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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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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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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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DUMMY

그런데, 현과장의 표정이 아리송하다.


“호, 호떡?”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터져 나온 그 음식 이름, 호떡.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현과장을 향했다.


“뭐야, 이번엔 성공이야?”


제일 먼저 현과장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알딘. 어쩌면 그나마 제일 정신이 멀쩡한 그였기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중독현상에 빌빌거리고 있었으니까.


“호...떡인데. 이게 좀 애매한데...”


현과장은 고개를 숙였다.

호떡. 대한민국 시민들의 국민 간식... 이라고 하기엔 붕어빵 보다 파는 곳이 적어서 조금은 접하기 힘든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 붕어빵은 식으면 맛이 떨어지는 반면, 호떡은 식어도 맛있다.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붕어빵 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현과장이 걱정한 건 이 부분이 아닌, 바로 종류.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신을 꽤한 붕어빵에 비해, 변화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호떡. 길거리에서 호떡 장수는 보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재례 시장에 가야 겨우 만날 수 있을 정도니까.


“우선 좀 만들어 와야겠네. 저 인간들 살려야 하니까.”


짤막하게 말을 마친 현과장은 고개를 돌려 거실의 널브러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완전히 중독 증세 말기에 접어든 세 사람과 두 마리. 키토와 리코 마저 눈물을 흘리고 엎드려 있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그는, 단번에 부엌으로 달려갔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쟁반가득 호떡을 구워온 현과장. 그가 실고 온 고소한 냄새에, 거실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사람을 맞은 좀비 때처럼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이 정도야?”


알딘은 주변 사람들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이런 비아냥에도 전혀 아랑곳없이 현과장에게 달려드는 사람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호떡을 집어 들었다. 아비규환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이거다냥! 이거다냥!!”


호떡을 한입 베어 문 어흥선생이 거실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 감도는 생기. 눈동자 안에 가득했던 우울감이 마치 언제 있었냐는 듯, 눈 녹듯이 사라져 있었다.


“역시 현과장이랄까나~ 믿고 있었다랄까나~”


눈물을 머금었던 채야의 눈동자는, 이제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더는 우울하지 않았다. 더는 슬프지 않았다. 그런데,


“제정신이야? 이런 정체도 모르는 음식이 맛있다는 거야?”


제일 기대했던 갓패치가 인상을 찌푸리며 딴지를 걸었다. 하긴, 이 인간은 지난 붕어빵 능력 때도 그랬다. 그래, 의심과 거부가 없으면 갓패치가 아니지.


“그럼 안 먹을 거야, 갓패치?”

“제정신이야, 현과장? 누가 안 먹는데?”


“갓패치는 의심의 눈초리를 장착한 채로 호떡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입 안에 살며시 퍼지는 달큰한 향기. 시나몬, 아니 계피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쫄깃함까지. 견과류에서 나오는 고소함이 호떡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젠장! 제정신이야! 이건 붕어빵 보다 맛있잖아!!”


갓패치의 눈이 완전히 돌아갔다. 그 모습에 두 귀를 쫑긋 세우며 달려드는 키토. 리코도 잠자코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키토님, 리코님은 그거 아니야. 부엌에 따로 만들어 놨어.”


현과장은, 호떡 쟁반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두 귀염둥이를 잡아서, 그대로 부엌으로 걸어갔다.

이런 난장판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알딘. 그에게도 살며시 궁금증이 생겼다. 아니 얼마나 맛있으면 이렇게 자아를 잃어버린 채로 음식에 달려 드는 것일까. 이건 ‘음식을 먹는다.’라는 표현보다, ‘음식을 때려 넣는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양손 가득 호떡을 집었으면서도 더 집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 사람. 그의 마음속, 궁금증과 두려움이 동시에 싹텄다.


“알딘 님은 안 먹어요?”


어느새 키토와 리코에게 호떡을 내준 현과장이, 이번엔 알딘의 근처로 와 호떡을 내밀었다. 모락모락 따끈하게 올라오는 김. 반지르르한 호떡의 표면. 생소한 음식이긴 하지만,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건 확실했다. 그의 침샘이 요동을 쳤으니까.


“머, 먹어도 될까?”


순간, 알딘의 시선이 게걸스러운 세 사람을 향했다.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던 알딘. 음식을 먹으면 자신 역시 정신 나간 세 사람마냥 눈동자가 돌아갈까 봐 무척 조마조마했다. 그러자,


“하루에 한 번만 먹으면 저렇게 되지는 않을 걸요.”


알딘의 걱정을 의식한 모양인지, 나직이 말을 건네는 현과장. 그의 말에 알딘은 용기가 생겼다.


“그럼 먹어보도록 하지!”


그는 현과장이 건넨 호떡을 용맹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그의 입안에 펼쳐진 신세계. 그의 머릿속에서 의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정녕 이 음식이 인간의 음식일까.

왜 난 이것 비슷한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는 건가.

호떡에 비하면 집사람의 음식은...

어헛! 거기까지! 그런 생각하면 결혼 생활이 힘들어진다고.

어쨌든, 호떡 한입에 천국을 맛본 알딘은 세 사람이 들고 있는 호떡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졌다. 이상하게 그들이 이해가 되었다. 마치 좀비처럼 이성을 잃어버린 그들이.


“와, 이거 너무 맛있는데.”

“딱 하나만 드세요. 더 먹으면 저 사람들 꼴 나니까.”


현과장의 충고를 들었지만, 알딘은 참을 수가 없었다.

단 10분 만에 사람이 무너지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도무지 호떡을 향한 마음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와! 못 참겠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그러니까 저렇게 된 거죠.”


현과장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호떡, 아니 자신이 만든 디저트가 좋을까. 맛있는 건 자신도 인정하지만, 그 정도까지 미칠 음식은 아닌 것 같은데. 현과장은 이런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였다.


“여기에 뭐 넣으면 안 될 가루라도 넣었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이토록 환장할 리 없다. 잔뜩 의심서린 눈동자로 현과장을 바라보는 알딘. 그러나 현과장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밀가루도 안 들어갔는데요.”


알딘은 또 한 번 놀랬다. 아니, 중독성이 제일 강한 밀가루도 안 들어갔다고?!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거야? 알딘의 눈이 번뜩였다. 마치 마음을 굳게 먹은 것처럼.

이어서, 세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알딘. 그 역시 세 사람과 마찬가지로 양손 가득 호떡을 집어들고서, 입 안에 때려 넣었다.

그렇게 새로운 중독자가 만들어지고야 말았다.


***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땅 바닥에 널브러진 네 사람과 두 마리.

조금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의 우울증이 날아간 점과, 알딘 역시 대자로 뻗어있다는 점이었다.


“먹었으면, 이제 대책을 세워야지.”


거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흔들어 깨우는 건, 다름 아닌 현과장. 지금까지 꿈에서 봤었던 일들이 전부 현실이 되었기에, 그는 다가올 일들이 살짝 겁이 났다.

머리를 물었던 키토.

쓰러진 리코.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은화.

어흥선생의 쪽지와 숫자.

그의 머릿속에 단단히 박힌 그 장면들은 모두 현실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종이들. 현과장은 그 장면이 너무나 무서웠다. 어흥헌생의 말에 따르면 종이 적혀 있던 그 숫자는 용자를 나타내는 거울수. 그 숫자가 적힌 종이가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졌다면, 그만큼 용자가 많이 온다는 것은 아닐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니까. 용자들이 엄청 많이 몰려올 지도 모른다고!”

“몰려오면 현과장이 전부 상대하면 된다냥.”


현과장의 걱정에, 어흥선생은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편한 소리를 내뱉었다. 세상 행복한 그 목소리에 벌컥 화가 난 현과장. 그는 누워있는 모두를 바라보며 단단히 하난 목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다시는 디저트를!”


현과장이 목소리를 더 높이려는 순간, 화들짝 놀라 그의 앞으로 달려오는 네 사람과 두 마리. 그들의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잠깐, 잠깐! 잠깐! 그건 아니지, 제정신이야? 그런 걸 걸면 안 되지!”

“현과장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야한다냥!”

“난 인정 못 한다랄까나. 디저트는 현과장 디저트가 최고랄까나!”


제각각 목소리를 높여 현과장의 발언을 막는 어흥선생, 갓패치 그리고 채야. 알딘은 현과장을 향해 무릎까지 꿇었다.


“내가 미안하다니까. 그러니까 호떡은 놔둬.”


현과장은 알딘의 비굴한 모습에 순간 멈칫했다.

디저트 능력의 등장 확률이 조정되면서 이런저런 부분이 바뀐 것을 깨달았던 현과장. 전반적으로 디저트 능력의 수치가 상향 되었을까. 디저트 중독 증상이 빠르게 나타났다. 그것도 단 한 번의 시식 만에.


“이렇게 빨리 중독되면 안 되는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알딘을 바라보는 현과장. 그러자, 알딘은 마치 괜찮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너무나 당당하게.


“나 중독 안 됐어! 걱정하지 마!”

“아닌 거 같은데요.”


현과장은 알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채야도 어흥선생도 고개를 저었다. 알딘에게 관심이 없던 리코와 키토도 함께.


“그럴 리가. 난 호...”


알딘은 호연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놓았지만, 몇 글자 못 가 그대로 끊어지고 말았다.


“인정해라냥.”

“잠깐만 있어 봐! 난, 호떡, 안...”


어흥선생의 말까지 자르며 다시 외친 알딘이었지만, 그의 입과 마음은 결코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치겠네! 안 먹어, 안 먹는다고! 호떡 안...”


거짓말이라도 외치고 싶었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단어들. 알딘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어흥선생 나 왜 이러는 거지?”

“이유는 없다냥. 단지 호떡이 좋아진 것일 뿐.”


어흥선생은 알딘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살며시 다독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알딘. 밀가루도 들어가지 않은 음식에 자신이 매혹당했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되지가 않았다. 감히 밀가루 프리인 음식 따위가, 밀가루 프리인 음식 따위가!


“인정 못 해! 밀가루가 안 들어갔다고! 그런데 중독되었다고? 못 끊는다고?”

“설탕은 많이 들어갔는데.”

“현과장,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문제는 밀가루라고!”


현과장을 향해 윽박을 지른 알딘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나, 알딘 발세르는 호떡을 아...”


역시나 이어지지 않는 단어들. 알딘은 오기를 부리며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호떡을 아...!”

아무리 애를 써도 거짓말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러더니 결국,


“호떡을 아... 주 좋아한다!”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린 진실의 소리. 알딘은 그대로 좌절하며 무릎을 꿇었다. 밀가루도 없는 음식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이 정도라면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그런 알딘의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묘책을 떠올린 현과장. 그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했다.


“그럼 비겁하게 가보실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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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3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3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4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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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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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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