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머 아카데미 유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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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20 17:59
최근연재일 :
2022.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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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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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전(1)

DUMMY

인간은 열등하고 이기적인 겁쟁이다.

에델바이스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 앞가림조차 못해서 몬스터에게 의존하고, 디아볼로스 군이 나타나기만 하면 꽁무니를 빼고. 심지어 궂은일과 험한 전투는 죄다 아스터한테 떠넘겼다지?


그래서 다짐했다. 아스터가 말한 구원의 용사가 나타나더라도 절대로 믿지 말자고.

어차피 명예욕에 찌든 속물일 게 분명하다. 남들을 밟고 올라선 인간들은 대부분 그랬으니까. 우리 충성을 받을 자격이 있는 용사? 그런 게 존재할 리가.


그러나 섣부른 착각이었다.

정말로 있었다.

유약한 남을 돌볼 줄 알고, 자기 꿈을 포기해서라도 올바른 일을 실천하려는 인간이.


그 따뜻한 손길은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아니, 지금도 눈앞에 보인다.


“윤나래, 너······?”

“에. 델. 바. 이. 스.”


빨간 머리 소녀는 허리 양쪽에 손을 올린 채 구박하듯이 이름을 정정해주었다. 자신감과 의욕이 난로 주변의 열기처럼 풀풀 피어오른다.

곧이어 잿빛의 아카데미 교복이 연소되어 붉은 갑주로 변해갔다. 군데군데 깃털 장식이 달려있고, 기하학적인 무늬가 가슴보호대를 채색하고 있었다.


검 대신 너클로 무장한 여기사.

본 적이 있는 디자인이다.

K-검열 때문에 묻힌 비운의 몬스터 중 하나.

기획 단계의 러프 말고 완성본을 마주한 건 처음이다.


“이름이 길어서 불편하지? 편하게 ‘에델’이라고 불러. 아스터도 그랬거든.”

“······푸하하.”


노아는 눈을 끔뻑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뒤통수가 얼얼한 감각이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이런 깜짝 이벤트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




【에델바이스】 (No. 836)

- 첫 번째 로기아. 아무리 위급하고 험난한 전투라도 결코 물러설 줄 모르는 선봉대장.

Lv: 50

종족: 비행야수

속성: 불

체력: 500

속도: 500

물리 공격: 500

물리 방어: 500

마법 공격: 0

마법 방어: 500



곧이어 반가운 상태창이 시야를 반투명하게 가렸다.

레벨이 50? 마법 공격을 제외한 모든 종족치가 500?

틀에 갇힌 상식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다. 저건 레벨이 최소 80은 찍어야 볼 수 있는 수치인데. 성장폭이 도대체 몇인 거야.


“언니? 언니―!!!”

“오랜만이야, 우리 막내.”


에델은 만신창이가 된 고양이를 껴안고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프리지아는 어지러운 와중에도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거짓말.”

“네?”

“나 몰래 뒷담 깠지? 왈가닥에 선머슴이라고.”


흠칫.

복슬복슬한 털이 빳빳하게 섰다. 반사적으로 노아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 그건 주인님이랑 농담하다가 살짝······.”

“설마 진짜야? 대충 넘겨짚은 건데.”

“히익!”

“돌아가면 복도에서 앞발 들고 무릎 꿇어. 3시간은 각오해.”


붉은 머리 소녀는 프리지아를 내려놓고 음침하게 웃었다. 그러나 희푸른 고양이는 공포에 떨기는커녕, 뜻밖의 온화한 조치에 위화감을 느꼈다.


“언니, 성격이 무지 순해지셨는데요. 진짜 에델 언니 맞아요?”

“절반만.”

“네?”

“나머지 절반은······.”


홍옥처럼 빨간 눈동자가 은발 소년을 향한다.

그 맑은 적안 속에는 아직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죽은 사람을 연기해야만 했던 꼭두각시가.

하마터면 디아볼로스 군에 넘어갈 뻔한 실험체가.

그리고 제일 위급한 순간에 용기를 낸 소녀가.


“선물 받을 거야, 안 받을 거야? 빨리 결정해.”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다.

노아는 흡족하게 웃으며 인보크 건의 총구를 내밀었다. 그리고 힘껏 방아쇠를 당기자, 촌스러운 레이저 효과음이 울리며 적색 광선을 내뿜었다.

에델은 그 반투명한 입자에서 부모 품과 같은 온기를 느꼈다. 어떻게 보면 쇠고랑을 차는 건데도 전혀 불쾌하지가 않다. 오히려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포근한 기분.



[새로운 몬스터, ‘에델바이스’를 획득했습니다.]

[‘에델바이스’가 절대적 충성을 맹세합니다.]

[친밀도: 0 → 100]

[‘너브 링크’가 활성화됐습니다.]

[‘너브 링크 Lv.2’가 활성화됐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에델.”


곧이어 진홍색 입자가 허공에 녹아 흩어졌다. 그리고 소유 몬스터 개수를 표시하는 인보크 건 후방의 렌즈 불빛이 둘로 늘어나있었다.

프리지아, 에델바이스.

두 마리의 로기아.


“진작 말해줬으면 일찍 만났을 텐데, 왜 이사장 딸 코스프레하고 있었어? 혹시 즐긴 거 아니야?”

“에이, 그건 아스터한테 따져. 내 기억을 멋대로 빼앗아놓곤 온갖 고생만 시키······. 우왁!”


훈훈한 기운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를 무렵, 전신이 털로 뒤덮인 곤충 인간이 멋대로 끼어들었다. 흉측하고 커다란 눈에서 노기가 흘러넘친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어어어―!!!”


납득할 수가 없었다.

EI-162가 어째서 돌아온 거지?

디트로톡신을 잔뜩 주사했을 텐데!

그럼 당연히 내 지시에 따라야하는 거 아닌가?

왜 저놈을 따르는 거지?

우리 디아볼로스 군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고!


검고 징그러운 주먹이 복부에 꽂힌다. 여러 마디로 나뉜 다리가 머리를 강타한다.

바알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배신자를 응징했다. 그러자 붉은 머리 소녀는 샌드백이 되어 콘크리트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희뿌연 먼지가 어둠을 지워나간다. 웬만한 몬스터라면 잘 다져진 고기가 됐을 터.

그러나,


“아파파파파파······.”


에델은 인상을 찌푸리며 후끈대는 머리를 매만졌다. 흠씬 두들겨 맞은 부위에는 생채기 하나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눈매를 뾰족 세우고 짜증을 낼 뿐이다. 마치 유치원생의 주먹을 콧등으로 받은 것처럼.


“말도 안 돼.”


파리 인간의 눈에 동요가 서렸다.

분명히 전력을 다했는데.

이런 맹공을 받고도 멀쩡한 놈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넌······.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아까 말했잖아, 죽을래?”


소녀 기사는 홍염의 나래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모습이 흡사 불사조를 연상케 했다.

죽어도 잿더미에서 살아나고 영겁의 불꽃으로 세상을 비추는 환상의 생물.


“용기의 로기아, 에델바이스.”

“로기아?”

“세 번 말하게 하지 마. 누굴 녹음기로 아나?”


들은 적이 있다.

디아볼로스를 죽이고 인간들에게 영원한 승리를 안겨다줄 전설의 몬스터. 아스터가 후일을 대비해서 몰래 남긴 비밀병기.

그러나 대부분 헛소문이나 소설로 치부할 뿐이었다. 인간과 디아볼로스 군 모두. 그야 수백 년이 넘도록 코빼기조차 내비치질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금이지?

지상을 정화할 대업이 완수되기 직전인데!

오랜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을 때가 왔는데!

단 하루만 늦었어도 됐잖아!


“이 빌어먹을 계집이!”


바알은 털로 뒤덮인 몸에서 묵색 아우라를 내뿜었다. 기묘한 곡선을 그리는 무늬가 연기처럼 퍼져나간다.


【인피니티 페인】.

불에 타는 고통, 관절이 꺾이는 고통, 살갗이 갈라지는 고통, 뇌가 쪼개지는 고통.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통증을 한꺼번에 가하는 저주. 제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의 보유자라도 부디 살려달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게 만드는 기술. 그 효과를 아는 몬스터들은 전조만 감지해도 알아서 엎드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에델은 가볍게 몸을 비틀어 흘려냈다. 딱히 위협적이지도 않다는 듯이.


“빗나가?”


그간 품고 있던 상식들이 산산조각난다. 육안으로는 결코 반응할 수 없는 속도일 텐데.


“그, 그럴 리가 없어!”


바알은 부디 환상이길 바라며 금기의 저주를 연속해서 가했다. 고작 한 마리의 몬스터에게 이토록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은 건 처음이다. 검은 아우라가 마치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퍼붓는다.

그러나 붉은 머리 소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모조리 피해냈다. 눈에 보이지도, 아니 비치지도 않는 속도로. 꼭 미리 촬영해둔 영상을 빨리 감기라도 한 것 같다.


“두고 봐라, 어디 맞기만 하면······!”


오기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씩씩대고 있는데, 에델은 조소와 함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공중에 가만히 멈춰 서서 검지를 까딱까딱 움직이며 도발을 개시했다.


“맞춰봐.”

“뭐?”

“특별 서비스야. 맞춰보라니까?”

“이 망할 년이······. 후회하지 마라!”


날 죽여 달라는 듯이 미동도 않는 목표.

바알은 남은 에너지와 자존심을 담아서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농도의 아우라. 직격이라도 당하는 순간, 온몸의 신경이 타오르며 생존 본능이 한꺼번에 증발할 것만 같았다.

물론 현실은 냉혹했다.


“엇?”


파스스스.

소녀의 가슴팍을 건드린 저주는 힘없이 흩어져 허공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곧 거만과 여유가 서린 태도가 자존심을 살살 자극했다.


“맨주먹보다 안 아픈데?”

“그, 그럴 수가. 꿈쩍도 안 한다고? 털끝만한 고통조차 없단 말인가?”

“고통? 아~ 이거 직접 피해를 입히는 기술이 아니라, 상태이상기였구나. ‘수면’이나 ‘마비’처럼.”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에델.

곧이어 안쓰러운 눈빛으로 파리 인간을 동정했다.


“이를 어쩌나, 파리 아저씨? 나한텐 아무 소용없거든.”

“뭐?”

“상태이상기에는 모두 면역이란 말씀.”

“완전 면역이라고?”

“접바둑은 이쯤하고~ 슬슬 몸이나 풀어볼까!”


맹렬한 반격이 개시됐다.

홍염의 나래를 크게 펼쳐 고속으로 접근하는 에델. 20m에 달하는 거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졌다.

바알은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웬만한 몬스터라면 육포로 만들 수 있는 일격이지만, 이 진홍빛 여기사에겐 소용이 없었다.


“고작 이거야?”


빠득.

힘줄을 세운 정권이 손바닥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오히려 에델이 가볍게 힘을 주자, 빠드득하고 손가락 관절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이 해일처럼 몰려온다.


“크, 크으으으으으윽!”

“고작 이거냐고 물었어.”


차오르는 분노에 비례해서 고통이 커진다.

새빨간 눈동자에서 작은 불꽃이 활활 타오른다.

모두 이 녀석 때문이었지.

그동안의 괴로움이.


“이사장을 꼬드기고, 무고한 생명들을 제멋대로 창조해서 죽음으로 몰아넣고, 아카데미 전체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흑막의 힘이······.”

“우으으으으윽.”

“고작 이거냐고 물었다―!!!”


콰아앙.

오른 발끝에 불꽃을 감아 옆구리를 강타하자, 호쾌한 타격음이 허공을 갈랐다. 불이 꺼진 지하연구소 주인은 바닥에 처참하게 나동그라질 뿐이었다.


죽을 지도 모른다.

아니, 죽을 것 같다.

바알은 난생 처음으로 생사의 경계를 마주했다. 디아볼로스 님 외에 두려운 존재라곤 단 하나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저년은 허세가 아닌 모양이군.’


광기의 생명공학자는 분기를 삼켰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비록 도박이긴 해도, 【허물벗기】를 사용하는 수밖에.

이제 남은 수단이라고는······.


“어?”

“어?”

“얼레?”


반쯤 포기한 상태로 최후의 발악을 준비하고 있는데, 문제의 3인방이 흠칫하며 외마디 소리를 냈다. 바알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의 시선이 꽂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목전에 펼쳐진 기적을 마주한 순간, 환희에 찬 미소로 표정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개, 개시······. 개시······. EI······. EI······. 01······.」

“설마.”


펄스 장치로 망가진 인큐베이터에 미약한 불빛이 들어왔다. 불안하게 점멸하는 조명이 점차 명도를 높여간다. 두꺼운 외벽 덕분에 간신히 영구정지만은 피한 모양이다.


일생의 역작.

86종의 몬스터의 유전자를 짜깁기해서 완성한 생물병기.

미묘하게 꿈틀거리던 눈꺼풀이 마침내 눈동자를 드러냈다.

노란 세로동공이 바삐 움직이며 실내를 관찰한다.


「EI-01······. EI-01의 활동을 개시합니다.」


작가의말

지각 죄송합니다. 원고 병행 작업이란 게 참 어렵네요.

연재 시간을 18시 30분으로 수정해야할 듯합니다.

그리고 더 빨리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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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수상한 소년 +2 22.06.25 229 11 11쪽
35 너한테 받은 용기니까, 널 위해서 쓸 거야 +3 22.06.24 22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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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챔피언 22.06.20 234 12 15쪽
30 폭발 22.06.19 232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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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탐사 선발전(9) 22.06.17 219 8 15쪽
27 탐사 선발전(8) +2 22.06.15 241 9 12쪽
26 탐사 선발전(7) +2 22.06.14 250 11 12쪽
25 탐사 선발전(6) 22.06.13 277 12 15쪽
24 탐사 선발전(5) +1 22.06.11 304 12 12쪽
23 탐사 선발전(4) +1 22.06.10 291 15 12쪽
22 탐사 선발전(3) +1 22.06.09 295 15 12쪽
21 탐사 선발전(2) +4 22.06.08 325 16 12쪽
20 탐사 선발전(1) 22.06.07 324 16 12쪽
19 위험한 초대(2) +4 22.06.06 368 2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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