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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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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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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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DUMMY

“어흥선생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 할 만큼 정신이 산만해졌어. 그런데 채야는 아니었잖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고. 왜일까?”


듣고있던 채야도 궁금해졌다.

왜 현과장의 말에 흥미를 느꼈던 것일까.

현과장의 추리에 관심이 있어서? 아니다.

주로 어흥선생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 샘이 나서?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지만 아니다.

이어지는 현과장의 풀이는, 채야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안내표지 하나 없었잖아. 있었으면 찾아가 본다고 했겠지. 체야가 제일 기대한 씨앗 연구실인데. 그런데 어딜 봐도 없네? 씨앗 연구실이.”


그래, 이 곳에 와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급 되지 않았던 씨앗 연구실.

채야는 추리에 흥미가 있었던 게 아니라, 흥미를 둘 곳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제일 기대를 했던 씨앗 연구실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현과장은 지입스아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황급히 식당 밖으로 뛰쳐나가는 지입스아. 현과장의 추리대로 공범은 그였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뒤를 쫓지 않는 사람들. 킴전일과 고난은 현과장의 추리에 반대라도 하듯, 결코 자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에 확실한 증인이 이렇게 버젓이 잡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나도 데리고 도망가 줘요!”


도망치는 지입스아를 향해 애절하게 외치는 범인. 그러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건물 밖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공범의 뒤를 쫓지 않는군, 요이키!”

“검은 코트의 당신! 당신이 진정한 범인입니다!”


뭐가 그렇게 쌓인 게 많은 지, 여전히 킴전일과 고난은 현과장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저기요, 저는 요이키도 아니고 검은 코트도 안 입었거든요.”

“거짓말하지 마! 지옥의 죠커! 난 네 변장쇼를 다 봤다고!”


킴전일은 현과장의 모든 것을 부정이라도 하듯, 고개를 크게 저었다. 덩달아 그를 따라서 고개를 젓는 고난. 머리가 아파왔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어흥선생 그리고 갓패치와 대결을 펼친 그 변장 대결을 본 모양인 것 같은데. 어쩌다가 생각이 그런 쪽으로 흘러가게 된 걸까.


“저기요, 정말 아니라니까. 채야, 정말 아니잖아. 그렇잖아.”

“현과장 말이 맞다랄까나.”


채야가 현과장을 거들었지만, 두 사람은 요지부동. 그들의 시선은 오직 현과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정신이야? 식사시간이 시작됐는데 날 안 불렀어?”


그런 그때, 식당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오는 갓패치. 그 창백한 얼굴이 현과장의 근처로 다가오자, 킴전일과 고난의 표정이 점점 잿빛이 되어갔다.


“현과장, 내 밥은? 내 밥 어디 있어?”

“식사시간 끝났잖아. 그리고 집사는 이미 도주 중이라고.”


식사시간이 끝났다는 그의 말에, 갓패치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더욱 겁을 집어먹은 두 가짜 탐정들. 두 사람은 갓패치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그냥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집사놈 어디로 도망쳤어?”

“저 밖으로.”


현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원문을 열어버린 갓패치. 그가 차원문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자,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이든 남자의 비명소리가.

어느새 갓퍄치의 손에 잡혀있는 지입스아. 그 마술과 같은 행동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정신이야? 밥은 주고 도망쳐야지!”


붉으락푸르락하는 갓패치의 얼굴을 마주하자, 지입스아는 그만 그 자리에 반사적으로 실례를 범하고 말았다. 그의 바짓가랑이로부터 주르륵 떨어지는 투명한 노란색 물줄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범인과 두 가짜 탐정도 오금이 저려왔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현과장의 말대로 이번 살인 미수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범인과 지입스아. 그러나 그 이유는 조금 달랐다.

현과장이 말한 대로, 씨앗 연구실이 원인이기는 했다. 씨앗 연구실의 책임자였던 지입스아와 범인. 그러나 잦은 실패로 연구비는 거덜나고, 심지어 심각한 가챠 중독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던 그에게 보인 사람이 바로 현과장. 특히 그가 데리고 다니는 희귀하고 귀여운 생명체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현과장을 죽이고 두 귀염둥이를 사로잡아 돈을 마련할 계획을 단 시간 만에 꾸민 지읍스아와 범인. 그렇게 그들은 무차별 살인을 가장한 암살 및 탈취를 계획한 것이었다.


“제정신이야? 감히 내 붕어빵 기계에 손을 대려고 했던 거야?”


역시나 갓패치에게 현과장은 어디까지나 붕어빵 만드는 기계. 현과장은 오늘따라 인고의 보약이 무지하게 땡겼다.


“현과장, 몸 조심해야 돼. 붕어빵 날리면 난 정말 세상 살아가는 맛을 잃는다고.”


한껏 낮은 목소리로 현과장에게 말을 건네는 갓패치. 진심이다. 진심이었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말 보다 진심이었다. 그래도 걱정을 해주는 거니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현과장의 머릿속에 작은 갈등이 피어나기까지 했다.


어쨌든, 이렇게 때 아닌 추리 상황을 겪게 된 현과장과 그 일행들. 그들은 그대로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는 차원문을 건너려고 했다. 그런데,


“칼집 안 만들어?”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묵직한 목소리, 바로 대장장이였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바로 현과장이 예전에 건넸던 늪 주인의 역린. 그 역린을 보자, 현과장은 그제야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가 떠올랐다.


“아! 나 칼집 만드려고 온 거지!”

“머리하나 기똥차네. 따라와.”


대장장이의 말에 서둘러 그의 뒤를 따르는 현과장. 아무런 흥미가 없던 채야와 어흥선생은 그대로 키토와 리코를 데리고 차원문 안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현과장과 갓패치. 걸음을 멈춘 현과장이 시선을 돌려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날 왜 봐?”


음흉한 미소만을 남긴 채, 그대로 차원문 안쪽으로 몸을 날리는 갓패치. 이제 남은 사람은 오직 한 사람, 현과장 뿐이었다.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배신감. 하지만 그 배신감도 길게 가지는 않았다.


“빨리 안 오고 뭐해? 칼집 안 만들어?”


바로, 걸음을 재촉하는 대장장이 때문에. 그렇게 대장장이를 향해 걸어가는 현과장.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상황 속, 그는 어쩔 수 없이 대장장이의 뒤를 따랐다.


***


이윽고 대장장이와 현과장이 도착한 곳은 그의 작업실. 갓퍄치와 대장장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결을 펼쳤던 바로 그 곳이었다.


“은화를 가지고 있다고.”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대장장이는 현과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미 재료는 다 드렸는데.”

“은화. 은화를 보여달라고.”


그제야 대장장이의 행동을 이해한 현과장. 그는 서둘러 허리춤에 차고 있던 은화를 꺼내 대장장이에게 내밀었다.

은화를 받아든 대장장이는 천천히 그 단검을 바라보았다. 단검의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살피는 대장장이의 눈빛. 그 모습을 본 현과장은 괜히 전설이란 말이 붙은 게 아니라는 걸 저절로 깨달았다.


“너, 은화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부엌칼처럼 생긴 단검? 그 정도?”


현과장의 대답에 대장장이는 한심하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은화라는 이름의 뜻은 은빛 불꽃이 아닌, 숨긴(隱) 재앙(禍)이란 의미다. 세상 그 어느 무기보다 암살에 특화가 되어있지.”


이내 현과장에게 은화를 건네는 대장장이. 그러나 은화를 받아 든 현과장은 별 감흥이 없는 것인지, 그의 이야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너 같은 놈이 은화의 주인이라니.”

“난 암살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오고갔다.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상황. 마치 지금 이 상황은, 금방 있었던 갓퍄치와의 묘한 대결과 완전히 같은 분위기였다.


“나도 얼굴 찌푸려야 해요?”

“...그럴 필요는 없지.”


현과장의 말에 순간 인상을 핀 대장장이. 그는 현과장을 힐끔할끔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머리가 좀 있군.”

“사회 생할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죠.”

“그런데 왜 암살검을 손에 넣은 거야. 암살이 적성에 안 맞는데.”


대장장이는 모루로 다가가며 현과장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너무나 억울하다는 듯 울상이 되어버린 현과장의 얼굴. 얼핏 스쳐만 봐도 그에게 엄청난 사연이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게 그러니까요.”


***


칼집을 만드는 동안, 자신이 겪은 모든 일들을 전부 털어놓은 현과장. 대장장이는 그의 이야기에 때로는 웃고, 때로는 웃으며, 감정을 공유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완성된 은화의 칼집. 하얗고 찬란한 빛의 칼집이 현과장의 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이게 은화의 칼집!”


현과장은 서둘러 칼집을 집고, 은화를 칼집 안에 넣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은화와 맞지 않는 칼집. 현과장이 연거푸 도전해 봤지만, 은화는 칼집 안에 들아가지 않았다.


“저기, 잘못 만드신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난 정확하게 만들었어.”


자신만만한 대장장이의 모습에, 현과장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납도(納刀)에 도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맞지 않는 칼집.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각을 재어 봐도, 은화가 칼집에 들어갈 각은 결코 나오지 않았다.


“잘못 만드셨는데!”

“아닌데! 잘 만들었는데!”

“그럼 왜 안 들어가는데요?!”


현과장의 물분 섞인 목소리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대장장이. 순간 오싹한 기운이 현과장을 감싸 안았다.


“그 모양은 은화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다!”


부엌칼 모습이 은화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고? 그럼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대장장이는 진정한 은화의 모습을 알고 칼집을 만들었다는 걸까?


“진정한 모습이 뭔데요?”

“따라와라, 애송이!”


대장장이는 순식간에 작업실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빠르게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전혀 움직일 마음이 없는 현과장. 그의 가슴속에서는 짜증이 활화산처럼 용솟음치고 있었다. 아니, 킬집을 만들어 달라니까, 허튼짓이나하고. 뭐 따라오라고? 따라가면 뭐 어쩔 건데? 은화의 진정한 모습이라도 깨우치게 만들 거야? 관심도 없는데?


“아, 잊은 말이 있는데. 은화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 100분의 1의 확률로 재밀봉이 된다더군.”


현과자잉 따라오지 않자, 살며시 다가와 귓속에 엄청난 사실을 속삭이는 대장장이. 순간, 현과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저도 갑니다! 대장장이님!”


***


그렇게 도착하게 된 지하 수련장.

현과장과 대장장이는 온몸에 기합을 잔뜩 넣고 수련에 정진하고 있었다.


“은화의 주인이 되려면, 저질 체력으론 택도 없다! 우런 체력이다!”

“넵!”


현과장은 대장장이의 말에 아무런 반항도, 말대꾸도 하지 않은 채 전심전력을 다했다.

그의 목적은 칼을 밀봉하고 팔아서,

합법적 그리고 공식적으로 여왕을 만나,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것.

현실 세계로 돌아가 귀환 용사가 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대장장이의 밑에서 수련한지 어언 30여분. 대장장이는 현과장을 불러 세웠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겨우 이 정도로? 아직 한 시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현과장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젓는 대장장이.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도 거짓도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정말 이 정도면 돼요?”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를 따라 외쳐라!”


현과장의 말에 대답하자마자, 하늘을 향해 양손을 뻗는 대장장이. 그는 하늘을 바라보더니 힘차게 외쳤다.


“바안!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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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4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2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2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3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4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1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1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3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1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7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5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4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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