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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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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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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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DUMMY

안타고니스트.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과 적대적 관계를 맺는 인물을 뜻하는 용어.

비슷하고 익숙한 단어로 말하자면, 빌런. 즉, 악역이라고나 할까.

『현과장 인 원더랜드』 안에서,

지금까지 현과장의 안타고니스트는 다름 아닌 여왕.

현과장의 앞길을 방해하며,

심지여 그를 죽이려고 했던 그녀가 이제는 현과장의 앞에 앉아있다.

그것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그가 만든 호떡까지 와구와구 씹어 먹으며.


“난 씨앗호떡보다 그냥 호떡이 더 좋습니다만.”


누가 들으면 투정을 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건 고도의 작전이었다. 어떻게 아냐고? 그야 그녀의 손을 보면 알 수 있으니까.

한 개도 두 개도 아닌 대여섯 개씩 호떡을 움켜쥐며,

광기 가득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는데, 이 모습이 제정신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을까.


“그만 먹어, 그만! 아니 몸은 작은데 왜 이렇게 먹는 거야?!”

“갓패치도 많이 먹습니다만!”


한마디를 안 진다. 단 한 마디를.

그러나 지금 현과장의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여왕이 자신의 역할을 단지 호떡 때문에 포기한 지금 우린 다른 악역을 찾아야만 했다.

그녀보다 더욱 비열하고,

조금의 인정조차 가지고 있지 않으며,

개성 넘치는 외모의 소유자, 마치...


“그건 현과장이다냥.”


그래, 현과장같은 인물.

잠깐, 뭐라고? 현과장이 그런 사람이라고?

아니지, 아니지. 내가 그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리 없다. 아무리 내가 실수투성이인 인간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그런 허접한 실수를 저질렀을 리 없다.


“현과장은 비열하고 개성이 넘친다냥.”

“뭐야, 갑자기 내 이야기를 꺼내고. 어흥선생 뭐 잘못 먹었어? 호떡 그만 먹을래?”


갑작스레 어흥선생 앞에 놓인 호떡 접시를 빼앗아가는 현과장. 순간, 어흥선생의 얼굴에 절망과 분노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봐라냥!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냥! 먹는 건 건드리는 거 아니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틀린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먹을 것을 빼앗을 수 있을까. 과연 이게 사람이 할 짓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먹을 것을, 게다가 먹는 것을 건드리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였다.


“나 보고 비열하다느니 못 생겼다느니 먼저 그랬잖아!”

“못 생겼다는 말은 안 했다냥! 개성 넘친다고 했다냥!”

“그 말이 그 말이지.”


현과장은 호떡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모양인 듯, 그대로 몸 뒤로 접시를 치웠다. 그런데,


[휙!]


순식간에 현과장의 뒤로 돌아가 호떡을 낚아채는 어흥선생.

그는 벙찐 얼굴의 현과장을 향해 자신감 넘치는 한 마디를 그대로 던졌다.


“느려.”


이어서 비열한 미소와 함께, 어흥선생은 접시 위 남은 호떡을 한입에 털어 넣고야 말았다. 그러자 날카로운 눈빛이 곧장 어흥선생을 향했다. 그 누구도 아닌 현과장이었다. 그의 시선이 접시를 향한 게 아닌 것으로 보아, 정작 다른 이유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듯한데.


“냥을 붙이라고 냥을! 말꼬리에 냥을 붙여! 아이덴티티잖아!”


아, 그거 때문이었어? 단지 냥을 안 붙여서?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어흥선생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그의 말대로, 현과장은 완벽한 빌런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개성적인 외모. 비열함. 그리고 먹고 있는 음식을 뺏는 무정함까지.


“그럼 현과장이 이제 빌런이냥?”


그럴 리가, 어흥선생. 낙장불입이잖아, 낙장불입. 현과장은 이미 주인공이라고.


“아니, 난 대악당이다! 한번 날 건드려 봐! 오늘 저녁 디저트는 없을 테니까!”


이런 내 옹호가 무색하게, 자신을 대악당이라 지칭하는 현과장.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어 재꼈다.

그런 그를 보는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졌다.

그래, 이 모습은 누가 봐도 대악당의 모습이긴 하다. 나사 빠진 대 악당.

정말이지. 어느 게임의 빌런처럼, 이빨 썩으라고 아이들한테 사탕 쥐어줄 인간이네.


“그런 모습이 좋은 거다냥. 결국, 따뜻한 모습이 좋은 거다냥!”


오늘따라 이상하게 단 한 번도 틀린 말을 하지 않는 어흥선생.

그래, 이런 그의 모습이 좋은 거겠지. 채야도 갓패치도. 그리고 키토와 리코도.


“아직 한 명 남았다냥.”


한 명? 아이참 부끄럽게.

그래, 나도 좋아해. 나도. 꼰대 같지만 그래도 따뜻한 사람이잖아, 현과장은.


“난... 여왕을 말한 거다냥.”


어흥선생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를 바라보는 내 눈동자도 흔들렸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왕의 시선도 흔들렸다.

현과장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온몸을 떨었다.


“왜 또 혼잣말해? 무서워, 어흥선생...”

“내 이야기는 왜 나왔습니까? 난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만.”


떨리는 현과장과 여왕의 목소리가 거실 바닥에 낮게 내려앉았다. 그렇게 끝나는 듯한 이번 에피소드의 마무리. 하지만 아직 그들은 알 지 못했다. 아직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


“용자들이 전부 도망쳤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요간은 핏대를 세운 채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당혹스러운 목소리. 그러나 들려온 상대방의 대답은 요간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게 지금 변명이라고 늘어놓는 겁니까? 우울증? 용자가 우울증? 단지 음식이 먹고 싶어서 우울증? 개소리도 정도 것 하십시오!”


오히려 요간의 이마에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단순히 음식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이.


“그럼, 30명의 용자였으니까, 상대방은 피해는 어떻습니까? 현과장과 조우했다면서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는 마음을 추스르고 사건의 경과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다시금 끓어오르는 분노.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대답은 겨우 가라앉힌 그의 감정을 다시금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게 가능해?! 피해가 전혀 없다고? 용자들과 마주쳤는데?! 30명의 정예 용자와 마주쳤는데?!”


밀려 올라오는 분노에 그만 잡고 있던 수화기를 그대로 박살내버린 요간. 그의 눈에는 증오와 분노의 눈빛이 이글이글 끓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요간님, 어찌 된 겁니까?”


주변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남자가 요간을 향해 다가왔다. 언제나 여왕의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신하, 바로 노년의 그 사람이었다.


“현과장이 아무런 피해도 없이 용자들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아무리 붉은색의 주인이라도 30명의 용자를 물리쳤다고요? 그것도 피해 없이? 그거 헛소리 아닙니까?”


노년의 남자는 그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자,


“저도 못 믿겠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그렇다고 하는군요. 현과장에게 아무런 위협도 가할 수 없었다라고.”


수화기에서 들려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는 요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노인의 얼굴에서도 점차 두려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는 건,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요간님.”

“아무래도 그래야하겠습니다.”


요간은 노인의 말에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바로 그 순간,


[푸욱!]


노인의 가슴에 깊숙하게 박히는 날카로운 장검. 그 장검을 잡고 있는 손은 다름 아닌 노인의 오른손이었다.


“아니, 이게 왜...”

“어르신, 절 죽이려고 하신 겁니까? 계획이 조금 틀어진 거로?”


노인은 자신의 가슴에 박힌 칼을 빼내보려 했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의 오른손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그 정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의 가슴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물. 그 핏줄기는 노인의 손을 타고 천천히 그의 어깨로 또 목으로 뻗어나갔다.


“쿨럭! 사, 살려 주게... 쿨럭!”


노인의 피 토하는 부탁에도 전혀 꿈쩍도 않는 요간. 그의 시선은 오직 노인의 눈동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노인의 목을 완전히 감싼 붉은 핏물. 핏물을 서서히 노인의 숨통을 조여만 갔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핏물은 턱을 타고 목에 감겼다. 노인의 온몸에서 빠져나온 핏물이 모두 그의 목으로 향했다.


“누가 늙은 여우 아니랄까봐, 이런 깜찍한 생각을 하셨습니까?”


요간은 노인을 향해 살며시 웃었다. 이제는 아무런 반응도 없는 그 몸뚱이를 향해서.


***


한편, 거실에서 편안하게 호떡과 커피를 즐기고 있는 현과장과 가족들. 그들에게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니, 나도 더 먹을 수 있습니다만!”

“여왕은 돌아가라냥! 여긴 여왕의 집이 아니다냥!”


호떡에 단단히 미친 것일까. 여왕은 빼앗긴 접시를 되찾으려 아등바등 댔다. 그 불룩 튀어난 배를 어쩌지도 못 하면서.


“아니, 여왕님. 그렇게 먹으면 사람이 죽어요, 죽어.”

“그건 갓패치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만. 난 아직 거뜬합니다만!”


여왕은 손을 들어 갓퍄치를 가리켰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배가 불룩이 튀어나온 갓패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신 호떡을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갓패치,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만.”


갓패치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입에 쑤셔 넣은 호떡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에.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갓패치의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여왕이 아니었다. 그녀는 당찬 원더랜드의 여왕이니까.


“대답하란 말입니다만!”


갓패치에게 달려가, 억지로 그의 입을 열어 재끼는 여왕. 갓패치의 입에서 튀어나온 호떡의 잔해들이 거실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거실의 형태는 점차 지옥으로 변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호떡 잔해. 접시를 되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림자. 그리고 이리저리 호떡을 찾아 헤집고 다니는 작은 움직임까지.

이중 제일 큰 문제는 이 모든 사건의 범인이 여왕이라는 것. 그리고 여왕이 도저히 성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줄여도 시원찮은 입이 왜 또 늘은 거야?”


현과장은 지옥같은 거실의 상황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지금 여왕 앞에 무릎을 꿇는 겁니까? 바람직한 모습입니다만.”


자신을 향한 예의인 줄 알고 김칫국을 한 사발 드링킹하는 여왕.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왜 그러십니까? 난 잘못없습니다만.”

“주변을 좀 보고 입을 열까나.”


싸늘한 채야의 목소리에, 그제야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여왕. 그녀 역시 뭔가 잘못 되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하긴 엉망진창인 거실을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 문제이긴 하겠지만.


“누가 이런 것입니까?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실의 모든 이들은 여왕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심지어 키토와 리코도.


“나? 나는 아닙니다만. 난 그냥 접시를 찾고, 호떡을 찾고, 대답 없는 갓패치의 입을 연 것뿐입니다만.”


여왕은 정확히 다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그래서 이 꼴이 났다고요, 여왕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여왕을 나무라는 현과장.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도 강하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데헷!”


순진한 척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머리를 살며시 내려치는 여왕.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눈에서 어이가 사라졌다. 인내심 또한 완전히 박살나고야 말았다.

그 순간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조금 전까지 여왕에게 당하던 갓패치였다.


“데헷 같은 소리하네! 제정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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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4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3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3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3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4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2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1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3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1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7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5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5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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