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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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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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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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1. 특훈 - 3

DUMMY

“아니, 무슨 암살 수업이야?”


현과장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자,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현과장의 앞에 다가와 버린 알딘. 그 속도는 확실히 어흥선생보다 위였다.


“거울수를 본 이상,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좋건 싫건 현과장은 암살 수업을 받아야 한다. 단지 그뿐.”


알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발밑에서부터 점점 뻗어나가는 어둠. 애니 그 어둠은 현과장과 그 주변을 완전히 뒤덮어 버리고야 말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 현과장은 시력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에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있는 곳은 거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거실의 물건 배치, 문의 위치쯤은 전부 머릿속에 있었으니까. 그는 손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안일한 생각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기 까지 현과장에세 그리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몇 걸음 만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거실에 나와 있음에도, 리코와 키토가 자신의 곁으로 달려오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달려보아도,

아무리 소리쳐보아도,

출구도 그리고 반응도 마주할 수 없는 새카만 공간.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입에서 절망스러운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여기는?!”

“어둠.”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현과장을 둘러싼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물론 목소리의 주인공은 알딘.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어둠이 사라지자, 현과장의 예상대로 키토와 리코가 단번에 그의 주변으로 달려왔다. 그들의 눈망울 속 가득한 걱정.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어둠이 사라진 게 아니다. 사라졌었던 자신이 거실에 다시 나타난 것이지.


“암살의 기본은 어둠을 잘 이용하는 것. 어흥선생도 어둠 정도는 잘 다루지. 아무렴 최강인데.”


사이가 석 좋아 보이지 않은 알딘이 인정할 정도면, 얼마나 어흥선생이 강하다는 것일까. 현과장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잠깐, 그렇다는 건, 차라리 어흥선생이 그 용사들을 무찌르면 되는 거 아닌가? 굳이 자신이 이렇게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현과장의 머릿속에 의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럼 어흥선생이 용사들을 막으면 되는 거 아닌가? 왜 내가 이렇게 쓸모없는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요?”

“좋은 지적이다! 현과장!”


알딘은 얼굴 가득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천천히 열리는 알딘의 입술. 그러나, 그 미소와 다르게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들은 전혀 현과장에게 부드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껄끄럽게 느껴질 뿐.


“그건 현과장이 붉은색이기 때문이다!”


***


붉은색.

현과장이 선택하기 전, 여왕을 상징했던 원더랜드의 색깔.

어째서 여왕이 붉은색을 놓치게 된 건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얼떨결에, 정확히는 한 번의 말실수로, 붉은색의 주인이 되어버린 현과장.

단 한 번의 선택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예상이라도 했었을까? 아니, 그랬다면 붉은색을 선택하지 않았겠지. 그의 성격상, 그냥 평범한 오렌지나 회색 정도에서 타협을 봤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붉은색이 원더랜드에서는 무슨 의미이기에, 붉은색의 주인인 그가 용사들을 무찔러야 한다는 것일까.

알딘의 뒤를 따라 숲속을 한 참 걸어가던 현과장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궁금증을 던졌다.


“아니, 붉은색에 무슨 의미가 있어서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데요?”

“허허! 이런 색깔도 모르는!”


걸음을 멈춘 알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에 질세라 똑같이 황당한 표정으로 알딘을 바라보는 현과장. 둘 사이에 오묘한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어쭈, 눈 안 감아?”

“먼저 감으시죠. 대머리 선생 양반.”


대머리라는 말에 알딘의 눈빛에 살기가 스며들었다. 그러더니,


“너도 사막의 직사광선 맛 좀 봐야지 정신을 차리겠구나, 이 깐족거리는 현과장!”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를 토해내는 알딘. 하지만 이런 말뿐인 위협에 꼬리를 감출 현과장이 아니었다.


“모자를 쓰셨어야죠, 모자를. 그럼 머리도 지키고 자존심도 지키고. 일석이조인데.”


현과장의 말에 더욱 발끈한 알딘. 둘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그런 바로 그때, 저 멀리서 깡충깡충 뛰어오는 키토와 하늘하늘 날아오는 리코. 그 둘의 등장에, 언제 싸웠다는 듯 알딘의 얼굴엔 평화가 찾아들었다.


“아이쿠! 이런 귀염둥이들!”


알딘이 손을 들고 다가왔지만, 그런 그를 전혀 거들떠보기는커녕 짧은 시선조차 주지 않는 리코와 키토. 두 귀염둥이들은 오직 현과장의 곁만을 맴돌았다.


“세상 너무 불공평해! 난 왜 이렇게 없는 게 많은 거야!”


알딘은 세상에 좌절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알딘의 몸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깊고 진하게 뻗어 나오는 한숨. 그 한숨 속에서 그의 지난시절의 애환이 가득 담겨있는 듯이 느껴졌다.


“인생 불공평하긴 하지요. 있는 사람만 있는 더러운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현과장은 쓰러진 그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순수한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남자가 할 짓은 아니지.”


담담하게 답하고는 현과장의 손을 잡는 알딘. 그의 목적이 리코와 키토인 것은 불 보듯 뻔했지만, 현과장은 일단 눈감고 넘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그 마음이 단 몇 걸음도 걸어가기 전에 끝났다는 것이었지만.


“남자가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애들 보기 민망하군.”


애들이라는 말에, 현과장은 살짝 웃었다. 리코와 키토는 분명 자신의 가족. 알딘의 가족이 아니었기에.


“우리 리코님과 키토님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을 겁니다.”

“누가 그 둘을 말했나? 내 아이들을 말했지.”


아이들이란 그의 대답에, 현과장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절망의 불구덩이로 달려가는 듯한 느낌. 이런 느낌을 받았을 때, 말을 멈춰야 했건만, 불행히도 그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라면, 설마 고양이나 강아지?”

“개와 고양이들은 날 싫어하지. 두 귀염둥이들처럼.”


불길함이 점점 더 진해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멈춰야 한다. 하지만 그의 입은 결코 멈출 줄 몰랐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8t트럭처럼.


“그럼 진짜...”

“그래 내 애들. 사진 볼래?”


핸드폰을 꺼내면서 천천히 사진을 보여주는 알딘. 사진을 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숲속 작은 싸움의 승자와 패자가 명확해졌다.

현과장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리코와 키토도 입을 담을 수가 없었다. 사진 속에 있는 것은 아름다운 미소년과 미소녀. 정말 알딘의 아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이, 이게 알딘 씨의 아이들이라고요?”

“당연하지! 봐봐, 날 쏙 빼닮았잖아.”


쏙 빼닮았다고? 이 대머리가 미쳤나? 현과장은 눈으로 무지막지한 욕을 남발했다. 그러자,


“허허, 못 믿는 눈치네. 내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줘?”


핸드폰 사진첩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하는 알딘. 이내 그는 핸드 폰 안에 저장된 한 장면을 무심하게 툭 현과장에게 건넸다. 승리자의 미소와 함께.


“아니, 이게... 무슨...”


핸드폰 안 사진에 찍혀있는 건 다름 아닌 엄청난 미소년. 눈매와 콧날, 얼굴형까지 전부 고려했을 때, 인정하기 싫었지만 사진 속 인물은 알딘이 맞았다.


“어때, 나도 참 괜찮았지?”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런 얼굴이 요렇게 되어버린 게 단지 사막의 바람 때문이라고?”


현과장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막의 바람이 얼마나 지독하면 아름다운 미소년을 매서운 대머리 아저씨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일까. 이해를 못 하는 건 리코와 키토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넘어가, 넘어가라고.”


알딘은 현과장과 두 주인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부드러운 미소 주변으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과 우월감. 이건 패배자의 태도가 아니었다. 승리자, 아니, 가진 자의 태도지.

분명, 아내 되는 사람도 엄청난 미인일 것이다. 참나, 가진 놈들이 더 한다고. 뭐? 없는 게 많아? 없는 게 많다고?! 지금 40년 모태 쏠로 앞에서 그게 할 소리야? 현과장은 두 눈을 부릅뜨고 알딘을 노려보았다. 리코와 키토도 맹렬하게 부러움의 눈빛을 알딘에게 보냈다.


“그래 무슨 말을 하다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 아! 그래 색깔!”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알딘. 그는 나뭇가지로 바닥에 4가지 원을 각각 그리며 입을 열었다.


“모르니까, 가르쳐 주지. 원더랜드에는 특별한 네 가지 색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붉은색이지.”

“나머지 세 가지는요?”


알딘은 현과장의 질문에 살짝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그의 색깔 이외에는 알려주기 싫은 것처럼.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건 현과장의 색을 포함한 두 가지색뿐이야. 나머지 색은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까.”

“나도 허락한 적 없는데.”

“물어봤잖아! 본인이 물어 본 거니까, 허락한 거나 다름이 없지!”


알딘은 현과장을 향해 인상을 팍 쓰더니, 이내 자신이 그려놓은 네 개의 원을 가리켰다.


“현과장의 앞에 있는 색이 바로 흰색, 어흥선생의 색이다.”

“어흥선생? 어흥선생 무지 대단한 사람이었네!”


현과장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성밖마을에서의 그의 인기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던 일. 그래도 직접 사실을 들으니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흰색의 의미는 계획이다. 그래서 어흥선생은 매일매일 공부를 해야하고, 많이 알아야하지.”

“매일매일 키토님이랑 리코님과 놀기 바쁜데.”


살며시 고개를 젓는 현과장. 그러자, 알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감히, 감히, 감히! 혼자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니. 치사하고 더러운 놈!”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두 귀염둥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알딘. 이젠 현과장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이런, 너무 질투한 나머지 큰 실수를 했군.”

“그냥 붉은색의 의미나 알려주세요. 다 이해하니까.”


현과장의 따뜻한 눈빛에, 작은 감동을 받은 알딘.

그는 손가락으로 땅에 그려놓은 원 중 두 번째 원을 가리키며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흰색이 첫 번째라면, 붉은색은 두 번째. 붉은색의 의미는 행동. 흰색이 계획한 모든 것을 행하는 실행자라고 할 수 있지.”

“나 그러면 어흥선생의 말대로 해야 하는 거예요?”


현과장의 물음에, 알딘은 넌지시 고개를 끄덕였다.


“색의 순서상 그래야 하는 게 맞지. 붉은색은 행동을 의미하고. 네 가지 색 중 제일 힘이 강한 색이니까.”


잠깐, 제일 강한 색이라고? 현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흥선생의 원 펀치에 올 강냉이가 아니라 영혼까지 털려버리는 자신이 제일 강하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알딘을 바라보는 현과장. 이윽고 그의 입에서 절망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기, 제가 제일 약한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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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3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4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 91. 특훈 - 3 +2 23.05.31 8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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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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