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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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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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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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2. 특훈의 결과

DUMMY

“그러니까. 왜 현과장이 제일 약하냐고. 제일 강해야 정상인데.”


알딘도 그 사실이 답답한 모양인지, 발을 동동 굴렀다.

붉은색의 전임자, 여왕도 「냉기」라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과장을 봐라.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커피 타는 능력.

그리고 언제 발동할지 모르고, 발동하면 엄청난 부작용을 동반한 행운과 불행.

있는 것만 못하는 최강의 능력 「시간의 생명」까지.

어느 하나 싸움에 도움이 되는 게 하나 없다.


“미치겠네.”

“그건 현과장이 할 말이 아닌, 원더랜드의 모두가 현과장에게 해야 할 말이다.”


시시각각 원더랜드에 위협이 다가오고 있지만, 현과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아마도 알딘에게 그나마 전투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 뿐이랄까.


“그럼 나 암살 수업 받아야 하는 거예요?”


현과장은 못 마땅한 현실이지만, 그대로를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런데,


“아니! 현과장은 너무 약해서 암살 수업조차 받을 수 없다!”


이런 현과장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알딘의 한 마디. 현과장은 밀려오는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심지어 충격을 받은 건 키토와 리코도 마찬가지.


“현과장은 죽지 않는 것을 빼면 그냥 인간! 은화의 주인인 것을 제외하면 그냥 사람! 넌 너무 약하다!”


알딘의 입에서 튀어나온 사실이 현과장의 가슴을 한 번 더 후벼 팠다. 절망감 위로 가혹한 현실이 그 묵직한 무게를 더했다. 차마 그가 고개를 들기도 벅찰 정도로.


“지금 시작하면 늦는다! 뭐 10년 전에 시작해도 늦었겠지만.”


알딘의 현실 공격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눈빛을 번뜩이며 현과장을 바라보는 알딘. 그 눈빛 덕분에 현과장의 가슴속에도 희망이 꽃피는 듯 했다.


“그건 그렇고. 훈련이 끝나면 두 귀염둥이하고 기념사진 좀... 안 될까?”


역시나. 이 인간의 마음에는 원더랜드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귀여운 동물뿐. 마치 어디에 사는 하얀 한복의 누구처럼.


“키토님과 리코님 컨디션 보고요.”

“그래! 그 정도는 나도 양보해야지!”


현과장의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인 알딘. 그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현과장의 은화를 빼앗아서 그대로 현과장의 가슴에 꽂아버렸다.


“지금 무슨...”

“최후의 방법이다. 「시간의 생명」에 맞기는 게.”


희미해져오는 의식과 함께, 그를 감싸고 있던 시간도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주변으로 뻗어져 나가는 무지갯빛 광선들. 전설급 특성이 또 한 번 당첨된 순간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현과장의 눈앞에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개행운과 초불행」을 얻었을 때 봤었던 그 글자들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공중에 떠다니는 글자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글귀에서 당혹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왜 또 온 거죠? 아니, 우리가 왜 만나게 된 거죠?】


마치 멈춰버린 듯한 시간 속, 글자들은 계속해서 그에게 질문했다. 대답은커녕 작은 소리조차 낼 수 없는 현과장에게.


【능력의 중복 확률은 0입니다. 그런데 중복이 되었다는 건, 당신 「개행운과 초불행」을 사용한 겁니까?】


그걸 마음대로 쓸 수 있었으면, 자신이 이런 고생을 했을까. 현과장은 글자가 내보이는 멍청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니, 잠깐, 내가 멍청하다고?

이번 에피소드에는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뭐? 멍청해?

이거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이거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나!

야! 나 작가야, 작가! 이 글, 『현과장 인 원더랜드』를 이끌어가는 작가라고!


【그런 눈빛은 예의가 아닙니다. 저도 실수 할 때가 있다고요.】


내 말에도 현과장의 눈빛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몹쓸 출연진 같으니라고! 넌 이 글 안에서 절대! 절대! 절대! 러브 라인은 없다! 생겨도 내가 다 망칠 거야!


【40년 모태쏠로가 건방지게.】


모태쏠로라는 말에 발끈한 현과장. 그의 눈빛에 증오가 일렁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오직 일방적으로 뚜드려 맞을 뿐.


【이번 일에는 제가 개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알아서 잘 하셔야 한다고요. 내말 알아 듣겠어요, 모. 태. 쏠. 로. 씨?】


그의 눈동자에 가득이 찬 분노. 그렇다고 뭘 어쩌겠어. 그냥 맞아야지.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때리는 것도 재미없으니. 이쯤에서 그만 두고 선물을 줘야겠다. 뭐, 운빨이건 능력이건 날 찾아온 건 칭찬할 만한 일이니까.


【아무튼, 현과장 당신은 전설급 능력에 또 한 번 당첨 되셨습니다. 그런데 아시죠? 전설급 능력은 「개행운과 초불행」 하나뿐이란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행운과 불행을 하나 더 획득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크게 쓸모가 있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그래서 다른 전설급 능력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왜냐고요? 그건 내 마음이지!】


현과장의 눈빛에 머물고 있었던 분노가 점차 황당함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 더욱 황당해 해라! 더욱 당황하란 말이다!

내가 느꼈던 그 얼토당토안한 감정들, 너희도 느껴보란 말이야!


【아,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잠재능력은 최고지만,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능력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 제일 쓸데없는 능력.

일반적 웹소설의 주인공들은 절대적인 능력의 보유자이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개그물에서 주인공이 강하면 어쩔 건데.

단 번에 정복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갈 거야? 개그물인데?

이미 100화 가까이 썼는데, 이제와 방향성을 틀자고? 먼치킨 귀환 판타지물로?

늦었다. 그건 이미 늦었다고. 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이야. 개그물이라는 깊고 넓은 강을.

내 신세 한탄은 이쯤에서 치워두기로 하고. 그럼 어떤 능력을 줘야, 현과장이 절망감과 함께 일말의 희망을 느낄까?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게서 해를 입지 않는 그런 능력. 아! 맞아 그런 능력이 있긴 있지!


【짜잔~ 결정했습니다. 약하디 약한 현과장에게 딱 맞는 그런 능력을!】


현과장의 눈빛에 작은 기대감조차 깃들지 않았다. 그런데,


【제가 드릴 능력은, 전설급 능력보다 조금 높은 신급 능력, 바로 「신의 방패」입니다!】


그래, 신의 방패! 자신도 해를 입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의 적들도 아무런 해를 입을 수 없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무지막지한 능력! 게다가 이 능력은 패시브 스킬이라 끄고 켜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야 말로 현과장에게 빅 엿을 선사함과 동시에, 아주 작고 작은 희망을 남겨준, 거의 IQ3000정도의 인간만이 내놓을 수 있는 명석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이제 현과장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물론 현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현과장의 눈빛이 이상하다. 왜일까? 난 쓸모 있는 능력을 준 기억은 없는데. 그냥 아무것도 못 하게...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어, 잠깐! 잠깐! 취소! 취소라고!!】


젠장, 잘못 생각했다. 너무 안일했다.

차라리 붕어빵 능력과 호떡 능력을 껴 주는 편이 나았다.

나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이런 뻘짓 때문에 애써 준비해 놓은 이야기의 엔딩이 바뀌어 버렸잖아!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정점에 올라서는 소년만화 같은 내 엔딩이!!!


【현과장, 정말 죄송한데. 한 번만 무르면 안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현과장의 눈빛에 결연함이 깃들었다. 무엇을 향한 단호함인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뻔했다. 이 상황에서 그가 지킬 건 하나 밖에 없으니까.


【모태쏠로 이야기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도 모태쏠로에요. 쏠로 천국! 커플 지옥!】


하지만 현과장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아, 과거의 나야. 왜 그랬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쥐어줬냐고.

그냥 미친 척하고 다 지울까? 싹 다 지울까?

지금 지우면 완전 범죄잖아. 독자들은 모른다고. 그래! 지워버려! 지우는 거야!

하지만 모두 잘 알겠지만, 지울 수 없었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보다 실수를 덮기 위해 일을 꾸미는 게 더 쓰레기 짓이라는 걸 잘 알아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자만하고 오만했던 내 실수이자 불찰이다.

엔딩이 날아갔지만, 그건 뭐 미래의 내가 알아서 써 주겠지.

이제는 현과장을 그만 놓아줄 시간이다. 그에게도 그만의 여정이 남아있으니까.


【어쩔 수 없군요. 그럼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자가 되었다고 강자의 편에 서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약자입니다. 지금 이대로 그렇게 있어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 이제 남은 건 현과장의 몫이다.

타락에 빠지건, 영웅이 되건, 그건 오롯이 현과장이 선택할 일이다.

결국 내가 나섰기에 이런 사단이 일어났다. 어쩌면 나보다 어흥선생이 더 현명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그렇게 신급 능력을 얻게 된 현과장. 가슴에 박혀 있었던 은화도 어느새 몸 밖으로 밀려나와 있었다.


“화려한 빛을 보긴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쓰러진 현과장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는 알딘. 현과장은 그의 질문에 답을 하는 대신, 은화를 손에 쥐며 알딘을 노려보았다. 순간 둘 사이에 불어오는 삭막한 바람. 마치 둘 사이에 들이닥친 위기를 말해 주는 듯, 그 바람은 건조하고 또 날카로웠다.

바로 그때, 키토와 리코의 무덤덤한 눈빛이 현과장을 향했다. 단 한 순간도 키토가 현과장을 향해 감정을 숨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자신을 향해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다. 단지 분노를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예전의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젠 붕어빵 능력, 아니 그 어떤 디저트 능력도 얻을 수 없다. 죽음의 위기를 느낄 수 없으니까. 하루하루 느꼈던 행복이 이젠 완전히 추억의 단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건 신급 능력을 얻은 게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급 저주였다.

이 사실을 깨달은 현과장은 은하를 손에서 놓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차오르는 절망감에 눈물을 흘리면서.


***


“신의 방패? 제정신이야? 그걸 어떻게 얻은 거야?”


제일 놀란 건 당연히 갓패치였다. 자신의 즐거운 디저트 시간이 이젠 완전히 날아가 버렸으니까.


“영웅들이 문제가 아니다냥! 거울수가 문제가 아니다냥!”


어흥선생도 호들갑을 떨며 현과장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더니,


“미쳤다냥! 미쳤다냥! 이번엔 개입 안 한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이 꼴이다냥! 미치겠다냥!”


천장을 바라보며 무시무시한 눈빛을 발사하는 어흥선생. 그를 따라 키토와 리코도 매서운 눈빛을 내뿜었다.

모두들 미안. 내가 좀 큰 똥을 쌌어. 치워줬으면 좋겠어. 히힛.


“으아악! 미치겠다냥! 큰 똥이다냥! 빅 똥이다냥!”


노발대발하며 거실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어흥선생. 키토와 리코도 성난 발걸음과 날갯짓을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지우는 방법이 없을까?”

“없다냥, 현과장! 그 능력의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냥! 한 분야 면역이 아닌, 그냥 면역이다냥! 이런 무책임한 설정이 어디 있냥!”


말을 하다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어흥선생은, 더욱 길길이 날뛰었다. 리코와 키토도 더욱 난폭하게 거실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답답한 마음에, 탁자 위에 놓인 커피를 집어 벌컥벌컥 삼키는 현과장. 그런데 그 순간, 그의 머리에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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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1.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2 23.06.10 25 3 11쪽
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4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4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4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 92. 특훈의 결과 23.06.01 26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6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89 89. 특훈 - 1 23.05.29 23 3 11쪽
88 88. 숫자 예지몽 - 3 23.05.28 24 3 12쪽
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3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3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6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4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2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8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3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6 3 12쪽
77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6 3 12쪽
76 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23.05.16 28 3 11쪽
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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