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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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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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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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9개월차

DUMMY

“황하는 아직도 무너지고 있는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렇사옵니다.”


흑사병과 홍수로 상당한 수의 청국인이 희생되었으나, 여전히 3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중원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옛 황하와 새로 물길에 바뀌어 위쪽으로 확 올라간 황하 주변에 살고 있었다.


“누가 칼들고 황하 주변에 살라고 협박했냐? 왜 매번 홍수 피해를 입으면서도 그 주변에 살고 있는 것이지?”

“칼보다 무서운 것이 먹고 사는 문제니까 그렇지.”


황하는 저 멀리 티벳으로부터 끌어온 막대한 양의 침전물을 하구에 뿌려 그 일대를 비옥하게 해 주었고, 지력이 쇠하는 것을 막아 막대한 농업 생산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황제는 대대로 치수를 잘 하는 자였고, 치수야말로 황제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였다.


그것은 지금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해상 봉쇄로 해운이 막히고, 황하의 횡포로 내륙 수운이 박살난 것도 물론 큰 문제였으나, 가장 큰 문제는 곡창지대가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빠르게 황하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3억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곡창지대 재건이 힘들 것이고, 그러면 그대로 인구의 절반 가까이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먹을 게 충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굶어 죽는다. 인민 절반이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나머지 절반은 굶어 죽게 둬야 한다.”


그렇게 황제가 말은 하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황제도 이대로 가면 파멸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당장 저 남쪽에서 “반청복명”이니 “멸청흥한”이니 하면서 반란을 일으키는 자들이 있었고, 얼마 전 바른 말을 하다 끌려나가 처형당한 유소기와 같은 자가 또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시체까지 끌어다 비료로 갈아버리면서 어떻게든 농업 생산량을 늘려보려는 황제의 지시가 있었으나, 황하가 쓸어가버린 곡창지대에서 생산하는 식량의 양에 비하면 비료 추가와 농법 개선으로 증산할 수 있는 식량의 양은 극히 소량이었다.


“황하 공사는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결국 황제는 이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황하에 대한 대공사 착수를 명했다. 그와 함께 어떻게 공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방안이 올라오게 되었다.


“황하로 들어가는 지류들에 대해 저수지를 수없이 만들어 봅시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검토해보라.”


실제로 황하 지류에 건설된 저수지에 대한 조사가 들어갔다. 그리고 결론은...


“황하 수위가 올라가면 지류쪽으로 토사가 범람하여 저수지도 쓰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수지를 파 보아도 유효기간은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합니다.”


“그럼 3년마다 새로 파면 되겠군.”

“...네?”


그렇게 해서 황하의 지류마다 저수지를 새로 수십여개씩 파라는 명이 떨어졌다.


“황하 본류에는 댐을 만들 수 없으니 지류마다 제(堤:둑, 댐)를 건설하고, 여기에 쌓이는 토사를 정기적으로 준설해서 논과 밭에 뿌리는 방도를 시행해 보라.”


“나무를 심어라. 충분히 자란 나무는 강으로 들어가는 토사를 줄일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황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게 해줄 것이다.”


이번에는 상당히 일리가 있는 지시였으나, 문제가 있었다.

바로 충분한 기술과 장비가 없었던 것이다.


넉넉한 것은 오직 사람뿐, 식량도 기술도 장비도 없었기에 그 모든 작업들은 인력으로만 이루어졌다. 장비는 삽, 곡괭이, 그리고 담가와 지게, 바구니가 전부였다.


“해가 떴소.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오. 동무들.”

“모이시오. 움직이시오. 일할 시간이오.”


집단농장과 집단급식소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사람들을 모아 작업 지시를 하고 작업에 투입하는 것은 의외로 쉽게 이루어졌다. 집단농장의 각 조들은 그대로 작업조로 묶였다. 보통 열 명 이 한 개 작업반으로 구성되었고, 이들의 장은 열명중의 장이라 십장이라고 불렸다.


작업반의 십장이 상위 작업반에 보고하면, 열 개의 작업조를 관리하는 백인장은 다시 다음 단위인 천인장에게 보고했다. 그렇게 작업 현황이 각 행정구역별로 취합되어 중앙에까지 보고되었다.


“동무들, 오늘은 이쯤이면 되었소. 도구 정리하시오.”

“쉴 시간이오. 가서 간단히 먹고 얼른 주무시오.”


그렇게 해가 뜨면 가서 일하고 해가 지면 퇴근하는 생활은, 작업 현황이 황제의 귀에 들어간 순간 끝났다.


“일의 진척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닌가? 이래서야 농한기가 끝나기 전에 작업을 마칠 수 있겠는가?”


그 한마디로 지옥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두 배의 노동력을 동원한다면 두 배로 목표를 빠르게 달성할 것이다.”

“일터로! 태업자 신고를 잊지마라.”

“동무들!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하오!”

“해가 떨어지면 일을 못해? 횃불은 부러졌냐 이 새끼야?”


작업장에서 집까지 출퇴근 하는 것조차 시간을 낭비한다고 하여, 그들은 임시숙소에서 자고 임시 급식소에서 먹으며 일했다.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식사의 질은 부실했고, 숙소 또한 집만큼 나을 수 는 없었다.


그러나 투입된 인력이 물경 5천만명에 달하다 보니, 어쨌거나 성과는 있었다. 총연장 1천 km에 달하는 수로와 운하가 새로 파졌고, 7백여개에 달하는 저수지가 총 석달만에 새로 생겨났다.


“삽과 곡괭이가 부족합니다!”

“무엇이 필요한가?”

“강철과 목재가 더 필요합니다!”

“저 조선에서도 토법고로를 만들어 강철을 뽑고 그것으로 철선을 만들어 우리 앞바다를 휘젓고 있다. 우리라고 하지 못 할 것이 있겠는가? 토법고로를 만들어 철을 뽑아보는 실험을 하라. 고로에 대해 잘 아는 자를 구하여 반드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토법고로

土法, 즉 전통적인 기술로 만든 高爐, 탑 형태의 용광로를 말하는 것이었다. 고로, 즉 탑 형태의 용광로는 인류가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뽑아내는 방법 중 가장 에너지와 환원 효율이 높은,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통적인 기술로 고로를 만들어봤자 그 높이가 그리 높을 리 없었고, 내열 벽돌을 만들고 고온 고압의 가스를 불어넣을 기술도 없었으며, 정제된 연료를 쓸 수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청 황제도 토법고로에 크게 데여본 적 있어서인지 일단 지르고 보는 대신, ‘기술력이 있는 자들을 구하여 실험을 먼저 해 볼 것’을 주문했으니 그나마 발달했다면 발달한 셈이었다.


중원에서 철광으로부터 쇳물을 뽑아 실생활에 쓴 것이 기원전 5세기경, 이미 철제 무기와 철제 농기구기 있던 시절이었으니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주철정도를 뽑아내는 장인이야 꽤 많았다. 문제는 주철에서 탄소 함량을 줄여야 강철이 된다는 것인데, 그 과정은 가히 노가다에 가까웠다. 주철을 다시 녹였다 굳혔다하면서 산화철이나 철 함량이 높은 붉은 흙 등을 적절히 넣고 저으며 굳혀 두들겨 한쪽으로 불순물을 뽑아내고 정련하는 식이었는데, 이를 위한 수력식 해머와 수력식 풀무는 이미 한나라 때 등장한 바 있었다.


당연히 황제가 명했으니 소형 용광로와 정련 시설에서 강철을 뽑아내는 장인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그 과정을 책자로 정리하는 것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소형 로에서 강철을 생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역시! 그럼 그 과정을 자세히 적어 각 성으로 배포하여 토법고로를 대거 올리고 강철을 뽑아내도록 하라!”


그러나 역사에 등장했던 적이 있다고 해도, 결국 제철, 제강은 고도로 전문화된 장인들의 일이었지, 농민이 뛰어들어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을 책자로 적어서 올린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쇳물 녹여보고 두들겨 보고 한 경력이 30년은 되어야 사람들을 지휘해 철을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자만 가지고 철을 생산해봤자 구멍 숭숭 뚫린 폐철만 잔뜩 나올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지시는 하달되었고, 다시 일선에서는 그 결과가 정리되어 올라갔다.


각 단계별로 약간의 ‘가라’가 섞인 채로 말이다.


“일선에서 사용하는 삽과 곡괭이는 일선에서 제작해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품질입니다.”

“철의 질이 아주 좋지는 않으나, 작업 도구를 만드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1인당 사용하는 삽의 개수가 하루에 6~7개나 될 정도로 삽이 자주 깨져나가고 부러져 나갔지만, 어쨌건 작업은 계속 이루어지긴 했다. 그리고 그것은 “문제없는 품질.”로 기록되어 상부에 보고되었다.


그 와중에 철을 생산하고 도구를 만들기 위해, 심어두었던 나무보다 훨씬 더 많은 나무가 베어졌다. 심지어 황제의 지시를 받고 심어진 나무가 황제의 지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베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들어간 막대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황제는 또 다른 사업을 하나 시작하였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능과 묘를 파고, 절과 사당 등에 있는 도자기와 금붙이 등등도 싹 다 털어 올 것.”

“"불파불립(不破不立), 선파후립(先破候立) : "부수지 않으면 세울 수 없다. 먼저 부수고 다음에 세운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문화재와 예술 작품들 중 귀금속류는 녹여져 괴 형태로 가공되었고, 유물들 중 서양쪽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프랑스나 미국, 심지어 지금 전쟁중인 영국 쪽으로도 밀수되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불태워지거나 부서진 문화재들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심지어 명나라 황제들의 무덤이 모여있는 명 13릉이나 진시황의 무덤 등등, 역대 황제의 능까지도 지금 황제가 ‘발굴’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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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5년 6개월차 +10 22.10.28 742 38 19쪽
108 휴재공지 +3 22.10.26 728 20 1쪽
107 5년 2개월차, 청국 -2- +6 22.10.25 747 42 7쪽
106 5년 2개월차, 청국 +5 22.10.24 729 34 10쪽
105 5년차, 청국 +13 22.10.21 805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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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5년차, 영국 +6 22.10.19 790 38 10쪽
102 5년차 +16 22.10.18 809 42 10쪽
101 4년차, 인술. +4 22.10.17 791 38 9쪽
100 4년차, 일본 +9 22.10.15 838 45 9쪽
99 4년차, 영국 -3- +15 22.10.13 831 45 9쪽
98 4년차, 영국 -2- +8 22.10.12 804 42 10쪽
97 4년차, 영국 +14 22.10.07 840 44 14쪽
96 4년 7개월차 -3- +6 22.10.06 815 36 9쪽
95 4년 7개월차 -2- +6 22.10.05 806 41 11쪽
94 4년 7개월차 +8 22.10.04 794 38 9쪽
93 4년 6개월차 -3- +8 22.09.30 835 39 9쪽
92 4년 6개월차 -2- +9 22.09.29 813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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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4년차 -4- +10 22.09.27 822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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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4년차 +6 22.09.21 862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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