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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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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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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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DUMMY

따뜻하게 느껴지는 커피. 그 향도 진하게 코끝을 맴돌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커피가 자연스럽게 목 뒤로 넘어간다는 것. 그렇다면, 혹시?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인고의 보약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인고의 보약? 제정신이야 그걸 왜 먹어?”


갓패치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커피가 목 뒤로 넘어가고,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건 아직 내가 먹을 것에는 면역이 생기지 않은 게 아닐까? 나 무척 약하잖아.”


현과장의 말에, 분노를 사방팔방으로 표출하고 있던 어흥선생의 두 눈이 번뜩였다.


“역시 현과장이다냥! 내가 점찍은 현과장이다냥! 똥만 퍼질러 싸는 어디에 사는 어느 누군가와 완전 차원이 다르다냥!”


거참 미안하다니까. 너무 그러지 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지잖아.


“그럼 빨리 인고의 보약을 먹어 볼까?”


현과장은 지체할 틈도 없이 키토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그가 다가와도, 여전히 현과장을 단지 멀뚱이 바라보는 키토. 역시나 키토의 눈빛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곧 돌아올 거야, 키토님. 나 그렇게 강한 사람 아니야.”


현과장의 말에, 키토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든(?) 인고의 보약을 직접 현과장에게 내미는 키토. 감정은 이끌어 내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키토가 현과장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런 좋은 능력을 그리 쉽게 포기한다고? 모두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가만히 지켜보던 알딘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러니까 알딘은 우리 키토님과 리코님에게 간택 받지 못한 거다냥.”


비아냥거리며 알딘을 째려보는 어흥선생. 그의 시선에는 경멸감과 모멸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일반적인 생각이야. 그게 무슨 간택이랑 연관이 있다고.”

“있다랄까나. 정말 있다랄까나.”


채야가 어흥선생을 거들며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어흥선생과 무척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그녀가.


“주인님들은 사람의 마음을 느낀다랄까나. 우리 중에 현과장이 제일 순수했다랄까나.”


채야의 말에 현과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 욕심을 부렸다. 글자가 황급하게 자신을 낮추면서 취소해달라고 했을 때 취소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는 욕심을 부렸던 자신을 원망했다. 그 욕심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이렇게 클 줄 알았으면 당연히 포기했을 테니까.


“그럼 좀 이따 보자고!”


현과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인고의 보약을 입 안에 넣었다. 그러자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저주의 기운. 현과장의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오늘만 두 번째군요, 현과장.】


이윽고 현과장의 앞에 나타난 글자들. 그래, 전설급 능력을 줄 때마다 나타났던 그 글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이팩트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글자들이 나타난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사과를 하러 왔습니다.】


사과하러 왔다는 문구에, 현과장의 눈동자는 의구심을 품었다. 도대체 뭘 사과하고 싶은 걸까? 모태쏠로라고 놀린 거? 그건 이미 사과 했잖아?


【현과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능력의 선택. 제 불찰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글자들은 다른 것이 아닌, 이 능력을 준 것에 대해 크게 미안해했다.


【현과장을 내 손 위에 놓고 이리저리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 취급을 했습니다. 이 부분도 사과를 드립니다.】


사과를 하니까 받기는 한 그였지만,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찝찝함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도대체 뭐일까. 왜 이렇게 찝찝한 것일까.


【그럼 무슨 능력을 드릴까요? 말씀하세요.】


말을 하라고?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사람에게 말을 하라고? 현과장의 눈빛에 당혹감이 감돌았다. 그러자,


【아! 또 제가 실수를. 현과장 이럴 때 못 움직이죠.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무엇을 제안하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나기 무섭게, 현과장의 몸이 살며시 빛이 났다.


【지금 「신의 방패」를 꺼두었습니다.】


아니, 다른 능력이 아닌 그 능력을 그대로 쓰라고? 그의 두 눈에 억울함이 점점 차올랐다.


【낙장불입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상처받은 곳에 이렇게 반창고를 붙여야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이 사달이 난 건 단지 글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큰 비중은 아니겠지만, 신급 능력이라는 말에 그대로 현혹된 자신도 문제였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럼, 동의하시는 거로 알고 저는 물러갑니다.】


그렇게 천천히 공중에서 사라지는 글자들. 느려지던 시간이 풀리려고 하던 바로 그때, 다시금 글자들이 현과장의 눈앞에 튀어나왔다.


【아! 한 가지 잊은 게 있습니다! 사료를 뿌릴 때는 확실하게 뿌려야 하는데, 제가 또 실수를 했군요.】


글자가 떠오르기 무섭게, 현과장의 머리 위로 황금색 동전이 하나 떨어졌다. 지금까지 두 번이나 경험했던 그 상황. 바로 과금이었다.


【「신의 방패」는 고정 됐으니, 이제 다시 디저트 노가다를 하셔도 됩니다. 아, 참고로 디저트 능력이 나올 확률이 대폭 하향 조정 되었으니까, 고생 좀 하세요!】


잠깐, 뭐라고? 뭐가 고정 되었다고? 그리고 뭐? 고생을 하라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리는 현과장. 하지만 이미 그 글자들은 사라지고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일이냥? 잘 되었냥?”

“어 그렇긴 한데...”


현과장은 고개를 돌려 키토를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키토의 황금빛 눈동자. 사무치는 듯한 그리움이 그득 느껴졌다.


“키토님! 나 왔어!”

[폴짝!]


두 팔 벌리고 다가오는 현과장을 향해 단번에 뛰어오는 키토. 키토는 강력함을 좇은 그가 못내 야속했는지, 그의 정수리로 올라고, 앞니로 그의 머리를 콕콕 찍었다.

잠깐, 이거 어디서 봤던 상황인데...


“진짜, 예지몽이었던 거야?”

“말했지 않았냥. 거울수라고. 거울수가 나오면 용자들이 등장해 행패를 부린다냥.”


어흥선생은 당연하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게 아니고. 키토님이 내 머리를 이렇게 콕콕 찍는 꿈을 꿨잖아, 내가!”

“그러니까 예지몽이다냥.”


너무나 자랑스럽게 예지몽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 어흥선생. 지금의 어흥선생은, 그 어떤 상황을 말해도 예지몽으로 결론을 지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정신이야? 그게 중요해? 내 붕어빵은? 내 케이크는? 내 디저트는?”

“아, 그거?”


갓패치의 닦달에, 자신이 본 그대로를 그에게 전하는 현과장. 순간, 갓패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제정신이야? 확률이 낮아졌다고? 고생 좀 하라고?!”


노발대발하며 방방 뜨는 갓패치. 머리에 뿔이 난 건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너무하다랄까나! 디저트는 현과장이 만들어야 한다랄까나!”


제일 화가 나 있는 사람은 채야였다. 현과장표 붕어빵의 숨은 매니아 채야. 그녀는 매 끼니를 준비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먼저 현과장의 붕어빵에 손을 댄 진정한 디저트 덕후였다.

그녀의 분노를 직접 느낀 현과장은, 그녀가 차오르는 화를 못 참고 자신의 침대를 갈기갈기 찢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난 인정할 수 없다랄까나!”


점점 증폭되는 채야의 분노. 그라데이션 분노라고 했던가. 점점 점차 그리고 조금씩 화가 증폭되는 감정을. 분제가 있다면, 채야의 분노 단계는 조금씩이 아니라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뿐이랄까나.


“그렇게 열 내지 마. 우리에겐 인고의 보약이 있으니까.”


그녀의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현과장은 서둘러 인고의 보약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하나 둘씩 그의 입안으로 사라지는 키토의 응가, 아니 인고의 보약. 하지만 이상하게도 디저트다운 디저트가 단 한 번도 뽑히질 않았다.


“아니, 제정신이야? 너프를 해도 왜 이딴 걸 너프해?! 그 좋은 능력들 많은데!”


붉으락푸르락거리는 현과장의 얼굴. 그는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그가 뽑은 능력은 가구를 만드는 능력. 이왕 이상한 능력을 뽑은 김에, 그는 자신의 방에 망가진 가구들을 싹 다 고친 후 인고의 보약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또 흘러가는 시간들. 수십 개의 똥, 아니 보약들이 사라졌지만, 디저트 능력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젠장! 젠장!! 젠장!!!”


현과장의 절규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단지 디저트를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현과장을 응원했던 사람들. 그러나 기나긴 기다림에 모두가 지쳤다.


“이건 먹지 마라는 신의 계시일까나.”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채야의 얼굴. 거친 분노 후 갑작스러운 우울감. 현과장 디저트 중독의 말기의 대표적인 증세다.


“현과장, 힘내라냥! 난 믿고 있다냥!”


그나마 그의 디저트에 덜 중독된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물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미 예전에 엄청난 크기의 붕어빵과 커피를 마셨던 리코는 완전이 죽을상이 되어 풀썩 쓰러져 있었다. 이 장면도 현과장의 꿈에서 봤던 부분. 이런 게 에지몽이라고?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정말 용자들이 침략해 오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런데 어흥선생, 그 예지몽 말이야...”

“지금은 예지몽이 중요한 게 아니다냥. 디저트, 디저트를 뽑아라냥.”


어흥선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그의 말에, 다시금 인고의 보약을 머금은 현과장.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알딘이, 고개를 기울이며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단지 1시간 지났는데, 왜 그렇게 죽을상이야?”


그러자, 매섭게 그를 노려보는 갓패치. 현과장 디저트의 공식 중독자답게, 우울증에 펑펑 울어 재끼던 그는 탁자 위 커피를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제정신이야? 우린 어제 현과장의 디저트를 못 먹었다고! 그런데 오늘도 못 먹는다고? 이걸 참으라고?!”

“알딘, 안 먹어봤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냥. 사람 신경질 돋우지 말고.”


갓패치의 한 마디에, 어흥선생도 한 목소리 거들었다. 이제는 어흥선생에게도 급격히 찾아오는 우울증. 그의 눈동자에 힘이 풀리고, 우수에 젖은 것처럼 축축해져만 갔다.


“젠장! 이번에도 꽝이라니!”


이번에 현과장이 뽑은 건 바로 동물 털 손질 능력. 그의 손이 키토를 거치자, 키토의 털이 반짝반짝 윤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별의별 능력이 다 있네.”


알딘이 그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다시 한 번 인고의 보약을 손에 쥔 현과장. 이제 그의 눈에서도 절망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정말 뽑는다!!”


눈동자에 찰랑이는 절망감을 뚫고, 각오 가득한 목소리를 뱉어낸 현과장. 그의 입안으로 인고의 보약이 들어가는 순간,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미소녀 수집 게임에서 맛볼 수 있는 확정 천장 같은 느낌. 인고의 보약이 입안에 퍼지자, 그 느낌은 더욱 진해졌다.


“이, 이것은!!!”


디저트 능력의 등장 확률이 하향 조정 되면서, 이펙트도 달라진 것일까.

현과장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하나의 레시피. 현과장의 눈동자에 총기가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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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역모 23.06.13 23 3 11쪽
103 103.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4 23.06.12 24 3 12쪽
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4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2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2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3 3 11쪽
»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4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4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1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1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2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1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7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5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4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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