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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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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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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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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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준비

DUMMY

중천의 정영지 연못에 드디어 밝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이전 같지 않은 서글픈 감정은, 이곳에 한 번씩 와서 앉아있을 때의 자원과 현연의 마음을 오히려 무겁게 쓸어내리고 있었다.


연못 앞 그들의 큰 바위에 앉아, 이전처럼 물 가장자리 속으로 걷어 올린 발을 담그고 첨벙거려 보았다.

두 쌍의 물장구 소리는 세 쌍일 때의 소리에 비해서 지극히 나약하고 정갈했다.

차분하게 첨벙이는 물소리가 가시처럼 그들의 마음을 콕콕 찌르자. 현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짓가랑이를 툭툭 털어 내렸다.


“자원 태자. 쉬었으니, 이제 일하러 가야죠! 우리가 직접 구석구석 결계를 확인해야 가장 안전하죠."


두말 않고, 자원도 뒤이어 일어나 손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그사이 여간 해서는 아무도 오지 않는 이곳에 들려오는 기척에 놀란 자원과 현연이,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같은 모습으로 함께 돌아보고 있었다.


자운과 원의 스승인 세오가 굵은 발자국 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세오의 모습에 먼저 달려 나간 원이, 정중히 인사를 하며 스승을 반기고 있었다.


“ 스승님. 이곳까지 어쩐 일이신지 , 무슨 급하신 일이라도..."


세오는 이렇게 낭만적인 곳에는 잘 들어오는 일이 없는 성품이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음을 느낀 현연이 세오에게 인사를 올린 후, 자원에게는 먼저 내려가 있겠다는 말을 남긴 후에 정영지 연못을 돌아 나가고 있었다.


사라지는 현연의 뒷모습을 흘깃 지켜보던 자원이, 공손하게 세오에게 먼저 말을 꺼내었다.


“스승님 누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직 각성을 하지 못 하였습니까?”


세오가 눈앞의 이 단아하고 나약하게 보이지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엄청난 힘을 간직한 청년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가만히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


“태자,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지금 전신과 마존이 함께 힘을 합쳐 자운을 보살피고 있으니, 아마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태자는 이제 곧 다가올 난리를 대비해서, 중천에 해가 가지 않도록 미리 꼼꼼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


“네 스승님. 요즘 현연이 도와줘서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이 곳까지...”


잠시 대답이 없던 세오가, 굵직한 그의 손길과 닮은 형상의 장검을 그의 손위로 소환하였다.

철컥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꽉 맞게 잡혀진 검은빛이 감도는 은빛의 장검은, 보기만 하여도 대단한 위엄이 느껴졌다.


“이건...”


“그래. 오래전 사형이셨던 상제께서, 나를 호위 신관으로 임명 하실 때 내려주신 신검이다. 중천의 검이라고도 할 수 있지. ”


이전엔 몰랐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칼날의 넓은 부분엔 드러나지 않게 중천의 인장인 수레바퀴를 품은 달 모양이 은빛으로 깊게 각인이 되어있었다.

손잡이에는 상제의 필체로 쓰여 진 ‘벗에게’ 라는 글귀도 같은 은빛으로 선명하게 각인이 되어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정말 소중한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검으로 항상 수련을 해 왔기 때문에, 이제 이 검은 내 몸과도 같은 기운이 깃들어있다.


검을 내려다보는 세오의 표정에는 지난 시간을 되뇌어 보는 듯이 아련한 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네. 사부님...그런데 이건...왜.”


“받아라!”


“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자원이 꼼짝도 못하고 세오를 향해 두 눈만 꿈뻑이고 있었다.


“얼마 후, 귀왕이 군대를 이끌고 구중천을 뒤흔들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천계를 보호하기 위해 그날은, 각계의 남는 힘은 모두 천계 쪽으로 가서 마군과 대치할 준비를 할 테지. ”


“네 그 내용은 저도 아버님께 들은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자원이 대답하고 있었다.


“마군 속에는 궁소검으로 움직인 혼령이 반 이상이나 포함이 되어있다. ”


“그게 무슨 뜻입니까? 왜 중천의 궁소검을 마군을 위해 사용하는 것인가요?”


아직까지 자원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지, 세오가 자원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서 있었다.


“천제와 상제의 결정이셨다.

인간계의 무수한 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잠시 궁소검을 귀왕에게 맡겼지. 하지만 자성의 별이 위치를 바꾸게 되면, 그들의 마성도 줄어들 것이고, 귀왕은 모르겠지만 그때 다시 궁소검의 검령을 소환해서 혼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기로 하였다.”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자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표정으로 세오를 향해 웃음까지 지어보였다.


“역시. 어른들께서는 생각이 깊으세요.”


순수하고 맑은 자원에게 잔인한 굴레를 씌워야 하는 사실이 세오의 마음을 무겁게 죄어오는 것 같았다.


그날 상제는 궁소검에 매인 혼령들을 그가 미리 계산해 놓은 시간에 늦지 않게 풀어주기 위해, 그 순간에 맞추어 검의 결계를 파괴하려 할 것이었다.


하지만 상제가 아무리 긴박한 상황에 몰리더라도,

자영과 자신의 안위를 두고 궁소검의 결계를 파괴하기에는 분명 지나칠 정도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한 세오가 대신 결계를 파괴하기위해 자신의 검을 휘두른다고 하여도, 궁소검에 둘러쳐진 그의 주인의 진기를 향한 세오의 검 또한 온전히 날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오의 검도, 타인의 손끝에서 직접 휘둘러져야 하는 운명을 준비해 두어야만,

조금이라도 어긋날 수 있는 그의 계획을 완벽하게 준비 할 수가 있었다.


결국, 아무런 사실을 모른 채로 구중천의 안위만 생각하고 궁소검의 결계를 파괴해줄 이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그 역할은 중천의 태자인 자원이 감당해야 할 몫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후에 자신이 파괴한 궁소검의 결계가 그의 사부의 진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착한 아이는 오랫동안 힘이 들 테지만, 그 또한 태자가 견뎌내야 할 고충인 것이라고 세오는 생각하기로 했다.


“ 내가 들은 바로는 귀왕이 이를 눈치 채고 여인의 진기를 이용해 궁소검에 결계를 걸어두었다 . 상제께서 함부로 궁소검을 소환하지 못하도록,”


“아, 귀왕다운 행동입니다. 그런데 어떤 여인의...”


“천계의 중요한 신선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사부님?”


“그래서, 네게 이 검을 맡기는 것이다. 다른 검은 궁소검의 주변에서 힘을 쓸 수가 없지만, 나의 검은 중천의 검으로 궁소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검이니,

그날, 상제께서 끝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궁소검을 사용하지 않으신다면, 자원 네가 대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원의 얼굴에 두려움이 번졌다.


“아버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사부님!”


“구중천의 안위와 세상의 질서를, 귀왕의 손에 맡기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게 어떤 여인이 되어서든 말이지.“


잠시 생각에 빠졌던 자원이 세오를 바라보았다.


“사부님께서, 하시면 안 되는 일인가요?”


세오가 자원을 내려 보며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손을 머리에 얹고 무지막지 머리를 헝클어 버렸다.


“이 녀석아, 내 검으로 궁소검을 내리치게 되면 같은 중천의 검끼리 맞닿는 파장 때문에 어쩌면 이 사부의 진기도 함께 상처를 입을 것인데, 그걸 굳이 이 사부가 해야 하겠느냐? 잔인하지 않으냐. 허허...”


“아, 네... 사부님. 그렇다면 사부님께서도 많이 다치시게 되나요?”


자신의 놀란 표정과는 다르게, 오히려 덤덤하게 서있는 스승의 모습에 자원이 존경과 걱정을 담아 바라보았다.


“명심 하여라. 귀왕의 군대가 아무리 천계에 침입해서 거센 난동을 부린다고 하여도, 함부로 검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성의 별이 열을 바꿀 때여야 한다. 시간에 맞지 않으면, 아직 강한 마성을 가진 마귀들 앞에서 본 모습으로 돌아온 혼들은 그 즉시 다시 떼죽음을 면치 못할 테니. 마성이 약해질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별의 열이 바뀌기 전 마성이 최고조에 이를 때, 반드시 천상 염환의 선불이 꺼질 테니까, 그쯤이면 될 것이다.

그렇게 그날, 천계도 요마계도 함께 세상에서 힘을 잃게 될 것이야. 내가 살아서 볼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지...!'


나체귀와의 약속을 되짚으며, 세오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준비를 다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의 앞에서 태산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제자에게, 그의 목숨을 맡긴 미안함이 가득 담긴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는 자원도, 사부의 웃음을 따라 함께 밝은 미소로 답해주었다.



****



보연이 기가 조금 꺾여진 모습으로 귀왕의 앞으로 나와 섰다.


“귀왕, 몇몇 요괴들을 시켜서 영선계를 공격해 주세요!"


귀왕이 전혀 관심이 없는 듯이, 보연에게 콧방귀만 뀌고 있을 뿐이었다.


“됐다. 그만하면...! 더 용쓰다간 뼈도 추리지 못하고 완전히 소멸될 이유만 더 커질 거라는 걸, 알고 있기는 한 것이야?"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이번에는 조금 더 앙칼진 목소리로 귀왕에게 대어들기 까지 하고 있었다.


“저더러 중천의 그 계집애를 잡아 오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걸 하려고 이러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귀왕!

얼마 전 몇몇 귀신들이 인간계의 동쪽 끝부분에 결이 어색한 부분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마, 아직 인간인 그 여자를 중천으로 데려가지 못한 전신이 인간계에 숨겨놓고 결계를 쳐 놓은 게 분명하겠죠.

그런데 만약, 전신이 그년의 곁에서 계속 붙어 있다면, 이거야 말로 그림의 떡일 뿐 인거죠. 귀왕께서도 어쩌지 못하는 전신인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보연의 말끝에 발끈한 귀왕이, 살기가 가득 담긴 눈길로 차갑게 보연을 내려 보고 있었다.


“겁도 없이 까부는 구나. 도대체 너는 숨통이 몇 개나 붙어 있는 것이야 ?! ”


기는 좀 꺾여있었지만, 여전히 고집은 물러설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이는 보연이 꼿꼿이 머리를 들어 마존을 바라보았다.


“숨통은 당연히 한 개죠. 하지만 귀왕도 툭하면 거들먹거리는 이 숨통을 귀하게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당연히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변의 늘어선 귀신들이 한숨을 짓고 있었다.


“제게, 이전에 마존이 주신 쓰다 남은 현화루가 있습니다. 귀왕께서 영선계를 공격하면서 전신만 그곳에서 빼내 주신다면, 현화루 가루로 결계를 없애고 그 문제 많은 여자를 바로 끌고 올 수는 있다구요!”


“영선계는 아무도 덤비는 이가 없다. 공격하는 동안 그 공격이 그대로 결계 안으로 흡수가 되어버리는데, 하나마나 한 걸 누가 하겠다고 나선단 말이냐!

마른땅에 머리 박기지. 그것도 상대의 공격을 흡수 한 만큼 그대로 다시 되갚아 준다는 것도 알고 있기나 한 것이야?

더군다나, 흡수되었던 공격은 반드시 상대를 죽여 버릴 만큼 더 강력해 져서 되돌아온다는 것도 말이지!"


뒤지지 않고 보연이 다시 말대꾸를 해 댔다.


“아니죠. 이건 마른땅에 박는 머리에, 땅이라도 꺼지는 격이지 않나요?

영선계도 양심이 있어서 공격은 그대로 받아서 흡수해 버리는 난공불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대에게 공격을 되갚을 때 공격력이 더 강해지는 만큼 자신의 결계의 힘을 조금씩 없애 나가는 것이니, 수많은 목숨이 죽음으로 영선계를 끝까지 박아대면, 결국은 문을 열어 준다는 의미가 되는 거죠”


“그게 얼마나 죽어대야, 문이 조금이라도 열려진다는 말이냐! 마군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숫자를 헛된 곳에 쓰려는 생각이나 하다니, 원 !!"


“궁소검이 있지 않나요. 그냥 혼들에게 명해서, 영선계로 가서 박으라고 하세요. 그러면 천계도 영선계가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지만, 많은 목숨을 내놓고 공격을 해대면, 결계가 자꾸 약해져 갈 테니 신경은 쓰이겠죠.”


보연의 말을 듣던 귀왕이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쩔 계획이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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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23 22:46
    No. 1

    세오의 결정도 슬프고
    자원에겐 너무 가혹한 짐이...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24 03:59
    No. 2

    세오와 자원은 슬픈준비를 하고 있지만,
    오늘도 제 방엔 밝은 볓빛이 환하게 떠올랐습니다~^^
    굉장히 추운밤입니다.
    따뜻하고 평안한 밤이 되시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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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선택 +2 22.10.07 4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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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무진옥 22.10.05 50 5 11쪽
90 아녕의 과거 +2 22.10.04 47 5 12쪽
89 만월검의 여인 +2 22.10.03 42 4 12쪽
88 보천귀장 +2 22.10.02 37 4 11쪽
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2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7 4 11쪽
85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8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4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3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 슬픈 준비 +2 22.09.22 42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4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7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4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8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7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4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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