목욕할 때 정도일까나······ 아! 이건 아버지를 질투한 거네.”

“그······ 그, 그랬어요?”

“풉······”

“푸하하하하.”

“으응?”


웃음소리에 리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제야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루데릭도 따라 주위를 둘러봤다.


인간 주민들은 아예 대놓고 폭소를 터뜨리는 중이었고, 마족들은 리아와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참을 수 없던지 어깨는 계속 들썩거렸다. 아니면 아예 등을 돌려서 웃거나.


간혹 몇몇 주의를 주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누가 누굴 말리는지 모르겠다. 본인들부터 웃음기를 감추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말리는 것도 소극적이고.



“하하하. 이봐, 이스카르. 거참 양보 좀 해주지 그랬냐!”

“맞아! 모자간의 즐거운 목욕 시간을 방해하다니 눈치가 없구먼.”

“가, 감히 아가씨를 바······방해 ――푸흡, 하다니! 자네도 너무한 짓을 했어.”

“카하하하.”

“아니에요! 아버지는 셋이서 하자고도 권유 해주―― 읍!”

“미안, 리아!”


루데릭은 다급히 리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평소라면 이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고 한마디 쏘아붙일 찬크에르였지만, 그도 이번만큼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정말 드물게도 잘했다며 칭찬의 말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리아의 말은 이미 추측이 가능한 부분까지 나왔다.


자신도 듣고 예측할 수 있어 리아의 입을 막은 거니, 다른 사람들도 다 듣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이미 몇 명은 이스카르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거나, 질색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에······? 어어? 잠깐, 다들 뭔가 조금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착각 같은 소릴 하네. 뭘 어떻게 하면 다 큰 딸과 함께 목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잠시만 기다려봐!”


이스카르는 필사적이었다.


당연했다. 변태―― 아니, 친딸이니 변태보다도 더더욱 질 나쁜 놈이 될 수 있는 위기였으니 말이다.



“그건 이미 몇 년이나 전의, 리아가 이제 막 건강해졌을 때쯤 이야기라고!”

“그런 거야? 그러면 뭐······”

“············”


리아가 건강하지 못했을 때를 모르던 마족들은 당시라면 간병할 일이 많았을 것이라 여겼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하지만 인간 주민들은 여전히 이스카르를 묘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그들에겐 아직 이스카르의 혐의가 벗겨진 게 아닌 거다. 그러긴커녕 더욱 눈이 날카로워지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리아를 보아온 그들은 알고 있던 것이다.


말도 없고 멍하기 일쑤였던 리아가, 건강해지고 나서는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걸.


최근엔 그런 부분을 느끼긴 어려워졌지만, 극과 극을 달렸던 당시 리아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뇌리에 박혀있었다. 주민들이라고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이들의 시선을 이스카르가 모를 리 없었다. 한평생을 봐온 사람들이니 척하고 느낌이 왔을 거다.


역시나 궁지에 몰린 기색으로 이스카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실실거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는 외쳤다.



“어이! 바리오!”


기분 좋게 술잔을 들려던 루데릭의 아버지, 바리오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나는 왜?”

“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어······어.”

“넌 루데릭이 어렸을 때 귀여웠냐?”


뜬금없는 질문에 바리오는 황당해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어렸을 땐 제법 귀여웠지. 아빠~! 하며 졸졸 쫓아다닐 땐 나도 모르게 볼을 꼬집고 그랬으니까.”

“그렇지? 그때 같이 씻고 즐거웠을 거 아냐?”

“아니. 우리야 후딱 마법으로 끝내버리니 그럴 새도 없었지.”

“쯧쯧. 당시에만 할 수 있는 부자간의 화목한 순간들을 전부 내쳐버렸구먼. 상상해봐. 참방참방 넘실대는 물과 사랑스러운 내 아이. 그리고 물을 끼얹고 장난치며 하하 호호 즐거이 보내는 순간을! 최고지 않아?”

“음······ 그, 그런가?”

“네가 공감하지 못하는 건 그러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야! 내 장담하는데 한 번이라도 겪어본다면 매일 씻는 순간이 기다려진다고!”


그리 말한 이스카르는 진지한 눈으로 물었다.



“바리오! 넌 리아와 루데릭 중 누가 더 귀엽냐?!”

“······솔직히 루데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리아의 압승이지.”


찰싹!


옆에 있던 바리오의 아내, 루루카나가 그의 등을 때렸지만······ 힘은 그다지 실리지 않았다.


뭔가 억울한 루데릭도 “이봐, 아버지!”라며 작게 항의해 보았으나, 전혀 주목받진 못하였다.



“그래. 이렇게나 귀여운 딸과의 즐거운 시간이라고. 리아가 꺄륵꺄륵 웃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난 이미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었단 말이다! 모두들! 나중에 아이를 가지거든 바리오처럼 아까운 짓은 하지 마. 아이와 같이 씻고 추억을 쌓을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고!”

“오오.”


바보 같지만 멋지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전혀 해명한 것 같지도 않았지만, 식탁에 올라가 열변을 토하는 이스카르에게 탄성을 토해냈다. 크게 감탄한 몇 명은 작게 손뼉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빡!



“꾸엑.”

“호호······ 여러분, 남편이 조금 취했나 봐요. 실례했어요~”


뒤에서 나타난 필리아는 이스카르를 제압하고 뒷덜미를 잡아 끌고 갔다.


가뿐히 이스카르를 끌고 가는 필리아를 어색한 웃음으로 보던 주민들은 차분해졌다.


그러니 생각할 수 있었다.


평소 이스카르가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그는 마력제어를 위해 잭에게 훈련받고, 수년간을 매일 마력을 억제해오며 살아온 정성 등 리아를 매우 아꼈었다. 그런데다 이스카르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지금 이 소동은 아무 의미 없는 논란거리였다.



“아저씨는 딸 바보니까 말이지.”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의혹의 눈길을 보냈던 주민들은 헛기침하고는 어색하게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하나의 작은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로 했나 보다.


결국 이스카르 혼자 몸부림친 꼴이 됐다.


――하지만 아예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의 열변은 주민들의 마음을 적잖이 흔들었던 거다.


타이밍도 좋았다.


이스카르와 바리오 부부 말고는 아무도 아이가 없었지만, 다들 슬슬 아이를 가질까 하던 참이었다.


때마침 부부간 깨가 쏟아지고 있던 그들은 이날의 일을 기억했고, 이후 자식과 함께 탕에 들어가 놀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먼 미래의 일.


루데릭도 마을주민도,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업적을 달성한 이스카르도 이를 알 방도 따윈 없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오늘은 한 번 되는대로 쭉 올려볼까 하는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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