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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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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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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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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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DUMMY

3.


튜토리얼 보스 몬스터인 레드 독을 사냥하는 방법은 굉장히 단순했다.


‘각 층마다 존재하는 녀석의 핵을 찾아 부수면 돼.’


하운드와 빅 독의 방해를 뚫고 12시간 이내에 도합 10개의 핵을 찾아 없앤다.

나아가 10층 높이에 마련된 게이트를 넘어 약화 된 레드 독을 쓰러트리면 된다.

그러면 구역이 해방되고 신이 내린 첫 번째 시련은 가뿐히 돌파할 수 있다.

1회 차에서도 이미 해봤던 공략이었기에 더더욱 거리낄 게 없는 일이었다.


“이걸로 다섯.”


개떼처럼 몰려드는 하운드를 응시하며 차도윤은 식칼을 뽑아들었다.

머리를 직격당한 빅 독이 혀를 쭉 내밀고 허물어져 있었다.

다섯 번째 핵, 레드 독의 강화석을 지닌 놈이었다.


크어허엉!


눈앞에서 짖어대는 하운드를 베어낸 차도윤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시간.

차도윤은 대충 칼을 갈무리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심해! 하운드 부대다!”

“몰이 시작합니다, 모두 준비하세요!”

“지금이야! 때려!”


기세가 오른 헌터들이 한데 뭉쳐 사방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차도윤과 마찬가지로 조금도 쉬질 않고 5층에 오른 헌터들.


“······생각했던 것보다 쉬운데?”

“튜토리얼이라 그런가.”

“쉴 필요도 없겠어.”


다들 지친 얼굴이었지만 곤란해보이진 않았다.

당연했다.

생존자 중 튜토리얼을 공략해보지 못한 헌터는 없으니까.

어디서 죽었는지를 막론하고 누구나 튜토리얼만은 고인다.

여기서 힘들어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이대로면 생존 특전도 노릴 수 있겠어.”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말에 다른 헌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8시간 이내에 공략하면 특전이 주어진다고 했죠?”

“생존 특전이라······ 여기 특전이 뭐였지?”

“글쎄요. 튜토리얼 특전을 받은 사람 자체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기야 다들 살아남기 급급했던 시기였지.”


이내 남자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뭐든 이 속도면 8시간이 뭐야. 2시간도 안 걸리겠는데?”


의기양양한 얼굴로 하운드를 쑤셔대는 헌터들을 돌아보며 차도윤은 침음을 삼켰다.

새삼스러운 감상이 들었다.

설마 하니 튜토리얼에서 스피드런을 도전하게 될 줄이야.

1회 차의 자신을 떠올려보면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건지 깨닫게 된다.


‘그땐 진짜 정신이 없었지.’


바닥엔 누군가가 흘린 피가 가득했고 곳곳엔 인간의 살점이 흩뿌려졌다.

냄새는 지독했다. 더욱이 다가오는 몬스터의 포효는 오금이 저렸다.

일찍이 이곳을 공략할 때의 차도윤은 몇 번이나 오줌을 지렸던지.

막말로 1회 차의 그는 전투조차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패닉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곳곳이 부서진 대학가의 건물을 둘러보던 차도윤은 쓰게 웃었다.

전투는 압도적이었고 분위기도 상당히 승승장구였다.

제아무리 튜토리얼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쉽게 느껴질 줄이야.


‘부디 이 분위기가 유지되면 좋겠는데.’


이윽고 6층에 이른 차도윤은 주변을 둘러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으르렁대는 하운드나 난장판이 된 풍경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5층과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 떡하니 보였다.


‘여기에만 시체가 없군.’


누군가가 죽은 흔적은 있어도 시체가 하나도 남질 않았다.

온도도 5층보다 더 높은 건지 공기마저 뜨겁게 느껴지는 건 단순한 착각일까?

차도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렴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빌어먹을 신이 이 세상을 그리 쉽게 재단해놨을 리가 없질 않은가.


쿠구궁!


차도윤은 멀리 복도 끝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거구를 볼 수 있었다.

복도가 꽉 찰 정도로 거대한 괴물 놈. 냅다 흘린 콧김엔 불꽃이 치솟았다.

뒤따라 6층에 오른 헌터들이 황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 레드 독? 놈이 어떻게 여기에······.”


1회 차였으면 10층까지 존재하는 강화석을 모조리 때려 부숴도 나타나지 않았을 괴물.

튜토리얼 보스 몬스터 레드 독.

이 시점엔 결코 움직이지 않았어야 할 괴물이 냅다 포효하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시간은 금쪽같이 흘렀고 굳었던 헌터들의 얼굴에 사색이 짙어질 즈음이었다.


“모두 피해!”


레드 독이 입을 크게 벌리더니 그 안쪽에서 막대한 불덩어리를 쏘아냈다.


*


크콰카카카카카!


부지불식간에 쏘아진 농익은 불덩어리는 복도를 가로질러 빠르게 다가왔다.

녀석의 스킬, 파이어볼.

피한다고 피했지만 그 열기만으로 폐부가 타들어갈 것만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끄아아악!”

“미친······ 저 새끼가 왜 여기서 나와?”

“젠장, 피해!”


그리고 미처 피하지 못한 몇몇 헌터들이 비명과 함께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계단을 오르던 사람들이야 부랴부랴 아래층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차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마가 일렁이는 복도 건너편을 보았다.


치이익!


천장에선 화재를 감지한 스프링 쿨러가 빙빙 돌면서 불꽃을 꺼트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증기로 자욱한 풍경 속에서도 한 마리의 짐승이 흘려낸 열기는 식질 않았다.

차도윤은 짧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레드 독이 이 시점에 튀어나온 이유를 알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호락호락할 리가 없지.’


무릇 신이란 쉽게 해결할 만한 사건을 두고 시련이라는 단어를 쓰질 않는다.

최선을 다해 겨우 공략하고 죽을 빤한 위기를 수차례 넘겨야 시련이라 할 법했다.

근데 신은 작금의 상황을 두고 버젓이 시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차도윤은 그걸 우려했다.


‘여긴 2회 차의 세계선이야.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난이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모두가 겪었고 경험했기에 누구나 답안을 알고 있는 오직 정답만이 가득한 세계.

한데 신은 예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인간을 내던져 놓고 문제를 풀이하라 했다.

그것도 시련을 언급하면서.

그게 어떤 의미였겠는가?


‘난이도가 올라간 거야.’


1회 차의 경험이 많을수록, 생존자의 숫자가 전보다 많아진 만큼······.

신은 그에 걸맞은 난이도로 인간에게 가해지는 시련의 무게를 늘린 것이다.


“······도망쳐야 해.”


레드 독의 위용에 겁이라도 질렸는지 한 누군가가 말을 더듬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며 숱한 하운드를 사냥했으면서도 뒷걸음질을 쳤다.

딱히 그들만이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헌터들의 반응도 대개 비슷했다.


“무리야······ 아직 강화석을 못해도 다섯 개는 더 부숴야만 한다고.”

“죽을 거야. 이대로는 죽을 거라고!”

“도망쳐야 해. 도망쳐서 일단 상황을 다시······!”

“으으.”


그리고 저들이 왜 저렇게까지 두려움에 벌벌 떠는지 모를 수는 없었다.


[보스 몬스터 ‘레드 독’을 마주했습니다.]

[상태 이상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강화석을 전부 부수더라도 쓰러트리는 게 까다롭기 그지없던 놈이다.

근데 강화석을 반절은 남겨둔 채로 튀어나왔으니 그 수준은 과연 어떨까.

떨리고 무섭고 불안하고 두려울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제, 제, 젠장······.”


차도윤은 덜덜 떨면서 바지춤에 오줌을 지린 한 남자를 지나쳤다.

황망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눈엔 당혹감이 어려 있었다.


“뭐······ 나한텐 소용없겠지만.”


차도윤은 식칼을 움켜쥐었다.


[스킬 ‘악바리 정신’을 발동합니다.]

[일정 수준 이하의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생존 보상으로 지급된 세 개의 카드 중에서 고민도 없이 골랐던 스킬.

물론 등급이 낮아 완전한 면역을 만들어주진 못해 손발은 떨려왔다.

놈을 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아득해지고 온몸이 수축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차도윤은 웃었다.


“정말 뻔하다니까.”


그가 거두절미하고 여러 가지의 선택지 중 ‘악바리 정신’을 고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전개로 흘러갈 확률이 가장 높았으니까.’


일찍이 상정해뒀던 미래 중에서 가장 유력한 확률을 가졌던 현재였다.

악바리 정신은 그 현재에 가장 필요한 스킬이었다.


‘거기다 이게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길이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위험을 감당해낼수록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위험을 감당하고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려면 어떻게든 상태 이상 효과를 지워야 한다.

악바리 정신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크어어어어어!


레드 독은 자신을 앞에 두고도 겁에 질리지 않는 차도윤을 향해 우렁찬 포효를 내뱉었다.

못내 불쾌했는지 녀석은 또 한 번 입가에 불꽃을 가득 끌어 모으고 있었다.

아직 저 불꽃을 막아낼 만한 장비도, 유용한 스킬도, 그렇다고 신체적 능력도 향상시키지 못한 지금.


‘맞으면 죽는다.’


하지만 녀석이 불덩어리를 뱉어내든지 말든지 차도윤은 개의치 않고 달렸다.


“그거 알고 있냐?”


코앞까지 다가온 불덩어리를 향해 그가 식칼을 한 차례 휘두른 건 그때.


콰아앙!


터무니없게도 뭣도 없던 차도윤의 식칼에 의해 놈의 파이어볼은 튕겨나가고 말았다.


크아앗?


놀란 듯 신음하는 녀석의 전면에 다다른 차도윤이 이죽이며 말했다.


“이 세계엔 재밌는 설정이 많아.”


다가선 차도윤을 향해 레드 독이 커다란 앞발을 힘껏 내리찍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명쾌한 충돌음과 화려한 이펙트를 일으키며 놈의 앞발은 튕겨나갔다.


“퍼펙트 패링이라고······ 타이밍만 잘 맞추면 무엇이든 튕겨낼 수 있거든.”


주의점은 단 하나.


“그 타이밍이란 게 0.1초 단위로 나뉘기도 해서 보통 실현해내기란 무리야.”


하지만 차도윤은 몇 번이고 레드 독의 공격을 완벽하게 튕겨낼 수 있었다.

녀석이 휘두르는 앞발의 각도, 맞부딪치는 식칼의 속도와 타격점······.

그 모든 게 맞물려야만 해낼 수 있는 이 세계의 아주 독특한 시스템.


“근데 이게 또 내 특기거든.”


차분하게 눈을 빛낸 차도윤은 몇 번이고 레드 독의 앞발을 튕겨내었다.

이윽고 창졸간에 이어진 공격은 녀석의 눈을 찢을 수 있었다.


‘만약 상대가 레드 독이 아니었더라면 퍼펙트 패링만으론 부족했겠지.’


조금만 수준이 올라가도 아예 공격이 통하질 않는 놈들이 다반사였다.

눈동자마저 강철처럼 단단해 검을 꽂아 넣어도 오히려 검이 망가진다.

모든 공격을 튕겨내면 뭣하겠는가.

이쪽도 상대에게 대미지를 주질 못하는데.

앞으로의 전투에선 강화는 필수였고, 그만큼 양질의 장비도 중요했다.


‘하지만 이놈은 튜토리얼 몬스터야.’


다섯 개나 강화석이 남았다고 해도 대미지를 입히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이놈이 이 시기에 여길 튀어나왔다는 건······.’


신이 보기엔 작금의 인간들이라면 저놈을 공략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거다.

아마도 그 판단 기준엔 ‘차도윤’이란 인물도 버젓이 포함되었을 거다.


“그러니 슬슬······.”


눈을 빛낸 차도윤은 녀석의 나머지 눈마저 빠르게 도려낼 수 있었다.

녀석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진 건 그때부터였다.

이젠 조금 애처롭게 들릴 정도로 울음도 처절해졌다.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튜토리얼의 보스 몬스터 ‘레드 독’을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코인’을 습득했습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차도윤은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망연히 굳었던 사람들의 시야에도 저마다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8시간 이내에 튜토리얼을 공략했습니다.]

[생존 특전이 주어집니다.]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해온 각자의 행적에 따라 주어지는 스킬 카드.

‘특전’이 붙은 덕분에 사람들의 눈앞에 있는 카드는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스킬 내용이야 전부 다르겠지만 그 효력은 훨씬 좋은 것들이 나올 터였다.


“흐음?”


그리고 차도윤의 앞.


[단신으로 튜토리얼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습니다.]

[숨겨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생존 특전을 지급합니다.]


유일무이하게 차도윤의 앞으로는 은빛보다 더 찬란한 황금빛의 카드가 번쩍였다.


작가의말

내일은 19시 15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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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외상값은 이걸로 치르겠다던데요? 22.12.30 2,898 68 12쪽
20 로또 맞은 건가 +2 22.12.29 3,015 74 13쪽
19 이걸 왜 놓치고 있던 건지 +1 22.12.28 3,060 70 12쪽
18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3 22.12.27 3,154 64 13쪽
17 1분이면 됩니다 +1 22.12.26 3,192 72 13쪽
16 어차피 못 도망칩니다 +7 22.12.25 3,380 75 13쪽
15 원래 잔챙이는 그냥 무시하는 주의인데 +1 22.12.24 3,597 77 12쪽
14 너희들에게 악 감정은 없어 +1 22.12.24 3,741 79 12쪽
13 난이도가 아주 X같아졌거든 +2 22.12.23 3,890 87 12쪽
12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3 22.12.22 4,332 87 13쪽
11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2 22.12.21 4,402 95 12쪽
10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3 22.12.20 4,685 87 13쪽
9 난 욕심이 많은 편인데 +2 22.12.19 4,777 98 13쪽
8 어떤 미친 새끼야! +4 22.12.18 4,873 98 13쪽
7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2 22.12.17 5,046 104 12쪽
6 애초에 급이 다른데 +4 22.12.16 5,101 96 13쪽
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6 22.12.15 5,282 97 13쪽
4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2 22.12.14 5,607 105 13쪽
»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4 22.12.13 6,345 109 12쪽
2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5 22.12.13 7,926 115 13쪽
1 두 번의 기회 +5 22.12.13 9,785 1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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