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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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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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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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DUMMY

정말이지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는 집안이다.

조금 전에 은화 관련 에피소드가 끝났고, 그 전에는 추리 에피소드가 끝났다.

그리고 그 전에는 늪 주인 이름 에피소드와 늪 주인 에피소드.

도대체 뭐 이렇게 에피소드가 많아? 그러다 현과장이 과로 걸려 앓아 누울 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현과장의 피로가 잠시 풀릴 틈도 없이.


“나 이러다 몸살 걸리는 거 아니야?”


현과장의 목소리에서 불안감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두 사람, 갓패치와 어흥선생. 그들은 현과장의 트레이닝 방향성을 두고 날선 토론만을 벌이고 있었다.


“제정신이야? 암살자는 암살자답게 민첩한 몸놀림이지! 체력따위를 키워서 어쩌겠다는 거야?”

“현과장이 원하는 건 암살자가 아니라 탱커다냥! 체력이 우선이다냥!”


탱커와 암살자를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두 사람.

사실, 현과장은 암살자인지 탱커인지 요리사인지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쉬고 싶었다. 요즘 일정이 너무나 빡셌으니까.


“암살자도 탱커도 내일부터 하면 안 될까? 이러다 나 죽는다고.”

“걱정하지 마라냥! 현과장은 안 죽는다냥! 붕어빵이 날아갈 뿐이다냥!”


틀린 말은 아니다. 현과장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경험하지 않는 것 또한 아니다. 그는 죽지 않을 뿐이다. 죽음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오롯이 겪고, 결국 죽었다가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뿐이다.


“아니, 이러다 나 과로사 한다니까!”

“제정신이야? 안 죽어, 안 죽는다고. 내가 붕어빵을 순순히 잃을 거 같아?”


이 말 또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갓패치가 현과장을, 아니 그의 붕어빵 기계를 쉽게 손에서 놓아 줄 리 없었다.


“그럼 당신들 회의가 끝나면 불러.”


현과장은 은화도 그 자리에 내팽개치고 그대로 일어났다.

도대체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사는 것일까. 어차피 귀횐용사의 꿈이 좌절 된 이상, 현과장에게는 그들의 모든 행동들이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현재, 그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 바로 휴식.

세상이란 벽에 부딪혀 숨이 턱턱 막힐 때.

자신을 너무 소모해 바닥이 드러났을 때.

이럴 땐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편이 현명하다.

현과장은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가 손에 들고 나온 건 커피&붕어빵.

그 순간, 그윽한 현과장의 커피 냄새가 거실에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앞만 보고 달려서, 바쁘고 바쁜 현대 사회.

사람들에게 치여서, 지치고 지친 우리 인생.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뒤를 한번 돌아보자. 아, 고개를 돌리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삶을 돌이켜 생각해 보자.

사실, 일주일 전 먹은 아침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과거를 떠올려 보자.

즐거운 시간들 보다 흑역사가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만 그래도 기억해 보자.

첫 고백의 두근거림. 첫 사랑의 풋풋함. 그리고...

아, 왜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걸까. 히힛.

아무튼! 과거를 돌아보자!

모두들 느꼈겠지만, 그래 전부 쓸데없는 짓이다. 과거를 뒤돌아본다고 피로가 풀리는 건 아니다. 그냥 머리만 더 아파올 뿐.

생각에 잠겼던 현과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한 순간이라도 빨리 피로를 푸는 것이 우선 과제. 그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 붕어빵을 한 입에 털어 넣더니 그대로 방으로 향했다.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자야한다.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자야한다. 그런데, 조금 전에 먹었던 게 뭐였더라? 아! 커피! 그리고 커피에 많이 함유된 것은 뭐? 바로 카페인! 젠장, 잠 들긴 글렀다.

현과장의 두 눈이 붉게 충혈 되었다.

아니, 세상 어느 누가 잠 들기 직전에 커피를 입 안에 때려 넣을까. 게다가 이도 안 닦았어! 자는 내내 텁텁하게!


“젠장! 젠장! 젠장! 머릿속에 누가 있는 거 같잖아!!”


현과장은 두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너무 피곤해서 환청이 들리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내 목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내 이야기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현과장의 인상은 몰라보게 구겨졌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긴 하다. 모든 행동을 하기 전에, 머릿속 소리 없는 음성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설명해 주는 그런 상황이. 아, 아니라고? 그런 적 없다고? 어쩌면 직업병인지도 모르겠네.

여하튼! 그 목소리가 끈질기게 그를 괴롭히는 모양인지, 현과장은 침대에서 일어나 가시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아직도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젠장, 커피를 마셔서 잠이 안 와.”


현과장의 칭얼거림에도 여전히 서로의 이야기만 주고받는 두 사람.

그래, 모든 사람은 힘들고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다. 지금의 현과장처럼.


***


“현과장, 우리 정했다냥! 이번 프로젝트 명은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다냥!”


어흥선생은 신난 표정으로 현과장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큰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없이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워있는 현과장. 그 모습을 마주한 어흥선생의 얼굴에, 작은 긴장감이 피어났다.


“왜? 안 일어나? 제정신이야?”


현과장의 목소리가 안 들려서일까. 갓패치도 현과장의 방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아니, 제정신이야? 「파리의 재벌아들」 상태라고!


「파리의 재벌아들」 상태.

몰입도 강하고 재미있었던 원더랜드의 대하드라마 「파리의 재벌아들」

하지만 그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건 꿈이었답니다.]라는 희대의 병X 크리티컬 엔딩을 선보여, 모든 이의 몰입도와 기대감을 한 순간에 박살내 버린 드라마였다. 나도 이 이야기만 떠올리면 손발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 만큼 배신감이 컸던 드라마다.

그런 이 드라마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파리의 재벌아들」 상태.

뜬금없이 갑자기 잠에 빠져 꿈나라로 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원더랜드에서는 주로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코마에 이런 표현을 쓴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도 잘 사용한다. 수업시간 꾸벅꾸벅 조는 학생이라든지, 아니면 첫날밤에 거사를 앞두고 잠든 신랑이라든지.


“이상하다냥. 너무 고요하다냥.”


어흥선생은 천천히 현과장에게 다가갔다. 마치 죽은 듯이 조용한 현과장. 낮게 들썩이는 그의 가슴 덕분에 죽지 않았다는 것을 겨우 알 정도였다.


“이상하기는! 제정신이야? 빨리 안 일어나? 혼자 커피랑 붕어빵 먹었잖아!”


갓패치는 두 눈에 불을 켜고 현과장의 앞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가 눈앞에 도착했음에도 전혀 미동도 없는 현과장. 그에게도 사태의 심각성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됐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냥.”


잘못된 것은 직감했지만, 전혀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두 사람. 그 둘은 현과장을 앞에 두고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다.


***


그럼 다시 꿈나라 속의 현과장에게 돌아가 볼까.

현과장은 눈앞의 어흥선생과 갓패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듣는 척도 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게 가족이라니. 순간 그에게 회의감이 밀려왔다.


“우와, 진짜 한번을 안 쳐다보네.”


불만을 바로 앞에서 토로해도, 눈빛한번 주지 않는 어흥선생과 갓패치. 그런 두 사람의 태도에 현과장은 혀를 내두르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와도 딱히 할 일은 없었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데 어찌 피로를 풀 수 있을까. 한참동안 방 안을 배회하던 그는, 구석에 있는 책을 집었다. 일반적으로 제일 부작용이 적은 수면제는 바로 책이니까.

현과장은 책표지에 적힌 책 이름부터 찬찬히 살폈다. 「누할으 졍떩」 누... 뭐? 다시 한 번 바라보자, 「수할으 정섥」으로 보였다. 이상한 것은 분명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지만, 그 의미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바로 그 뜻이 「수학의 정석」이라는 것을.

이 순간까지도 현과장은 의심 없이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거 수학의 정석 맞아?”


책을 펼치자 보이는 건 수학 문제가 아닌, 그가 좋아하는 웹소설. 귀환용사가 세계를 구원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게다가 문자는 깨져서 읽히지 않았다. 단지 그 깨진 문자로도 현과장에게 내용이 전달되었을 뿐.


“무슨 일이지?”


현과장은 그대로 손에서 책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자, 늪지대로 바뀌어 버린 방안. 늪의 정 가운데에 쓰러져있는 늪 주인이 현과장의 시선을 빼앗았다.


“리코님! 리코님!”


현과장은 늪 주인을 향해 달려갔지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마치 반대로 뛰고 있는 것처럼.


“뭐야?! 지금 나 왜 이래?”


현과장은 자리에 멈춰서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분명 자기 자신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3인칭으로 구석구석까지 보이는 현과장의 몸뚱이. 심지어 볼 수 없는게 정상인 자신의 정수리까지 전부 보였다.


“이게 뭐야? 나 왜 이래?”


현과장은 아직도 여기가 꿈속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글자를 못 읽어도, 갑작스럽게 장소가 바뀌어도 그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3인칭으로 보는 것에는 이상을 느끼면서도.


[폴짝!]


바로 그때, 현과장의 머리 위로 올라온 키토.

분명 보이지 말아야 할 키토의 모습이었지만, 현과장의 눈에는 또렷하게 보였다.

키토가 앞발로 얼굴을 긁는 것도. 그리고 키토가 그 튼튼한 이빨로 자신의 정수리를 뜯어먹는 것도.


“자, 잠깐만 키토님! 키토님!”


현과장은 몸서리치며 키토를 뿌리쳤다. 하지만 뿌리쳐도, 뿌리쳐도 다시 올라와 현과장의 정수리를 갉아먹는 키토. 그 황금빛 눈동자가 순간 수십 개로 보였다. 그의 작은 앞니가 수백 개로 보였다.


“뭐가 어찌 된 거냐고! 젠장!!”


현과장은 머리 위의 키토를 잡아 던지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갔다. 아직도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닌 꿈속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


어흥선생과 갓패치는 이젠 완전히 현과장의 방에 자리 잡고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채야도 현과장의 방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 심지어 놀러나갔다 돌아온 리코와 키토도 방에 들어와 현과장의 머리맡에 누웠다.


“왜 이런 걸까나?”


현과장의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채야가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도 모른다냥. 갑자기 이렇게 됐다냥.”

“젠장 진짜 「파리의 재벌아들」 상황이네.”


막막한 상황 속 그들이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현과장을 지켜만 볼뿐.


“그냥 한 번 죽여야 할까나?”

“제정신이야? 붕어빵은? 붕어빵은!”


갓패치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다. 그에게 있어서 붕어빵은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세상 가치 있는 능력이었으니까.


“잠의 귀신이 현과장에게 들러 붙은 것입니다만.”


창가 쪽에서 앳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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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4 23.06.12 24 3 12쪽
102 102.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3 23.06.11 25 3 12쪽
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4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2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2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3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2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4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4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1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1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2 3 11쪽
»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2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1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7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5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4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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