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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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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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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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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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염라옥의 흐물요괴

DUMMY

“옥호 사형, 운우는... 운우는 어디로 갔다고 하나요?”


해선궁 대전의 문 앞에 서서 그들을 기다리던 선풍이, 옥호와 세오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다급하게 달려와 옥호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이미 선풍의 두 눈은 공포에 질린 아이처럼, 상제의 입술만 끈기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 운우가 몸담고 있던 인간의 몸이 너무 약해지는 바람에, 운우의 기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해진 운명보다 먼저 몸에서 이탈을 한 것 같네.”


그들의 사형으로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가장 온전한 핑계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커다란 기운의 사내도 연정 앞에서는, 풀 가지 하나 보다도 더 나약해 지고 말다니 !’


옥호가 잠시 말을 멈추고 선풍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사형, 그래서요?”


“그래, 바로 이탈된 혼은 잠시 동안은 정신이 혼미하지. 아마 그때, 심술궂은 요귀가 운우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간 것인지도 모를 일이야.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바람에, 소귀들도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는 것 같네."


선풍의 기대가 한꺼번에 꺾여 버린 탓에, 잠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아마 정해진 시에 혼이 이탈 되지 못해서, 운우 스스로도 본성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기억이 되살아나면, 운우의 선력으로 어떤 요귀라도 물리칠 정도는 되니까, 조금만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되지 않겠나.”


선풍의 안색을 살피던 옥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인간의 몸을 이탈한 직후 아직 나약한 혼일 때, 누군가 운우를 해코지 했다면 상신의 인장이 발현해서 그자취가 남았을 텐데,

순순히 따라 간걸 보면, 그냥 짓궂은 요귀의 장난쯤일 것 같기도 하네.”


“네, 그렇군요...”


선풍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은 하였지만,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느라, 열기가 오른 두 눈은 붉게 충혈 되어가고 있었다.




****



보름달이 뜨는 날이 되었다.




“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말이야?!"


'보름달 염라옥을 뒤집어 놓을 준비...'



얼마 전 마계에 잡혀온 요괴 한마리가, 기가 틀어져 죽기직전 보연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귀왕이 보낸 요괴인건 맞는데... 뒤집어 놓을 준비라..."


조바심으로 잔뜩 긴장한 보연이, 쓸데없이 염라옥의 요괴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요 마귀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믐달에만 매번 가던 길을, 왜 갑자기 보름달에 간다고 수선을 떨고 그러는 거야!"


얼마 전, 보연이 마존과 진소의 대화를 몰래 엿 들었던 내용을 다시 되짚어 보았다.


" 이번 보름달에 중천의 그년과 분명히 함께 만날 거라고 했지 ? 그리고 정심검을 다시 소환해 볼 거라고 했었어...

성가신 것 같으니라고! 어쨌든 이번에 그년을 꼭 없애야 할 텐데. 귀왕은 움직일 준비를 하고는 있는 거야? “


보연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분주하게 움직일 즈음에, 옥관이 문을 열며 새로 잡아온 마귀가 갇혀진 짙은 검자줏빛의 호리병을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잠시 후, 보연이 건네받은 검자줏빛의 호리병이 조금씩 꿈적거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 안에서 호리병은 점점 더 짙은 검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내 조금씩 풀쩍 거리던 기운은 점점 호리병의 입구 쪽으로 몰리더니, 이젠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것처럼 불룩 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뭐 이런 유별난 녀석이 다 있어?”


‘아...!’


순간, 한 생각이 스치며 보연의 입가에 웃음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생각 따위는 접어놓은 채, ‘뽁-' 하고 설레는 손길을 떨며 보연이 호리병의 뚜껑을 뽑아 들었다.


잠시 후 작은 호리병 안에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한 물살이 쏟아져 나오더니, 세찬 물바람까지 뿜으며 흐물 요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 센데?... 귀왕의 이런 방법도 꽤 마음에 드는 걸 ! 그래 이쯤이면, 소란을 떨어도 될 만큼 내 체면도 좀 서긴 하겠어.”


흐물 요괴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염라옥의 상황은 심연의 회오리 속처럼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동시에, 흐물요괴의 거센 마기에 의해 벌어지거나 부서진 옥 창살을 비집고, 조금 전 보연의 회초리질에 자극을 받으며 염라옥에 갇혀있던 무수한 요괴들까지도 이곳저곳에서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곳곳에 널려진 고문도구들을 보고 홧기를 주체하지 못한 요괴들이, 닥치는 대로 부수고 던지고 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센 물살 속에서도 흐물 요괴의 안전한 보호속에 둘러싸인 보연은, 희열로 가득 차오른 벅찬 감동으로 이 상황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아우성을 닮은 소리처럼 기괴한 웃음소리만 커다랗게 내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 참, 그만 즐기고 마존에게 이 상황을 어서 자랑해야겠지? 중천의 화근, 오늘 만큼은 마존은 내 옆에 머무르실 거야!

아마 네 생각은 안중에도 없게 되실걸. 하하!!"



***



오늘따라 유난히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파한정의 뜰 한쪽에서, 진소가 달아오른 얼굴색을 감싸며 열심히 책에 빠져들어 있었다.


“마.. 마존, 안되겠습니다. 이 책은, 마존께서 직접 읽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존이 눈살을 찡그리며, 문 밖에서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앉아있는 진소를 나무랐다.


“진소, 너 얼굴빛이 많이 달아올랐다. 얼른 안으로 들어와서 읽도록 해라.

그리고, 항상 바쁜 본존에게 어떻게 이 많은 책을 다 읽으라는 것이냐! 네가 읽고 중요한 부분만 본존에게 알려주면, 너 혼자 읽었어도 본존과 둘이서 함께 아는 꼴이 되니... 너나 본존에게나 둘 다에게 좋은 일이 되지 않겠느냐!"


마존이 오늘 자운을 만나면 건네 줄 붉은빛의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아까부터 몇 번이나 입김을 불어가며 닦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드러누운 지옥의 개가 지루한 듯이 연거푸 하품을 해대고 있었다.


“ 춘정에 관한 한은, 인간들의 감정만한 것이 없다고 하지 않더냐...!

일부러 도하노인에게 부탁해서 빌린 책이니, 얼른 읽고 본존에게는 중요한 내용만 추려서 얘기해 주거라.

기한 내에 도하노인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했으니..., 그 전에 다 읽지 못한다면, 진소 네가 인간계에 가서 직접 책을 사와야 할지도 모르느니라!"


“그 그럼... 마존. 입으로 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듯하니... 중요한 부분에서는, 나중에 그 부분만 펼쳐서 보실 수 있도록 책을 살짝 접어 두겠습니다. ”


“그래. 내 기억에, 진소 네 기억력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던 것 같으니, 그렇게라도 하거라!

도하 노인이 소중한 책이라고 조심해서 다루라고 했는데, 구겼다고 잔소리라도 하지 않으려나? 진소 네가 오늘 읽은 책을 쌓으면 저 나무의 키 만큼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정리해 주는 건 고작 이런 말밖에 할 줄 모른다는 말이냐. 쯧쯧...”


파한정 뜰에 있는 키 큰 나무를 눈으로 가리키며, 마존이 진소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깨끗하게 닦은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얼굴 가득 짓던 마존이, 누가 듣는 이가 없어도 혼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거야. 부황께 선물 받은 것이어서, 무척 소중하게 여기시던 거지. 그래서 본존에게 주신 거고... 그래서 본존은 자운에게 줄 거야! ”


마존의 말이 부끄럽게 떨리며 작아지자, 옆에서 엎드려 졸던 당당이 머리를 들어 더 큰소리로 하품을 하더니, 큰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워버렸다.


당당의 모습을 흘겨보던 마존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정심검의 주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더냐. 본존과 함께 마음을 맞춰 삼라만상을 지켜 내야 할 여인이지 않으냐!"


마존이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거울을 소중하게 닦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은 것이냐?"


마존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순간, 허공으로 흐릿한 안개가 고이는 듯하더니 그들의 눈앞으로 전음부가 펼쳐졌다.


전음부에는 지금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염라옥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게! 당당. 진소. 어서 가자 !”


잠시도 머뭇거릴 틈이없이 염라옥의 문 앞에 나타난 마존의 얼굴은, 이미 웃음기라고는 완전히 사라지고, 마력이 소환되느라 현빙화가 발현된 이마위로는 온통 짙고 어두운 기운만이 스며들고 있었다.


포효와 같은 울림으로 마존의 손바닥 안에서 뻗어 나오는 마력의 위력이 염라옥 안을 휘감으며, 흐물 요괴의 흩어져 있는 형상들을 하나씩 찾으며 옭아매기 시작했다.


염라옥 안의 다른 많은 요괴들과 섞여있는 상황 속에서 한꺼번에 마기로 쓸어버릴 수가 없는 탓에, 이들 속에서 잘게 흩어진 흐물 요괴의 개체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파괴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마존이 한 동안 염라옥 안을 헤집고 다닐 동안, 생각 없이 날뛰고 다니는 염라옥 안의 다른 많은 요괴들을 정리하기 위해, 진소와 당당 또한 염라옥 안을 다니며 이들을 제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



인간계의 보름달아래 비춰지는 만물이 오묘한 잔상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차분하게 숨을 낮추고 있었다.


인간세상은 잠이 드는 시간을 참 잘 지키는 것 같았다.


하늘의 달이 가장 높은 곳의 중간을 넘어 갈 때쯤의 세상은 언제나, 잠시 멈춰진 듯이 고요함을 넘어 적막함으로 접어들었다.


“보름달 아래 세상은 항상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귀신들이 없는 세상은 지루한 게 아니고, 참 평온한 것 이었구나 !”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한 숲속은 눈을 맞지 않았어도, 하얀빛으로 영글어진 얼음들이 달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나 보였다.


아직 푸른색으로 남아있는 나무의 잔가지 하나를 꺾어들고, 자운이 메마른 숲 풀 사이를 휘휘 저으며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가 저으며 다니는 숲 풀의 소리보다 조금 더 다급한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한 자운이 걷기를 멈추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소당이니?”


자운이 가만히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 우리 소당은 이렇게 깜짝 놀이를 할 만큼 참을성이 많지 않아. 절대 이만큼 못 기다리지.”


자운이 혼자 킥킥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야, 주변에 정말 귀신이라도 나타난 거야 ?”


잠깐 눈빛을 빛내던 자운이 주변에서 가장 높게 솟아있는 나무위로 운기 하여 올라섰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눈에 보이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보름달이 너무 밝아... 혼의 기운을 느끼기에 불편한 걸 ! 월령으로 불러 들여야겠다.’


자운이 소혼낭 주머니를 만지작 하며, 월령을 꺼내 들었다.


투명한 밝은 빛이 가득한 숲 안으로, 월령의 가냘프고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다운 음률이. 숲속 구석구석으로 휘감기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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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10 20:59
    No. 1

    입금을 불어가며 → 입김이겠죠? ^^ 모르는 단어가 많았기에 순간적으로 마존의 입김은 입금이라고 하는구나, 했어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10 23:36
    No. 2

    ㅋㅋㅋ…
    이런 실수를…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계시니, 작품이 제대로 마무리가 되어가는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별님. 곧 고칠께용.
    근데, 마존의 입김은 입금이라고-
    저, 빵 터졌습니다~~~ㅋㅋㅋ
    진짜.. 은근, 솔직담백 유쾌 발랄~~ㅋ
    너무재밌어요. 별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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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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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0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4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7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6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1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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