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머 아카데미 유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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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20 17:59
최근연재일 :
2022.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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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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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탐사 선발전(8)

DUMMY

“키에에에에엑―!”


가청 범위의 경계에 걸친 울음소리가 고막을 파고든다. 뾰족한 볏과 부리, 얇은 날개막, 연갈색 가죽. 고대 생물 특유의 원초적인 미와 웅장함이 생생히 살아있다.



【테라돈】 (No. 46)

- 까마득한 옛날부터 하늘을 지배한 제왕.

Lv: 25

종족: 공룡

속성: 땅

체력: 125

속도: 70

물리 공격: 110

물리 방어: 110

마법 공격: 15

마법 방어: 15

친밀도: 0



‘테라돈.’

‘케찰코아틀’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익룡 몬스터다. 비록 덩치는 훨씬 작고 그만큼 종족치도 낮지만, 기술 폭이 넓은데다 속도도 빨라서 대인전에선 훨씬 유용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내가 익숙하다는 장점도 있고.

그나저나 성층권에서 공룡 싸움이라.

이거 귀하네요.


“얼레? 주인님, 쟤 하품하는데요.”

“하품이 아니야.”


테라돈이 길쭉한 부리를 하마 입처럼 벌리고는 이쪽을 째려보았다. 곧이어 귀청을 터뜨릴 것만 같은 굉음이 전신을 사정없이 할퀴어댔다. 단순히 위협이 담긴 포효와는 차원이 다르다.



[‘테라돈’이 【원시의 위협】을 사용합니다.]

[‘스카이랩터’의 몸이 경직됩니다!]

[‘마비’ 상태에 걸렸습니다!]



테라돈 공략의 최대 난관.

랜덤하게 날아오는 마비 CC.

자기보다 느린 몬스터는 꼼짝없이 걸려야한다. 워낙 까다로운 능력이라, 밸런스 조절 차원에서 속도 자체는 낮게 책정되어있다. 70이면 다른 종족치보다는 확실히 떨어지는 편. 속도에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지아의 속도는 44. 레벨을 32까지 찍었는데도 이 모양이다. 워낙 성장폭이 작아서 70을 넘는 건 무리.


“으, 으아아아아아······.”


수각류로 변한 파트너는 마치 온몸이 파라핀으로 고정된 것처럼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옴짝달싹 못하는 날개를 퍼덕이려 애쓰며,


“죄송해요. 빨리 피했어야 하는데!”

“······.”

“이대로 부리에 쪼이면 꼬치구이가 되겠죠?”

“······.”

“흐윽, 난 역시 쓸모없어.”

“너 뭐하냐?”

“엥?”


녀석의 날개를 붙잡고 살짝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정전기를 흘린 글라이더처럼 평평하던 날개가 완만한 ∧ 형태를 그리며 유연하게 풀어졌다. 꼭 가위에 눌린 사람 깨워주는 것 같네.


“뭐, 뭐야? 움직이네요? 설마 주인님이 풀어주신 거예요? 신기하다!”


테라돈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청각테러를 준비했다. 이젠 별 위협도 안 된다. 조용히 귀를 틀어막고 녀석의 발악을 구경할 뿐.


“키에에에에엑―!”

“응?”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아무렇지도 않네요?”


프리지아는 눈을 끔뻑이며 자기 날개를 연신 퍼덕여보았다. 청록색 깃털에 감싸인 비행 기관이 움직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목청이 터져라 울려대는 테라돈이 머쓱해질 만큼.


“【날쌘 도둑】. 랩터 시리즈의 고유 특성이야. ‘둔화’나 ‘마비’에 완전 면역.”

“우와.”

“참고로 세 번째로 말하는 거다.”


새벽에 작전 짜면서 졸았나, 이 녀석.

이제 할 일을 해야겠지. 가죽 날개를 활짝 펴고 싸울 태세를 하는 테라돈을 노려보며, 인벤토리에서 도구 하나를 꺼냈다. 발이 다섯 개 달린 소형 금속 기둥. 꼭 현미경으로 확대한 바이러스처럼 생겼다. 이 차갑고 딱딱한 감촉을 직접 맛보는 날이 올 줄은.


“뭐예요?”

“‘긴급 텔레포터.’ 좌표를 설정하고, 근거리에 있는 물체를 순간적으로 옮기는 기능이 있어. 단, 몬스터만 빼고.”

“우와.”

“좌표는 지상, A163 B083.”


삑삑삑.

부착된 버튼을 연신 딸깍이며 감회에 젖어본다. 이걸 얘한테 실제로 써보네. 후속작 <와이즈 프로퍼시>에서 막힌 장애물을 뚫으라고 내준 건데.


“이걸 납치당한 승객들에게 사용해서 안전한 위치로 옮길 거야. 그러면 다음 스테이지인 ‘미지의 바다’가 열리겠지. 굳이 놈을 쓰러뜨리지 않더라도.”

“와, 안 싸워도 돼요?”

“클리어 조건은 ‘승객 구출’이니까. 저 사람들을 구하고 테라돈만 덩그러니 남겨놓으면 뒤를 쫓아오는 학생들의 발이 묶일 걸. 그럼 훨씬 1등에 가까워지지.”

“그렇네요! 역시 주인님 천재!”

“10m 이내로 접근하지 않으면 쓸 수 없어. 녀석한테 돌진.”

“네, 네?!”

“날 믿어. 안 다칠 거니까.”


프리지아의 목을 붙들고 뇌리를 더듬어보았다.

하나둘씩 떠오른다. 굉장히 잽싸고 정신없지만, 패턴만 익히면 머슬 메모리만으로 피할 수 있는 공격들. 마치 리듬게임처럼.


“퓌요오오오오―!”


울음소리가 바뀌며 새로운 패턴이 이어졌다. 투박하고 질긴 가죽 날개에서 난데없이 형광색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 그 아지랑이 같은 기운은 눈덩이처럼 서서히 뭉치며 선명한 실체를 품었다.

빛의 칼날.

게다가 한둘이 아니다. 족히 수십 개는 넘어 보인다. 육안으로는 일일이 헤아리거나 피할 수 없는 개수다.



[‘테라돈’이 【칼날의 소나기】을 사용합니다.]



온다.

공업용 레이저처럼 내 목을 깔끔하게 잘라버릴 수 있는 흉기들이. 꼭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처럼 불쾌한 음향과 함께.


좌.

우.

우.

좌측하방 대각.

우.

좌.

우측하방 대각.

좌.

X자로 동시에.

우.

십자로 동시에.

좌측하방 대각.

X자로 동시에.

우.


외운 대로 프리지아의 몸을 비틀자, 아슬아슬하게 빛의 칼날들이 맛만 보고 스쳐지나갔다. 역시 방향키를 타닥타닥 누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군. 하마터면 베일 뻔했어.


“주, 주인님! 저 방금 다 피했어요! 보셨어요?”

“나이스 플레이, 파트너.”

“첫째 언니나 하던 건데! 우하하하! 나중에 만나면 자랑해야지!”

“빨리 승객들부터 구하자.”

“넵!”


신이 나서 날갯짓에 박차를 가하는 파트너.

다행히 【고대의 포효】 속도 버프는 남아있다. 다른 스킬을 하나도 쓰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애처롭게 팔을 흔들며 SOS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어느덧 코앞.

끼이이익.


“어?”


슬슬 긴급 텔레포터의 작동 버튼에 엄지를 올리려는 찰나, 갑자기 프리지아가 공중에서 멈춰 섰다. 당연히 내가 내린 명령은 아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브레이크라도 밟은 듯이 초조한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프리지아, 빨리 움직여! 여기서 멈췄다간 근접 공격에 당하고 말아!”


아니나 다를까, 먹잇감들을 문지기처럼 지키고 있던 거대 익룡이 천천히 이쪽을 향해 날갯짓했다. 흉측한 눈동자와 핏기로 가득한 주둥이가 선명히 비친다. 피식자의 공포란 이런 것일까.

이대로는 당하고 만다. 정면승부를 하자니 종족치가 비교가 안 되고. 억지로 움직일 수밖에.



[!!! WARNING !!!]

[!!! WARNING !!!]

[!!! WARNING !!!]


* 주의사항: 몬스터의 의지가 너무 강력합니다. 조종할 수 없습니다.



“······뭐지?”


그런데 너브 링크로 프리지아를 조종하려는 순간, 예전의 그 경고 메시지가 출력되며 기능이 막히고 말았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불쾌한 두통만이 찾아온다.

친밀도는 여전히 100.

뭐가 문제일까.


“새끼들이 납치당했다고?”

“키에엑.”


당최 영문을 몰라 눈만 끔뻑이고 있는데, 프리지아가 난데없이 변신을 풀고 마법 고양이로 돌아갔다. 나는 졸지에 등에서 떨어져 구름 위를 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쿠션 덕분에 아프지는 않았지만.


“야, 프리지아! 갑자기 변신을 풀면 어떡······.”


목청을 높여 꾸짖으려는 찰나, 눈앞의 광경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사뿐히 구름 위에 내려앉은 테라돈. 적의나 위협 따위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자세를 낮춰 프리지아에게 공손히 절을 올렸다.


“그래, 그래. 착하지.”

“퓌요오오오― 키익.”

“저 승객들은 한 패가 아니야. 새끼들을 납치한 범인은 따로 있을 거야.”

“삐이이익―”

“응? 알고 있다고?”

“키에에엑― 키에에에엑―”

“커다란 두꺼비가 물어갔어? 등에 검은 소용돌이무늬?”


검은 소용돌이무늬를 가진 두꺼비.

그러면 바로 떠오르는 녀석이 있는데.

모의 던전 ‘푸른 계곡’의 보스.

선발전 3번째 스테이지.


“그런데 왜 두꺼비를 공격하지 않고 죄 없는 승객들을 납치했어?”

“히에에에엑― 키익키익―”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괜히 화풀이? 그러면 안 되지!”

“끼이이이이이이······.”


프리지아의 호통에 겁이라도 먹었는지, 놀랍게도 테라돈은 오들오들 떨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흡사 대노한 임금 앞의 신하처럼.


“내가 반드시 새끼들을 구해줄게. 그러니까 이 사람들을 얌전히 풀어줘. 알겠지?”

“키에에에엑― 키에에에엑―”

“옳지, 옳지. 착하다.”

“삐이이이익― 케르르르르.”

“에헤헤, 그런 칭호는 우리 언니들한테나 어울리는 거야. 그래도 기분은 괜찮은걸? 고마워~”


놀랍도록 훈훈한 분위기.

비단 분위기뿐만이 아니었다. 집채만 한 익룡이 곁으로 슥 비켜나더니, 우리에게 순순히 길을 터주었다. 꼭 관광지 안내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제 승객들한테 도달하기까지 남은 장애물이라곤 살을 에는 돌풍뿐.


“주인님, 해결됐어요! 에헤헤헤. 긴급 텔레포터도 아꼈고요! 저 잘했죠?”

“너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처음 보는 광경이다.

말이 통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동안 얘를 통역사로 써서 쏠쏠히 재미를 봤으니까. 그런데 스스로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건 얘기가 완전히 다르잖아.


“글쎄요? 절 가까이서 보더니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어요. 세상을 지배할 여왕님이라는데요.”

“여왕님?”

“자기 고향인 쥐라 산맥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래요. 새끼를 찾아주겠다고 하니까 고마워서 아부한 거겠죠. 아이, 몰라. 비행기태우기는.”

“······.”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고마움의 표시라기엔 과하다. 그냥 날개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나가떨어질 고양이한테 설설 기었는데. 저 사납고 포악한 맹수가.

모의 던전에 배치한 몬스터들은 실제 몬스터의 행동에 기반을 둔다. 대뇌 뉴런 구조를 그대로 복붙했다는 설정이니까. 따라서 기억과 습성, 행동 양식까지 판박이다. 그래야만 연습이 된다는 이유.

그렇다면 저 전설도 실제 몬스터들 사이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말인데.


프리지아.

넌 도대체 뭐가 되는 거지?

마지막 진화를 거치면······.


“사람 살려!”

“제발 구해주세요!”

“여기입니다, 여기!”


그때, 적운 위에서 승객들이 우릴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 온몸이 미라처럼 비쩍 마른 상태다. 그 모습을 보자 더 독백의 늪에 잠겨있을 수 없었다.

중간에 놓인 소형 적운 3개를 징검다리 삼아 건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손을 뻗자, 곧 그들은 빛의 입자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졌다. 은은하고 아름다운 효과음과 함께.



[STAGE 1 CLEAR]

- ‘천공의 추락선’의 승객들을 구조했습니다! (82/82)



마침내 첫 번째 관문 돌파.

시나리오대로 완벽히 흘러가진 않았지만, 오히려 이득을 더 봤다. 긴급 텔레포터를 아낄 수 있었으니까. 프리지아 덕분에.


“1등이에요, 1등! 이대로 쭉쭉 가죠!”


신이 나서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마법 고양이.

그 천진한 외양 속에 숨긴 진짜 모습을 경계하는 사이, 허공이 문처럼 입을 벌리며 창명한 섬광을 내뿜었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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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탐사 선발전(6) 22.06.13 277 12 15쪽
24 탐사 선발전(5) +1 22.06.11 304 12 12쪽
23 탐사 선발전(4) +1 22.06.10 29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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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탐사 선발전(2) +4 22.06.08 324 16 12쪽
20 탐사 선발전(1) 22.06.07 324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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