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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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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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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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특훈 - 1

DUMMY

화들짝 놀라 얼굴을 돌린 여왕. 그런 그녀의 시선으로 창백한 얼굴이 들어왔다. 바로 갓패치였다.


“아니 안 따라가고 뭐하는 겁니까?”


여왕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당당하게 웃으며 여왕을 응시하는 갓패치. 그 와중에도 포기할 수 없는지, 그는 케이크와 커피를 가득 입에 넣으며 목소리를 내놓았다.


“에헝시히야? 하허흐혀 가커햐!”

“다 삼키고 말을 하란 말입니다만!”


여왕의 윽박에, 억지고 입 안의 음식들을 삼키는 갓패치. 그는 입 안이 깔끔해지자,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제정신이야? 다 먹으면 갈 거야! 먹을 걸 놓고 가라니, 이건 벌 받을 짓이라고”


말을 마친 갓패치는 다시금 입 안으로 음식물을 때려 넣었다. 주변에서 여왕이 경멸의 시선을 보내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


한편, 차원문을 안 쪽으로 들어온 현과장 일행은 황금빛 모래 언덕을 그저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머리 위로 내리 쬐는 뙤약볕. 발밑에서 지글지글 올라오는 열기. 온몸의 수분을 날려버릴 것만 같은 건조한 바람. 나부 한그루,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이곳은, 그래, 사막이었다. 그것도 거대한 모래사막.


“아니, 여기 왜 온 거야?!”


사막의 열기에 완전히 지쳐버린 현과장. 그는 앞서가는 어흥선생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앞으로만 걸어가는 어흥선생. 그의 등 뒤로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상하다랄까나.”


뒤따라오던 채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던 현과장. 그는 채야에게로 달려가, 억울함 가득한 눈빛을 흘려보냈다.


“그렇지? 이상하지? 여기 아니지? 사막 아닌 거지?”


그러나, 그 애처로운 눈빛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채야. 그녀는 단호한 어투로 현과장에게 이야기 했다.


“사막은 맞는데, 뭔가 이상하다랄까나?”

“사막이 이상한 거지, 뭐가 이상해! 아니 도대체 왜 이런 데로 온 거야?”


이 목적도 없고 고되기만 한 여정에 완전히 지쳐버린 현과장. 그는 모래 위로 주저앉으며, 남은 힘을 짜내서 있는 힘껏 절규했다. 그러자,


“신기루가 안 보인다냥!!”


마치 그의 절규에 화답하듯 똑같이 목청을 높이는 어흥선생.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쌓여있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 일까나? 신기루가 안 보인다는게.”


채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흥선생에게 다가갔다.


“이쯤 걸으면 보여야 하는데 안 보인다냥! 사막도시 먀호샤미가!”


어흥선생은 모래바닥 위로 털썩 무너지며 고개를 떨궜다.

모두의 몸을 감싸는 덥고 건조한 사막의 바람.

황량하다 못해 죽음이 느껴지는 주변 풍경.

모래 위로 반사되는 태양빛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을 더는 참을 수 없었던 현과장은, 결심해야만 했다. 또 한 번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으니까.


“나 돌아갈 거야!”


굳은 결심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현과장. 그 당찬 목소리에, 채야와 어흥선생의 시선이 현과장에게 향했다.


“어딜 간다고 그러는 거냥? 여긴 사막이다냥!”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 지금 우리 귀여운 키토님과 리코님이 더워 죽을 지도 모르는데?”


화가 가득 난 것만 같은 현과장은, 자신의 발밑을 가리켰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그의 말 아래.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 있는 것은, 그저 모래뿐이었다.


“현과장, 정신 차려야 한다랄까나! 키토님과 리코님은 지금 현과장 어깨에 있다랄까나!”


채야의 말대로 현과장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키토와 리코. 그들은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현과장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봐봐! 채야도 지금 더위를 먹어서 헛것이 보이잖아!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현과장은 서둘러 모래 언덕을 내려갔다. 허둥지둥 뒤뚱뒤뚱 거의 구르듯이 내려가는 현과장. 그 위험천만한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어흥선생. 그는 단번에 달려와 현과장의 앞을 가로 막았다.


“어디를 간다고 그러는 거냥! 여긴 사막이다!”

“저기 도시에 들어가면 집에 가는 비행기나 배가 있겠지!”


도시란 말에 두 눈이 번쩍 뜨인 어흥선생.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사막도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게 거짓말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비켜, 나 들어갈 거야!”


어흥선생을 밀치더니, 어기적어기적 도시를 향해 전진하는 현과장. 그의 눈빛에는 오직 살고자하는 욕망만이 가득했다. 죽지 않는 몸 이라는 것을 잊은 채, 단지 생존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현과장. 본능이었다. 그의 몸이 지닌 삶에 대한 본능.

현과장이 도시로 향하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어흥선생. 그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는 걸까나?”


그 모습이 의아했는지, 채야가 어흥선생에게 다가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녀의 물음에 침울한 목소리로 답하는 어흥선생. 현과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그득했다.


“아무래도 고향에 오기에는 내가 너무 강해진 거 같다냥.”


***


그렇게 도시 안으로 들어오게 된 현과장과 그 일행들. 도시 안의 분위기는 무척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아직까지는.


“집! 집에 가야한다!!”

“제정신이야? 여기까지 왔는데 집에 간다고? 현과장, 더위 먹었어?”


집에 간다고 설레발치는 현과장 앞에, 떡하니 나타나는 갓패치. 순간 세 사람의 시선이 굳어지듯 멈췄다.


“아니, 어떻게 왔냥?”

“이상하라랄까나? 이상하다랄까나!”


두 사람의 의심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갓패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꾸도 없이 저벅저벅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갓패치. 단지 변한 건 그의 입가에 가득한 미소뿐이랄까.


“난 여기에 단골 케밥 집이 있거든.”


순간, 채야와 어흥선생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였다. 그런데,


“그 케밥 맛있어? 혼자 먹은 거야? 또 혼자 먹어?! 또?!!”


그런 둘을 제치며, 단번에 달려와 갓패치의 멱살을 잡은 현과장. 그의 눈빛에는 광기만이 그득했다.


“오! 딱 알맞은 눈빛이야! 제정신아니네, 현과장!”

“빨리 말해! 혼자 먹은 거야? 또 혼자 먹은 거냐고!!”


멱살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갓패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현과장이 분노와 광기를 주체 못하고 날뛰려던 바로 그때,


“이 자가 그대라 말한 그 인물인가?”


현과장과 갓패치의 곁에 나타난 노란 두건의 남자. 모두 깜짝 놀라 움찔거렸지만, 갓패치와 현과장은 달랐다.


“듣던 대로 광기는 충분하군.”

“그렇지? 완벽한 붉은 색이라고. 제정신이 아니야.”


남자와 갓패치는 현과장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둘이 뭐하는 걸까나?”

“미친놈 둘이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거다냥. 여기서는 그냥 눈을 안 마주치는 게 최고다냥.”


나지막이 귓속말을 주고받은 어흥선생과 채야. 어느새 그들의 품 안에 키토와 리코도 와 있었다. 아무래도 현과장과 그 곁의 두 사람이 내뿜는 어마무시한 똘기가 감당하기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우린 간다냥. 잘 해봐라냥.”

“아, 어흥선생도 있었군. 이 배신자.”


배신자라는 말에, 서서히 눈빛이 변하는 어흥선생. 그의 눈동자에서 독한 살기가 느껴졌다.


“난 배신한 적 없다냥.”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서도 강한 증오와 분노가 느껴졌다.

서로를 향한 끝없는 분노. 그들의 정체를 모두 잘 알아서 일까. 마을 사람들 중 섣불리 그들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배신은 내가 아니라, 알딘 네가 먼저 했다냥.”

“헛소리! 배신은 내가 아니라, 어흥선생이 먼저 했지!”


느슨함 없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신경전.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네놈이 고양이...”


분노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으려던 알딘은, 순간 말을 멈추고 어흥선생을 응시했다. 정확히는 그의 가슴에 있는 검은색 털뭉치를 바라보았다. 꾸물꾸물 꿈틀꿈틀 어흥선생의 품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작은 털뭉치. 이윽고 털뭉치의 황금빛 눈동자를 맞이하게 된 알딘. 그 눈망울이 자신을 향하는 순간, 그는 한 마리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 검고 귀여운 생물의 노예.


“어흥선생! 어흥선생! 그런 귀엽고 깜찍한 생물을 데리고 오면 반칙이지! 반칙이야!”


알딘은 현과장과 갓패치를 제치고 단 걸음에 어흥선생 곁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빨리 뛰어와서 일까, 순간, 벗겨져버린 그의 노란 후드. 그 후드 안에 있던 매끈한 민머리가 만천하에 공개 되었다.


“알딘, 후드 벗겨졌다냥.”

“후드? 아 후드! 그게 중요해? 지금 이런 귀여운 생물을 영접하는데!”


알딘은 모든 것을 잊은 채, 오직 어흥선생의 품 안에 안긴 키토를 바라보는데 열중이었다. 그런 그때,


[파닥파닥]


알딘이 현과장 곁에 없자, 그를 향해 날아가는 리코. 그 아름답고 하얀 움직임에, 이알딘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하, 하얀 용! 그것도 무척 아름다운!”


리코에게 시선이 향한 틈을 타, 재빠르게 현과장의 머리로 올라가는 키토. 순간, 알딘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야 말았다. 도대체 어떤 임물이기에 이런 아름답고 귀여운 생물들과 함께 사는 걸까. 알 수 없는 자괴감과 분노가 알딘의 몸속에서 일렁였다. 그러자,


“포기해라냥. 키토님과 리코님 사이에서 현과장은 인기 만점이다냥.”


그런 그를 이해한다는 듯, 알딘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어흥선생. 하지만, 알딘은 인정할 수 없었다.


“안 돼! 이럴 순 없어! 내 동물 애호 인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잖아!”


알딘은 한 걸음에 달려와 현과장 앞에 섰다. 현과장의 머리 위로, 정수리 자리를 놓고 아웅다웅 귀엽게 다툼하는 키토와 리코. 그 광경을 목격하니 더욱 미칠 지경이었다. 동물들이 서로 갖고 싶어 안달이 난 남자라니. 알딘은 그런 현과장이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자 그럼 특훈을 시작해...”

“아직 아니야, 갓패치.”


알딘의 머리가 반짝였다. 그 눈부신 광채에 이상한 불길함을 느낀 갓패치. 그는 반사적으로 알딘의 머리를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자라나라 머리머리!”


갓패치의 외침과 함께 순간의 정적이 찾아왔다. 갓패치를 향한 모멸의 눈빛. 단순히 마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현과장도 그리고 채야와 어흥선생도, 심지어 리코와 키토도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왜? 제정신이야? 난 그냥 알딘을 위해 외쳤을 뿐이라고!”


그의 변명에도 싸늘한 주변 분위기.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여전히 현과장의 머리 위의 두 귀염둥이들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한 남자, 알딘. 마침내 그는 굳은 결단을 내렸는지, 진지한 눈빛을 장착한 채, 현과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현과장...”


현과장과 알딘을 둘러싼 정체모를 긴장감. 현과장은 알딘의 얼굴을 바라보며,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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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4 23.06.12 24 3 12쪽
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5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4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3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4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5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 89. 특훈 - 1 23.05.29 23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2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3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6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4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2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8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3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6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6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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