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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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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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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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진검의 공격

DUMMY

달빛아래 숨어있던 몇 몇 사소한 요괴와 귀신들이, 월령의 노랫소리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자운이 올라앉은 나무 아래로 홀린 듯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주변의 요괴와 귀신들이 어느 정도 모였다고 생각한 자운이 소혼낭을 펼치자, 나무 아래에 모인 혼들이 작은 꼬리를 만들며 하나둘 소혼낭 안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주변에는 더 이상 귀신들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고, 또 지루해 지겠네 ... 그나저나 마존과 당당은 왜 아직 나타나지 않는 거지?”


할 일이 없어진 자운이 다시 월령을 꺼내서, 이번엔 귀신들을 부르는 초혼음이 아닌, 달밤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래소리에 홀린 듯 간간이 울어대던 겨울밤새 소리도 어느새 잦아지고 숲속엔 달빛과 맑은 피리소리만이 시린 은빛으로 가득 차 흐르는 것 같았다.


“... 좋은데? 이게 바로 인간들이 말하는 천상의 소리인가?”


그녀의 연주를 멈춘 건, 분명 귀신의 소리였다.


‘이건 또 뭐지? 월령이 찾아내지 못하는 귀신이 있단 말이야?’


짧은 메아리로 정신 사납게 이어지는 소리는, 그녀가 올라앉은 나무의 바로 아래에서 웅성 거리는 소리 같았다.

순간 당황한 자운이 월령을 손에 든 채 나무 위에 서서, 요귀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살피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자운이 올라앉은 나무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며 세구의 요귀들이 높이 떠오르지도 않은 채로, 그녀를 놀리듯이 나무주변을 낮게 뱅뱅 맴돌고 있었다.


세구의 귀신은 한 몸이 흩어진 모양인 것처럼, 말을 하거나 움직일 때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똑같은 말과 똑같은 행동을 다른 몸뚱이 들이 순서대로 연결하면서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음. 좀 세 보이는데? 오래간 만에 재미 한번 보겠는 걸! 보름달 아래에도 저런 요괴들이 설치고 다닌다니. 풋...! 뜻밖이야 ! '


언제나 귀신을 만날 때의 모습처럼, 자운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너희는 부를 땐 안 나타나고, 이제 서야 나타나 뒷북 질을 하네? 아까 귀신들은 내가 다 불렀는데? 그럼 너희는 귀신 축에도 못 끼는 요물들인 것이야?"


“아니, 저것이. 겁도 없이!”


“겁 따위? 그거야, 너희들 몫 이겠지! 본군이 뉘 신지는 아느냐? 중천의 요 마귀 잡는 귀신. 자운 공주님이시다 !”


“아...! 소문대로 물속에서 태어나느라, 겁 감성이 부족하게 만들어졌다는... 그 불량아가, 맞긴 한가 보네! "


그 말에 자운의 감정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함께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오른쪽 어깨위에 각인되어 있던 현빙화의 불꽃이 붉게 발현되더니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저건, 마계의 표식인 현빙화의 발현인데... 중천의 계집이라면서, 어떻게 된 일이야?!"


정신 사납게 세구의 몸뚱이가 같은 모양으로 놀라며, 같은 말을 세 번이나 연이어 반복 하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사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자운이 선요검을 소환한 채로, 단 칼에 내리 꽂을 듯이 나무 위에서 아래로 삼 체구 요귀들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푸른빛의 옷자락을 펄럭이며 현빙화의 붉은 기운에 둘러싸여 내려오는 모습은, 마치 화가 잔뜩 난 용이 현빙화의 불꽃을 세상을 향해 터뜨릴 것과 같은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서, 귀진검 ... 귀진검을 꺼내라! 저 계집이 저렇게 거세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잖아!”


“버릇없는 것들, 부모님을 욕보이다니 ! 어머님의 선요검으로 모두 가루로 만들어 주지.”


선요검의 검광속의 선기와 자운의 내력 속에 숨겨진 마기의 힘이 동시에 드러나자, 잠시 혼돈스러워 하던 요귀가 뒷걸음질을 치며 조금 더 먼곳까지의 모든 요마귀들의 힘을 빠르게 소환하기 시작했다.


잠깐 동안의 시간 만에 주변의 요 마귀들이 떼로 몰려들고 있었지만, 선요검이 허공을 한번 가르며 지나가자 날카로운 선기에 베어지는 요 마귀들의 몸뚱이가 허공으로 흩어지며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또한 자운의 상심한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던 현빙화의 불꽃은, 그녀가 한 번씩 내뿜는 내력의 힘을 따라 함께 솟구쳐 오른 후, 그녀의 주변으로 거침없이 모여 들며 들끓는 요 마귀 떼들을 뜨거운 불길로 모조리 태워버리고 있었다.


자운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수많은 요 마귀 떼들을 상대하며 고전을 치르는 동안, 한 쪽에서는 삼체구의 요귀가 정신을 가다듬고 드디어 귀진검을 꺼내어 받쳐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쾌감으로 가득 찬 요귀의 음흉한 웃음소리는 온 숲속 안을 휘감아 흐르는 겨울밤의 칼바람 소리처럼 날카롭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다 놀았느냐. 꼬마 ! 네 고깟 선력과 마력으로 귀왕의 깊은 공력으로 이어진 이 귀진검에 담긴 마력을, 티끌만큼이라도 감당할 재간이 있긴 할런지 ... 보고 싶지 않느냐?

자 어떠냐 ! 이제 제대로 한번 놀아볼 준비는 되어 있겠지? 하하!”


삼체구의 요귀가 정신을 모아,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귀진검을 자운의 검광을 향해서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귀진검의 검광을 인지한 자운의 내공 속에서는, 어느새 날렵한 한줄기 빛이 비쳐 나오더니 그녀의 가슴 앞으로 응집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전신이 그녀에게 심어주었던, 전신의 수심검의 일부분인 작은 소검의 검기였다.


소검에 새겨진 흑룡의 검기는 자운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를 지키기 위한 검의 의지대로 소환되어 자운의 가슴 앞에서 밝은 결계를 둘러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소검을 둘러싼 흑룡의 선기로 휘감긴 기운은, 허공 위를 한번 돌며 또다시 응집되더니 귀진검을 향해 엄청난 선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



염라옥의 흐물 요괴를 마존이 거의 제압 할 즈음, 아무 반항도 없이 서서 이 상황을 지켜만 보던 보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상황에 놀랄 만큼 약한 아이는 아니지. 어떤 요괴도 보연은 공격하고 있지 않다니!’


마존의 눈빛을 느낀 보연이 화들짝 놀라며, 진소 옆으로 다가가 진소가 상대 하는 요괴를 함께 제압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염라옥에서는 마존이 노기가 가득한 음성으로, 계속해서 바쁜 듯이 움직이고 있는 보연의 이름을 불러 세웠다.


“보연아! 어떻게 호리병 안의 요귀가 바깥으로 나와서 이렇게 말썽을 피울 수 가 있지? 호리병 속에 든 요귀의 의지로는 절대 병뚜껑을 열 수 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 아, 네 그게...”


하지만 보연의 말이 시작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현빙화가 발현된 기운이 마존에게 느껴졌다. 분명, 이곳이 아닌 다른 곳 이었다.


‘가능 한가? 내가 아닌 곳에서, 현빙화가 발현되고 있다니!'


잠시 후, 퍼뜩 생각이든 마존이 당당을 쳐다보았다. 자운에게 일이 생겼다면, 당당이 분명 느낌을 받아야 할 것이었다.


‘자운의 어깨 위, 현빙화의 흔적이 분명 있었지. ’


제압조차 되지 않는 요귀를 물어뜯으며 소멸시켜 버리던 당당이 잠시 혼이 나간 듯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


‘설마...’


마존이 두려운 마음으로 당당을 주시하였다.


역시 가만히 멈춰 섰던 당당이 마존을 부르고 있었다.


‘귀진검...!’


‘아...자운 !’


마존의 눈빛이 아득해 지며 왼쪽 눈동자에 핏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존이 떨리는 목소리로 진소를 불렀다.


“진소, 자운이 위험하다. 이 곳은 네가 맡아서 마무리 짓도록 하거라.”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맞아떨어지는 시간이다!'


보연의 표정을 날카롭게 살피며 진소에게 명령을 내린 마존이, 진소의 놀란 표정을 뒤로 하고 당당과 함께 검은빛의 연기 속으로 다급하게 사라졌다.




먼지처럼 몰려드는 요 마귀떼 앞에서 자운을 지켜내는 건, 전신이 심어 준 수심검의 일부인 소검의 검기와 결계뿐이었다.


하지만, 자운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방패처럼 그녀 곁을 에워싼 결계에 힘입어, 달려드는 요 마귀들을 향해 선요검을 계속해서 휘두르고 있었지만,

죽음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덤벼대는 요 마귀들의 의지를 견뎌내기엔, 여인의 몸으로는 애처로울 만큼 나약해 보였다.


수심검의 검광을 가볍게 막아낸 후, 한껏 그녀의 곤경을 구경하던 삼체귀가 드디어 자운을 향해 거대한 검 날을 치켜 들었다.


그리고 잔인한 미소와 어울리는 귀진검의 울림은 곤히 잠든 인간들의 귀에도 넌지시 들릴 만큼, 엄청난 마력으로 그녀를 향해 던져졌다.


그와 동시에 소검의 검기는 흩어지고 결계는 힘없이 부서지며, 나약해 보이던 여인의 몸이 엄청난 마력 속에 그대로 휘감기기 시작했다.




한편, 그사이 어둔 공간의 한 부분에서는 그녀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낀 당당이 신음소리를 내며 마존과 함께, 귀진검의 검기에 밀려나는 그녀의 앞으로 다급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 운아...!’


소리조차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튕겨나가는 자운을 받기위해 당당이 섬광처럼 달려가고, 이를 지켜본 마존이 망설임 없이 무섭게 반월검을 소환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새어나오는지도 모르는 음산한 칼날 같은 바람이 일며, 마존의 거세게 치켜든 검은빛 소맷자락이 매섭게 펄럭이고 있었다.


“이명검! 시간을 헤집고, 어둠과 같은 요 마귀들을 모두 가르도록 하라!”


그의 저주와도 같은 웅얼거림 속에서, 은빛과 검은빛을 머금은 이명검이 허공위에 떠서 맹렬하게 회오리를 일으키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모든 사물이 동시에 느낄 만큼, 세상 만물에 불편하고 불안한 기운이 깃 들며, 찬찬히 모든 것이 멈춰서는 듯 주춤하더니.


...


세상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거꾸로 흐르는 시간은, 순리를 거스르는 깊이만큼 거대한 살기를 만들며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요 마귀들의 살을 뚫고 지나가 단숨에 파괴시키고 있었다.


시간 속에 머문 자 들의, 피할 수 없는 시간을 거스르는 대가였다.



“자, 귀진검을 가지고 얼른 귀왕에게 가라. 이곳의 귀신들이 다 사라지전에... 어서 상황을 귀왕께 전해야 한다!

네가 회마궁에 도착할 때 까지는 최대한 버텨보도록 할 테니, 얼른 가라."


세 개의 입에서 메아리처럼 울려대는 그들의 이야기는, 정신없이 웅웅거리며 어느 한 체구의 몸에게 귀진검을 맡기고 있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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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9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40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8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5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8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3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40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8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2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1 5 14쪽
» 귀진검의 공격 22.08.24 42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5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8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2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2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9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3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6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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