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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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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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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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연의 언니

DUMMY

“구중천의 상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인간들을 살리기 위함이거늘,

어떻게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인간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을뻔 할 수가 있느냐!”


천제의 위엄 앞에 선 선풍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말문을 닫은 듯 꽉 다문 입술은, 운우가 그의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의 마음까지 숙이게 할 수는 없을 만큼 고집 스러워 보였다.


“죄송합니다 천제. 하지만 운우가 인간계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상신의 혼이 납치당할 수가 있습니까?"


또다시 분노가 슬그머니 올라오는 선풍의 말투였다.


"상신의 '생사화' 에, 운우의 혼은 여전히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히, 천계에 도발하려는 오래 묵은 귀신들의 반란일 뿐인데. 모른 척 그대로 둘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인간들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귀신들에게 겁만 주려고 그렇게 했단 말인가? 가장 어리석은 신의 본보기로다 !!"


“천지를 다스리고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하늘 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너희는 못하는 큰 힘을 보았으니, 까불지 말고 얼른 우신을 내어 놓으라고 말이지?"


풍신도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떤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화가 치밀어 올랐을 뿐이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천제가 한층 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선풍, 네가 몇 천년동안 인간들을 위해 마음을 많이 써 왔다는 것은 알고 있는 일이다.

한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었지.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을 위한 일에는 한 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야.”


더 이상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는 선풍의 입가가 아직도 여전히 실룩 거리고 있었다.


“어쨌든. 신선의 실수는 나약한 인간에게는 곧 죽음과 같으니, 한 번 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인간계에는 만회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결과를 낳을 거야. 그리고 풍신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

자네의 심기가 온전하지 못할 테니, 당분간 운우를 찾을 때 까지는 태자와 의논해서 바람을 다스리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천제.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합니까?!"


천제가 선풍을 한동안 바라만 보고 서 있었다.


“ 이 일은 자청비군의 아들. 미인과 의논해야 할 일이니, 마계와의 일에 천계의 상신이 직접 대면하는 일은 삼가 해야 한다.

전신을 보낼 생각이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거라."


“알겠습니다... 대사형."


"그리고, 상신의 생과 사를 밝혀주는 운우의 '생사화' 가 아직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으니, 어느 곳에 있든지 지금 운우는 무사하다는 말이 아니겠나... 그들이 이유가 있어 운우를 데려 갔다면, 분명 섣불리 운우에게 손을 대지는 못할 테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도록 하게..."


" ... "


사내의 슬픔은, 목소리 마저도 온전히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



“보연아!”


“누구야!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년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염라옥의 문 앞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앉아있는 진소와 거리를 둔 채 불안한 듯이 손가락만 깨물며 서있던 보연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진소도 낯선 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끄응-'


하지만 그가 돌아보았을 때는 낯선 여인의 존재보다, 심하게 상처를 입고 나타난 당당이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진소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 온 검은개에게 달려가 살피기 시작했다.


“당당... 어떻게 된 일이야! 마존 께서는?”


평상시의 차분하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의 진소가, 당당을 이리저리 흩어보며 많이 당황한 채 허둥대고 있었다.


“...마존 께서는 !”


보연도 깜짝 놀라 당당의 타다 만 채 허트러 진 갈기를 붙잡고 마존의 안부를 외치고 있었다.


‘끄응-'


“당당!"


초췌한 당당을 향해, 보연이 거의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인을 데려다 주러 인간계로 내려 가셨어. 많이 다치셨지만, 그래도 괜찮으셔.”


함께 온 여인이 나지막한 소리로 대신 소식을 전해 주었다. 옆에서 여인의 말을 전해들은 진소가 바닥에 주저앉은 후, 잠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인 이라고...? 인간계에 데려다 주러? 그럼 마존께서만 다치고, 그년은 또 안 죽은 거야?”


보연의 숨김없이 새어나온 중얼거림은, 곁에 선 이들을 얼어붙게 할 만큼 당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진소가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험하게 일그러지는 낯빛으로 여인과 보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 힘없이 자리에 서 있던 당당이, 진소의 손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닥에 쓰러지듯이 드러 눕고 말았다.


“당당 ...! 어서 파한정으로 가자. 그곳에 자운의 피를 넣은 목걸이가 있어. 가서 치료부터 하자! "


당당을 쓰다듬으며, 진소가 싸늘한 표정으로 보연과 함께 여인을 바라보았다. 진소의 얼굴에도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오르고 있었다.


당황한 여인이 드문드문 말을 잇고 있었다.


“처음 뵙겠어요... 보연의 언니에요.

마존께서는 인간계의 일이 끝나면, 중천에 들렀다 오시기로 했어요. 지금은 삼두견을 먼저 치료하러 가는 게 우선 일 것 같습니다.”


여인과 보연에게는 궁금함 보다도 분노가 더 많이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 우선은 당당을 치료하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 한 진소가 여인과 보연을 외면한 채, 당당과 함께 검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너, 누구야?”


보연이 처음 보는 여인을 향해 날카롭게 말을 내뱉었다.


“네 언니야."


“뭐라는 거야? 내게 언니가 어딨어? 아버지가 바람이라도 피셨나?”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보연이 여인을 째려보고 있었다.


“조금 전에 마존과 함께 있었나본데, 그거나 빨리 얘기해봐!

그리고 이 몸한테 뭐 부탁 할 일이라도 있어서 왔다면, 생각 정도는 한번 해 볼테니까."


여인이 보연을 향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망할 놈의 요계 놈들 같으니라고! 계집도 못 죽이고, 감히 나의 마존을 건드려?”


“마존을 건드린 게 아니고, 마존이 그 여인을 위해서 보천귀장까지 펼쳤던데? 너의 마존 이라고?

네 말을 들어보니, 대략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은 가네!"


보연이 신경질적으로 눈앞의 여인을 잡아먹을 듯이 흘겨보았다.


“너, 진짜 누구야! 귀왕이 보낸 거냐? 일이 틀어져서 미안하다는 말 전하라고? 그럼 전했다고 하고, 성가시니까 어서 좀 꺼져줄래?

이 몸이 심기가 좋지 않아서 말이지. 그리고 거래는 깨졌어. 더 이상 마계의 정보는 입 아파서 못 전하겠다고 그래!”


“아버지께서 걱정하신 대로구나. 어린 시절 날 보호하기 위해 현령계로 보내었지만,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반드시 돌아와서 너를 보살피라고 하셨지. 그런데 이렇게 엉망이 되어있을지는 정말 몰랐구나!"


“무슨 소리야 짜증나게. 이상한 소리나 지껄일 거면 어서 빨리 꺼지기나 해 ! 마계 입구까지는, 걸어가지 않아도 되도록 내가 날려 보내 줄 수도 있어.”


“너, 옷소매 걷어봐. 얼른!"


“내가 왜 !"


“아, 이게... !”


여인이 보연의 힘을 제압하면서 왼쪽 팔뚝을 걷어, 미리 걷어 놓았던 그녀의 팔뚝과 나란하게 대어보았다.


“...! "


“이래도...?”


아버지의 ‘범유’ 라고 쓰여진 인장의 반쪽씩이 나란히 같은 위치에 불에 댄 상처처럼,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버지께서 ... 후에, 우리가 서로 알아볼 수 있도록 아버지의 인장을 쪼개어서 반씩 각인해 주셨어!

일부러 세심하게 어긋난 부위까지 맞아 떨어지게. 어설프게 자른 흔적이 그 이유지.”


“이 빌어먹을 상처가 그 이유 때문 이었다고? !”


보연이 당황한 나머지 기다란 속눈썹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잽싸게 소매를 내린 후 거칠게 대꾸하였다.


“그래서! 뭐가 달라질 건데? 뭐 대단한 계획이라도 세워놓고, 날 데리고 온 거야?

그게 아니면, 그냥 있던 데로 돌아가서 원래 살던 대로 살아. 애초에 마계의 대장군 이라는 자가 마계의 원래 주인을 배신하고

그것 때문에 일찍 죽어서, 딸내미 기죽이면서 평생 살게 한 아버지라는 존재라서...!! 난 별로 그립거나 큰 의미 같은 거 가져본 적도 없었어.

그러니까 거추장스럽게 언니라는 거 필요 하지도 않아. 그냥 지금 내 앞에서 사라져 주기만 하면 좋겠어 !”


보연의 말에 약이 오른 듯한 그녀의 언니도 잽싸게 말을 이어갔다.


“ 너의 그 허술한 계획으로는 삼척동자도 감을 다 잡을 거니까. 아마, 지금쯤 마존도 화가 굉장히 많이 나셨을 거야!

그래도 이런 너를 지금껏 잘 키워 주신 걸 보면, 아버지께서 헛되이 돌아가신 건 아닌 것 같구나.

...아버지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한번만 더 아버지 이름을 팔아서 너를 용서해 달라고 청해야겠다.

만약 마존이 용서를 받아주시고 우리를 보내 주신다면, 잠시도 머뭇거리지 말고 언니와 함께 현령계로 가야한다.”


“안 가 ! 혼자서는. ”


“뭐라고? 나와 함께 간다니까!"


“너 말고, 마존이랑 갈 거야. 마존을 망쳐서라도 데려 갈 거라구!"


“보연이 너, 정말! 아버지께서 막무가내라고는 하셨지만, 바보라고는 하지 않으셨는데.

너 원래가 이렇게 모자란 애였니? 마존께서 네 목숨을 살려 주실지 부터가 네가 고민해야 될 일이라구!"


한동안, 둘 사이에 비집고 드는 건 깊고 거친 한숨 소리뿐이었다.


“왜 너만 현령계로 보내었는데?”


보연의 언니가 얼른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얘기하자면 길어. 그때는 그냥 내가 죽었다고만 해야 했어. 딸 둘이 한꺼번에 죽었다고 할 순 없잖아."


“그런데 왜 난 너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거지?”


“그건 아버지께서, 네가 힘들어 할까봐 나와 함께 연결된 네 기억들은 모두 지우셨어.

또 혹시, 네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와서 일을 그르칠 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셨고.”


보연이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그거 알아? 아버지란 존재가 내 삶을 완전히 꼬아 버린 거.

아버지가 마계의 대장군으로 남아 있었다면... 지금의 마존도, 마존이 되어있지 않았을 테고.

천계의 어미를 가진 외톨박이 제군에게 대장군의 딸이 혼인을 하자고 하면, 감지덕지 감사하게 받아 들였을 거 아니야!

그런데 지금은 뭐야, 키워줬답시고 내가 마존에게 빌붙어 살며 눈치나 보는 꼴이 되었잖아!"


“바보야 그건, 네가 마음을 곱지 않게 쓰니까 곱지 않게 보여 지는 거지 .”


한편으로는 동생에게 측은한 마음이 든 보연의 언니가, 동생의 흩어 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다정스럽게 말을 이었다.


“보연아, 이 곳에서 이렇게 거칠게 살지 말고 언니 말대로 잠시 후 마존이 도착하면, 허락을 받아서 언니와 함께 현령계에 가서 살도록 하자.

그곳에는 어느 누구든지 서로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서 지내면,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조용한 곳이란다.”


“싫어 !”


여전히 보연이 대답하고 있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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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마존 형님 +2 22.09.08 44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8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40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8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4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2 4 12쪽
» 보연의 언니 22.08.28 40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8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2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0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4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8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8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2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6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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