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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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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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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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년 9개월차 -2-

DUMMY

청국이 황하의 치수와 곡창지대의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며 유물과 귀금속을 팔고 국가 주도로 대규모 도굴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사영은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장인들과 함께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밥! 쌀밥이 먹고 싶소.”

“월남쌀 말고 제대로 된 쌀밥이 먹고 싶소!”

“밥을 달라!”


조선 선비들이 일으키고 이에 마을 사람들이 동조한 쌀밥 소동이 터진 것과 함께, 영국에 공급해야 할 다이나이트로톨루엔 등에 필요한 질산과 질소비료의 증산이 시급해진 것이었다.


조선에서 대여해 온 선비들 중 반절은 꽤나 적응을 잘 해서인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그래도 중졸이나 고1 수준의 기초과학과 중학생 수준의 산술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대부분 반란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연루된 자들이라 여기서 일정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대로 형 집행을 당하러 다시 조선 조정으로 끌려간다는 것이 그들을 급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선비들의 평소 공부량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양이었기에 새로운 것을 읽고 암기하는 데에는 탁월한 효율을 보인 것 또한 빠른 학습 목표량 달성의 비결이었다.


게다가 선비들은 토론을 즐기는 자들이었다. 배우고 익힌 것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그들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배운 바에 의하면, 우리의 몸은 세포로 되어 있고, 그러한 세포 하나하나에는 각기 수명이 있어 죽을 것은 죽고 새로 분열하여 생성된 세포는 다시 일정 수명을 가지고 자기 할 일을 한다고 하오. 그러한 세포를 만드는 데에는 단백질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생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필요하다고 하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고 하나, 젖을 뗀 후부터는 버러지를 먹건 쌀을 먹건 그것이 세포를 유지시키고 세포를 자라게 하는 것으로 화하고 것은 당연한 일이오.

그러나 그렇게 버러지가 들어오고 쌀이 들어와서 내 몸을 만들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부모님께서 주신 원래의 세포는 극히 조금밖에 남지 않고, 대부분은 그 벌레와 고기로 이루어진 세포를 쌀과 기름기로 움직이게 하게 될 것이오.

그렇다면 그 때도 내 몸이 부모님께서 주신 그 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오?”


“내 몸이라는 것이 육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 내 몸이 나라고 인식하는 것은 나 자신의 이(理)이고, 다른 자들이 나더라 ‘나’라고 하는 것 또한 나를 나라고 하는 것이오. 세포 하나하나가 비록 다른 생물의 육과 정으로부터 온다고 한들, 그것이 모인 것은 ‘나’라고 인식한다면, 내 몸이 바로 ‘나’일 것이 아니겠소?”


“내가 벌레와 쌀과 나물과 고기를 먹고 자란다고 하더라도, 내 몸이 벌레나 쌀이나 나물이나 고기로 변해가는 것은 아니지 않소? 내가 조금 앞에 배울 부분을 먼저 들여다 보았는데, 그 ‘세포’라고 하는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정보’라는 것에 의해서 형성되고, 그에 따라 모양과 기능이 정해진다고 하오. 즉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것은, 처음에 우리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 받은 모양과 기능이 저 조상님으로부터 우리 후대까지 이어지면서 그 모양과 기능, 그 속에 든 것이 전해지는 것이라고 하니, 우리는 그것을 잘 관리하고 수양하여 후대로 아름답게 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소이까?”


“참으로 그 말이 옳소. 헌데, 그렇게 잘 관리하고 수양하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먹고, 건강에도 힘써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소이까?”


“그야 당연한 말씀 아니오이까?”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렇게 저 안남에서부터 들여온다는 길쭉하고 날리는 쌀에 버러지 반찬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오? 저 ‘생물학 입문’에도 제철에 나는 곡식과 채소, 어류는 양이 많이 구하기도 좋으면서 가장 영양가도 높다고 하지 않소이까? 이제 벼를 벨 때가 다가오는데 우리도 제대로 된 밥을 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러다 다시 조선땅으로 끌려가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일 아니오?”


“아닐 것이외다. 저 사영이라는 자가 하는 것을 보건대, 저 자는 요구사항이 그럴 듯 하다고 하면 그 의견이 누구의 것이건 간에 고려를 심각하게 해 보는 자요. 우리가 오늘 토의한 것을 바탕으로 제대로 건의를 올리면, 적어도 밥은 제대로 줄 것이외다.”


“어허 선비된 자로서 밥 투정을 건의로 올리다니...”

“너무 무모한 것 아니오?”

“그 무슨 위험한 생각이오? 그러다 수틀리면?”

“김 진사, 이 생원은 쌀밥이 눈 앞에 아른거리지 않소이까?”

“....당장 합시다.”


어업의 발달과 밀웜의 공급으로 밥상에 단백질 공급량이 늘면서 식사량이 확 줄어들기는 했지만, 조선인들의 쌀밥에 대한 집착은 대단한 것이었다.


“뜨끈뜨끈하고 미끈미끈하면서도 부드럽고 입 안에 착 달라붙는 쌀밥...”

“밥이 먹고싶소.”


게다가 가둬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낙이라고는 밥 외에 다른 것이 있을 리 없었다. 물론 잡혀 온 초창기에는 목숨을 걱정해야 했으나, 이제 최소한 죽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다음 떠오른 것은 먹을 것이 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것은 공충도 마량진 일대의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박선비님!! 쌀밥이 먹고 싶어요....”


“이 일대의 식량 증산을 시도해봅시다.”


건의사항을 들은 사영은 일을 하나 또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슬슬 질산도 대량으로 필요해지니까요.”


늘어나는 폭약 수요와 식량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암모니아와 질산, 요소의 합성량을 늘리기로한 것이었다. 그전까지는 각종 배양조에서 질소고정 세균을 배양해서 공기로부터 질소고정을 하고 있었으나, 이제 배양조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온 것이었다.


“조금 더 물리학이 발달하면 InP/ZnSe양자점을 배지에 넣고 배양한 질소고정 세균으로 지금보다 몇 배 효율로 질소고정 시도가 가능하겠지만...”


원리도 방법도 아는데 기술력이 후달려서 안 되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일단 사영은 지금 기술로 가능한 질소고정 시설을 제작하기로 했다.


먼저 그 유명한 하버-보쉬법에 볼밀링 기술이 추가된 암모니아 고정 시설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현제 제철에서도 쓰고 있는 석탄을 굽고 물을 미세입자로 뿌려 얻어내는 일산화탄소와 수소 중 수소 일부를 돌려 질소와 함께 가열로로 보내고, 가열로 안에서는 철가루와 구슬이 돌면서 촉매 역할을 했다. 그렇게 촉매에서 고온 고압으로 버무려진 질소 분자는 삼중 결합이 끊어지고, 수소와 반응하여 암모니아를 만들었다. 뜨거운 암모니아가 함유된 공기는 냉각기로 이동해 열교환기에서 열을 잃고, 이 잃어버린 열은 고온 반응로쪽으로 이동해 새로운 질소와 수소를 가열하는데 쓰였다.


암모니아는 먼저 냉각되어 액체로 떨어지고, 반응하지 않은 질소와 수소는 다시 반응로쪽으로 옮겨져 암모니아로 반응할때까지 계속 기계 안쪽을 순환하는 구조였다.


이렇게 얻어진 암모니아는 다시 제철소에서 나오는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요소를 만들 수도 있었고, 질산을 생산하는데에도 물론 유용하게 쓰였다. 전자는 비료로, 후자는 각종 폭약을 만들거나 질산염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질들이었다.


“그리고 암모니아를 만들었으면...냉장창고와 냉동창고도 만들 수 있지.”


그리고 냉동고를 만들 수 있으면 동결건조장치도 꽤나 크게 만들 수 있었다. 암모니아의 누출 문제만 잡을 수 있다면, 에어컨을 제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문제는 모두 다 전기를 꽤나 잡아먹는다는 것이었고, 전기는 지금도 이 배에서 끌어다 쓰는 것 외에는 저 제철소에서 석탄을 굽고 전처리하면서 나오는 열을 아낄 겸사겸사 돌리는 소형 화력발전소 한 개가 전부였으니, 이대로 가면 전력난도 곧 닥칠 수 있었다.


“전기..전기는 또 어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감에 사영은 다시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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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3 쥬논13
    작성일
    22.09.20 18:57
    No. 1

    쌀 달라고 한 늬들이 질소비료공장 만들어~ 라고 밀어야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09.21 09:56
    No. 2

    일단 대학원생급까지는 키우고 실무경력도 쌓아줘야...
    잘 먹이고 잘 키운 다음 나중에 열심히 굴려야죠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ko**
    작성일
    22.09.20 19:00
    No. 3

    먼저 그 유명한 하버보쉬법 ...

    분명 한글이고 모르는 단어는 한개도 없는데 아무것도 이해를 못하겠다 ㅠㅠ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09.21 09:58
    No. 4

    어..그림이나 영상이 같이 있으면 이해하시기 편했을텐데 글로만 쓰려니 제가 좀 글솜씨가 부족했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하버-보쉬법으로 질소를 고정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그것으로 이것저것 만들었다..정도만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거북등껍질
    작성일
    22.09.24 22:10
    No. 5

    얼마전에 퀀텀닷으로 질소고정한다던가 비슷한 기사를 본 것 같긴 한데 기억이ㅋㅋㅋ 구현된 기술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09.26 16:02
    No. 6

    기술 자체는 구현된 듯 합니다. 실험실 레벨에서는 질소 고정되는 양이 기존 세균의 4배가 넘는 것으로 나왔던데... 업스케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비과학적
    작성일
    23.03.04 03:49
    No. 7

    원래 목적은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였을텐데 점점 배가 산으로 간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ageha19
    작성일
    23.07.18 17:44
    No. 8

    점점 주인공이 제2의 기자 가 되어가는 느낌 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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