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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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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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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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DUMMY

그리고 다음 날.

여왕을 억지로 끌고 아동 심리전문가를 찾아간 현과장과 일행. 성밖마을의 제일 높고 큰 건물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여왕의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 사십 년이요? 대기만 사십 년이라고?”


인생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 법. 안내원이 전한 황당한 현실에 현과장과 사람들은 기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40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건 무엇 때문일까. 상담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40년은 너무한다냥. 그 사이에 아이가 청년이 아니라 중년이 된다냥.”

“사실... 지금 박사님이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서...”


안내원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프로젝트이기에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리는 걸까.


“무슨 프로젝트일까나?”

“그게... 그게...”


안내원은 눈치를 살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어흥선생의 눈치를.

그렇다는 건 어흥선생과 관련이 있는 프로젝트라는 말인데. 정작 어흥선생은 전혀 가도 잡히지 않는 것인지, 연거푸 고개만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때,


“데빌 위딘 프로젝트일 것 같습니다만.”


어흥선생을 향해 사뿐히 날아온 여왕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어흥선생은 반사적으로 고양이귀머리띠를 벗어들고 안내원 앞으로 진격했다. 흰 한복이 하얀 정장으로 변해가자, 식겁하는 안내원과 대기하는 상담자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황급히 보호자의 뒤로 숨고야 말았다.


“저, 저게 빠른 환복의 비결?!”


그러나 현과장, 생각하는 쪽이 남다르다. 어흥선생에게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아니라 오로지 환복에만 신경을 쓰다니.


“그대들의 주인은 지금 어디 있나.”


어흥선생의 엄숙한 목소리가 건물 로비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어흥선생을 향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안내원들. 그런 상황에 어흥선생의 얼굴은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굳어지는 얼굴만큼이나 그의 주변에서 스멀스멀 뻗어나가는 어둠. 그 어둠은 거침없이 안내원들의 다리를 타고 얼굴을 향해 진격했다. 그런데,


“정말 이게 비밀이었단 말이야?”


사태의 심각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어흥선생의 곁으로 다가온 현과장. 그는 고양이귀머리띠를 빤히 쳐다보더니, 냉큼 빼앗아 어흥선생의 머리에 씌웠다.


“뭐하는 거냥! 지금 완전 심각하다냥!”

“어! 정말 변했다!”


변한 말투만큼이나 빠르게 한복으로 환복 된 어흥선생. 그는 매서운 눈초리로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릴 것만 같은 시선으로 말이다.


“그렇게 화 내지마. 어차피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른다니까. 이름 적고 안내하는 사람들이 뭘 알겠어.”

“그래도 알건 안다냥.”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훗, 나 명탐정 현과장의 추리는 이렇지. 어흥선생이 이렇게나 끔찍이 싫어하는 프로젝트를 아무에게나 알려줄 리 없다고 말이야. 혹시 어흥선생에게 쪼르르 달려가 밀고라도 하면 어떡해. 그래, 배신.”


배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여왕을 살짝 바라보는 현과장.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잘 아는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나 같으면 혼자만 알 거 같은데.”


일 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현과장은 지난 추리 때 조금, 아니 엄청 크게 빗나가지 않았던가? 맞힌 건 범인들 뿐이었잖아.


“현과장의 말이 맞는 거 같다냥. 역시 명탐정이다냥.”


아니, 아니, 아니! 현과장은 저번에 엉터리 추리를 했다고! 어흥선생, 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돼!


“난 현과장을 믿는다냥!”


내 간곡한 외침도 무시한 채로 그냥 현과장의 향해 귀를 기울여버리는 어흥선생. 그는 스스로 조수 역할을 자처하는 것처럼 현과장의 옆에 섰다. 그런데,


“그 자리는 어흥선생의 자리가 아닐까나. 조수는 나일까나.”


어느새 다가와 현과장의 옆에 서 있던 채야. 어흥선생과 채야 사이에서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여러분. 이번 에피소드는 추리가 아닙니다요. 여왕의 버릇고치기와 버릇을 고치기 위해 「데빌 위딘」 프로젝트를 파헤치고... 아, 프로젝트를 파헤치려면 어느 정도 추리를 하긴 해야 하네.

그런데 데빌 위딘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 같은데...


“그런데 데빌 위딘이 뭐야?”


격렬한 눈싸움 중인 채야와 어흥선생 사이로 불쑥 끼어 든 현과장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어흥선생. 마치 많은 비밀을 아는 듯한 그는 채야와의 눈싸움도 팽개치고 황급히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장면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현과장이 아니다.

도망치듯 떠나는 어흥선생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현과장. 덕분에 볼썽사납고 남사스러운 장면이 건물 안에서 연출 되었다.

바지를 내리는 현과장과 바지춤을 올리는 어흥선생.

내리고 올릴 때마다 현과장의 얼굴이 어흥선생의 그 부위에 턱턱 부딪혔다.

로비에 앉아있던 보호자들은 아이들의 얼굴을 가리기에 급급했고.

여왕과 채야는 반사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잠깐! 이거 BL물 아니라고! 갑자기 왜 이런 노선을 타는 거야?!


“현과장, 이거 놔라냥!”

“못 놓지! 다 해줄 때 까진 못 놓지!”


현과장, 말이 좀 이상하잖아. 해준다니 뭘 다 해줘? 지금 정황상 그런 단어를 쓰면 안 된다고!

그러나 이런 나의 걱정과는 정반대로 두 사람의 실랑이는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 난 왜 잊고 있었을까. 인생 생각하는 대로 쉽게 흘러만 가지 않는 거잖아. 이 또한 지나 갈 거야. 그래, 지나 갈 거라고.

지나가기는 개뿔! 아직도 저 지랄중인데! 무슨!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건물에서 나와 집에 돌아가는 도중 내내 그 몹쓸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는 좀 즐기는 듯한 두 남자, 아니 두 변태의 표정. 상황을 즐기는 건지, 아니면 주변의 시선을 즐기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좀 놔라냥! 집에 다 왔다냥!”

“쉽게 못 놓지! 빨리 하라니까!”


아니, 말을 그따위로 하면 사람들이 오해해요, 현과장! 뭘 빨리해, 뭘?! 목적어 설정을 잘 하라고!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면서 집으로 도착한 어흥선생과 현과장. 그들의 한 발치 뒤에서 다른 일행들이 눈살을 찌부리며 따라 들어왔다.


“제정신이야? 그 짓을 오는 내내 해?”


갓패치,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 정확히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거라고 말해야지.

어흥선생 빨리 전해. 내 말을 전하라고.


“미안하다냥. 그렇게 됐다냥.”


아니! 여기서 인정하면 어떡해?!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게 되잖아! 부정하라고! 부정! 누가 봐도 그런 장면은 아니었잖아, 안 그래?


“현과장, 덕분에 좋은 운동이 되었다냥.”

“나도 특이한 경험이었어, 어흥선생.”


운동? 특이한 경험? 그래 틀린 말은 아닌데,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아, 모르겠다. 난 아무 것도 모르겠다.


“데빌 위딘, 그거 정신 융합 다이브 머신이다냥.”


아니, 어흥선생 지금 제정신인거야? 지금 그걸 말한다고? 이 상황에서?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아직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은 이 상황에서?!


***


「데빌 위딘」 프로젝트.

마음속의 악마를 제어하기 위해 어흥선생이 제안한 정신 개조 계획.

미우, 아니 여왕으로부터 큰 배신감을 느꼈던 그는, 이 모든 것은 마음속에 깃은 악마의 탓이라 생각했다. 그래, 현실 도피였다. 당시에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그녀를 찾아가 큰 분노를 터뜨릴 것만 같았으니까.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어흥선생과 함께 머리를 맞대었다. 깨끗한 원더랜드를 위해서, 그리고 왕권 수복을 위해서.

그런데, 나 지금 왜 이걸 설명하고 있는 거야?

이야기를 누가 끊은 거지? 난 아직 어흥선생에게 할 말이 많다고!


“그러니까, 나쁜 마음을 제어하려고 만든 프로젝트라고?”


현과장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내가 「데빌 위딘」을 설명한 사이, 어느새 차려진 다과 한상. 그 짧은 시간동안 어흥선생도 현과장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풀어 놓은 모양이었다.


“처음은 그랬다냥.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얼마나 오만했던 건지 깨달았다냥.”


어흥선생의 목소리에 가득 담긴 후회. 그러나 그 감정만큼이나 많은 호떡이 그의 입 안에 그득히 담겨 있었다.


“후회하는 사람 치고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야?”

“시, 시끄럽다냥! 먹고 운동하면 된다냥! 오늘 저녁에도 미드나잇 클럽이 예약 되어있다냥!”


자신도 지금의 모습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일까. 그는 현과장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호떡을 집어 들었다. 웬만하면 잔소리 때문이라도 그만 먹을 듯한데, 거침없이 호떡을 베어 무는 어흥선생. 이 집 사람들은 호떡에 진심인 정도가 아니라, 그냥 미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 뭐가 오만했는데? 이야기를 왜 하다가 끊어? 호떡 더 안 준다!”

“치사하다냥! 먹을 거로 위협하는 건 악당들도 안 한다냥!”


어흥선생은 매섭게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싸늘하게 식은 거실의 분위기. 비단 어흥선생의 눈초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왕과 채야, 그리고 갓패치. 거기에 두 귀염둥이들의 시선도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있기 때문이었다.


“농담이지, 농담. 아니 내가 호떡을 안 만들겠어? 그렇지 않아?”


이내 현과장은 너스레를 떨며 모두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리 분위기를 읽지 못 하는 그라고 할지라도, 위협은 구분 못 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다냥. 우린 그냥 이 프로젝트를 덮어두기로 결정했다냥.”

“덮어둔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된 거라고?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야기를 전부 들은 현과장은, 턱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된 것일까. 이 정도의 정보로는 아무 것도 추리할 수 없었던 현과장. 그는 직감했다. 아직 어흥선생이 자신에게 말하지 못한, 아니 전하지 않은 중요한 부분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어흥선생,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숨기는 거 없다냥.”


담담한 그의 목소리에 비해, 현저히 느려진 그의 손놀림. 이내 그는 손에 잡고 있던 호떡을 내려놓았다. 후회 가득한 목소리를 내어 놓았을 때도 호떡을 놓지 않았던 그가 이렇게 간단히 호떡을 내려놓는다고? 그래, 누가 봐도, 아무리 눈치가 없는 인간이 봐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흥선생이 마음속에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요간의 만행과 여왕의 버르장머리도 아직 해결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완전 다른 에피소드를 끌고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런 걸 논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발등 위에는 더 큰 불이 떨어져 있으니까.

바로 『현과장 인 원더랜드』100화 달성.

뭐, 많은 분들이 그렇게 기대는 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름 100화니 100화 기념 에피소드를 준비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래, 그러니까 다음 에피소드는 『현과장 인 원더랜드』특집, 공포 에피소드 「데빌 위딘」

너무 무서워 지릴 지도 모르니, 기저귀 잊지 마시길. 일단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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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역모 23.06.13 23 3 11쪽
103 103.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4 23.06.12 24 3 12쪽
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4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3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2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3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4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2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1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3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1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7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5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5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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