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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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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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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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40

DUMMY

“어이, 리아.”

“오······ 응?”


손뼉을 치고 있던 주민 중 한 사람이었던 리아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왜 오라버니?”

“왜가 아니라, 내일 떠나잖아. 당분간 돌아오지 않으니까 마침 오해도 풀 겸해서 다른 분들에게 인사나 하러 가.”

“그렇지! 제대로 아이리스가 피한 거라고 설명해야 해!”

“어? 자, 잠시······ 어머니, 기다려요!”


뛰어가는 리아와 그걸 쫓는 아이리스,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찬크에르.


그들을 웃는 얼굴로 배웅한 루데릭은 순간 얼굴을 굳혀 자신의 옆에 있던 리카드를 쳐다봤다.



“리카드, 따라와 봐.”

“네? 또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까? 방금은 두 분이 오해받은 거라고 이해――”


흠칫.


말을 하다 리카드는 움찔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품속으로 손을 뻗었다.


완전 무의식적인 행동 같았는데······


――안타깝게도 이쪽이 더 빠르다.


리카드도 이를 알아차린 듯 손을 멈추었다. 얼굴을 보니 딱히 그게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그런 리카드의 눈에는 놀라움이 담겨있었다.


기습이었다지만 설마하니 선공을 잡힐 줄은 몰랐나 보다. 옷의 안쪽, 단검을 쥐고 있는 손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실로 훌륭하시군요.”


만족스럽게 중얼거린 리카드는 천천히 자세를 풀었다.



“알겠습니다. 안내를 부탁드리죠.”


대답을 듣고 루데릭은 그대로 몸을 돌려 걸었다. 리카드도 그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말없이 걷기를 수 분.


도중 지나치는 사람들이 말을 걸었지만, 루데릭이 웃는 얼굴로 대충 넘기며 둘은 마을 외곽에 있는 숲에 도착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루데릭은 뒤돌아 리카드를 노려봤다.



“무슨 생각인 거지?”

“네?”

“베르다드라고 했나? 너, 그 학원으로 리아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야?”

“루데릭도 그 자리에 있었잖습니까. 재능 있는 자가 묻혀있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의식주에 생활비까지 지급하면서? 그것도 아이리스를 미끼로 해서 말이야.”

“미끼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그렇게 생각할 텐데 뭐가 오해냐.”

“······그 이야기를 하러 절 이곳으로 데리고 오신 겁니까?”

“아니. 그딴 표면적인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야. 처음부터 수상쩍었지만······ 너, 아까 리아가 왔을 때 짧았지만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어. 뭘 꾸미고 있는 거냐?”

“제가 말입니까? 혹시 착각하신 게―― 아! 어쩌면 너무 아름답던 이스피리아 양을 보고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 무심코 찬크에르 씨가 부러워질 정도로 정말 사랑스러우셨으니까요.”


리카드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에 한숨을 쉰 루데릭은 말했다.



“이봐.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솔직히 말해보는 게 어때?”


확신하는 태도에 리카드의 미소가 조금 흐려졌다.



“흠. 실수했군요. 세리오 씨도 자주 지적해줬는데 말입니다. 굉장히 좋은 감각을 지니셨군요.”

“······.”

“어이쿠. 기다려주세요.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루데릭은 품속에 있는 단검에서 손을 떼고 턱짓으로 계속하라 재촉했다.



“치유마법이 보기 드문 마법이란 건 말씀드렸죠?”

“그래. 우리야 리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써서 그런 줄도 몰랐지만.”

“마족 분들이 계셨는데도 모르셨습니까? 아니지······ 마국에는 치유사가 많을 수도 있겠군요. 그게 아니면, 이 마을처럼 외부의 정보가 부족한 곳에서 이주해 오셨다거나.”

“아니······ 나중에 물어보니까 걔네들도 제법 희소한 마법이라고 알고 있더라.”

“그러면 왜?”

“말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뭐, 그건 대충 넘어가. 중요한 일도 아니잖아.”


치유마법이 희소한 건 마국 국경수비대 소속이었던 바지탄스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바지탄스는 마국을 떠돌다 이베시온에 정착한, 나름 이름을 떨친 마족이라고 한다. [치유] 잘 알고 있는 정도를 넘어서 자주 신세를 졌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치유마법이 희소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된 건······ 다름이 아니라 [정화] 때문이었다.


성자나 성녀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기적의 마법―― [정화]를 본 그들은 리아가 치유마법을 사용해도 ‘성녀인데 치유마법 정도야’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거다.


즉 [치유]가 보기 드물다고는 해도 일부러 알릴 정도는 아니라 생각하여 말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바지탄스들이 군 소속이라 접할 기회가 많아 익숙했던 탓도 있겠지만.


‘하물며 알았다 하더라도 무언가 달라질 일은 없었겠지.’


우리들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리카드에겐 아니었다.


3개월쯤 전, 마을에 발을 디딘 리카드는 다친 아시리트와 티아리드를 한순간에 치유하는 리아가 놀라웠는지 적극적으로 베르다드 학원으로의 입학을 권유했었다.


당연히 마을을 떠날 마음이 전혀 없던 리아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계속되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꿈쩍 않던 리아. 그 마음을 돌린 열쇠는 바로 아이리스였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선진 교육을 하고 있다 자부하는 베르다드에서, 최고의 환경을 갖춘 곳에서 아들을 교육받게 하고 싶진 않습니까?”


다소 초조했던 리카드가 한, 이 치졸한 말에 리아는 흔들렸다. 아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던 건 리아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계속 망설였지만, 결국 쇄기를 박는 필리아의 말에 리아는 몇 가지 조건을 걸고 베르다드에 입학하기로 했다.


······엄청나게 수상쩍었다.


마을에 왔을 때 사고를 치기도 했지만, 다짜고짜 리아를 학원으로 데려가려는 목적이 자꾸만 의심이 갔다.


진짜 학원장이란 것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리카드는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는 리아의 보증이 있었으니 걸고넘어질 순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바지탄스 때부터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 건지 궁금했지만, 리아라면 뭔가 방법이 있겠지 싶다.


재능 있다는 말도 거짓은 아닐 거다.


리아의 놀랍기만 한 재능은 여태 같이 지내오며 잔뜩 목격해왔다. 오히려 학원장이라는 녀석이 그것도 못 알아봤다면 별것도 아닌 녀석이 제일 높은 자리에 있는 곳이라며 트집 잡을 건이라도 됐을 거다.


그렇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속셈이 있음은 뻔했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리아를 꼬드겼으니.


자신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


리카드가 단순히 호의에 의해 행동한 것은 아니라고.


그래도 리아가 베르다드로 가는 것을 막지 않은 이유는 찬크에르가 있기 때문이었다.


암룡왕. 사람은 대항조차 불가한 절대자.


인간 주민들은 그저 드래곤으로, 마족 주민들은 아직 엄청 강한인간 정도로 알고 있는 그가 따라가는 거다.


그러니 걱정은 없다. 만약에 있을 상황에도 잘 대처해줄 거라 믿을 수 있었다. 이제는 남편이 된 찬크에르가 아내인 리아가 위험에 빠지는 꼴을 두고 볼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도 리카드를 이곳으로 끌고 와 진의를 들으려 한 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찬크에르는 물론 강하다.


용왕이니 당연한 소리지만, 온갖 마법은 물론이고 신체 능력마저도 압권이었다. 인간의 모습이란 핸디캡이 존재했지만, 분명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란 생각까지도 들었다.


연약해 보이는 리아 또한 겉모습과 다르게 엄청 강했다.


처음 대련할 때는 잘못하면 죽겠구나 싶을 때도 있었다. 찬크에르만큼 다재다능한 마법을 사용하진 않지만, 전투력만큼은 굉장했다. 가끔 찬크에르와 대련하는 모습을 볼 때면 늘 투지가 불타올랐었다.


둘이 있으면 어지간한 상대는 뼈도 못 추릴 거란 상상은 그리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었다.


폭력배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든다고 다 때려 부수면 무엇이 남겠는가.


힘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처음부터 그럴만한 상황에 리아가 놓이지 않았으면 했다. 애초에 그럴 리아도 아니었고, 찬크에르도 보기와는 다르게 폭력주의자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이곳으로 와 들었어야만 했다.


――리아를 보고 꺼림칙한 분위기를 풍기던 이 남자, 리카드에게.


루데릭은 여차하면 리카드를 죽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단검밖에 없는 상황은 좀 아쉬웠다.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걱정이 들 정도로 리카드는 강했다.


감으로 느끼기에는 잭과 바지탄스를 동시에 상대하는 정도로 어려울 것 같은 상대였다. ――다만 묘하게도 지금 느끼는 것보다 더 약할 거란 감도 존재했다.


‘과연······ 자칭 대륙 유수라는 학원의 장이란 건가.’


전혀 승산이 없어 보였건만, 루데릭의 생각은 달랐다.


잭과 바지탄스, 그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거라면 정말 아무런 가망이 없었다.


일 대 다수의 훈련을 마족들과 자주 했기에 숫자의 이점이 얼마나 큰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전위와 후위로 밸런스가 잡힌 페어다.


만약 적으로 만났다면 안 그래도 자신보다 강한 둘에게서 승산을 찾기보단 먼저 도망칠 방법부터 생각했을 거다.


그에 비해 혼자인 리카드라면 아주 조금은 승산이 있었다.


이미 경계하고 있으니 어렵겠지만, 먼저 선수를 쳐서 공격하면 근접 전투에 취약할 거 같은 리카드에게 조금은 유리한 양상으로 싸움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 보인다.


그렇게 루데릭이 몸을 긴장시키며 언제든 전투가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때―― 리카드가 두 손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이제 다른 이야기로 새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화를 푸십시오.”


‘읽혔다고?!’


루데릭은 몸에 힘을 뺐다. 어차피 알고 있는 상대에게 기습은 더 이상 무리였다.



“······어떻게 알았어?”

“그야 누구라도 본론을 말하지 않고 이야기를 돌려버리면 화나지 않겠습니까.”

“그거 말고. 내가 공격하려던 거 말이야. 넌 딱 봐도 근접 전투나 이런 감은 떨어져 보이는데 용케도 알아차렸네.”

“아~ 그거는······ 음. 혹시 아십니까? 모든 생물이 움직일 때는 반드시 마력도 같이 움직인다는 걸. 그래서 방금 루데릭처럼 큰 힘을 내려 준비하려고 하면――”

“――신체의 긴장과 함께 마력이 먼저 움직인다고? 알고 있어.”

“······호오. 그럼, 이것도 알고 계십니까. 마력을 사용해서 더욱 큰 힘을 내는 것은 사실――”

“――일종의 마법 같은 거라고? 그것도 알고 있어.”

“············.”

“쳇. 이 자식도 읽을 수 있었나. 나도 아직 멀었군.”


리카드를 과소평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았다. 상대와의 역량 차이는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계가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겠네.’


마을에서는 잭과 바지탄스, 티아리드 같은―― 강한 사람 정도만이 감으로 어느 정도 반응할 수 있었고, 완벽히 미리 읽고 대처했던 사람은 찬크에르와 리아 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전원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었다.


그랬기에 루설마 리카드가 이쪽의 행동을 읽을 거란 생각을 하질 않았다.


너무나도 안일한 판단. 그리고 명백한 실책이다.


루데릭은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반성해야겠어······. 근데 너, 아까 전부터 말도 없이 뭐하냐?”

“······실례했군요.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제 제대로 본론을 말해보라고. 나도 갑자기 공격하거나 하지 않을 테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리카드는 턱에 손을 얹었다.



“이스피리아 양을 학원으로 데려가려는 목적 말이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연구를 위해서입니다.”

“연구···?”

“예. 마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벨루디스를 비롯한 다른 인간들의 나라에선 치유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전부라 볼 수 있을 만큼 대다수 교회에 소속되어있습니다.”

“교회? 누구를 모시는 교회인데?”

“생명의 신, 루시아스 님입니다. 일부 다른 신을 모시는 곳도 있긴 하지만, 교회라 하면 통상적으론 루시아스 님을 모시는 곳입니다.”

“그렇군. 대륙에 널리 전파된 교단이라 했던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너의 근처에 잡아둬서 연구한다는 거군.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이면 함부로 빼내서 연구해볼 수 없을 테니.”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정확히는 교회에서 치유마법에 관한 연구를 금하는 풍조가 있는지라 치유사들이 잘 협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유마법을? 왜?”

“아마 신성한 것이라 여겨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이 내리신 선물인데 불경스럽다 같은 거겠죠.”

“그게 뭐야 바보도 아니고.”


마법은 마력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현실에 실현하는 일이다.


그건 치유마법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혀 신이 내린 선물 같은 게 아니었다.


같은 생각인지 리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바보 같은 얘기죠. 그들 말대로라면 태어났을 때부터 치유능력이 있거나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선천적으로 쓸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니 되도록 치유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람을 발견하는 즉시 섭외하려 하지만······ 다들 거절하고 교회에 소속되는 걸 택하죠.”

“음. 앞으로의 인생을 보면 그렇겠네. 치유마법은 상당히 드물다니까 교회에 소속되는 게 먹고살기 편할 테고.”

“교회에 거역하기도 껄끄럽고 말이죠.”

“압력이 있다는 건가. 확실히 그렇게 커다란 교단이면······. 아무것도 모르고, 교회에도 소속되어있지 않은 리아는 딱 좋은 대상이란 건가. 그래서 추천 입학과 자금을 대주는 대신 연구를 돕는다는 조건을 걸었던 거군.”

“말씀대로입니다.”


리카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똑바로 바라봤다.



“순진한 이스피리아 양을 이용하는 비겁한 놈이라 욕해도 좋습니다. 그래도 전 치유마법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아뇨, 반드시 연구할 겁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어떠한 치욕과 진흙을 덮어쓰더라도 반드시.”

“······.”


안경 뒤에 가려진,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눈에서 그의 의지가 엿보였다. 조금 전까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던 놈인가 싶다.


‘이것이 거짓 하나 없는 리카드의 진심인가.’


가만히 보던 루데릭은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리카드는 혐오스럽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치유사를 대거 보유한 그들의······ 교단의 횡포를 더 이상 보기 싫습니다.”

“······.”

“그들은 치유를 명목으로 막대한 재산을 요구하는 건 기본입니다. 바로 지불할 비용이 없다면 죽어가더라도 치유하지 않죠. 일부 양심이 있는 치유사조차도 교단에 처벌받기가 두려워 눈을 감고 있습니다. 난! ······저는······ 더 이상 눈앞에서 제 소중한 학생들이 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 학생을 이용해서라도?”

“······예. 비록 제 학생을 이용해서라도, 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타파하고 말 겁니다.”


리카드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부들 떨며 퍼레져가는 그의 주먹을 잠시 보던 루데릭은 입을 열었다. 전혀 동요 받지 않았다는 듯 가볍기만 한 말투였다.



“흠··· 교단은 거대하다며. 자세한 계획은 있는 거야? 어떻게 하려고 하는데.”


내일 일정을 물어보는 것 같은 말에 리카드는 맥이 빠졌나 보다. 분노로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몸이 어깨를 떨구며 추욱 쳐졌다.



“제 이야기를 들으신 겁니까. 전 대단히 진지하게 말했습니다만.”

“나도 진지하게 들었어. 그러니까 묻는 거잖아, 자세한 계획은 있냐고. 아무런 수단이나 방법, 계획도 없는 헛짓거리를 하려는 거라면 동생을 보내는데 걱정되잖아.”


리카드는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고 눈을 부릅떠 루데릭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놀라냐? 리아가 간다고 결정한 거야. 이젠 바꾸지 않을걸.”

“······의외입니다. 전 영락없이 이스피리아 양의 학원행을 막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내가 왜? 넌 리아가 순진하다고 했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고집불통에 영리한 얘야. 그러니 문제없어. 걱정하는 사람 맘도 모르고 이리저리 위험한 짓을 많이 하긴 해도······”

“괜찮겠습니까? 제 목적을 위해 동생분이 휘말리는 겁니다.”

“당연히 괜찮지 않지. 너 같으면 괜찮겠냐? 그런데 어쩌겠냐, 리아는 그런 사정을 들으면 오히려 발 벗고 돕고자 할 텐데. 거대 세력? 하하. 너, 내 동생을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만약 일이 잘못돼 쫓기더라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걸.”


그게 리아니까. 그게 자신의 동생이었다.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리아는 절대 뒤 돌아보는 일 없이 나아갔었다.


그런 리아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반면, 조금은 착잡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 이야길 들을 필요는 없었어. 분명 리아는 알아서 잘할 테니까. 대단하신 보호자도 동반하고 말이지.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게 가족이고 오빠 아니겠냐?”

“후후······ 좋은 오라버니네요.”

“창피하지 않게끔 따라가기도 벅찬 평범한 사람이지만. 대단한 동생을 둬서 여러모로 곤란하거든.”

“겸손하시군요.”

“사실이니까.”


조용히 웃음을 터뜨리는 리카드에게 나쁜 마음은 안 들었다. 멋대로 리아를 이용하려는 건 짜증나지만.


그러나 딱히 리아에게 고의로 해를 끼치려 한다거나 하는 불순한 의도는 없어 보였다. 학원으로의 입학도 구실에 불과한 듯하나, 그렇다고 나 몰라라 리아를 홀대하는 일은 그의 성격상 없을 것이다.


그걸 확인한 이상 여기서 이야기를 마쳐도 되었지만, 루데릭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그런데 너 아까 리아 봤을 때, 왜 분위기가 바뀐 거였냐? 리아가 가는 것도 확정인 마당에. 치유마법의 연구야 학원에 가서 하면 되는 거고, 새삼 신경 쓸 만한 것이 있었어?”

“아, 그것 말입니까.”


리카드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이스피리아 양의 옷을 보고 흥분했다고 해야 할까―― 우왓! 아닙니다. 진정하세요! 제 지식욕을 채우려 한 것입니다. 다른 뜻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허겁지겁 손사래 치는 리카드를 보고 루데릭은 뽑은 단검을 되돌려 놨다.


그 모습에 리카드는 안도하면서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루데릭의 오해를 풀기 위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전 궁금한 게 생기면 참질 못합니다. 세리오씨―― 베르다드 학원의 부 학원장입니다만. 그녀에게도 자주 호기심은 좋은데, 주변도 신경 쓰라고 한 소리 듣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만큼은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조심한다고 했는데······”

“순간 참질 못했다?”

“부끄럽지만.”

“하아······ 널 돌보느라 부 학원장도 고생이 많겠네.”


그리 남 일 같지만은 않았다.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고 그걸 수습하는 부학원장······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지 않은가.


루데릭은 본 적도 없는 세리오에게 친근감이 솟아올랐다.



“겨우 여자아이 옷 본 걸로······ 너도 대단하다.”

“겨우?! 겨우, 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어엇!”


리카드는 갑자기 달려들어 루데릭의 어깨를 잡았다.



“모르시겠습니까?! 이스피리아 양의 그 옷은 데자스 트루 아라나―― 국가 재난의 특대급 위험 종인 마물의 실로 만들어진 굉장한 물건입니다!”

“구, 국가 재난?”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나타났다는 적이 없어 멸종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록에는 멸망한 도시나 나라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단 한 개체에 의해서 말이죠. 생태계가 어떤지, 그 개체 한 마리가 유일한 개체인 건지 전혀 밝혀진 바가 없지만, 데자스 트루 아라나가 뿜는 실은 그 어떤 것보다도 곱고 부드럽고, 검으로 내려쳐도 여간 잘리지 않는 단단함을 지닌데다 불에 지져도 타지 않는다고 하죠. 거기에 탄성까지 고루 갖춘 환상의 소재!! 그 실로 만든 옷은 마치 천상에 감싸 안긴 것 같은 감촉과 편안하다 못해 알몸으로 있는 듯 안락하다고 전해지죠.”

“아, 알몸인데 안락해······? 어······어쨌든 리아의 옷이 데, 데자스······ 머시기의 실로 만들어졌는지 네가 어떻게 아는 건데?”

“실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잠시 폐하께 실례를 저질렀지만, 덕분에 그 실만의 특징들을 파악할 수 있었죠. 그래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 들어보십시오! 데자스 트루 아라나의 실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매우 높은 마력 전도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물체처럼 대기 중의 마력이 자연스레 투과할 정도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 옷의 소유주······ 라기보단, 오랫동안 입고 있으면 그 사람의 마력 말고는 투과시키지 않고, 신체에서 나오는 잔류마력을 보존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걸 이용하면 간단한 마법 같은 것을 항시 발동시키거나, 아니면 위급한 순간에 발동하는 술식도 짜 넣을 수도 있죠! 그리고 자신의 마력을 축적해 놓은 것이니 예비마력으로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굉장하지 않습니까?!”

“어······어 그래.”


너무 긴 설명에 루데릭은 넋이 나가 대충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입니다! 이스피리아 양의 옷은 언뜻 보기엔 약간 화려한, 조금 비싼 옷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모르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느낄 뿐입니다! 아름다운 디자인부터, 입는 사람을 고려해 움직이기 편하게 고안되어 있는 치밀한 설계는 장인의 정수를 그대로 녹여낸 작품입니다. 안 그래도 가공하기 어려운 소재인데 저기까지――”

“――그, 그만! 알았어.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 굉장하다고 알아들었으니까 이제 그만 멈춰!”

“엇! 아! 죄, 죄송합니다. 흥분해버려서 그만······ 또 실수해버렸네요.”

“하아······ 그 부 학원장이라는 사람 정말 동정한다.”


급 피곤해진 루데릭은 얼른 이야기를 끝내기로 했다. 어차피 들을 수 있는 건 다 들었고, 리카드의 진의 또한 파악했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단순 사람 좋고, 말이 많은 수다쟁이였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방심할 수 있는 놈은 아니지만.’


나른나른 친근한 미소 뒤에는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


최후의 한방을 날리기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 같은······ 좌시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이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 라는 남자는.


그래도 리아에게 해를 끼칠 놈은 아니다. 리아가 제 발로 뛰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리카드가 따로 계책을 꾸미는 게 없다는 걸 알았으니 됐다.


루데릭은 마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 돌아가자고. 어떤 방법으로 하려는 진 못 들었지만, 남색이 있다고 오해받긴 싫으니까.”

“그렇습니까? 조금 아쉽군요.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만. 주민분들에게 약간 오해받아도 될 정도로 말이죠.”

“징그러운 소리 하지······마······”

“어이쿠. 왜 그러십니까. 루데······릭······”


앞서 걷던 루데릭이 갑자기 멈춰서자, 뒤따라오던 리카드는 잠시 휘청였다.


무슨 일 있나 싶은 리카드는, 루데릭이 굳어져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리카드도 굳어졌다.


그러한 둘이 바라보는 방향의 끝엔······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뜬 리아가 있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서, 설마······ 그런······”

“왜 리아가?!”

“왜 이스피리아 양이?!”


떳떳하지 못했던 리카드는 지금 리아에게 들키는 건 생각지도 못했는지 무척이나 당황했다.


하지만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었다.


루데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리카드의 행동을 용인하는 장면을 리아에게 목격당하는 건 완전 예상 밖이었다.


아무리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지만 리카드를 경계하느라 너무 주변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런 자신을 나무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틈도 없다. 어서 오해를 풀어야 했다. 리아에게 미움받고 싶진 않다.


처음으로 한마음이 된 둘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이스피리아 양을 속이려 한 건 결코 아닙니다.”

“아냐, 리아! 나는 이 녀석에게 속은 거야!”

“네?! 루데릭, 치사하게 무슨······”

“시끄러! 애당초 네놈이 음침하게 꿍꿍이를 숨긴 게 잘못이야!”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긴 뭐가 그래?!”

“아냐. 괜찮아, 오라버니. 나한테 그렇게 변명하지 않아도 돼.”


고개를 흔든 리아는 한없이 다정한, 뭔가를 득도한 사람처럼 인자한 표정으로 둘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누구나 말 못 할 사정 하나둘은 가지고 있는데. 난 다 이해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내가 방해한 거 같아 미안해.”

“방해라니?! 그렇지 않아. 리아가 미안해할 거 없어!”

“예. 맞습니다. 이스피리아 양은 피해자입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라버니. 리카드 씨도요.”


미소 지은 리아는 살며시 둘의 손을 잡았다.



“사람마다 각자 개성이 있고 다른 점도 있는 거야. 전혀 이상하지 않아. 난 존중하고 있어. 누가 뭐라 해도 나만큼은 응원할 거야. 오라버니, 리카드 씨.”

“응?”


루데릭은 리카드와 함께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하다.


리아가 화난 것 같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핀트가 맞지 않다고 해야 할까······ 어딘지 모르게 어긋난 듯했다.


더불어 원인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정하게 잡아준 손끝의 떨림과 입꼬리와 눈썹을 움찔거리는 리아의 모습은 그런 루데릭의 마음을 더 증폭시켰다.



“저기······ 리아? 뭘 응원한다는 거야?”

“정말 괜찮아, 오라버니. 나에겐 숨기지 않아도 돼. 아시리트 씨나 다른 여성분들이 그렇게 관심을 보여도 다들 마족이시니 오라버니가 마음을 안 주는 건 줄 알았는데······ 하지만 설마 이런 거일 줄은······”

“잠시만! 갑자기 아시리트들의 얘기가 왜 나와? 이런 일은 또 뭔데?!”


어딘가 절박한 루데릭의 외침에도 리아는 대꾸 없이 리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카드 씨. 보시다시피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오라버니지만 정말로 마음씨 착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이스피리아 양,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마찬가지로 당황하여 묻는 리카드의 말에도 리아는 다 이해한다는 모양새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였다.



“당분간 학원으로 떠나시니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거리는 문제가 안 돼요. 마음만 있다면.”

“거리······? 마음?”


중얼거린 리카드는 생각에 잠겼다.


루데릭도 그를 따라 머리를 풀로 회전시켰다.


찰나라 부를 만한 시간이었지만, 위기를 느꼈던 탓인지 빛을 발했다.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하고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해했다.


리아가 왜 이런 말들을 했는지를.


루데릭은 황급히 리아가 착각하고 있는 것을 정정하려 했고, 리카드와 동시에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유령초라 불리는, 환상의 꽃처럼 아름답고 덧없는 미소를 지은 리아가 말해버렸다.



“전 둘을 축복할게요.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말고 열심히 사랑을 키우시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볼 거예요.”

“아니야!!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리 하지 마!”

“이스피리아 양. 지금 당신께선 크나큰 착각을 하고 계십니다! 루데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평범하게 여성이 좋습니다!”

“이 자식아! 나도 평범하게 여자가 좋아! 내가 뭐 하러 남자랑······ 그것도 네놈이랑 엮여야 하는 거냐?!”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니던 리아는 모두와 이야기하고 나서 자신들을 찾아다닌 것이다. 대충 결혼식에 참가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않았단 걸 떠올린 거겠지.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보이지 않아 리아는 마력을 탐지했을 거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걸 찾은 리아는 천천히 걸어 온 것이다. 찬크에르와 아이리스도 함께 따라 했겠지만, 리아가 사양하고 혼자 왔을 터.


그렇게 인근 숲으로 들어온 리아는 곧바로 이쪽을 발견하고―― 듣고야 말았다.


“남색으로 오해받기 싫다”라는 자신의 말과, “오해받아도 될 정도로 즐겁다”란 리카드의 말이.


그렇다.


리아는 리카드와의 대화가 끝나 돌아가려는 순간에 왔던 거다. 치유마법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 따윈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


물론 거기까지는 상관없다.


그런데 리아는 거기까지만 듣고 이쪽의 말을 오해했다.


자신의 말을 ‘우리들의 관계를 들키기 싫다’의 『커밍아웃은 이르다』라는 의미로, 리카드의 말은 ‘오해받아도 좋다.’의 『커밍아웃하자』란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암만 어리바리한 리아라도 평소라면 이 정도까지 심하게 왜곡하진 않았을 테지만, 리아는 오늘 결혼했다.


머릿속은 이미 핑크빛 세계에 점령당해 버렸고, 자동으로 모든 것을 연애와 사랑을 엮어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소녀모드 상태인 리아라는 뜻이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을 텐데 방해해서 미안했어요. 둘 다 힘내세요!!”

“어······?”


두 사람의 손을 놓은 리아는 마을로 뛰어갔다.


멀어지는 리아의 뒷모습과 숲에 울려 퍼지는 “둘의 관계는 비밀로 할게요~”라는 말과 “이것이 비엘”이라는, 영문 모를 소리를 들으며 루데릭은 멍하니 서 있었다.



“루, 루데릭 정신 차리십시오! 어서 따라가야 합니다!”

“앗! 그래! 어서 리아를 막아야 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어!”


비밀로 한다?


전혀 신뢰가 가지 않았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아를 본 누군가가 무슨 일인지 묻는다면 “아니······ 그게, 비밀인데······”라며 있는 거, 없는 거 다 떠버릴 모습이 눈에 선했다.


끝으로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라며 다짐을 받겠지만······


원래 모든 소문은 그렇게 퍼진다.


그리고 현재의 멍한 상태의 리아라면 그럴 확률은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존엄성이 걸린 문제였다.


루데릭과 리카드는 전력을 다해 마을로 뛰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 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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