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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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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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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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DUMMY

다시금 하루가 시작됐다.

이번이 몇 번째 월요일인지 모르겠다. 점심이 지나면, 아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시작되는 하루. 마치 루프물 속 주인공처럼 난 하염없이 같은 일상만 반복했다. 그나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 어때?”


점심 메뉴가 김치찌개로 고정이 되었다는 점일까.

그 외에는 전부 엉망진창이었다. 주변 상황도, 내 모습도, 그리고 그 몸에 깃든 내 정신도.


“현민석 과장 빨리 나와, 안 나오고 뭐해?”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세상이기에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질 않는 것일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내 진짜 이름이 부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적이 없었다. 단 한 차례도.


“갑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내 몸은 왜 이런 허무맹랑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지. 지금 이 몸에 내 의지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김치찌개를 외쳤었던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마치 영화관의 관객처럼, 난 그냥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려오는 것을 듣고 있을 뿐. 내 의지는 결코 이 몸 안에서 살아 움직이지 않았다.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어? 월요일 아침부터.”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늘어놓는 사이,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 지긋지긋한 월요일이.


“현민준 과장, 오늘은 김치찌개 어때?”


역시나 부장의 입에서는 잘못된 내 이름이 튀어 나왔다. 그런 그렇고 왜 이렇게 김치찌개에 집착을 하는 거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왜 내 몸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걸까.

뭐가 잘못된 거지? 뭘 놓친 거지? 이 상황들이 도대체 나에게 뭘 말하려는 걸까?

생각은 생각을 낳았다. 혼란은 혼란을 야기했다.

그래, 잘못되어있다. 하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걸까? 설마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정상적인 세상에 나만이 미쳐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라고 확신 할 수 없었다. 세상은 마치 그렇다는 듯 나를 이끌었으니까.


“현유진 과장, 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월요일 아침부터.”


어느새 다시 시작되었다. 그 월요일이. 잘못된 이름과 함께.

이제 내 이름도 가물가물했다. 내 이름이 뭐였지? 현동화? 현우진? 현정신? 아무렴 어때, 어차피 부장은 김치찌개나 먹자고 하겠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


어흥선생은 욕조에 반쯤 잠긴 현과장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 가득한 걱정과 근심. 그의 표정은 비단 현과장의 상태만을 걱정하는 것처럼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뭘 걱정하는 걸까나? 위험하면 그냥 꺼내면 되지 않을까나?”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냥. 성급히 꺼냈다간 뇌가 타버린다냥. 호떡이 날아간다냥.”


역시나 그의 머릿속은 오직 호떡. 호떡의 저주에 완전히 붙들려버린 어흥선생다운 걱정이었다.


“지금 현과장은 아마 시스템 안에서 세뇌를 받고 있을 거다냥. 데빌 위딘의 방어기재다냥. 데빌 위딘 안으로 들어가려면 세뇌당해야 하지만, 세뇌당하면 정신이 그대로 먹힌다냥. 그럼 현과장은 현과장이 아닌 존재가 된다냥.”


현과장이 아닌 존재라는 말에, 모두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세뇌를 당해야 작전을 진행 할 수 있지만, 세뇔ㄹ 당하면 오히려 작전이 끈바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제정신이야? 그럼 세뇌를 당해야 한다는 거야, 말아야 한다는 거야?”

“간단하다냥. 당했다 풀어야 한다냥.”


갓패치의 말에 답한 어흥선생은, 지체하지 않고 현과장과 연결된 기계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기계 앞 콘솔 키보드에 뭔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가는 어흥선생. 얼핏 보기에 프로그램의 코드같이 보였다.


“구형이라 좀 시간이 걸린다냥.”


이윽고 DOS컴퓨터마냥 이상한 기계음을 내며 움직이는 기계. 그러자 그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히자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야와 갓패치는 그저 고개만 기울일 뿐. 키토와 리코도 궁금증 가득한 눈동자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궁금증에 화답하듯 입을 여는 어흥선생. 그의 목소리는 힘차고, 또 담담했다.


“이게 도움이 될 거다냥.”


***


여기는 어디일까.

분명 식사를 하러 나왔는데, 내 몸은 식당이 아닌 이상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도심을 지나, 거대한 저택 앞에 도착하게 된 나와 부장. 분명 많은 사람들이 같이 왔었지만, 지금 내 주변엔 오직 부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렴 어때, 모두 회사로 돌아간 모양이지.


“현만추 과장, 김치찌개 어때?”

“네, 좋습니다.”


김치찌개 좋지. 언제나 먹던 그 음식 아니야. 난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그런, 바로 그때.


[따르릉!]


갑자기 울리는 내 핸드폰. 그런데 나에게 핸드폰이 있었던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현과장 안 받고 뭐해?”

“네, 부장님.”


부장의 말에 난 아무런 의심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음성도 들려오지 않았다. 전자 계집의 그 흔한 인터넷 권유 메시지도.


“뭐해? 끊어.”

“네, 부장님.”


그의 말에 자연스럽게 손이 내려갔다.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니다. 허락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잠깐, 지금 내가 뭘 하는 거지? 바로 그때였다. 다시금 핸드폰이 울린 것이.


[따르릉!]

“여보세요.”


내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그런데,


“현과장, 왜 그 전화를 받아?”


이런 내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부장. 그런 그의 얼굴이, 난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네? 그야 전화가 와서...”

“전화? 무슨 전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손에서 사라진 핸드폰. 부장의 얼굴도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예전 그때처럼.

잠깐, 예전 그때라고? 이 경험이 두 번째가 아니라는 말인가? 난 도대체 뭘 잊고 있는 걸까?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것처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부장은 나에게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흘러내린 그의 살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떨어진 살점들은 바닥을 타고 내 쪽으로 스멀스멀 다가왔다.


[따르릉!]


바로 그 순간, 다시금 들려온 전화 벨 소리. 그 소리는 다름 아닌 거대한 저택에서 방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전화를 받아야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느낌적인 느낌, 느낌이.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내 몸이, 그제야 말을 듣기 시작했다. 녹아내린 부장이 내 몸을 집어삼키려던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말이다.

난 앞뒤 생각 없이 무작정 저택을 향해 내달렸다. 목숨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멀리서 들려오는 저 전화 벨 소리에 응대를 해야만 한다는 일념 하나로.


그렇게 도착한 거대한 저택.

입궁 들어서자, 저택 로비의 탁자에 오래된 전화 하나가 우렁차게 울리고 있었다. 난 망설일 시간 없이 그대로 수화기를 들었다. 내 목적은 단 하나 이 전화를 받는 것이었으니까.


-이야, 지금 연결됐다냥!-

“어흥선생?”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이름이었다. 분명 기억에는 없는 존재다. 어흥선생이란 남자는.

잠깐, 남자라고?


-이건 직접적인 통화가 아니라, 시스템을 이용한 내용전달일 뿐이다냥. 세뇌는 잘 풀렸냥?-


세뇌라는 그의 말에, 머릿속의 한 부분이 맑아진 느낌이었다. 세뇌라니. 무슨 이유 때문에 날 세뇌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이 목소리가 안심이 되는 걸까.


-아직 얼떨떨할 수 있다냥. 어쩔 수 없다냥. 데빌 위딘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뿐이었다냥.-

“기억이 전부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

-그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머릿속에 잠긴 기억들이 풀릴 거다냥.-


기억이 잠겼다고?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입밖으로 내려던 순간,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수화기. 그러자, 수화기 속 목소리에서 엄청나게 다급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눈치챘다냥! 하나만 명심해라냥! 기억을 풀고 마지막을 완수해라냥!-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녹아내려버린 전화기.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선택지는 없었다.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무슨 말을 들은 것만 같았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지? 기억? 완수? 조금 전 활짝 걷혔던 머릿속의 안개가 더욱 진하게 기억 위로 내려왔다. 이제는 내가 왜 저택에 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나 무섭다. 제발 누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줬으면.

날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줬으면.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서 있는 건지 앉아있는 건지 구분조차 서지 않는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현과장, 거기 멍하니 서서 뭐해?”


익숙한 목소리. 그래 다른 건 기억나지 않았지만, 단 한 가지 이 사실만은 기억이 났다. 언제나 날 챙겨줬던 이 목소리. 바로 회사의 부장님.


“현과장 오늘 점심 김치찌개 어때?”

“좋습니다, 부장님.”


나는 내 앞에 다가와 손을 내민 그를 향해, 빙긋이 웃었다. 안도의 미소였다. 누군가 날 찾아줬다는 안도의 미소. 그런데,


[푸욱!]


그 순간 내 몸을 향해 날아온 보랏빛 칼날. 중식집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식도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슴 한 가운데에 칼이 날아와 꽂혔지만, 전혀 아프지가 않았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부장님... 저...”

“현과장, 오늘 점심 김치찌개 어때?”


내 가슴에 꽂힌 칼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는 같은 말만 계속해서 내뱉었다. 마치 고장 난 카세트테이프처럼.

그러는 사이, 보랏빛 칼날에서 나온 독이 점차 내 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보랏빛 액체가 독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그리고 난 왜 멀쩡한 거지? 이렇게 칼이 박혔는데.

칼에서 흘러나온 독이 목을 지나 점점 머리 위로 올라왔다. 이대로 가면 난 죽는 것일까. 어쩌면 이렇게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 죽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 안 죽잖아. 아니 못 죽잖아. 마법의 샘물을 너무 먹어서나 못 죽는데.

지금은 비록 꺼져있지만 켜지기만 하면 무적인 신의 방패도 있고.

여차하면 도와줄 어흥선생도 있고!

귀여운 키토님와 리코님도 있고!

음식 잘하는 채야도 있고!

말썽꾸러기 갓패치도 있고!

모든 기억이 안개를 뚫고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 머리에 완전히 퍼진 은화의 독과 함께.

기억이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 확실했다.

게다가 내가 왜 데빌 위딘에 들어온 건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너무나 위험하다.

기억을 찾아야만 한다. 기억을 온존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데빌 위딘의 시스템이 내 몸에 박힌 은화를 제거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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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역모 23.06.13 23 3 11쪽
103 103.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4 23.06.12 24 3 12쪽
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5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3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3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4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5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2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2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3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2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8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6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5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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