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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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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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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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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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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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남은 사람들

DUMMY

“...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베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데스티니 소속사 “어라우절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 사고.


- 악플러의 소행인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악플러의 범죄 행위.


- 소속사 측은 현재 대표의 부상으로 공식적인 입장 표명 불가능


- ‘Animal side’로 음원 1위를 질주하던 데스티니. 호재인가. 악재인가.


각성계에서 또 다른 베르가 나왔던 사건 때문에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저녁 늦게 연습을 안 하고 집에 갔을 뿐이었는데 하루 만에 소속사 건물은 통제구역이 되어 있었다.


더 답답한 것은 베르가 물어볼 만한 설대표, 자이, 머콘, 소라 그 누구도 없다는 거였다.


“... 바넘 밖에 없나...”


결국 베르는 바넘의 회사를 향했다.


-----------------------------------


“소식은 들었다.”


“... 어떻게 된 건가요?”


바넘은 씁쓸했다. 바넘 역시 백야가 이 정도로 강수를 둔 이유가 궁금했다. 병원에 입원한 설단에게 대략의 설명을 들었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많이 있었다.


“일단, 백야의 습격이 있었지.”


“네? 각성계 인물들은 못 넘어오는 거 아니었나요?”


“우리도 각성계를 넘어가서 싸우는데 각성계에서 이쪽으로 못 넘어오라는 법이 없지.”


베르는 어리둥절했다.


만일 그런 일이 자주 있었다면 지금쯤 세상은 혼란에 휩싸여 있을 터였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실계에서 각성계로 들어가는 게 빨려드는 것 같은 일이라면 각성계에서 현실계로 나오는 건 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 같은 일이지.”


“... 그래도 가능은 하다는 말이군요.”


“그래.”


물론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 온 일은 바넘이 아는 한도 내에서는 정말 드문 일이었다.


“백야와 악마가 손을 잡고 어라우절 엔터 사무실에 ‘각성의 단차’를 열고 나왔고, 설단을 비롯해서 여러 명이 싸우다가 다친 모양이야.”


하필이면 자신이 없을 때였다. 한편으로는 그런 무시무시한 순간에 없어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문제는 순식간에 혼자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었다.


“자이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고, 소라는 정신을 차렸는데 아직 좀 충격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설단은 치료 중인데 다행히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고.”


바넘이 말을 멈추고 베르를 쳐다보자 베르는 바넘이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콘은... 행방불명이다.”


“네?”


베르는 당황했다.


“백야가 납치라도 한 건가요?”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싶을 정도다.”


“네?”


바넘도 설단에게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다. 머콘은 어찌 봤을 때 새로 들어온 아이들 중 가장 적응을 잘하고 중심을 잡고 있는 각성자였다.


“스트루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머콘이요?”


베르는 망연자실했다.


“그럴 리가... 머콘은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설단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다 살아남았는데 머콘만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살아남은 것이 머콘이 그리 되지 않을 이유는 아니지.”


바넘은 의외로 냉정했다. 바넘에게는 그동안 수많은 각성자들을 스트루프로 잃었던 경험이 있었다.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은 방법이 없다. 단이가 회복되면 그때 모여서 한 번 이야기해 보도록 해야지.”


베르는 바넘의 냉정한 말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 그래도 스트루프 되긴 했지만 백야를 따라간 것은 아니니 어떻게 될지는 몰라.”


마지막 붙인 말은 바넘 나름대로의 위로였던 것 같았다.


-----------------------------------


베르는 멍했다.


이미 그에게 ‘어라우절 엔터’에서의 생활은 너무 비중이 컸다. 오랜만에 나간 학교였지만 자신은 아이들과 거의 섞이지 못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그렇지. 이 놈이 있었지.


“... 나도 잘 몰라. 아침에 회사에 갔더니 난리가 나 있더라고.”


“그래도 다 퇴근 후에 일어난 일이라서 다친 사람은 좀 적다던데.”


그래. 문제는 그게 전부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라서 문제지.


베르는 생각을 하고 나서 흠칫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면 어쩌려고? 그럼 상관없는 건가?


“이터니티도 난리가 났어.”


“그러겠지.”


베르도 이터니티 긴 했지만 지금은 데스티니에 신경을 써주기 어려웠다.


“그래도 활동 중단까지는 아니던데. 대표가 정상 일정을 소화하게 했다면서? 너네 대표 너무 한 거 아니냐?”


발끈한 베르가 한 마디 하려다가 생각해 보니 너무하긴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 우리 회사가 워낙 영세해서 데스티니가 활동 중단하면 직원들 월급이 안 나올걸.”


“아... 그래. 그건 힘내라.”


아무리 극성 이터니티라도 반박하기는 어려운 이야기였다.


“그럼 너는 한동안 연습 어떻게 하냐?”


“아마도 쉬어야지.”


“그럼 소라 씨는?”


“걔도... 쉬어야지.”


그러고 보니 소라와 자이도 다쳤다는데 어떻게 됐을까. 병실이랑 알아올 걸 그랬나? 아니 내가 찾아가서 뭘 어쩌게. 머콘이었으면 고민 안 하고 찾아갔을 텐데.


-----------------------------------


바넘은 설단을 만났다.


“몸은 좀 어때?”


“전혀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그 정도 입이 굴러가는 걸 보면 이제 좀 괜찮나 보네.”


“처음엔 어쨌길래요?”


“어쨌긴. 나는 널 만나고 네가 그렇게 말이 없는 걸 처음 봤다.”


설단에게도 이번 일은 충격이었다. 자신의 무능함으로 각성자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섞여있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건 네가 실패한 게 아니라 백야가 미쳐 날뛴 거니까.”


설단도 적어도 백야가 미쳤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대체 왜 그렇게 날뛴 것일까?


“뭔가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전에 각성계에서 붙었을 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거 아니야?”


“설마요. 그쪽이야 계획이 망쳐지긴 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서큐버스도 백야도 양쪽 다 놓친 거였는데요. 상처하나 제대로 못 입혔습니다.”


“그럼 대체 왜 그랬을까...”


설단이 은근슬쩍 물었다.


“바넘님 능력으로는 보이는 게 없습니까?”


“너는 날 본지가 얼마인데 아직도 내 능력을 잘 모르니?”


바넘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설단을 쳐다봤다.


“나는 과거를 보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보는 거다.”


“관련된 미래로 보면 뭐라도 보이지 않을까요?”


“일단 백야가 가까이 없고, 그리고 너와 나의 미래에는 특이점이 없어서 나오는 게 없어.”


“그 없는 특이점에 저는 죽을 뻔했는데요.”


설단이 투덜거렸다.


“현실계가 아니라 각성계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설단은 전투를 되짚어봤다.


자기 자신도 사통팔달이 그렇게 빨리 끝나지 않았을 거고, 지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문제지만 자이의 능력도 위력 하나는 거의 백야와 맞먹었다.


그리고 머콘은...


“이겼겠죠. 그런데 다만 머콘이 어떻게 됐을지는 미지수네요. 각성계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현실계에서 바로 스트루프라니...”


“아마 스트루프 증상을 계속 억눌러 온 것 같군. 가장 불만이 없는 것 같은 것들은 언젠가 압력이 쌓이면 폭발하기 마련이니까.”


“베르가 있었다면 더 수월했을 텐데.”


설단이 제일 아쉬워하는 점이었다.


“베르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


“아. 그게 아니라 이번에 실험했던 과정에서 발견한 게 있어서 말이죠.”


“뭘?”


설단은 바넘에게 각성계에서 베르에게 ‘Animal side’를 들려주고 발생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그런 일이 있었군.”


설단은 각성의 강화에 대해서 의심이 있었다.


“어떻게 봤을 때는 실패가 아닐까요?”


설단의 말에 바넘은 차분하게 찻잔을 들었다.


“아니. 성공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 통제 불능인데요.”


“음악을 매개로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예전에는 꿈꾸는 중에 자동으로 나왔다고 했으니까요.”


“베르로서의 자아와 현우로서의 자아가 둘 다 있는데 둘 다 그 정도로 강하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설단은 요즘 들어 부쩍 백야나 각성계 쪽의 움직임이 잦아진 것도 걱정이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애들은 불안정하고 한 녀석은 폭탄 같으니 솔직히 답답한 심정이네요.”


“진정해. 자이 말처럼 어떤 면에서는 최악의 경우에 써먹을 수 있는 수가 늘어난 거 아니야?”


“... 긍정적으로 보면 그렇지만요.”


설단은 각성명에 대한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 베르가 이상한 말을 하더군요.”


“뭘?”


“각성명에 대해서 알게 되면 그게 우리를 구할 수도, 망칠 수도 있다는 말을요.”


그 말을 듣자 바넘이 멈칫하고는 설단을 바라봤다.


“각성명이라.”


설단은 바넘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단아. 내가 각성명을 어떻게 주고 있는지 알지?”


설단은 대충 알고 있었다.


“네. 각성계를 열고 각성의 힘으로 ‘예지’해 내는 것이죠.”


“그럼 그게 각성계의 간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느냐?”


그 말에 설단도 말이 막혔다.


“결국 우리가 각성명을 쓴다는 것은 각성계와의 연결고리를 알아서 만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그럼 왜 저희에게 각성명을 주시는 건가요?”


설단의 질문에 바넘이 침묵했다.


사실 그 의문은 오래된 의문이었다. 춘봉 선배나 만운 선배처럼 각성명이 없어도 알아서 잘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각성명이 필요했던 것에 대해서 의문은 있었지만 바넘이 해왔던 것들에 대한 믿음과 존중으로 내놓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나도 모른다.”


“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일이니까 할 뿐이야.”


설단은 당황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바넘은 대부분의 일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단이 너도 알지 않느냐. 내가 ‘예지’를 하는 게 ‘아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니?”


그건 아니었다. 잘 생각해 보면 애초에 예지가 가능한 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설단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게 하면 안 되는 일이라면 어쩌죠?”


“그 의심이 스트루프의 시작이 되겠지.”


바넘의 냉정한 말에 설단은 찔끔하고 물러섰다.


“... 의심을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바넘이 설단을 바라봤다.


“오랜만이라 감성적이 됐나 보구나.”


오랜만이긴 했다. 특히 눈앞에서 스트루프에 빠져서 사라지는 경우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단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


현우 엄마는 한동안 정말 마음이 가뿐했다. 사고 이후에 우울하게 지내던 아들은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서 활달하게 지냈고, 덩달아서 동생도 더 밝아졌다.


사고로 아빠를 잃어버리고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울고 지새던 나날들을 이제 벗어나는 중이었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한동안 현우가 좀 싱숭생숭해하는 것 같았다.


잠시 그러겠거니 했더니 이번엔 소속사에 사고가 생겨서 한동안 소속사를 못 나간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현우 엄마는 다시 현우가 예전처럼 우울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즐거운 일만 가득해도 모자랄 텐데...


“아무래도 안 되겠네...”


현우 엄마는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 그녀가 찾아간 곳은 근처 교회였다.


처음에 현우 아빠가 사고로 죽고 나서 너무 힘들던 시절 가장 많은 위로를 받은 곳은 교회였다. 특히 뉴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대형 교회의 목사님들과 이 교회의 목사님은 달랐다.


한결같은 그 모습에 원래 교회를 다니지 않던 현우 엄마도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물론 종교를 아이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었기에 혼자 다닐 뿐이었다.


그래도 답답할 때면 꼭 목사님께 상담을 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현우 군이 씩씩해졌다고 참 좋아하셨는데 말이죠.”


“그래서 걱정이에요.”


“그러면 한 번쯤은 교회에 와보라고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네?”


지금껏 아무리 현우 엄마가 교회를 다녀도 아이들을 굳이 데려오라 하지 않던 목사님이었다.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온다고 해서 교회를 계속 다니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필요할 때 도움만 되면 됩니다.”


“그래도...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사실 아이 아빠가 무교였던 관계로 아이들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사실 엄마도 아이들에게 교회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한번 이야기를 하고 가는 걸로 족합니다. 너무 권하진 마시고 한 번 이야기만 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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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두 번째 능력 23.03.11 148 4 13쪽
34 33. 고립 23.03.10 145 4 13쪽
33 32. 베르 너 설마...? 23.03.09 151 4 14쪽
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6 4 13쪽
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30 29. 이 타이밍에...? 23.03.06 162 4 13쪽
» 28. 남은 사람들 23.03.05 170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6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1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4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3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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