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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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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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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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DUMMY

현과장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채야에게 이번 추리의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고 싶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이 여자 너무 순수하다 못 해, 너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건 그녀의 탓이 아니었다. 너무 무심했던 그녀의 주변 탓이지. 그녀가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진걸 알았다면, 진즉 이런저런 훈련을 했어야 했다. 이건 어흥선생의 불찰이고, 현과장의 실수였다.


“채야, 채야는 지금 내 조수잖아. 그렇게 단순하게 추리해서는 안 되지.”

“단순? 내가 단순했다랄까나?”


머릿속으로 채야의 자존심에 살짝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은 다름 아닌 현과장, 언변의 마술사. 그가 그렇게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누르는 그런 말을 할 인간은 아니다.


“단순하지, 무척 단순하지.”


짓눌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채야의 얼굴을 봐! 상기됐잖아!

아니,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런 짓을 벌이는 거야, 현과장!


“그건 머리를 안 쓴다는 증거! 채야, 그렇게 해서 언제 날 뛰어넘겠어?! 언제 원더랜드 최고의 탐정이 될 수 있겠냔 말이야?!”

“나? 최고의 탐정은 될 생각이 없다랄까나.”


현과장의 호통에 살짝 당황한 채야. 그녀의 얼굴에 만개했던 분노가 어느새 사라지고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지! 아니지! 시작을 했으면 최고를 노려야지! 미모도 최고 요리도 최고인데 추리 실력은 그저 그렇다고? 그런 말이 안 되지!”

“그, 그렇다랄까나?”


단 몇 마디의 말에 그냥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채야. 현과장, 정말 무서운 인물이다.


“생각해 봐! 요리도 잘하는 미녀 탐정 채야. 살인 사건 용의자를 특정하다!”


채야의 눈빛에 다시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현과장의 언변에 완전히 빠져버린 채야. 그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현과장이 그녀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가 그냥 개그물인게 망정이지, 19세 XX물이었으면 이 이후에 그렇고 그런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는 거잖아. 와 생각만 해도...


“생각하지 마라냥! 상상하지 마라냥!”


방 안을 울리는 강한 호통. 덕분에 어흥선생을 향했던 두 귀염둥이의 냥냥펀치가 일순간 멈칫했다.


“뭘 생각하지 마라는 거야, 어흥선생?”

“그런 게 있다냥! 아무튼 생각하면 안 된다냥!”


단호한 어투에 무척 당황한 현과장은, 호통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머릿속을 비웠다.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닌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기 때문에.

미안, 현과장. 내가 선을 넘은 거야, 내가.


“현과장, 그런데 어떻게 추리를 해야할까나? 현과장은 짐작이 가는 범인이 있을까나?”


채야가 은근슬쩍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범인의 윤곽은커녕 범인의 성별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 범인? 짐작 가는 범인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긴 한데.”


멍했던 현과장의 눈동자가 점차 초점을 되찾았다. 그 되돌아 온 총기에, 더욱 기대감을 듬뿍 담은 채야. 아무래도 그녀의 자리는, 셜록 보다 왓슨 역할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이 분명했다.


“제대로 된 살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거.”


***


“아니,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걸 딱딱 못 맞춰요?”


어두운 그림자 안에 숨어서 조심스럽게 통화를 이어가고 있는 목소리의 주인. 그 검은 인간은 무척이나 당황한 듯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이러면 계획이 전부 날아간다고요!”


떨리지만 무척이나 상기가 되어있던 그 목소리는, 연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절대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분노의 목소리가, 점차 서서히 화를 가라앉혔다.


“그래서요?”


무슨 이야기를 들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완전히 차분해진 목소리. 내용은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통화 대상이 제안한 것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작전이란 것.


“정말 그대로 하면 되는 거죠? 이번엔 정말 실수 안 하는 거죠?”


약간의 의심이 남아있는 목소리. 하지만 이 의심은 이내 철저한 믿음으로 변모해 갔다.


“믿습니다. 전문가니까.”


강한 믿음과 함께, 통화를 끊는 목소리의 주인. 그렇게 그 역시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영상이 아닌 글의 장점은 이런 것일까. 범인의 목소리를 들려줘도 독자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왜? 이건 글이니까. 그러나 이런 모습은 한편으로 독자 기만행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오직 작가만이 아는 것으로 비춰질 테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좀 시원할까?

스포일러가 될 지도 모른다고? 뭐 어때? 어차피 이번 회차에 범인이 잡힐 텐데.

그렇다면, 과감히 범인의 인상착의를 공개하겠다. 잘 봐주길 바란다!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려던 바로 그때, 갑자기 내려치는 번개. 순간, 그림자 안에 숨어있었던 범인의 얼굴이 또렷하게 거울에 비쳤다.

검은 계열의 옷차림과 적당한 키, 적당한 체격. 그리고 범인이라고 적힌 그의 얼굴. 누가 봐도 이번 사건의 범인임이 분명했다.


...왜? 너무 범인이라 실망들 하셨나? 내가 누누이 언급했지만, 인생은 생각하는 데로 흘러만 가는 게 아니라니까. 그런 독자들의 생각을 뒤엎는 것도 어쩌면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잠깐만, 그렇다고 다음 회차부터 보이콧을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아니시죠? 그런 건 아니시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 정말이지 생각되는 대로 굴러가는 게 하나도 없다.

인생도, 이 글도.

어쨌든, 그렇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취를 감추는 범인. 이렇게 이 사건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만 있었다. 바보 같은 작가 놈 때문에 말이다.


***


“이번 살인은 무작위 살인을 가장한 계획살인. 아무래도 범인의 타겟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커.”


채야의 앞에서 갖은 폼을 잡아가며 추리를 늘어놓는 현과장.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범인이 이미 나왔는데.


“그럼 모두의 앞에서 발표를 할까나!”


채야는 밝게 미소짓더니,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현과장의 추리쇼. 행동력 강한 그녀 덕분에 식당에 모든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고난 일행, 킴전일 일행, 지입스아와 하인들. 그리고 범인.

식당에 도착한 현과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범인이 있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진짜 범인이.


“저기, 범인이 있는 거 같은데.”


현과장이 채야에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그러자,


“지금부터 현과장이 범인을 찾을 거랄까나!”


너무나 당당히 그 사실을 공표하는 채야. 현과장도 범인도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런 그렇고 범인 당신, 그렇게 놀라면 안 되잖아. 그러다 진짜 들킨다고.


“어차피 자작극이니 범인은 당연히 요이키 당신이잖아. 지옥의 죠커 요이치.”


현과장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는 킴전일. 현과장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요이키라니. 지옥의 죠커라니. 도대체 정상적인 추리는 할 생각이 없는 걸까. 아니, 상대를 정상적으로 볼 생각도 없는 걸까. 현과장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모든 사건은 명명백백합니다. 검은 코트의 당신!”


고난이 현과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검은 코트의 당신이라. 색맹에도 정도가 있지, 핑크 밴투맨 티셔츠와 빨간 트레이닝복을 보고 검은색이라니. 현과장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자자,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랄까나. 이제 현과장이 범인을 잡을 거랄까나.”


오직 채야만이 현과장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현과장이 범인을 단정할 만한 그런 추리를 했었던가?


“범인은 저 사람이야.”


이런 나의 생각이 무색하게 사람을 지목하는 현과장.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 끝에는 범인이 서 있었다.


“얼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나쁜 짓이야, 요이키.”

“검은 코트의 당신! 당신은 탐정의 자격도 없는 파렴치한입니다!”


그런 현과장을 향해 맹비난을 서슴지 않는 두 사람. 채야도 이런 현과장의 추리에 약간은 실망한 것인지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때,


“에잇, 들켰다!”


친절하게 자신의 입으로 자백까지 하고 도망치는 범인. 순간, 고난과 킴전일 그리고 채야의 얼굴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잡아야 한다랄까나!”


채야의 외침에 무작정 범인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그러나 날쌘 범인은 요리조리 사람들의 손을 피하며 식당 주변을 맴돌았다. 아니, 왜 식당 주변을 맴돌까? 그냥 도망치면 되잖아. 도대체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 정상인은 없는 거야? 현과장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현과장이 현실과 씨름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사람들 손에 붙잡힌 범인.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이 사람 혼자 저지른 게 아니야. 공범이 있지.”


잡혀온 범인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을 내뱉는 현과장. 그러자, 그 엄청난 두 탐정이 마치 먹잇감에 달려들 듯 현과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건 당신 아닙니까, 요이키? 그러니까 범인을 지목할 수 있었죠!”

“검은 코트의 당신, 당신은 인간의 도의도 저버린 파렴치한입니다!”


현과장은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인간들이 탐정이라니. 화살이 날아오는 순간만 잘 생각해 봐도 공범의 존재가 누구인지 확실한 것을. 현과장은 멍청한 두 탐정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지경이었다. 역시 가짜는 가짜다. 모조품이 진품을 이길 수는 없다. 현과장은 이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럼 현과장 공범이 누구일까나?”

“한 사람 밖에 없잖아. 범인과 공조해 화살을 날릴 시간을 만들어 줄 사람.”


현과장의 말이 끝나자, 채야의 시선이 단 한 사람을 향했다. 현과장의 시선 또한 그 사람을 향했다. 두 짝퉁 탐정은 여전히 현과장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제가 그랬단 말씀이십니까? 제가 왜?”


엄숙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식당에 깔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대장장이의 집사인 지입스아. 그는 전혀 무너지지 않고 현과장을 천천히 노려보았다.


“저는 그럴 일을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요, 당신 밖에 없어요.”


지입스아의 말을 짧게 부정한 현과장은 이내 고개를 돌려 채야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와서 두 가지는 확인했지만, 하나 확인 못한 곳이 있잖아. 그게 어딜까?”

“어디일까나?”


채야의 말에, 곧바로 지입스아를 바라보는 현과장. 그의 대답을 들은 채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씨앗 연구실.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왜 채야가 씨앗이 아닌 추리에 관심을 보일까하고. 채야의 최고 관심사는 요리와 농사인데.”

“아... 맞다랄까나.”


채야는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과장은 지입스아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 그를 노려보았다. 둘 사이에 번져가는 긴장의 난기류. 이윽고 현과장은 지입스아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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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4 23.06.12 24 3 12쪽
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4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3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3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4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4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2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1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3 3 12쪽
»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2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7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5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5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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