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257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05 07:50
조회
176
추천
4
글자
14쪽

26. 각성계의 역습

DUMMY

“방금 뭘 했는지 기억은 나는 거야?”


“그게... 뭔가 물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의식의 저편으로 밀려나는 건가?”


“저도 잘...”


베르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네가 방금 들은 곡이 뭐였지?”


“Animal side요.”


“일단 그건 금지다.”


“네.”


꼭 그 곡 때문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일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 각성 강화라기보다는...”


설단은 망설였다.


“일단 베르는 잠시 물러서서 쉬어라. 소라와 머콘만 테스트를 잠시 해보지.”


베르는 약간 패닉상태였다. 지금까지는 그 ‘밥맛모드’가 나오더라도 자신과 시야를 공유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저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 야. 페이.”


[... 왜.]


“방금 그 베르는 뭐야?”


[뭐가.]


“내가 방금 이상하지 않았어?”


[평소에도 이상한데.]


이놈의 왼팔은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했다. 분명히 페이는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공생관계인데 좀 말해주면 안 되냐?”


[공생? 너 나를 없애는 방법 알아?]


“...”


그러고 보니 왼팔을 자르지 않는 한, 아니 왼팔을 자른다고 해도 페이가 없어질지는 모르겠다.


[공생은 급이 맞을 때 하는 얘기고.]


“... 대체 너도 뭐냐?”


[얼씨구. 그걸 이제 물어?]


이놈은 분명히 비꼬기 위해서 태어난 것임이 분명하다.


“아니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데?”


[...]


“뭐가 있으니까 그럴 거 아냐?”


[내가 지금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잘 생각해 봐.]


“응? 왼팔?”


그 뒤로는 말이 없었다. 아니 왼팔에 들어간 게 뭐가 어째서?


------------------------------------


들어가기 전과는 다른 이유로 소라와 머콘은 나에게 불안한 눈빛을 던졌다. 머콘은 망설이다가 베르에게 말을 걸었다.


“저...”


“네?”


“아까 그... ‘밥맛모드’가 말해주고 간 게 있어서.”


“어...? 뭔데요?”


머콘은 약간 망설이더니 이야기했다.


“각성계를 나가고 나면 각성명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하더라고. 그게 우리를 구할 수도 망칠 수도 있다면서.”


“엥? 그래요?”


각성명은 처음에 바넘이 그냥 전해줘서 그러려니 하고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바넘한테 물어봐야 하는 건가?


“저는 특별한 걸 못 들었는데... 머콘은 뭔가 들었던 게 있나요?”


머콘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있다고?


“내 머콘은 그냥 머콘이 아니야. 머피 콘페스의 줄임말이라고 했어.”


“...”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나는 원래 불행의 아이콘이었으니까 머피는 금방 이해했는데, 콘페스는 나도 잘 모르겠어.”


“콘페스... 고백이라는 이야기죠?”


소라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머콘이 끄덕거린다. 나만 모르는 단어였어?


“그... 앞에 머피하고 뒤에 ‘고백’하고 무슨 관계인데요?”


“그건 나도 몰라. 그냥 바넘이 그렇게 말해준 거라서.”


“그렇구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소라를 쳐다봤다.


“... 저도 제 각성명에 대해서 알아요.”


“엉?”


왜 나만 안 말해준 거야?


소라는 말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왜? 소라는 이름이 이쁜데...”


“... 사실 ‘소크라테스’의 줄임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응?”


드디어 아는 것이 나왔다!


“너 자신을 알라! 그거 말이지?”


머콘과 소라가 동시에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 대체 왜!


“실제로 소크라테스와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예 관련이 없는 것 같지도 않아요.”


“... 그럼 옛 현인들의 힘이라도 빌려서 우리에게 싣는 걸까?”


“그런 건 아닐걸.”


설단이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설단도 결국 바넘한테 받은 거였지. 원래 이름이 다른 거였는데... 명함에서 본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나는 그냥 받을 때부터 ‘설단’이었어. 다만 가능성이 있다면 내 능력 중 일부가 언어에 관한 재능이라는 거지. 각성명과 서로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각성명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어요?”


“너도 처음에 각성명 듣고 왠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랬다. 처음에 듣자마자 원래 불리던 이름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그랬던 것 같네요.”


“그래서 별생각 없었지. 사실 그 각성명으로 불리는 것도 상대가 각성자일 때뿐이고.”


갑자기 번뜩 생각났다.


“백야! 백야는 바넘한테서 받은 건가요?”


“백야는...”


설단은 잠시 말을 멈췄다.


“맞아. 바넘한테 받았지.”


“그럼 각성명을 받고 넘어간 사람들도 있는 거네요?”


“... 그런 셈이지.”


각성명은 우리 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자. 베르의 테마곡에 관한 건... 좀 더 고민해 보고.”


------------------------------------


자이의 태도는 오히려 시큰둥했다.


“오히려 잘 된 거 아닙니까?”


“뭐?”


설단은 자이의 말에 갸우뚱했다.


“어떻게 봤을 땐 ON/OFF 스위치가 생긴 셈 아닌가요?”


“어?”


“원격에서 OFF 시킬 수만 있으면 여차할 때 베르를 거의 비밀병기처럼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말에 설단이 멍해졌다.


“아니 그게 무슨...”


베르가 반발하자 자이가 말했다.


“마치 ‘히어로 모드’ 이런 것처럼 딱 일정 시간만 켜면 싹 쓸어버리는 부스터 같은 거지.”


“어...?”


‘히어로 모드’라는 말에 베르가 솔깃했다.


“아직 그 ‘모드’가 되었을 때의 부작용이라든가 이런 건 모르는 거지?”


“네... 꿈이 아닌 상황에서 변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설단이 끼어들었다.


“그렇군. ‘밥맛모드’ 일 때의 출력을 감당할 수 있다면 평소에도 그 정도의 출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겠어.”


“... 그 ‘밥맛모드’ 좀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얼씨구? 벌써 인정하는 거야? 약간 꺼림칙하지 않냐?”


베르라고 해서 꺼림칙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부정해서 뭐 한단 말인가. 베르는 의외로 이런 부분은 쿨 한 편이었다.


“아니 당장은 그래도 위험한 상황에서 여차하면 나올 수 있다는 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서요. 저번처럼 ‘백야’ 같은 사람들이라도 만나면 저 ‘모드’에 희망을 걸어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 그럴 수도 있겠군.”


확실히 그 ‘모드’의 상태일 때 베르는 강력했다. 이번에 설단도 어림으로 대충 능력을 겨루고 싶었지만 손이 안 떨어질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자이는 각성명이 왜 자이에요?”


“응? 갑자기 각성명은 왜?”


머콘이 각성계에서 베르가 언급했던 각성명 이야기를 해 주었다.


“... 내 각성명은 잘 모르겠는데. 뭐라고 바넘이 얘기하긴 했던 것도 같은데 딱히 상관없었어. 그냥 아파트 이름이구나 하고 넘어갔지.”


“아.”


사실 자이야말로 성격이 종잡을 수 없는 곳이 있었다. ‘그 모드’의 베르만큼이나.


“나머지 두 명은 테마를 썼을 때 어땠나요?”


‘테마’라고 부르는 것은 본인이 어라우절에 들어오게 된 영감을 줬던 데스티니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거였다. 자이와 설단은 일단 음악을 틀어준다면 본인들에게 긍정적이었던 곡을 들려주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각자 테마곡을 헤드셋에 삽입해 놓은 상태였다.


“나쁘지 않았어요.”


“확실히 능력의 상승이라고 딱 짚어서 이야기하기는 애매하지만 정신적인 안정은 있는 것 같았어.”


“그럼 다행이네요. 베르만 ‘테마’를 두 개로 나눠서 넣으면 되겠네요.”


다시 다들 베르를 쳐다봤다.


“네? 아. 네.”


베르는 혼자 뭔가 생각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 얘가 상태가 좀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아무리 봐도 스트루프에서 제일 안전한 건 오히려 베르 같군요.”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베르는 눈만 껌뻑이며 모두를 둘러볼 뿐이었다.


------------------------------------


“페이. 각성하지 않았을 때도 듣고는 있는 거지?”


베르는 자신의 왼팔을 보면서 말을 걸었다.


“쭉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너를 붙잡아서 여기다 집어넣은 게 그... ‘히어로 모드’의 베르 아니야?”


어차피 각성 상태가 아니라서 페이는 대답이 없었다.


“너랑 그... 베르는 좀 더 사연이 있어 보였는데... 아니 그리고 정말 내 이중인격이 베르가 맞긴 하는 거야? 아니면 나는 진현우고 거기가 베르인 건가?”


어떻게 봤을 때는 그렇다고 하면 더 말이 되는 거 같기도 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각성 모드를 하나씩 더 가지고 있는 건데 자각하지 못하는 건가?”


베르는 꿈속에서의 베르의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가슴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시원하게 적들을 헤집고 다니던 그 모습을.


“... 사실 각성계에 필요한 건 진현우가 아니라 베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는 베르가 곧 진현우 자신이라고 생각했으니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만일 자신과 분리된 인격이 베르라면 자신은, 현실계의 자신인 진현우는 어떻게 되는 거라는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때 방문이 벌컥 열렸다.


“오빠! 밥 먹어!”


“... 현아야. 남자 고등학생의 방문은 그렇게 벌컥벌컥 여는 게 아니란다.”


현아가 혀를 날름 내밀어 보였다.


“그런 일이 있으면 오빠가 알아서 방문을 잘 잠그겠지 뭐.”


“... 그런 일이 뭔 줄 알고. 얘가 갈수록 이상해져 가네.”


“밥이나 먹어~! 엄마가 기다려.”


“알았다.”


나가는 현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베르는 다짐했다. 자신이 누구든, 현실계의 진현우는 자신이고 자신은 가족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팔이... 왼팔이 흉터가 생긴 건 그 사고 때일 텐데. 그럼 그 이전에는 내 안에 페이가 없었다는 뜻이겠지?”


만일 페이가 있었고, ‘베르’라고 여겨지는 ‘히어로 모드’의 자신이 있었는데도 사고로 그렇게 아버지를 잃어야 했던 거라면... 베르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엄마와 동생의 대화가 들렸다.


“너 왜 오빠 안 불렀니?”


“아니야! 내가 불렀는데 오빠가 안 나오는 거라니까? 오빠! 왜 안 나와!”


“어. 나가요!”


베르는 지금은 거의 자연스러워진 왼팔을 한번 들어보고는 고개를 가로젓고 밥 먹으러 나갔다.


------------------------------------


사무실에 앉아있던 설단은 이상한 기척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 미친! 설마?”


휘몰아치는 이상한 기류와 함께 설단의 대표 사무실에 각성의 단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떤 미친놈이 현실계로 역으로 들어오는 거냐!”


“나다 이 새끼야!”


백야의 하얀 정장은 각성의 단차를 지나면서 검은 정장으로 바뀌었다.


“백야!”


그리고 그 옆에 누군가가 같이 넘어왔다.


“... 악마...”


좋지 않았다. 현실계라서 백야의 힘이 약해졌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악마는, 그것도 현실계로 넘어올 정도의 악마는 이야기가 달랐다.


설단은 바넘이 이 상황을 알아챘기를 바라면서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8. 포위 23.03.13 136 4 13쪽
38 37. 길 잃은 어린 양? 23.03.12 136 4 13쪽
37 36. 의외의 만남 23.03.12 143 4 13쪽
36 35. 엇갈린 습격 23.03.12 137 5 14쪽
35 34. 두 번째 능력 23.03.11 149 4 13쪽
34 33. 고립 23.03.10 145 4 13쪽
33 32. 베르 너 설마...? 23.03.09 151 4 14쪽
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6 4 13쪽
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9 4 13쪽
30 29. 이 타이밍에...? 23.03.06 163 4 13쪽
29 28. 남은 사람들 23.03.05 170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7 4 13쪽
»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7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2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4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3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2 5 12쪽
13 12. 저항하는 각성자들 +1 23.02.20 283 5 15쪽
12 11. 설마 혼성그룹? 23.02.18 297 5 14쪽
11 10. 위기 탈출 23.02.17 312 6 13쪽
10 9. 쉽지 않은 데뷔전 23.02.16 323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