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머 아카데미 유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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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20 17:59
최근연재일 :
2022.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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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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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탐사 선발전(7)

DUMMY

####




기초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대개 이런 농담을 하곤 한다. XXX 발명한 사람은 왜 노벨상을 못 받았냐고.

후보는 제법 많다.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전기구가 대부분.

그런데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벨상 1순위 발명은 따로 있다.


SKIP 버튼.


“젊음이란 별 게 아니야! 출발선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 제아무리 능숙해지고 실력이 올랐다 한들, 레이스를 처음부터 다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인생이란 그런 법이야! 전진은 있지만 후진은 없지! 항상 발을 디딜 곳을 잘 정해야 해!”

“이번 선발전도 마찬가지! 함정에 빠져서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없어! 어딜 향할지 한 번, 두 번 더 생각하고 신중히 고르도록!”


미치겠네. 소음공해가 따로 없군.

「포획법」 강의의 그 가래 섞인 꼰대 목소리를 풀코스로 들어야하다니. 김현탁 이 할배는 지치지도 않나.

다른 학생들의 반응도 대개 비슷했다.


“이거 완전 입학식 연설 시즌2잖아······.”

“아침댓바람부터 이게 뭔 고생이람?”

“서다혜 교수님이 그리운데.”

“어, 그건 아님.”


민심이 바닥을 넘어 지하를 뚫을 지경. 빨리 다 때려치우고 선발전이나 하자는 분위기다. 어째 야외 광장은 올 때마다 좋은 기억이 없네.


“다들 기대는 접어둬. 어차피 1등은 정해졌잖아.”


그때, 엑스트라 남학생 한 명이 무기력한 말투로 툴툴댔다. 그러자 시선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렸다. 마치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입학 전부터 최고의 엘리트로 칭송받던 신동.

이사장의 금쪽같은 외동딸.

전체 랭킹 1위.


“응?”


팔짱을 낀 채 흉흉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던 금발녀가 쏘아붙였다.


“뭐? 왜?”

“······.”

“······.”

“······.”


썩 곱지 않은 시선. 무언의 압박.

학생들의 불만도 이해는 간다.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 현대식 신분제가 무언지 절절히 체감하고 있을 테니까.

브레이브 지부 학생들은 수석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다. 현실적인 최종목표는 차석이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려 해도, 결승선 부근에선 윤나래라는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으니. 하루빨리 100점을 채우고 와이즈로 꺼지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겠지.


그리고 오늘,

내가 그 장애물을 넘어보려 한다.


“다들 알아들었나?! 혹시 못 들은 학생들을 위해 처음부터······. 케흑!”

“자, 자, 그만이요~!”


망가진 민심과 흉흉한 분위기. 이 더블 마이너스 콤보를 단번에 깨부순 구세주가 등장했다. 무테안경을 쓴 20대 후반의 여교수.


“다 모였나요? 회의가 늦게 마무리돼서 미안해요.”


그녀는 마치 짐짝 치우듯이 김현탁을 밀어내고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러자 물에 젖은 판초우의처럼 축 가라앉은 분위기가 일시에 살아났다.


“이토록 많이 모일 줄은 몰랐네요. 이 넓은 야외 광장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바글바글하다니. 여러분의 용기와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흡족하게 미래의 꿈나무를 훑어보던 서 교수는 은백색 구형 장치 하나를 내보였다. 태양광을 받아 흡사 미러볼처럼 반짝이는 물체.


“솔리드 일루전 프로젝터. 여러분이 넘을 난관들은 모두 여기에 들어있습니다. 아달베르트 교수님의 협조를 받아 완성한 거예요. 부딪히고 데이고 찔리는 감촉이 느껴지더라도 겁먹지 마세요. 실제로 다치는 건 아니니까.”


뒷짐을 진 채 잠깐 뜸을 들이는 서다혜 교수. 곧 인자한 표정을 버리고 평소의 쌀쌀 모드로 돌아왔다.


“물론 깎여나가는 점수는 현실이지만.”

“······.”

“······.”

“······.”


일관성 하나는 죽여주시는 분이네.


“딱 하나만 더 공지하죠. 이 선발전은 사파리 월드 탐사에 합류할 특권만 걸린 게 아니에요. 10위 안에 드는 학생들에겐 대량의 점수를 부여할 생각입니다. 단번에 와이즈 지부로 진학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뒤처진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오오오!”

“오오오!”

“오오오!”


화르르륵.

엎어놓은 유리잔 속 촛불처럼 차차 사그라지던 투지가 단번에 살아났다.


“와이즈? 이렇게 빨리?”

“그냥 경험 삼아 참여한 건데 개이득이잖아?”

“이제 지긋지긋한 브레이브 지부랑 안녕이다!”


속으로 하고 끝낼 말을 참 용감하게도 내뱉는군.

혹시 용기의 로기아세요?


“자, 모두 파트너를 꺼내세요. 정확히 30초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이 일제히 인보크 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발사된 무지갯빛 광선들이 하나둘씩 실체를 가지며, 가뜩이나 비좁은 야외 광장을 한층 더 붐비게 만들었다.


“나와라, 일렉키즈!”

“소환, 헥사코일!”

“부탁해, 메탈로!”


전부 1세대 몬스터잖아. 추억의 얼굴들이네. 쟤네로 시르포 한 번 잡아보겠다고 얼마나 맨땅에 헤딩을 했는지. 아직 풋내기일 적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설탕 냄새를 풀풀 풍기는 마법 고양이가 교복 상의 안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주인님, 우리는 멋진 구호 없어요?”

“어둡다고 인보크 건에 들어가지도 않는 녀석이 구호는 무슨. 소환 영창이라도 외워줄까?”

“그러면 좋죠!”

“폭발하라 현실이여, 터져라 시냅스. 퍼니시먼트 디스 월드.”

“우와, 감동.”

“······.”


괜히 기분 맞춰줬나.

자괴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시간 됐어요.”


말 한 마디로 초시계 버튼을 누르는 서 교수. 그리고 솔리드 일루전 프로젝터의 매끈한 표면을 만지작거렸다.


“지금부터 사파리 월드 탐사 선발전을 개시할게요.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에겐 최고의 테이머로 거듭나는 계기가, 부진한 학생에겐 매콤한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곧이어 서다혜 교수는 짤막한 조언을 마치고, 엄지손가락을 댄 버튼을 눌렀다.


“그럼 스타트!”


우우우우웅.

0과 1의 배열로 짜인 가상 데이터가 현실을 뒤덮는 소리가 났다. 꼭 발을 디디고 서있는 곳이 모니터 속 세계로 변한 느낌. 그 불쾌한 이질감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어? 어어어어!”

“떨어진다!”

“꺄아악!”


갑자기 야외 광장의 바닥이 확 기울어지며 학생들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꼭 침몰선에 버려진 승객들처럼.

디디고 있는 발판이 곧 희푸른 여객기 표면으로 바뀌고, 먹구름 같은 연기가 사방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뭐야? 뭐야?”

“비행기가 구름에 박혀있는데?”

“야, 이거 설마······!”


겁에 질려 창백해진 동기들 위로 큼지막하게 뜨는 상태창. 첫 번째 관문의 정체를 알려주는 안내 문구였다.



『천공의 추락선』

- 1985년 6월 18일. 카바나 항공에서 출항한 RX-859의 승객들에겐 불행한 날이었다. 무사히 이륙을 마치고 해발 10,057m에 다다를 시점, 대류의 이상을 감지한 마크 기장이 다급히 경고를 내렸지만······.



저 설정충이나 좋아할 문구 아직도 안 고쳐놨네.

뇌로 필터해서 보자.



『천공의 추락선』

- 지상 몬스터는 구름을 발판으로 밟으며 움직여야 함. 푹 꺼지는 함정이 있음. 당연히 비행 몬스터가 유리함. 보스 때려잡고 구름 위에 표류한 승객들 구하면 끝.



아, 편하다.

이러니까 얼마나 좋아.


“이, 이건가? 으아아악!”


벌써 희생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징검다리처럼 생긴 덕분인지, 구름을 밟고 건너야한다는 것쯤은 신입생들도 벌써 눈치 챈 듯하다. 결승선을 향해 쭉 이어져있기도 하고.

문제는 함정. 어떤 구름이 발판 역할을 하는지 미리 알아야한다. 몬스터의 기술을 쓰든, 아니면 감으로 찍든.



[39명 탈락]

[탈락 사유: 낙사]



시작하자마자 무려 1/3이 나가떨어졌다. 살벌한 분위기에 대부분 꽁꽁 얼어있다. 여학생 몇 명은 아예 울먹이기까지.

나는 아니지만.


“프리지아.”

“넵!”

“준비는 됐겠지?”

“옛썰, 주인님!”

“변신.”

“······.”

“······.”


이 자식이.


“그새 작전 까먹었냐?”

“에, 에헤헤헤. 엣큥.”

“하나도 안 귀여워.”


혀를 내미는 파트너를 한 대 쥐어박고 너브 링크를 작동했다. 혼자 할 수 있다고 믿은 내가 잘못이지.



[‘프리지아’가 【흉내쟁이 Lv.2】를 사용합니다.]

[대상: 스카이랩터]



그러자 희푸른 마법 고양이가 창백한 조명을 내뿜으며 실루엣을 바꾸었다.

길쭉하고 날렵한 체형, 대형 도마뱀과 닮은 주둥이, 길게 찢어진 세로 동공, 온몸을 뒤덮은 청색 깃털. 비행과 하강에 특화된 드로마이오사우루스과 공룡 한 마리가 아름다운 날개를 뽐내고 있었다.



【스카이랩터】 (No. 98)

-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비행 몬스터로 알려져 있다.

Lv: 32

종족: 공룡

속성: 빛

체력: 44

속도: 44

물리 공격: 44

물리 방어: 44

마법 공격: 44

마법 방어: 44

친밀도: 100



윤현수의 별장에서 스캔한 레어 몬스터 중 하나다.

랩터 시리즈의 하늘 버전.

오션랩터, 가이아랩터는 각각 바다와 땅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에게 밀려 도태된 처지. 그러나 이 스카이랩터만큼은 다르다. 유독 비행 몬스터의 출시가 적은 탓에, 얘보다 빠른 몬스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 후속작까지 모두 합쳐도.

물론 종족치는 그대로 44. 이대로라면 날아봐야 평범한 속도다. 하지만 이마저 극복하게 해줄 전용기가 있지.



[‘스카이랩터’가 【창공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전투를 실행하기 전까지 속도가 150 상승합니다.]

[다른 기술을 사용하면 효과가 풀립니다.]



프리지아가 찢어질 듯한 괴성을 내지르며 온몸에 흰색 아우라를 둘렀다.

최강의 자체 속도 버프기. 스카이랩터가 공중의 지배자로 군림한 원동력이다. 이 덕분에 갑부들이 가끔 개인 여객기 대용으로 사용한다나. 워낙 희귀한 몬스터라 그마저도 소수지만.


“가자, 파트너!!!”

“넵~!”


승마하듯이 등에 타고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파트너는 갈고리 발톱이 달린 뒷발로 땅을, 아니 구름을 박차고 힘껏 날아올랐다. 시원하다 못해 싸늘한 바람이 전신을 사정없이 구타한다. 하지만 이쯤은 얼마든지 웃어넘길 수 있었다.

용기의 로기아가 걸렸으니까.


“이야~! 그거 뭐야? 멋진데!”


돌풍을 맞으며 쏜살같이 날아가길 어연 1분. 잠시 한숨을 고르고 있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내 주의를 끌었다.

바로 등 뒤에서.


“쥬×기 공원? 와하하, 하늘에서 공룡이 날아다니는 걸 다 보네!”

“민수호?”


미처 예상 못한 일인데. 어떻게 이만큼 빨리 따라잡았지? 나는 얼얼한 뒤통수를 만지면서 갈색 머리 주인공을 마주했다.


“너 설마 가짜 구름 다 피한 거야?”

“응.”

“어떻게?”

“구름은 수증기로 생성되는 거잖아. 크로코다일로 【분무기】를 사용해서 다른 색상으로 물들여봤어. 색깔이 변하지 않고 흰색 그대로면 허상이란 뜻이지.”

“그걸 즉석에서 알아냈다고?”

“어렵지는 않던데.”


······.

얘도 어지간하네.

역시 주인공.

만만히 봐서는 안 되겠다.


“이야, 그래도 역시 우등반은 못 따라가겠어. 어떻게 그런 몬스터를 쓸 생각을 했지? 난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구나.”

“수고해. 마지막 코스에서 만나자.”


의례적인 인사 한 마디만 남기고 발을 재촉했다. 그러자 민수호와 푸른 새끼 악어가 순식간에 조그마한 점으로 변했다.

그래봐야 토끼와 거북이다. 토끼가 쉬지 않고 달린다면 절대로 질 수가 없지. 구름 하나하나를 폴짝폴짝 뛰어서 어느 세월에 날 제치려고.


“주인님!”


하나둘씩 올라가는 탈락 카운트를 보며 안심하고 있는데, 프리지아가 난데없이 급정지를 했다. 무언가 방해물을 발견한 듯하다.


“전방에 아주 큰 구름이 있어요! 그리고 살려달라며 아우성인 사람 무리도요! 엄청 많은데요?”

“도착했군. 납치당한 승객들이야.”

“그, 그리고······. 후덜덜덜.”


있겠지.

무고한 승객 78명을 납치해서 먹이로 삼으려는 비행야수족 몬스터.

‘천공의 추락선’의 보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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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너한테 받은 용기니까, 널 위해서 쓸 거야 +3 22.06.24 22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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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착하게 살면 복이 와요 +1 22.06.22 213 7 13쪽
32 결심 +1 22.06.21 215 9 18쪽
31 챔피언 22.06.20 234 12 15쪽
30 폭발 22.06.19 232 8 14쪽
29 탐사 선발전(10) +1 22.06.17 233 9 14쪽
28 탐사 선발전(9) 22.06.17 219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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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사 선발전(7) +2 22.06.14 251 11 12쪽
25 탐사 선발전(6) 22.06.13 278 12 15쪽
24 탐사 선발전(5) +1 22.06.11 304 12 12쪽
23 탐사 선발전(4) +1 22.06.10 291 15 12쪽
22 탐사 선발전(3) +1 22.06.09 295 15 12쪽
21 탐사 선발전(2) +4 22.06.08 325 16 12쪽
20 탐사 선발전(1) 22.06.07 324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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