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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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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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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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초요의 손님

DUMMY

격앙된 성운의 소리가 잦아들자, 지금까지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전신이 피곤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굵고 나지막하게 대답하였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을 두고 철없이 소리만 지르고 외면하려고 하지마라. 구중천의 위험을 앞전에 두고 답을 만들어 오지 못할 바에는...

그리고 자운은, 이해 할 수는 없지만 현빙화의 원신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니, 차라리 천계에서 보호하고 각성을 도와 '오룡 광진'의 힘 안에 들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녀를 위해서 지금 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이다.

마존의 보호 아래랍시고, 만약 마계의 편에서 현빙화의 원신을 밝히며 귀왕과 맞서게 된다면, 그녀가 더 위험해 질 수 있고 대의도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너무 약한 몸입니다. 더욱이 지금은요. 정말, '오룡 광진'의 강한 힘을 버텨 낼 수가 있는 겁니까 ?”


돌아선 전신이 또다시 수면 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길... 바래야 한다."



****



중천. 정영지의 연못 앞에서는 황금빛과 옥색의 도포자락이, 간간이 불어대는 바람결에 떠밀리며 서로에게 닿을 듯 말 듯 나부껴대고 있었다.


“천제, 옥체도 불편하신데 어떻게 이 곳까지 나오셨습니까?”


“옥호, 자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은 말이 있네. 다른 이들의 추측이 아니라,”


“네, 그렇군요. 자성의 별이 구중천을 향해 다가오는 속도가, 이제 조금씩 빨라진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 아이들의 할머니가 다녀갔습니다.”


“주원 상선을 말하는 건가? 자영의 어머니 ...? 아니, 어떻게 그런..."


“어미가 없는 아이들이라, 할머니께서 그동안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천제의 몸이 또 한 번, 분노에 밀린 탓에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분명 이렇게 무모한 일을 벌인 건, 옥호 자네 혼자서 계획한 일일 테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가 !"


“처음부터 무모한 일 이었습니다.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 사형께선 그녀에게 황후의 자리를 명하지 않았습니까 !”


“물론, 내 마음이기도 했지만 구중천의 순리였다는 것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여하튼, 그 일로 오랜 시간 겁을 겪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대가를 치르고 있는 자영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구중천의 많은 선인들이 이를 또다시,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


“대 사형, 선인들이 아니라 대 사형이 받아들이기에 불편하신 일이 아니겠습니까?

사형만 조용히 받아들일 수만 있는 일이라면, 어느 누구도 알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아니, 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야! 영이가 함께 이뤄낸 일이 아닌걸 아네. 그녀와는 무관한 일인 것이지.”


천제의 눈길을 피해 옥호가 야유 섞인 웃음기를 애써 참고 있었다.


“자운에게 청룡의 근간이 내재 한다는 것, 그 사실 때문에 불편하신 몸으로 직접 중천까지 오셨겠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셨을 테니.

네... 자영이, 아니 아이들의 어머니가 인간계로 가기 전 용린을 제게 맡겼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머니를 닮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영이 없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제 어머니를 꼭 빼닮은 우리들의 아이들이 있어서였습니다.”


“그것도 내겐 중요하지 않아. 자네가 자네의 위로거리를 스스로 만든 셈일 뿐이니까!"


“대 사형, 자영을 불러들여 주십시오. '오룡 광진'을 펼쳐야 할지도 모르는데, 운이는 감당할 만한 힘이 되지 않습니다.”


“자네가 어떤 계획과 생각을 하는지 아네. 지난번 만수산에서 요귀들의 습격을 받은 후, 생각이 들더군. 내가 왜 그곳에 가야 했는지 말이야.

하지만 난 자네가 계획 했던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네.

자네는 궁소검을 이용해서 그들이 조금 더 큰 난리를 피워서 구중천에 '오룡 광진'이 반드시 필요하도록 하게 할 생각이겠지. 그러면 모두가 자영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을 테니.

하지만 우리의 원래 계획대로, 귀왕이 천계로 들어오기 전 궁소검을 소환하게. 어떤 이유에서건 천계가 위험해지면 안 되네."


옥호의 거친 호흡만, 둘 사이의 긴장감 사이에서 들쑥 거리고 있었다.


“궁소검은, 귀왕에게 잡혀서 이용당할 혼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은밀하게 그들과 한 거래였지만, 궁소검이 귀왕의 손에 있는 걸 보인다면 선인들의 사기가 꺾이게 되고 일이 복잡해지지 않겠나.”


하지만 여전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제의 표정엔, 고집스러운 사내의 마음만이 그대로 머무르고 있을 뿐이었다.


“자네가 자영을 염두에 두고 오룡 광진을 펼치려는 계획을 포기 한다면,

그 대신, 인간계에 있는 자운이 안전하게 내력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천계에서 보살피고 나의 천기를 직접 주입하여 주겠네.

그러면 자네의 원기만으로 해명연에서 탄생한 자네 딸은, 나의 천기의 영향으로 오히려 더 완벽하고 강한 힘으로 구중천에서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도록 약속 하겠네.”


“그러면 선인들에게, 자운이 가진 청룡의 근간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그야... 하늘의 기운이 흐르는 뜻을, 어떻게 짐작조차 할 수 있겠나? 다행히 청룡의 기가 자운에게 스며들었다고, 천제가 그러하다고 말한다면, 그들 또한 그렇게 받아들이게 될 테니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야.

하늘의 뜻이 자운을 선택하였다고 한다면, 이 또한 그 아이를 귀하게 여기도록 해 줄 것이네."



****



“왜 또... 누가 너더러 책 읽으래?”


“응.”


“그래, 그래서 우리 초요가 기가 푹 죽었구나. 화도 내지 못하고 숨어 다니는 걸보니 ... 그럼 아마도, 너의 최대의 강적, 유모 할머니 시겠구나.”


“응. 오늘은 자수틀까지 가져 오셨어.”


“아. 저런... 많이 놀랐겠구나.”


아침부터 사라진 초요를 찾아다니던 연수의 놀리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같은 편이 있다는 것이 초요가 언제나 연수의 곁을 잘 따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주어진 임무를 피하기 위해 커다란 담장을 넘었고, 생각 없이 그저 집밖으로 나온 걸음은, 갈 길을 잃고 양지바른 시장 한쪽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장의 한쪽 벽 쪽에 쌓아놓은 부서진 나무의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은 초요가, 기다란 막대를 하나 들고 바닥을 툭툭 치며 맹한 모습으로 생각에 빠져 있는 모양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주앉아 있던 연수가 짠한 표정을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곳까지 떨어져 나와서, 확신도 없는 기억 속에서 혼란스럽기만 할 중천의 공주도 신경 쓰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쩌다가 집을 떠나온 후 동생도 챙기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계라는 먼 곳까지 흘러와버린 자신의 서글픈 신세와 동생에 대한 걱정으로 먹먹하던 가슴이 메어지며 이제는 찌릿해지는 마음을 따라, 눈물까지 배어 나오려 하고 있었다.


“ 아침부터 나와서 시장바닥이나 돌아다니고 있다니 너무 서글프다. 뭐라도 먹어야지 다시 담 넘어갈 기운이라도 챙기지.

초요야 조금만 기다려, 떡이라도 좀 사올 테니까.”


초요가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저만치 달려가 시장 안쪽으로 사라지는 연수의 뒷모습을 뿌듯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먹을 거라는 말에 어느새 따라 나선 봉순이의 조그만 네 다리도, 연수의 발치에 뒤지지 않게 재빠르게 옆으로 따라붙어 함께 달려 나가고 있었다.


왕부의 군주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시장 통에 쭈그리고 앉은 그녀의 모습은 딱해 보일만큼 무료하고 생기가 없어 보였다.


연수가 사라진 후 여전히 막대기에 의지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앞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삼킬 듯이 육중한 기운을 뿜으며 다가서는 것이 느껴졌다.


그늘의 기운을 따라 올려다 본 그녀의 앞에는,

지금껏 그녀가 가진 기억 속에서는 절대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윤기 나는 근육과 골격이 멋스럽게 뻗은 하얀 말과 함께, 말과 한 쌍의 조각처럼 완벽하게 멋진 자태로 앉아있는 사내가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도 바로 뜨지 못할 만큼 초요를 자극하는 광채를 품은 듯한 그들의 모습은 마치 대낮에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서 살며시 벌어진 자신의 입도 의식하지 못한 채 바보스럽게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먼저 말을 걸어온 건, 말 위의 사내였다. 물론 먼저 말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초요의 입 안은 얼얼하게 굳어버린 상태였다.


“공자, 이 근처에 먼 곳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포구가 있다고 하던데, 길을 좀 가르쳐 줄 수 있겠소?”


“아. 그게... 저도 길을 잘 몰라요. 요즘 기억이 좀...”


사내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 아래에서 얼버무리고 있는 초요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같이 찾아봅시다. 어서 타시오!"


“네 ...?"


처음 만남에 이런 대화가 마땅한 것인지, 초요도 말위의 사내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다.


'다행히 내가 사내로 보이는가 보군...'


“이곳에 사는 사람이 이곳의 지리를 몰라서 어떻게 하겠소. 함께 라면 좀 더 빨리 찾을 수도 있지 않겠소?”


사내가 초요에게 한쪽 손을 부드럽게 내미는가 싶더니, 초요의 팔을 잡아 끌 듯이 낚아채며 한 손으로는 초요의 허리선을 감싸 안아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말위로 올려 앉혔다.


놀랐다기보다는, 그녀의 뒤쪽에서 감싸는 그의 커다란 어깨안의 품이... 오히려 정겹고 설레임까지 느껴지는 통에, 초요의 몸이 찔끔 움츠려 들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말 등의 굴곡에 초요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가 싶더니, 여인을 품은 듯이 안은 사내의 손이 다시 초요의 몸을 다부지게 잡아 앉혔다.


“숙아, 가자 !”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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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초요의 계획 22.09.10 40 6 12쪽
65 상심석의 응답 22.09.09 38 5 11쪽
64 마존 형님 +2 22.09.08 44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8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40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8 6 12쪽
» 초요의 손님 22.09.02 35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8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3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40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8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2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1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5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8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2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2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9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3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6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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