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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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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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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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자운의 부활

DUMMY

“당신이 어떻게 보천귀장의 진에서 이 정도에서 멈출 수 있었을 것 같나?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저 여인이 나타난 것에 맞추어 정심검이 소환 되었으니, 아마도 정심검의 주인이 될 여인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은데,

마계에서는 정심검의 주인을 찾는 것이 숙원 이었지 않았나?”


전신이 툴툴 맞게 마존에게 대답하였다.


정심검의 여인이라는 소리에, 마존의 얼굴엔 마치 천계에서 귀신을 본 것같은 당황스러움이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의 두 손아귀 안에서 통통 튀는 자운의 영체를 바라보던 마존의 눈길엔 , 그가 지켜내야 할 여인의 모습을 향한, 온화하고 강한 의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전신의 말에는 전혀 아랑곳없이, 자운의 혼령구만 소중하게 바라보던 그가, 누구라도 들으라는 듯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인간들의 인연의 고리 속에, 계획에 없던 운명 하나를 끼워 넣어야 하는 일이오.

분명 사명부의 내용이 틀어지고 새로 정리 되느라,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인데... 본 존이 만든 일이니, 본존이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겠소!"


그와 함께, 한동안 그의 곁에서 자신만 바라보고 서 있는, 하지만 그로서는 처음 보는 이 의문의 여인을 넌지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전신을 향해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전신이 먼저 그를 막아 서며 말을 잇고 있었다.


“사명에게 가는 일은 내가 맡아서 하지. 함께 한 일이지 않나 ! 그의 생사 장부가 틀어지고 새로 정리가 되는 건 항시 존재하는 일이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해도, 인간의 의지에 따라 운명선도 조금씩은 바뀌면서 따라가는 법이거든.

하지만 만약, 자운이 받은 생이 순탄하지 않은 운명이면 그땐 자네를 똑같이 괴롭혀 주겠어.

그러니...!! 반드시 신중하게 골라야 하네!"


마존을 향해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던 전신이 태자와 함께 천계로 돌아간 후, 마존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당당을 돌아보았다.


“당당아, 자운을 데려다주고 갈 테니. 너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쉬고 있도록 하거라.”


그리고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는 여인을 돌아보았다.


"여인은... 지금 본존에겐 그 어떤 상황도 이야기 할 시간이 없소. 본존에게 할 말이 있다면 나중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시오.

하지만 혹시, 딱히 향할 곳이 없는 것이라면, 본존이 올 때 까지 당당이와 함께 마계로 가서 기다려 주시오!"


마존과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당당의 마음을 뒤로 하고, 마존이 조심스럽게 자운을 품으며 검은 연기 속으로 먼저 사라졌다.



****



인간계에서도 양기가 가득한 곳이 있어서, 귀신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은 곳으로 마존이 자운을 품고 나타났다.


지난밤, 마존은 보천귀장을 거둘 수 있어서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현실의 인간계는 어떤 이유인지, 분명 천계가 허락한 이상의 비와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조화롭지 못하다 !’


아마 이 밤은, 한명의 인간이라도 자운의 혼령구를 품을 수 있는, 평안한 마음을 가진 영혼은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큰 비는 마을 곳곳을 물속에 담그고, 세찬 바람은 나무와 곡식을 모두 쓸어버리고 있었다.


빗속에서 모든 걸 잃어가는 인간들이 두려운 마음을 모아, 그들이 생각하는 자애로운 하늘을 향해 기원과 원망의 소리를 함께 외쳐대는 가운데,

마존이 자운의 영체를 보호하며,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크고 높은 지붕위에서 망연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다. 너무 긴 시간동안 갇힌 혼은 생명력이 약해질 테니... 그 전에 얼른 몸을 찾아야 하는데."


사실, 이렇게 엉망인 세상 속에서 인간이 죽다가 살아나는 운명을 만드는 일이, 평화로울 때 보다는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수는 있을 것이었다.


“명이 다하기 직전의 평화로운 혼을 담았던 육체라... 여인이고, 그녀처럼 맑고 아름다워야 해...”


그의 지친 몸은 아랑곳없이, 마존이 그의 품속에서 뛰어 노는 자운의 영체를 소중하게 바라보며 웃음 짓고 있었다.


그때, 물이 가득 차오른 어두운 마당 한 켠에서, 잔뜩 떠오른 쓰레기 더미와 함께 굴곡이 있는 커다란 물체가 마존의 두 눈속으로 들어왔다.

흙탕물속에서 반쯤 잠긴 모습으로, 수면 위에서 꿀렁거리고 있는 물체를 의심없는 눈빛으로 마존이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분명 영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몸이었다.


마존의 눈에 그 꿀렁거리는 물체가 조금씩 들썩일 때마다, 육체에서 마저 빠져나가려는 영기가, 아직 살아나려고 애를 쓰는 몸에게 붙잡힌 채 몸의 주변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생기가 빠져나가지 않은 몸이군. 저기로 가면 되겠다!”


기를 이용해 흙탕물에 뒤범벅이 된 몸을 건져내어 평평한 지붕의 한쪽에 가지런히 눕히고 살펴보았다.


‘혼이 곧 빠져나갈 여인이군. 조금만 더 기다린 후에, 숨을 이으면 되겠어.’


여인의 혼이 완전히 빠져 나가기 까지,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잊지 않고 혼을 맞이하는 규령 선관이 저만치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몸에서 금방 빠져나온 혼만 저만치에 두고, 마존이 얼른 여인의 몸을 걷어 투명결계를 만든 후, 그 속에서 잠시 선관들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혼이 빠져나온 상태로 혼돈스러워 하고 있는 여인에게 다가온 선관들이 그녀의 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며 물속도 살펴보았지만, 이내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 마주보며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몸이 없는 혼을 방치 한다면 귀신들의 습격을 받을 것을 뻔히 아는 선관들이, 잠시 후 그녀의 혼을 중천으로 바로 데려 가기 위해 순식간에 함께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투명 결계를 흔들어 깬 마존이, 허공을 향해 손을 한번 휘저어 그들 위로 불어대는 바람과 비를 잠시 멈춘 후에, 다시 조심스럽게 여인의 몸을 지붕위로 뉘였다.


“ 조금만, 인간계에서 약해진 영력을 치유하자 운아... 본존이 항상 네 옆을 지키고 보살필 테니,

네 혼이 어느 곳에 머무르고 있든, 네가 본존의 눈에 항상 보일 수만 있다면...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


여인의 몸 앞에 우뚝 선 마존이, 품 안에서 조금 전보다 기운이 빠져나간 자운의 영체를 허공으로 드러내자, 주변과 다른 모양의 바람이 그의 몸을 휘감으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천귀장 진을 치른 후, 초췌하게 헝클어진 머리칼과 낱낱이 찢겨져 천 조각이 된 그의 도포자락이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을 타고 어지럽게 펄럭거리더니, 이내 화를 가라앉히듯이 다시 차분하게 내리 앉았다.


잠시 후 내리 감았던 눈을 위로 치켜뜨자, 긴장감으로 잔뜩 굳어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의 가슴 앞으로 여전히 긴장한 두 손을 살포시 모아 쥐었다.


떨림을 애써 잠재우며 만들어내는 그의 수인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형상화되며, 마치 자운의 영혼에게 수인으로 말을 전하는 것과 같이, 그녀만을 향한 속삭임과도 같은 몸짓은 얼마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수인이 멈추자, 숨죽이고 있던 자운의 영체가 깨어나 움직이더니, 누워있는 여인의 가슴 속으로 아주 조용히 숨듯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누워있던 여인은 한동안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떨리는 창백한 손을 조심스럽게 여인의 이마 위쪽으로 올려 기의 흐름을 느낀 마존이 ,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주저 없이 바닥에 툭 하고 앉아버렸다.


지금껏 그를 지탱해 오던 의지가 이루어지는 순간, 그의 몸은 이제서야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완전한 인간이 된 그녀의 몸 위로, 다시 거센 비바람이 덮쳐오고 있었다.


함께 비를 맞으며 웃음 짓던 마존이 머리를 숙여 그녀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었다.


“자운, 넌 네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 라는걸 기억해야 해! 적어도 본존에게 있어서는 말이지... 앞으로 네가 마음먹은 일은 주저 없이 밀고 나가면 돼! 본존이 언제나 널 지켜줄 테니까...!"


조금씩 생기가 돌며 한기가 차오른 여인이 콜록 콜록 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아가씨 ! 초요 아가씨 !”


“어디 계세요...!"


“얼른 찾아야 한다. 어떻게 제실에 함께 피신해 있던 아이가 혼자 사라질 수가 있단 말이냐 ! 초요야...!"


세상에 존재하던 고요는, 거센 바람과 사납게 퍼붓는 굵은 빗줄기가 다 삼켜버린 것만 같았다.


쉴 틈도 없이 몰아닥치는 비바람 속에서 여인의 아비와 식솔들이 정신없이 이집의 외동딸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콜록 콜록”


빗소리 사이에서 다행히 하인 하나가 여인의 기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 군주세요. 지붕 위에 있어요.“


“아이쿠 얘야.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갔느냐. 그래도 천만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어서 내려서 방으로 모셔라!"


온 집안이 온통 여인을 살리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가만히 이를 지켜보고 서 있던 마존이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초요라... 초요."



****



천재가 닥친 인간계와는 다르게, 언제나 활기찬 중천의 하늘위로는 극락조와 몇몇 작은 새들이 허공 위를 낮게 날며, 아름다운 음조와 같은 소리들을 한껏 질러대고 있었다.


이쯤이면 한번 씩 정영지의 바윗돌위에서 퍼들어 누워 자던 자운이 일어나서, 시끄럽다고 내던지던 돌팔매질이 허공 위를 휘저어 날은 후, 연못 속으로 ‘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곤 해야 하는데...


며칠 전부터, 하늘과 물속 생명들을 항상 깜짝깜짝 놀래키던 중천의 공주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흥미를 잃은 새들도 일찌감치 울기를 접고 둥지에 틀어박혀 잠만 자는 시간이 더 늘어난 탓인지, 정영지 연못 주변은 어색한 고요함이 내려앉는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지는 것 같았다.



“귀진검 이라고 하였소?!"



상좌에 앉은 상제의 두 주먹이 가지런히 모아 앉은 그의 무릎 위에서 무겁게 떨리고 있었다.


구중천에서 어느 장수 못지않게 강인하고 당당한 풍채의 상제였지만, 자식의 걱정으로 조여드는 심장을 버텨내는 아비로서 그의 모습은, 곧 쓰러질 것처럼 나약하고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들이 왜 귀진검을 쓰면서 까지 운이를 해하려 하는 것이오?"


노기와 침울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상제가 마존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짚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확실한 이유 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상제...”


침묵이 흐른 후, 마존이 상제를 꼿꼿한 표정으로 다시 바라보았다.


“자운에게, 왜 청룡의 원신과 함께 현빙화의 원신도 존재하는 겁니까?”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매섭게 부릅뜬 상제가,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마존을 바라보았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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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상심석의 응답 22.09.09 38 5 11쪽
64 마존 형님 +2 22.09.08 44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9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40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8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5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8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3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40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8 4 13쪽
» 자운의 부활 22.08.26 43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1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2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5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8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2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2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9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3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6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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