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100층 회귀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46,642
추천수 :
3,321
글자수 :
283,832

작성
22.12.22 11:15
조회
4,331
추천
87
글자
13쪽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DUMMY

12.


GM 래빗에게서 삥 뜯은 아이템은 유니크 등급으로 구분된다.

각 층마다 단 하나씩만 존재한다는 아이템.

종류야 더 남아 있겠지만 지구에서 [가속의 반지]는 이것이 유일했다.

그만큼 특별했고 또 사기적인 물건인데.


‘주의점은 다루기 어렵다는 거야.’


제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져다 놓아도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되는 수가 있다.

3살짜리 어린아이에게 칼을 쥐어준다고 어디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겠는가?

그의 손에 들어온 가속의 반지도 퍼펙트 패링을 성공시켜야만 작동한다.

또한 퍼펙트 패링을 성공시킬 때마다 가속한다는 기능 또한 문제였다.


‘빨라진다고 무작정 좋은 건 아니니까.’


가속을 해봤자 그 속도를 감당하질 못하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주체하지 못하는 속도는 본인에게 더 위험하다.

자칫 멈추지 못하고 벽에 부딪치면 어찌 되겠는가.


‘콰앙!’


과속을 하다 사고가 난 자동차처럼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혼자 폭주하다 나자빠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물론 차도윤에겐 상관 없는 얘기였다.


‘오히려 좋아.’


향후 층을 오르다보면 마하의 속도를 유지해야만 하는 구간이 있다.

거긴 발을 한 번만 헛디뎌도 그대로 즉사였다.

그런 곳에서 숱한 전투를 펼쳐본 경험이 어디 사라졌겠는가.

막말로 차도윤의 입장에선 가속을 해봐야 대단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 정도야······.”


정면으로 다다른 차도윤은 마인의 일격을 가뿐히 튕겨냈다.


[퍼펙트 패링을 성공했습니다. 가속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움직임은 한층 빨라졌다.

몇 번 부딪치지도 않았는데도 마인의 속도를 웃돌고 있었다.

그게 당황스러웠는지 놈은 신음을 흘리며 허공을 휘저었다.


“무, 무슨······ 이 무슨!”


차도윤은 속도를 올려 더욱 빠르게 놈을 공략했다.

다리를 베고, 어깨를 베고, 복부를 베고, 또 다리를 벴다.

연신 회복하는 몸뚱이도 그의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회복이 끝나기도 전에 베고 또 베어냈으니까.


‘이 이상 가속하는 건 의미가 없겠어.’


구태여 더 빨라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땐 퍼펙트 패링을 시도하지 않았다.


“끄르륵······ 이, 인간 따위가 어떻게!”


수차례 베이고 베인 탓에 녀석의 눈동자는 뒤집혔고 난도질 당한 심장은 이미 너덜너덜해졌으니까.


“지금은 이 정도인가.”


되레 차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보다 사냥이 오래 걸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직 멀었군.”


오늘날의 발푸스는 꽤 위협적으로 느껴져도 실질적인 수준은 벌레만도 못하다.

아직 0층이라 그렇지, 무저갱에선 벼룩만도 못하던 금수로 분류되는 존재다.

그것도 30% 정도만 이식된 놈이 아니던가?

그런 놈을 상대로 이다지도 고전했다.

어찌 아쉽지 않을 수 있을까.

차도윤은 볼품없게 바닥에 널브러진 마인을 보며 혀를 찼다.


“회귀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너 혼자 뭐 이리······.”


헛헛하게 중얼거리는 강지석은 전혀 그러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


녀석들의 수장이나 다름없던 발푸스가 걸레짝이 되니 놈들은 알아서 흩어졌다.

워낙 미친놈들인지라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죽자고 달려들 줄 알았건만.


“마인 놈이 또 숨어있단 얘기겠지.”


강지석의 말에 차도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친놈들의 고삐는 상급의 성도들에게 있다.

놈들이 물러났다는 건 그들을 제약할 존재가 개입했을 때뿐이다.

차도윤은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방심하지 마. 벌레 새끼들은 죽인 것 같아도 언제 어디서 또 튀어나올지 몰라.”


우선 상황을 파악하고자 한 발 뒤로 물러난 거다.

집요한 광신도 놈들은 쉽게 포기하진 않을 거다.


“일단 거점으로 이동하자.”


강지석은 군인들을 데리고 전장을 대충 수습하고 발길을 돌렸다.

셀브란스 병원에 마련했다던 거점은 수술실 뒤편의 중환자실.

차도윤은 온갖 살림살이를 차려놓은 중환자실을 둘러봤다.


“근데 넌 왜 여기에 있냐?”

“뭐?”

“네가 맡은 일은 이쪽으로 올 일이 없었을 텐데.”


일찍이 강지석은 제독이라 불렸던 결사대의 한 축이었다.

그는 회귀 이후엔 군대를 통합해 빠르게 기지 건설에 전념하기로 했다.

회귀 전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그는 어떻게든 벙커를 찾아 헤매고 있어야 할 터.


“그게 말처럼 어디 쉬운 줄 알아?”

“응?”

“야, 내 계급장이 뭐냐.”


1회 차의 미래엔 ‘제독’의 위치까지 오른 그였지만, 현 시점의 그는 고작 ‘소위’였다.


“아직 내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건 소대뿐이야.”

“여태 뭘 하고······.”

“저기요. 아직 회귀한 지 일주일 밖에 안 됐거든요?”


강지석은 궁시렁대며 구석에서 붕대를 꺼내 제 몸에 휘휘 감았다.

상처가 심해보였지만 회복 물약까지 먹을 생각은 없는 듯했다.


“이게 다 미래를 위한 투자야.”


상처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버텨낼수록 ‘인내’라는 스텟이 개방된다.

인내 스텟은 저항력과 관련된 스텟이다.

게임과 다르게 아무리 수준이 높아도 심장이 꿰뚫리고 머리가 터지면 죽는 게 현실.

인내 스텟이 높으면 유사시에 그런 상황에서 잠시라도 더 버틸 여유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그 여유가 있을 때 회복 물약을 마신다면 기사회생해서 살아날 수 있다.


“안 맞으면 그만인데······.”


차도윤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강지석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어쨌든 아직 권력을 재편하기엔 이른 시점이야. 일찍 죽은 권력자들도 죄다 살아났잖아.”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은 멸망 이후에 생겨난 권력은 대개 부득이하게 생긴 것들이란 점이다.

대통령이 죽었고, 국회의원이 죽었고, 또 상급의 군 관계자들이 죽어나간 세계.

권력 구조는 17년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바뀌고 또 바뀌어야만 했다.


“지금 나뿐만 아니라 다들 혼란스러울 거다.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 구분하기 힘들 테니까.”


대령이 죽으면 그 대령을 대신할 인물이 그 아래에서 올라왔다.

생존자는 그렇게 하나씩 직위를 올려갔고.

소위였던 강지석도 이윽고 한 나라의 제독이 되었다.


‘근데 모두가 회귀하면서 지위는 난장판이 되었겠지.’


아이러니하게도 제독 역할을 수행한 인물만 여럿이다.

거기서 누군가는 현 시점의 지위에 순응할 수도 있을 거고······.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


기득권과 이후로 파생됐던 신흥 권력층이 정신없이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된다.

오늘날의 한국··· 아니, 전 세계는 서로 누가 위라고 할 수 없는 난장판이었다.

정글이었다.


“뭐 시간이 필요한 일이야. 걸러질 사람은 알아서 걸러질 테니까.”

“그렇겠지. 결국 생존력이 질긴 사람이 버티는 세상이니까.”

“······그걸 알면서 그렇게 꼽을 주셨어요.”

“글쎄. 내가 아는 너라면 오늘이라도 다른 계획을 세웠을 줄 알았거든.”


차도윤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강지석은 침대를 찾아 눕는 소대원을 둘러봤다.

코인 상점에서 일정 코인만 내면,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회복된다.

셀브란스 병원에서 임시 거점으로 삼기에 중환자실이 최적인 이유라 할 것이다.

차도윤이 물었다.


“그래서 여긴 왜 온 건데? 다른 이유를 대더라도 이 시점에 네가 이곳에 올 이유는 없잖아.”


강지석이 근무하던 부대는 이곳에서 꽤 떨어져 있다.

그가 기지를 설립하든, 선임간부를 설득하든, 혹은 군대를 통합하든······.

느닷없이 튜토리얼이 끝나자마자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다.

차도윤을 재회하고자 여기까지 찾아온 게 아니라면.

강지석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네 말대로 처음엔 일단 군대 통합부터 하려 했다. 전부 뒈지길 기다리기엔 너무 많이 죽을 것 같으니까.”


강지석은 주머니에서 서울의 지도를 펼쳐 놓고 손가락으로 몇 개의 구역을 가리켰다.


“근데 권력 재편보다도 시급한 문제가 있더라고.”


차도윤은 그가 가리킨 지역을 눈여겨 보았다.

망원동, 성북동, 송정동, 역삼동, 은천동······.

동그라미 쳐진 다섯 개의 구역은 전부 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의 남산타워로 체크 표시가 되었다.

차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망성?”


마치 의식이라도 치르려는 듯 혹은 마법진이라도 그려놓은 모양새였다.


“설마 이 지역들 전부······.”


강지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광신도 놈들이 모여들고 있어. 무슨 수작을 벌이고 있는지 말 안 해도 알 거고.”


1회 차나, 2회 차나 크게 다를 게 없는 놈들의 목적은 오직 악마를 소환하는 일.

그리하여 세계를 한 차례 멸망시키는 것이 성모가 꿈꾸는 계획의 첫 단추였다.

성모는 무너진 세계에 그들만의 기준으로 이상향을 세우고자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이를 ‘낙원’이라 했다.


‘무엇을 위한 낙원인지······ 쯧.’


차도윤이 혀를 차는 사이 강지석은 지도를 차곡차곡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물론 이게 확실한 정보는 아니야. 군 정보망도 솔직히 믿을 만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었겠지.”

“그래. 만에 하나라도 이게 진짜라면 아무래도 침식은 빨라지고 말 테니까.”


강지석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설령 놈들이 악마를 소환하는 데에 실패한다고 해도 말이지.”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쳐 고요히 침잠했다.

이는 결사대가 그렸던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


‘이른 침식이라······.’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리던 차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파수꾼’이란 존재가 새삼스럽지도 않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오늘날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차대한 과업이자 꼭 풀어야 할 숙원은 탑의 공략이다.

100층에 이르면 멸망은 끝난다.

회귀 이전이나 이후나, 인류가 최우선으로 이뤄내야만 하는 목표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류는 탑을 공략해야 하는가?

대체 멸망은 어떻게 이루어지길래.

거기서 등장하는 조각이 바로 ‘파수꾼’이란 존재다.


‘신의 뜻을 행하는 자들.’


아마도 탑을 공략하는 데에 시간 제약이 없었더라면 오래두고 공략을 이어나갔을 거다.

10년? 20년? 100년?

사실상 그 제약이 없다면 인류는 아예 탑 공략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곳곳에 던전이 나타나봤자······ 어디까지나 그 수준은 정해져 있었다.

성장하는 헌터들은 이윽고 지구의 몬스터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인류가 호랑이나 사자보다 우위에 서서 지구를 정복했던 과거의 어느 날처럼.


‘굳이 탑을 공략하질 않아도 안전할 테니까.’


하물며 탑의 주민은 물론 그 안에서 거주하는 상층의 몬스터는 외지(外地)인 지구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탑의 규칙이었다.

GM 래빗조차도 던전을 빌미로 온갖 제약이 걸린 분신 따위를 보낼 따름이었다.


‘하지만 파수꾼은 달라.’


탑의 10층마다 존재하는 신의 파수꾼은 오직 신의 의도를 행하고자 움직인다.

신은 인간이 탑을 오르길 바랐고, 100층에 오르도록 멸망이란 판을 깔았다.

파수꾼은 그 뜻을 따라서 손수 나서 지구를 멸망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이렇다.


‘탑을 공략해 파수꾼을 죽이질 않으면 놈들이 직접 내려와 지구를 멸망시킨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준 제약이자, 반드시 탑을 공략해야 하는 이유였다.


“문제는 악마를 소환하려고 집적되는 마력의 양이야. 그게 탑을 자극할 거야.”


즉 광신도들의 개수작은 탑을 오르기도 전에 탑의 몬스터를 지구로 풀어놓는 결과를 만든다.

이윽고 파수꾼의 조각이라도 강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면 어떨까.


“녀석의 파편으로도 죽을 사람만 수천 명이야.”

“흠······ 조건이 그리 쉽게 달성될까?”

“모르지. 하지만 대비하질 않으면 나중엔 늦어.”


강지석은 미간을 팍 구긴 채 말했다.


“그러니까 준비가 필요한 거야.”


한숨을 푹 내쉰 강지석은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를 죽이겠다고 혈안이 된 채 나타난 일련의 광신도 무리.

몇몇은 어설프게 몸을 숨긴 채 이쪽을 감시하고 있었다.


“저 새끼들을 막아 두질 않으면 우린 탑을 오르기도 전에 재앙을 맞이하고 말 테니까.”


작가의말

내일은 10시 15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100층 회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외상값은 이걸로 치르겠다던데요? 22.12.30 2,898 68 12쪽
20 로또 맞은 건가 +2 22.12.29 3,015 74 13쪽
19 이걸 왜 놓치고 있던 건지 +1 22.12.28 3,060 70 12쪽
18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3 22.12.27 3,154 64 13쪽
17 1분이면 됩니다 +1 22.12.26 3,192 72 13쪽
16 어차피 못 도망칩니다 +7 22.12.25 3,380 75 13쪽
15 원래 잔챙이는 그냥 무시하는 주의인데 +1 22.12.24 3,597 77 12쪽
14 너희들에게 악 감정은 없어 +1 22.12.24 3,741 79 12쪽
13 난이도가 아주 X같아졌거든 +2 22.12.23 3,890 87 12쪽
»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3 22.12.22 4,332 87 13쪽
11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2 22.12.21 4,402 95 12쪽
10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3 22.12.20 4,685 87 13쪽
9 난 욕심이 많은 편인데 +2 22.12.19 4,777 98 13쪽
8 어떤 미친 새끼야! +4 22.12.18 4,873 98 13쪽
7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2 22.12.17 5,046 104 12쪽
6 애초에 급이 다른데 +4 22.12.16 5,101 96 13쪽
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6 22.12.15 5,282 97 13쪽
4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2 22.12.14 5,607 105 13쪽
3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4 22.12.13 6,344 109 12쪽
2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5 22.12.13 7,926 115 13쪽
1 두 번의 기회 +5 22.12.13 9,785 129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