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머 아카데미 유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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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20 17:59
최근연재일 :
2022.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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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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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탐사 선발전(2)

DUMMY

<사파리 월드 탐사 선발전 공지>

- 시일: 3월 13일(수)

- 장소: 야외 광장

- 방식: 4개의 모의 던전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학생 1인 선발



“보셨죠?”


탕.

서다혜 교수가 스크린을 손바닥으로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등반과 기초반이 함께 모인 대강당. 신입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난다.

일과시간이 지나고 따로 일정을 잡으면 사방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법도 한데, 다들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만큼 특별한 이벤트니까.


“여러분은 행운아입니다. 입학하자마자 이런 기회를 얻다니.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사례예요. 다들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의 가치를 증명하도록 하세요.”

“저기, 교수님!”


의욕에 찬 갈색머리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감이 왔다. 벌써 기초반에서 독보적으로 치고나가는 덕분에, 최단 기간 우등반 승격을 앞두고 있는 우등생.


“실례지만 어떤 모의 던전들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제가 정할 겁니다. 미리 알려드릴 순 없어요.”

“네?”

“이번 탐사에선 어떤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제가 판단할 것은 여러분의 임기응변이에요. 어디에 함정이 숨겨져 있는지 직감으로 알아채고, 처음 보는 몬스터의 특성을 파악해서 쓰러뜨리고.”

“임기응변······.”

“너무하다고 원망하진 마세요. 아카데미 커리큘럼이 끝나고 정식 테이머로 데뷔하면 매일 겪을 일이니까요. 굳이 힌트를 드리자면,”


천장을 바라보고 잠시 고민에 빠지는 서 교수.

무테안경에 인공조명의 창백한 빛이 반사된다.


“이번 학기 「모의 던전」 강의에서 제가 사용할 곳들이에요. 던전 하나를 구성하는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고작 사흘 만에 선발전 전용 던전을 따로 짜긴 무리거든요. 맛보기나 예습이라고 생각하세요.”

“네?”


힌트 아닌 힌트.

학생들이 알 턱이 없다. 「모의 던전」 강의계획표에 던전 이름이 직접 표기되진 않았으니까. 애매하게 ‘비행 능력 테스트’, ‘어두운 조명 안에서 대응력 기르기’ 따위로 애매하게 기술된 탓에, 그저 범위를 좁혀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명만 빼고.


“노아, 왜 갑자기 웃어?”

“별 거 아니야.”


곁에서 침묵을 지키던 윤나래가 물었다. 아무래도 표정 관리가 안 된 모양이군.

감사합니다, 교수님. 다 가르쳐주셨네요.


“단!”


열심히 행복회로를 굴리고 있는데, 새로운 전달사항이 뒤를 이었다.


“던전이 어떤 곳인지 알아도 결코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학기 중에 사용할 던전보다 난이도를 대폭 높여놨거든요.”

“네?”


콰르릉.

웬 청천벽력이지?


“이 선발전은 재학생과 신입생이 함께 치르는 겁니다. 사파리 월드의 야생 몬스터가 학생의 나이, 경력, 실력을 구분해서 덤벼들 것 같나요?”

“······.”

“모의 던전에서 상대할 몬스터들의 레벨. 지금 여러분의 파트너보단 훨씬 높을 거예요. 각오 단단히 하세요. 최소 25부터 시작할 겁니다.”


싸늘한 정적이 흐른다.

시작부터 헬 난이도로군. 프리지아의 스펙을 띄워보았다.



【프리지아】 (No. 839)

- 네 번째 로기아. 겉보기엔 초라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Lv: 15

종족: 야수

속성: 빛

체력: 35

속도: 35

물리 공격: 35

물리 방어: 35

마법 공격: 35

마법 방어: 35

친밀도: 100


(상태)

- 너브 링크 Lv.1

- 너브 링크 Lv.2



15. 나름대로 열심히 키웠는데 딱 여기까지인가?

상성이나 스킬로 극복할 수 있는 레벨 차이는 보통 5 이내다. 그걸 넘어가면 힘 싸움 자체가 성립 안 된다. 이건 아마추어 배틀이나 프로 경기나 마찬가지. 최소 25라면······. 조졌네.





시끌벅적 웅성웅성.

하루아침에 아카데미 분위기는 시장바닥이 되었다. 강당, 복도, 강의실 어디서나 학생들 수다가 소음공해를 일으킨다.

다른 강의에서도 일제히 공지가 내려왔을 테니까. 이런 빅뉴스는.


“라피스 님이 진짜 오시면 어떡해?”

“아무리 그래도 브레이브 대륙까지 넘어오진 않을 거야.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하는데.”

“혹시 모르잖아! 사진 찍어달라고 해야지.”

“하, 어깨 벌어진 거 봐. 미쳤다.”


미남 테이머한테 두근대는 사춘기 여학생들 호들갑.


“라줄리 실물 존예겠지?”

“난 손절. 최근에 단발로 헤어스타일 바꿔서.”

“그래서 좋은 건데.”

“이번 룩은 치마? 반바지?”

“합의 봐서 타이트스커트.”

“오.”


모델급 미모의 누님 테이머 품평하는 사춘기 남학생들 주접.

젓갈 냄새 풀풀 나는 김칫국 파티가 일제히 벌어지고 있었다. 제멋대로 팬 미팅 플랜을 짜는 청춘들 사이에 있자니 자괴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주인님, 주인님.”

“왜.”

“주인님은 봤으면 하는 테이머 없어요? 다들 엄청난 분이실 텐데.”

“난······.”


있기야 있지. 당장 떠오르는 얼굴만 해도 10명이 넘어간다. 죄다 안 좋은 추억을 안긴 녀석들뿐이지만.

그 중에서도 악몽 1순위.


“페리도트.”

“멋진 이름! 누구예요?”

“전체 랭킹 12위. 바람 속성 몬스터를 주력으로 쓰는 놈이야. 아가페 대륙에서 주로 활동했지.”

“‘놈’이라고요?”

“응, 붙어봤는데 좀 빡셌어.”

“설마 이기셨나요?”

“그래.”

“우와.”


초롱초롱 빛이 나는 사파이어 눈동자.

거짓말은 일체 섞지 않았다. 그놈을 어떻게 잊어? 밸런스 디자인에 실패해서 한참이나 렙업 노가다를 해야 깰 수 있는 중간보스였는데. 개발팀에 클레임이 수천 개나 들어갔지만, ‘저희가 의도한 플레이입니다.’라는 개소리로 장식된 공지 하나만 올라오고 끝. 그래서 욕을 엄청 먹었다.

레벨 업 캡슐이 있긴 해도 원체 비싸서 엄두도 못 냈다. 정상적인 플레이로 모을 수 있는 골드의 범주를 한참 넘어갔으니까.


“프리지아, 이참에 인생의 교훈을 하나 알려줄게.”

“저는 사람이 아닌 걸요.”

“진화하면 인간형이라며? 아무튼 들어.”

“넵!”

“돈이 최고야. 세상에 돈만큼 중요한 게 없어.”


뼈저리게 느낀다.

현실이든 게임이든.


“만약 내 수중에 골드가 넘쳐났다면, 이렇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지. 그냥 레벨만 팍팍 올려서 스펙으로 찍어 누르면 끝이었을 걸. 뭐하러 이렇게 발품을 팔겠어?”

“후음.”

“왜 그래?”

“저기, 주인님.”


프리지아가 짤막한 앞다리를 들어 내 주머니를 가리켰다.


“금발 언니한테 받지 않으셨나요? 골드.”

“멍청아, 내가 받은 건 골드가 아니라 보석이고.”

“아하.”

“······.”

“······.”


잠깐만.


“그래, 바로 그거야!”


머리 위로 전구가 반짝인다. 최고의 물주를 두고 왜 이런 고민을 했을까? 기껏 아군으로 끌어들였으면 써먹을 생각을 해야지.


“당장 골드로 바꾸러 가자.”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있나요?”

“물론.”


발을 재촉해서 달려간 곳은 아이템 샵. 선발전이 코앞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계산대에선 저번처럼 보라색 머리 누나가 깍듯하게 날 맞이해주었다. 곁에 윤나래가 없는지 슬쩍 눈치를 보는 것은 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거 골드로 바꿔주세요.”


인벤토리를 열어서 내용물을 좌르륵 펼쳐놓았다. 밸류어블, 엘레강스, 럭셔리. 표면에 기름칠한 단어를 덕지덕지 갖다 붙여도 모자를 만큼 값진 귀금속들이 조명 아래서 맵시를 뽐내고 있었다.


“어······. 손님?”


계산대 누나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전부 손님 물건인가요?”

“그럼요.”


일주일 전만 해도 아니었지만.


“아하, 아하하하.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후다다닥.

당황한 누님께서는 계산대에서 자리를 비우더니, 곧이어 보물 고블린 모드가 되어 커다란 돈 자루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송골송골 맺힌 땀을 보니 죄책감이 드는데.

뭐 어때? 가녀린 여성분께 이런 일을 맡긴 시스템 잘못이지.


“허억, 허억, 허억.”

“전부 얼마죠?”

“잠시만요. 즉석 감정 들어가겠습니다.”


곧 눈이 돌아가는 액수가 짤랑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상태창을 채우기 시작했다.



[+19,600골드]

[+58,300골드]

[+43,800골드]

[소지금이 100,000골드를 초과했습니다.]

[‘영앤 리치’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94,200골드]

[+48,500골드]

[소지금이 200,000골드를 초과했습니다.]

[‘금빛 테이머’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32,900골드]

[+43,800골드]



생전 처음 보는 단위다. 플레이를 하다보면 체력 캡슐, 스킬 캡슐, 필드 캡슐 등등을 구매하느라 10,000골드조차 넘어가기 힘든데.


“합계 341,100골드입니다, 손니이이임······.”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한 것처럼 헥헥대는 누님. 이쯤 되니 가학 본능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나 어쩌면 심술궂은 놈일지도.


“이 자리에서 전부 쓰겠습니다.”

“네에에에?!”


폭발적인 매출에 환호하는 눈빛.

가혹한 육체노동에 절망하는 눈빛.

그 둘이 반반 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뭐, 뭘 구매하실 건가요?”

“‘S급 레벨 업 캡슐’이요.”

“S급 레벨 업 캡슐이라면······. 개당 10,000골드. 34개인데 괜찮으실까요?”

“네.”


34만 골드면 무려 승용차가 3대. 현실로 따지자면 대략 5천만 원에 달하는 현금을 즉석에서 펑펑 써대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묘하네. 내가 언제 또 이런 돈지랄을 해보겠어.

그나저나 이게 일주일 용돈이라니, 부자들은 노는 스케일도 참.


“여기 있습니다, 손님.”


곧 반투명한 유리 너머로 붉은 액체가 찰랑이는 구형 캡슐 34개가 계산대 위를 채웠다 일일이 인벤토리에 담기도 힘든 양이다.

<홀리 아가페>에서 중간보스를 잡을 때마다 하나씩 지급되는 최고급 소비템. 그게 무슨 길거리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는 걸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터지네. 난 그동안 뭘한 거지.


“여기 거스름돈 1,000골드입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이것도 마저 쓸게요.”

“네? S급 레벨 업 캡슐은 10,000골드인데······.”

“다른 물건이요.”


진정한 테이머라면 몬스터를 배려하는 마음도 있어야지.

프리지아에게 선물 하나 주자.






“주, 주인님.”


숙소 1인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구형 캡슐.

그걸 바라보는 아기고양이의 사파이어 눈동자가 공포로 일그러졌다.


“이거 설마 다 먹어야하는 건가요?”

“응.”

“이 자리에서 한 번에?”

“레벨 40 미만 구간에서는 S급 레벨 업 캡슐 2개당 레벨이 1 오르거든. 고정 값이야. 34개를 먹으면 17이 올라서 32. 모의 던전을 돌파하긴 충분하지.”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고요.”


프리지아가 울상이 된 채 한 걸음 물러섰다. 오들오들 떠는 모양새가 꼭 한겨울의 길고양이를 연상시킨다.


“제 위장 터지겠어요. 맛도 없을 텐데······.”

“맛이라면 걱정 마.”

“네?”

“짜잔.”


품에서 소비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1,000골드짜리 진갈색 향신료. 흑설탕처럼 고운 가루가 조그마한 후추 통에 담긴 채 기묘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건?”

“‘개다래나무 가루.’ 야수족 몬스터의 사료에 섞는 용도지. 한 번 맛볼래?”


레벨 업 캡슐 하나의 뚜껑을 따서 살살 뿌려보았다. 그러자 진홍색 액체가 조금씩 탁해지며 다른 빛깔을 띠기 시작했다. 꼭 바리스타라도 된 기분이네.


“킁킁.”


조심스레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던 프리지아의 귀가 쫑긋 섰다.


“오오······. 향기가 무지 좋아요!”

“지금부터 먹는다, 실시.”

“네!”


너브 링크를 사용하면 억지로 먹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 저번처럼 경고 메시지가 뜰 위험이 있다. 기껏 쌓아놓은 친밀도 깎아먹으면 곤란해. 이렇게 스윗한 방식도 나쁘지 않겠지.



[EXP +2000]

[프리지아의 레벨이 16으로 상승합니다.]

[EXP +2000]

[프리지아의 레벨이 17로 상승합니다.]

[EXP +2000]

[프리지아의 레벨이 18로 상승합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프리지아의 외형이 변해간다. 털에 광택이 돌고, 다리가 길어지고, 오망성 액세서리가 덩치를 키워간다.

효과 확실하네. 아깽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100배속으로 감으면 이런 느낌일까.



[프리지아의 레벨이 30으로 상승합니다.]

[······오잉?! 프리지아의 상태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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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최종 결전(1) +1 22.06.28 207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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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너한테 받은 용기니까, 널 위해서 쓸 거야 +3 22.06.24 22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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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착하게 살면 복이 와요 +1 22.06.22 213 7 13쪽
32 결심 +1 22.06.21 215 9 18쪽
31 챔피언 22.06.20 234 12 15쪽
30 폭발 22.06.19 232 8 14쪽
29 탐사 선발전(10) +1 22.06.17 232 9 14쪽
28 탐사 선발전(9) 22.06.17 219 8 15쪽
27 탐사 선발전(8) +2 22.06.15 241 9 12쪽
26 탐사 선발전(7) +2 22.06.14 250 11 12쪽
25 탐사 선발전(6) 22.06.13 277 12 15쪽
24 탐사 선발전(5) +1 22.06.11 304 12 12쪽
23 탐사 선발전(4) +1 22.06.10 290 15 12쪽
22 탐사 선발전(3) +1 22.06.09 295 15 12쪽
» 탐사 선발전(2) +4 22.06.08 325 16 12쪽
20 탐사 선발전(1) 22.06.07 324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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