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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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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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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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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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17.


흉악한 울음을 흘려대는 마인을 주시하며 차도윤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이 거구의 정체는 말했듯 알고 있었으니까.

무저갱의 최하급 마물, 발푸스.


“대체 몇 명이나 먹은 거냐?”


차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물었다.

완성에 이르지 못한 형태를 유지하는데도 제 신도들의 심장을 잡아먹어야 한다.

아직 상층에 이르지 못해 마력도 뭣도 없는 일반인의 심장으로는 그게 최대의 효율이다.

그런데 벌써 완성체라고?

한두 명의 심장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못해도 수백 명의 심장이 걸려 있을 거다.


‘어쩌면 천에 이를지도······.’


비약이었지만 단순한 비약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성모에게 홀린 광신도의 숫자는 그에 준하니까.

또한 성모는 지금도 신도를 또 늘려대고 있을 테니까.

차도윤은 혀를 차며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신도가 아닌 사람들까지 해쳤겠지.”


그저 심장이 필요할 뿐이다.

미쳐버린 인간의 심장이야만 하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의 심장도 모두 제물이 될 수 있다.


‘이미 죽은 시체에서도 심장을 빼먹었겠지. 효율은 떨어져도 심장이니까.’


하여간 철룡파 녀석들은 운도 참 지지리도 없다.

하필이면 발푸스의 레이더망에 걸려드냐.

뭐 이놈이 아니어도 그에게 전부 갈려나갈 놈들이긴 했지만.


-인간······ 좋은 냄새가 난다.


코를 벌름거리던 녀석은 창졸간에 다가와 손톱을 휘둘렀다.

이펙트가 터져나가면서 손톱은 다시 튕겨나갔다.

짧은 시간 공방이 수차례 이어졌다.

문제는 연이은 공방은 계속해서 같은 결말을 맞이하질 못했다는 거다.


“······크윽!”


녀석의 모든 공격을 퍼펙트 패링으로 튕겨낼 수 없었으니까.

차도윤은 발푸스를 노려보며 미간을 좁혔다.


‘······렉이 걸리는구나.’


녀석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동안 간헐적으로 신체가 굳어 버리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상태 이상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스킬 ‘악바리 정신’을 발동합니다.]

[수준 이하의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

[상대의 수준이 높아, ‘악바리 정신’이 간헐적으로 해제됩니다.]


발푸스의 고유 스킬인 ‘하울링’을 F급에 불과한 악바리 정신으로는 버텨내질 못한다.

어떻게든 저항하고자 해도 그 저항할 때까지의 반응속도에 간격이 생겨난다.

0.1초 차이로도 실패할 수 있는 퍼펙트 패링은 계속해서 끊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퍼펙트 패링이라······ 평범한 인간은 아니구나.


발푸스는 차도윤을 보며 더욱 안광을 번뜩였다.

입맛을 다시는 게 마치 식사를 앞에 둔 사람 같아 실로 불쾌했다.

차도윤은 골똘히 머리를 굴렸다.


‘······하울링 자체는 그다지 위협적이진 않아. 조만간 적응하면 퍼펙트 패링의 확률도 올라가겠지.’


공포도 계속되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움직이기도 상당히 편해질 것이다.

문제는 그 약간의 시간조차 발푸스 놈을 상대로 만들어낼 수나 있냐는 건데.

발푸스 놈은 차도윤을 향해 입꼬리를 실실 올려가며 물었다.


-네놈은 몇 층 회귀자더냐?


발푸스는 콧김을 내뿜었다.


-10층? 20층? 30층?


놈의 움직임은 더더욱 빨라졌다.


-몇 층이든 좋구나! 네놈에게선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


위에서 내리찍는 손톱에 가공할 만한 마력이 들끓었다.

막아낸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이건 퍼펙트 패링을 실패하면 필시 죽을 만한 위력이다.


콰아아아앙!


빠르게 움직여 녀석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게 상대의 수준을 체감하게 된다.


‘설령 하울링에 적응한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어.’


녀석과 몇 번이나 맞부딪치고도 모를 수 없었다.

놈은 틈을 노려 베어도 순식간에 회복하고 만다.

가속을 활용해서 무자비하게 난도질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더 강한 공격으로 놈에게 치명상을 입혀야만 한다.

그건 ‘평범한 장검’으로는 부족했다.

좀 더 확실하고 화끈한 일격을 만들어야만 한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19년을 살면서 가장 많이 겪은 일은 바로 강자와의 전투다.

탑을 오르는 내내 매 층마다 그보다 강한 몬스터와 드잡이를 벌였다.

자신보다 한 끗발 위에 선 놈을 이겨야만 하는 싸움.

때로는 터무니없게 강한 놈도 쓰러트려야 했다.

분명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있다.


‘문제는 여전히 시간이야.’


얼핏 흘겨본 백지현은 발푸스의 울음에 저항하려는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김석훈은 이미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온몸을 덜덜 떨어대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구나.


그리고 흉흉한 기세를 흘려대는 발푸스를 돌아보며 차도윤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워야 한다.


콰아앙!


있는 힘껏 녀석의 공격을 튕겨내고는 빠르게 백지현의 곁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짧게 고민이 되었다.


‘과연 이 사람이 해낼 수 있을까.’


1회 차에서도 제 능력을 개화시키질 못해 허무하게 죽어버렸던 그녀였다.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해낸다면 상황은 180도 뒤집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기서 해내질 못한다면 그녀를 데리고 다닐 의미가 없질 않은가.

할 수 있을 거다.

아니, 해내야 할 거다.


‘살아남으려면···.’


그래서 차도윤은 배팅하기로 했다.


“1분.”

“네?”

“1분이면 됩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차도윤은 백지현의 눈앞에서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


깨진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오고 덩그러니 남은 백지현은 양머리를 한 괴물을 쳐다봤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도통 그녀는 현 상황에 대해서 이해할 수도 또한 납득할 수도 없었다.


‘진짜 내가 미쳤지.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물론 생판 남이라 해도 차도윤을 믿을 수 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철룡파로부터 인근의 주민을 구해 봉원사까지 데려왔다는 점이 있다.

그녀를 만난다는 목적이 있긴 했어도 선의를 베풀었다는 데에선 변함이 없다.

거기다 강지석을 언급하질 않았던가.

전생에서도 꽤 많이 의지했던 남자다. 죽었어야 할 작전에도 그 덕분에 몇 번인가 살았다.

강지석이 보낸 남자라면 어느 정도 믿어도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더랬다.


‘싸우는 건 또 어떻고.’


전생을 통틀어 그렇게 잘 싸우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

말로만 들었던 퍼펙트 패링을 뭔 숨 쉬듯 해내고 있었다.

그게 가당키나 한단 말인가?

적어도 그녀가 아는 사람 중 그걸 해낸 사람 자체가 없었다.

한 번이라도 해내면 그게 천운이 따라준 거지.

다시 생각해도 터무니없다.

그는 살아생전 보는 가장 강한 헌터였다.


‘······근데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고인물이란 작자가 냅다 내팽개치고 도망가버릴 줄이야!


‘1분이면 된다고?’


그 얼토당토않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입술을 짓씹으며 백지현은 고개를 갸웃하는 괴물의 눈치를 살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건 녀석이 흘려대는 스킬이 그녀를 위축시키진 않는다는 거다.

백지현이 가진 스킬은 ‘특정 상황’에 한해 상태 이상에 대한 절대 면역을 쥐어주니까.

뒤편을 돌아본 백지현은 숨을 가다듬었다.

이곳에 김석훈이 남아서 ‘특정 상황’이 허용되고 있었다.


-흠······ 도망쳤나.


눈살을 찌푸리던 괴물은 이내 코를 벌름거렸다. 그의 시선은 한 방향으로 향했다.


-멀리가진 않았군. 가까운데······.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던 괴물의 시선이 돌아왔다. 녀석의 눈은 붉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앙!


갑작스런 충격이 터지면서 백지현은 단숨에 한쪽 벽에 날아가고야 말았다.


“커헉!”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통증이 뒤따랐고 상황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동시에 자신을 감싸 안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김··· 석훈 씨?”


그녀를 꼭 끌어안은 김석훈이 피를 토해냈다.

훤히 드러난 등짝엔 날카로운 손톱 자국이 보였다.

괴물이 휘두른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낸 건가.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백지현을 올려다봤다.


“······그러게 내가 도망가자니까.”

“말하지 마요. 당신 피가!”


백지현은 빠르게 스킬을 가동하며 김석훈을 치료했다.

하지만 그는 백지현의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


“됐어. 백 선생이라도 빠져 나가. 난 이미 틀렸으니까.”


그는 백지현을 밀어내고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괴물은 다 잡은 사냥감이라는 듯 느릿한 걸음걸이였다.


“가요! 백 선생! 제가 저놈을 막!”


하지만 김석훈은 채 말을 잇지도 못하고 허물어졌다.

그의 등으로 순식간에 삐져나온 건 날카로운 손톱.

지근거리로 다가온 괴물은 냅다 김석훈의 가슴을 꿰뚫었으니까.


-으음? 뭐라 말을 하려 했던 것이냐?


축 늘어진 김석훈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죽었는지, 혹은 그저 의식을 잃었는지는 모르겠다.


-뭐 상관없으려나.


괴물은 혀를 차며 손을 털었고 바닥을 나뒹군 김석훈은 뜬 눈을 감지도 못했다.

그 안엔 어떠한 의지도 엿보이지 않았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따라오고 있질 않았다.

괴물이 중얼거렸다.


-이거 영 입맛이 당기질 않는군.


뒤이어 짜증이 난다는 듯 이쪽을 흘깃 쳐다봤다.


-그래, 그래······ 이딴 쓰레기로 입맛을 버리긴 아깝구나.


녀석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어두운 복도를 가로질렀다.

아마도 차도윤이 달려 사라진 방향.

백지현은 황망한 눈으로 그쪽을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빠르게 김석훈의 맥박부터 확인했다.


‘죽었어······.’


벌써 차갑게 식어가는 김석훈의 몸뚱이는 더 이상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를 구하다 터무니없게 이다지도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대체 왜,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걸까.


“누구.”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누구 마음대로.”


눈을 번뜩인 백지현은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을 김석훈에게 쏟아부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황금빛 기류가 김석훈의 전신을 감돌고 있었다.

빛의 크기는 점점 커져갔고 주변을 온전히 밝혔다.

어둡던 건물 내부가 그녀의 스킬로 환하게 물들었다.


“김석훈 씨! 정신 차려요, 김석훈······!”


그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넌, 뭐지?


분명 어두운 복도 너머로 사라졌던 괴물이 별안간 그녀의 목전에 있었다.


-대답하거라. 어찌 네년 따위가 감히 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더냐?


서서히 고개를 든 백지현은 광기로 일렁이는 괴물의 붉은 눈을 마주했다.

형용할 수 없는 살기가 오로지 그녀를 향해 무자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불경스럽구나, 심히 불경스러워!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던 괴물은 제 손을 위로 들었다.

수많은 사람을 해치고 또 김석훈마저 죽음에 이르게 했던 손톱이 날카롭게 번쩍이고 있었다.

머지않아 저 손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백지현은 움직일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손을 떼면 김석훈의 치료는 완전히 물 건너가고 만다.


-어찌 네년 따위가!


백지현은 입술을 꽉 깨물며 더욱 스킬을 강렬하게 발동했다.

당장 김석훈을 되살리는 것 말고는 중요한 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품자마자 그녀로부터 원형의 막이 생겨났다.

금빛의 막은 이내 떨어진 괴물의 손톱을 튕겨내었다.


-감히! 감히! 감히!!


수차례 무시무시한 손톱이 그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금빛으로 빛나던 반투명한 막은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백지현은 오로지 김석훈의 치료에만 전념했다.

당장 여기서 죽더라도 이 남자만큼은 살려내리라.

극단적인 생각이 그녀의 스킬을 더욱 찬란하게 빛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금빛의 막은 깨져가고 있었다.


-부질없는 짓을 하는구나.


이윽고 깨진 유리창 소리를 내며 그녀를 보호하던 막이 사라졌고.


“아아······.”


백지현은 떨어져 내리는 손톱을 보며 주마등과도 같은 기억을 떠올렸다.

1회 차에서도 부득이하게 죽어버렸던 8층에서의 순간이 오버랩되었다.

이번 생은 오래 살고 싶었는데.

이렇게 죽고 싶진 않은데······.


-죽어라, 이단이여!


알 수 없는 말을 끝으로 괴물의 손톱이 그녀를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렸고.


채애애앵!


그녀가 쏟아내는 황금빛만큼이나 찬란한 빛무리가 그녀의 앞에서 터져 나왔다.


작가의말

내일도 21시 15분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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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로또 맞은 건가 +2 22.12.29 3,015 74 13쪽
19 이걸 왜 놓치고 있던 건지 +1 22.12.28 3,060 70 12쪽
18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3 22.12.27 3,154 64 13쪽
» 1분이면 됩니다 +1 22.12.26 3,192 72 13쪽
16 어차피 못 도망칩니다 +7 22.12.25 3,380 75 13쪽
15 원래 잔챙이는 그냥 무시하는 주의인데 +1 22.12.24 3,597 77 12쪽
14 너희들에게 악 감정은 없어 +1 22.12.24 3,741 79 12쪽
13 난이도가 아주 X같아졌거든 +2 22.12.23 3,890 87 12쪽
12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3 22.12.22 4,331 87 13쪽
11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2 22.12.21 4,402 95 12쪽
10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3 22.12.20 4,685 87 13쪽
9 난 욕심이 많은 편인데 +2 22.12.19 4,777 98 13쪽
8 어떤 미친 새끼야! +4 22.12.18 4,873 98 13쪽
7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2 22.12.17 5,046 104 12쪽
6 애초에 급이 다른데 +4 22.12.16 5,101 96 13쪽
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6 22.12.15 5,282 97 13쪽
4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2 22.12.14 5,607 105 13쪽
3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4 22.12.13 6,344 109 12쪽
2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5 22.12.13 7,926 115 13쪽
1 두 번의 기회 +5 22.12.13 9,785 1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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