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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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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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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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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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9.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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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상심석

DUMMY

“네 귀왕.

지금 마존은 중천의 계집을 인간의 몸에 넣어서, 내력을 회복시킬 시간을 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안다.”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하시는 거죠.”


귀왕이 귀찮다는 듯이, 더이상 대답 없이 보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그년 옆에는 지옥의 삼두견이 항상 지키고 있으니, 멀찍이 까지는 가볼 수 있겠지만 더 이상 가까이 다가 갈수가 없는 거죠... 요마귀 들은요.

요 마귀들이 중천 년 먼발치까지 다가 가기만 해도, 지옥의 개에게 물어 뜯겨 터럭하나 남아돌지 않을 텐데, 누가 가려고나 하겠어요!"


여전히 보연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은 귀왕이, 대답 없이 굵은 눈썹만 들썩 거리고 있었다.


"거기다가, 전신까지 한 몫을 거들고 나섰으니, 참 유별난 년이죠."


“넌 어쩔 수 있지? 너 또한 이제 마계 놈이나 삼두견 곁엔, 멀찍이 까지도 다가가지 못할 텐데! "


보연이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놈의 똥개가 오히려 저를 피하는 것 같지 않나요?

아직까지는 그 똥개가 저를 죽여 버리기가 미안한지, 제가 태마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제가 그 계집 근처에 가까이 가면 혹시 눈치라도 챌까봐 미리 그 계집 곁을 떠나 멀찍이로 비켜서는 거죠.."



'... 저 삼두견이 아마도 저만 자리를 피하면, 내가 중천년의 바뀌어진 얼굴도 모르니까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군.

진소가 어쩌면, 당당이가 해코지 할까봐 연수가 내 언니라는 얘길 안한 것 같은데...

그러면 당당이가 그만큼 내게 앙심을 많이 품고 있다는 말이 잖아. 그 놈의 똥개 가까이는 절대 가까이 가지 말아야 겠어.

마존. 당신이 중천 년을 보살피기 위해 내 언니를 이용했지만, 오히려 그게 지금 내게는 훨씬 큰 도움이 되어 버렸네요.

풋, 이렇게 도와주시다니... 감사해요!'



아직까지 보연이 딱 부러지는 말은 내뱉지도 않고, 혼자서 비실비실 웃는 모양만 하고 있자, 심기가 틀린 귀왕이 여전히 보연을 째려보며 말끝을 벼르고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단번에 보연의 목을 날려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살벌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삼두견이 어떤 년을 지키는 건 아는데, 가까이 가 본적이 없으니, 삼두견이 자리를 비워도 도대체 어떤 년을 지키는지 모른다는 거죠.”


보연이 한참동안의 생각 후에 다시 꺼내놓은 말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제자리에서 바로 그년을 죽여 주셔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이 계약의 대가인 거죠.”


“그건, 본 왕 또한 원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찾아 낼거지?”


보연이 품에서 연 보랏빛의 옥석돌을 꺼내 허공위로 띄웠다.


“상심석... "


귀왕의 얼굴에 참담함과 반가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 두 조각을 떼어 놓으면,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다른 한쪽을 만날 때 까지 찾아 날아간다는 애틋한 사연이 있는 요물인데... 이걸 만들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요귀들을 해친 것이냐!"


"네 맞아요! 이 상심석을 얻기 위해서, 요귀들이 무슨 연인들이라고 까부는 것들을 쌍으로 해서 만개를 해치우고 겨우 얻어낸, 그 연인이라는 요물들의 마음이죠."


귀한 물건을 알아주는 것에 신이 난 보연이, 제법 목소리에 힘을 실어 뿌듯한 표정으로 귀왕에게 대꾸했다.


"아무리 마족 이라고는 하지만, 잔인하구나!"


귀왕의 감탄사라고 생각한 보연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얼마 전 삼두견 근처로 갔을 때, 삼두견은 내가 지 근처로 가면 그년들의 모습이 들킬까봐, 모른 척 바로 자리를 떠 버리더군요.

하지만 요귀가 아닌 내게, 진짜 모습을 찾지 못하도록 왜곡 시키는, 태마경은 효력이 없죠.”


보연의 말을 듣던 귀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년들? 또 누가 함께 있는 것이냐?

너한테 태마경의 효력이 없다고는 하더라도, 중천의 공주가 어떤 몸에 담겨 있었는지는 어떻게 찾은 거지?

마존이 혼자 내려가서 한 일인데.”


순간 보연의 낯빛이 창백해 졌지만, 지하 궁전에서 그런 빛깔의 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 마존이 보천귀장을 폈던 그날 정심검을 다룬 것이 알려지면, 그 중천 년하고 똑같이 개죽음을 면치 못할 텐데... 그래도 언니라고 찾아 왔으니 죽게 둘 수는 없잖아.’


“ 그야, 중천의 그년이 마계를 얼마나 들락거렸는데, 눈만 봐도 그년의 선기는 바로 느껴지는 거죠.”


누가 들어도 어설프게 둘러치는 대답이었다.


"그러면, 상심석이 뭐가 필요한가? 네가 귀신들을 데리고 앞서 가면 될 것인걸!"


보연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찜찜함에 귀왕이 노려보는 투로 말을 던졌다.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귀왕! 지금 까지 제가 한 짓만으로도 마존의 눈 밖에 나서 심각한 상황인데, 더 이상 제가 해코지 하는걸 보인다면 그년이 죽어 없어 진다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마 마존의 다음 죽일 목표가 제 목숨이 될 것인데요.

절 죽이려는 이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꿈을 꿀 수 있습니까!"


귀왕의 옆에서 함께 서 있던 아녕의 표정이 굳어지고 입술을 야무지게 깨물고 있었다.

깊은 생각에 빠져 들 때쯤이면 항상 따라오는 습관이었다.


“참. 그날... 마계놈이 화가 잔뜩 난 채로 보천귀장을 펼쳤는데, 주화입마에 들지 않았어.

멀리서 지켜보고 살아 돌아온 요괴 말로는 한 여인이 마계놈 근처로 갔다고 하던데, 그게 누구 인지는 모르는 건가?”


"그게... 마존과 진소도 궁금해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 그곳에 나타난 이라고는 전신과 태자였던 걸로만 아는데, 머리도 길고 둘 다 예쁘장하니, 어쩌면 그들이 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구요.

어떤 이유로 보천귀장을 멈출 수 있었는지는 마계 쪽에서도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태자나 전신이 정심검의 검령일 수도 있는 것인지요..."


보연의 엉뚱한 대답에 귀왕의 심기가 오히려 더 틀어진 것 같았지만, 더 이상 보연과 말을 섞기가 싫은 표정으로 혀끝만 차고 있을 뿐이었다.


“음... 그래, 그럼 상심석은 어디에 심었지?”


“그년이 들어간 인간이 항상 데리고 다니는, 하얀 실타래 뭉치 같은 강아지가 한 마리 있어요.

그 강아지에게 상심석을 넣은 과자를 삼키게 했으니, 제아무리 태마경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이 상심석 하나를 허공에 띄워두면 다른 하나를 찾기 위해 그 강아지 쪽으로 알아서 찾아 갈 거예요.

그러니 요귀들은 그냥 상심석만 따라가면 되는 거죠. "


" 그래, 이번엔 제법 쓸만 한 일을 한 것 같구나!"


웃지는 않았지만, 한결 가벼워진 귀왕의 말투였다.


" 참... 그리고 그 실타래와 항상 함께 붙어 있는 계집이 둘이 있는데, 그중에 나이가 많은 여자는 그 집 하녀이고 어리고 바지 입은 계집이 바로 그 년이에요.

잡아 오더라도, 귀신들에게 잘 보고 제대로 잡아 오라고 하세요."


보연이 허공에 띄운 상심석을 한손으로 살며시 밀어서 귀왕의 손아귀 쪽으로 날려 보냈다.


귀왕이 손안으로 휘어잡은 연 보랏빛의 투명한 작은 옥석 돌을 들여다보며, 오랜만에 만족한 웃음을 가득 띠고 있었다.


“귀왕, 이번엔 꼭 그년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 주셔야 해요!"


대답 없이 귀왕이 여전히 상심석만 살피고 있었다.


“죽이긴 뭘 죽여 ! 패가 들어왔는데, 쓸 수 있는 건 쓰고 버려야지!"


귀왕의 옆에서 줄곧 보연을 위 아래로 흩어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운우가 조용한 가운데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들어보니, 쓸데가 많은 아이인데... 왜 못 죽여서 안달이야? 중천의 영감도 마계놈도 천계의 전신이란 놈도, 그 아이 하나로 얼마든지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들을 안해?"


“그건 그쪽 생각이구요. 저 하고 원래 계약이 그년을 죽이는 게 목표인걸, 잊은 건 아니죠?”


보연이 날이 시퍼렇게 오른 칼처럼 날카롭게 우신과 귀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귀왕, 신이공주의 말이 옳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중천의 공주를 살려서 저희가 데리고 있는 것이, 앞일에 유용하게 쓸 기회를 마련해 놓을 것 같습니다.”


귀왕이 신뢰하는 아녕 마저도 우신과 같은 뜻을 말하자,

보연의 존재에는 아랑곳없이 귀왕이 마귀들을 향해 중천의 공주를 산채로 잡아오라고 명을 내렸다.


보연이 거의 터져버릴 것 같은 눈을 치켜들어 귀왕을 바라보자, 귀왕이 달래듯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꺼내었다.


“바로 죽이는 것보다 본 왕이 데리고 있다가 죽이는 것이, 더 곱지 못하게 죽이는 길이 될 테니, 그렇게 억울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은 네가 원하는 걸 얻게 될 테니 너무 조바심 내지 말거라. 단지 시간 차이 일 뿐이니!"



****



“태자를 뵙습니다!"


천계의 태자 성운제군이, 운우의 혼령을 잃고 한동안 실의에 빠진 풍신을 찾아왔다.


“선풍 상신, 안색이 많이 나빠지셨습니다.”


“걱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자전하. 천제께서 바람의 길을 태자와 의논하라고 하셨죠. 제가 먼저 찾아갔어야 하는데... 이렇게 태자께서 먼저 찾아 와주셔서 송구합니다.”


“그 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선풍상신.”


“그럼 무슨일로...”


선풍은 언제나, 인간계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부명대에 올라앉아 인간계로 내려가는 바람을 허공위에서 먼저 느껴보곤 하였다.


뿌리가 없는 절벽 같은 부명대에서, 이전의 그는 바둑을 둘때 말고는 이곳에서 운우와 함께 많은 일들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었었다.


구름이 걷히는 날에는 저 아래 인간계의 경관이, 신선인 그들의 눈에는 바로 몇 치 아래의 풍경처럼 오목조목 하게 다 드러나 보여졌다.


주변을 둘러보던 성운이, 한쪽 낮은 탁자위에 놓여 진 찻잔을 눈여겨 들여다보았다.

분명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주전자에서 나온 찻물은 두 개의 찻잔에 맑은 빛으로 가득 담겨 있었다.


‘설마 내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 텐데. 그럼... ’


“운우가 이곳에 오면 언제나 찻물부터 끓이고, 습관처럼 차 마시는걸 즐겨 했습니다. 이곳의 차 주전자는 거의 식은 적이 없어서, 저도 차를 끓여두는 것이 그만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 네.”


성운의 눈길을 알아 챈 선풍이 미리 답을 해 주었다.


흔한 찻물이지만, 그의 차를 마실 엄두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성운이 얼른 눈을 돌려 하릴없이 부명대 주변으로 생동감 있게 몰려다니는 구름떼들만 한동안 바라보며 서 있었다.


“태자께서는 무슨 일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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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16 21:47
    No. 1

    찻잔 2개.. 선풍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요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17 01:11
    No. 2

    이웃별님이 그렇게 얘기해주시니.. 정말 그런것 같아요~
    선풍은 신선이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감정이 참 멋스러운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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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심석 +2 22.09.05 4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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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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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8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6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1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6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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