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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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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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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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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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0. 완벽한 모범생

DUMMY

“안녕하세요. 티그입니다.”


연습생 동료가 들어오길 바란 적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 타이밍은 너무 어색했다.


티그라고 소개받은 남자는 많이 봐도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첫인상은 ‘깔끔하다’는 느낌이었다. 이상하리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다듬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반가워요.”


역시 어른의 품격인 건가. 자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베르입니다.”


“... 안녕하세요.”


소라는 나보다도 더 어색해 보였다.


“티그에게 이미 각성계와 각성자에 대해서는 다 설명했고, 티그 자신도 그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어. 뭐 그러니까 이 자리에 있는 거겠지만.”


설단은 담담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티그의 각성계 적성은 감지계열 보조와 방어계열이다.”


감지계열이라는 말에 소라와 베르는 움찔했다.


“머콘의 빈자리를 너무 생각해 봤자 답이 없어. 나중에 손발을 맞춰보면 알겠지만 티그의 능력은 감지라기보다는 ‘색적’에 더 가깝다.”


설단은 대뜸 돌직구를 날렸다. 우리는 그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단, 잘 부탁합니다.”


베르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그래요. 잘 부탁해요.”


티그는 오히려 머콘의 이야기가 나온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담담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베르... 였죠? 아마 같이 연습생 생활도 하고 데뷔 준비를 하게 될 텐데 그것도 잘해 봅시다.”


“... 네.”


짝짝!


설단이 박수를 쳐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 이제 티그도 들어왔으니 좀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어. 자이는 다시 데스티니에 대한 관리에 들어가야 하니까 일단 예외로 하고, 소라와 베르는 티그와 같이 각성계를 다니면서 손발을 좀 맞추도록 해.”


알겠다고 하고 나가려는데 설단이 나가는 일행들 사이에서 베르만 잠시 남아달라고 했다.


“이제 진짜로 데뷔조 연습을 들어가게 됐는데 어때?”


“... 둘이서 데뷔하는 건가요?”


“아니. 기본적으로는 3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든 금방 구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군요.”


막상 데뷔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게 가슴이 뛴다던지 그런 일은 없었다. 아마도 오늘 이미 다른 일들로 심장이 중노동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3명을 배정해서 보낼 수 있는 건 다 전적으로 너를 믿기 때문이야.”


“네?”


“전에 헤드셋으로 밥... 아니 ‘히어로 모드’를 불러냈던 거 기억하지?”


분명히 밥...


“... 네.”


“혹시라도 상황이 위험해지면 그 녀석을 불러.”


“... 그러면 제가 기억을 잃는데요?”


“우리가 봤을 때는 그 모드가 돼도 중2병이 폭발하는 거 빼고는 상당히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실력으로만 따지면... 인정하긴 싫지만 나보다도 두 수는 위에 있을 거다.”


헉... 세긴 세구나.


“그럼... 혹시 백야가 나온다고 해도...?”


“그래. 아마 그 녀석이면 백야가 아니라 백야 할아비래도 이겨먹을 것 같아.”


뭔가 찜찜하긴 하다. 보험이 있는 것은 좋은데 그 보험이 나지만 내가 아니다.


“저번 같은 일을 겪고서도 내가 버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너를 믿기 때문이야.”


설단이 베르의 어깨를 두드렸다.


“... 네.”


-----------------------------------


의외로 셋이 처음 하는 연습에서 소라는 얌전했다. 낯을 가리는 건지, 아니면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태어난 곳에서 돌아갈 곳까지. 하나의 이름 아래 어둠의 부름에 답한다. 누구냐고 묻는다면 너의 심장에 나의 이름을 새겨주마. 절대로 나를 잊을 수 없도록.”


티그의 각성주문은 거의 나에 맞먹을 만큼 중2병 포스가 넘쳤다. 더 대단한 점은 티그는 전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고 주문을 외우고 있더라는 점이었다.


“대단하네요,”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난 못할 짓이니까. 그리고 나는 또 그 못할 짓을 해야 했다.


“나의 손 끝에 세상이 흔들리고 나의 눈빛에 세상이 침묵한다. 여기 나의 충성스러운 왼팔을 빌어 어둠의 지식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나의 발걸음이 곧 새로운 길이며 나의 말이 곧 진언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흑염룡이 너의 등뒤를 쫓는다.”


“베르도 대단한데요.”


... 놀리는 거죠?


잠시 설마 티그가 성격이 나쁜 게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때 소라가 먼저 각성계로 들어갔다. 아니 쟤는 언제 주문을 외운 거야?


“가시죠.”


“... 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혹시... 티그는 몇 살 이신가요?”


“아. 21살입니다.”


“... 그럼 형이신데 말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어떻게 봤을 때는 각성계나 연예계나 다 저보다는 선배님이신데.”


“저는 선배님이라고 하기엔 양쪽 다 아직 뭘 해놓은 게 없는걸요.”


“아뇨. 설대표님의 말을 들어보면 엄청 고생하셨다던데... 설대표님의 신뢰가 대단하더라고요.”


“어휴. 그런 말씀 마세요.”


의외로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다.


“... 안 들어와?”


웃고 떠들던 우리 앞에 분노를 참는 듯한 얼굴의 소라가 다시 나왔다.


“아. 미안...”


-----------------------------------


“그럼 소라와 베르는 동갑인가요?”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아. 알았어. 고마워. 둘이 동갑이야?”


“아뇨. 소라가 저보다 한 살 어려요.”


“아까 말 놓는 거 보니까 자연스럽길래. 둘이 친하구나.”


아니 왜 다들 둘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렇게 데면데면 지내고 있는데?


“... 그... 진담이신 거죠?”


“어? 아니야?”


여기서 딱 잘라서 ‘네. 아닙니다.’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분위기였다.


“... 그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그래? 그래도 아마 같이 동고동락한 정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아니 왜 자꾸 저랑 소라를 엮으십니까...


이런저런 생각과는 별개로 티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입이 떡 벌어졌다.


“타겟팅!”


티그가 타겟팅을 하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공격이 빗나가지 않았다. 막히는 일은 있었지만.


“아니 정말 장난 아닌데요?”


“고마워.”


“... 각성계에 몇 번째 들어오시는 거라고요?”


“이번이 두 번째인데?”


갑자기 이상한 자괴감이 들었다. 이제 두 번째인데 저렇게 능숙하다고?


그에 반해 베르는...


“말 좀 들어라!”


[멍청아! 그냥 예전처럼 나한테 맡겨! 어설프게 아는 놈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아니 오른손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 네가 나가면 어떻게 해?”


[그 타이밍에 오른손으로 검을 휘두른 널 탓해야지 그걸 나를 탓하냐?]


“그게 말이 되냐? 중간에 변형을 할 수 있는 네가 변형을 해야지?”


[그러게. 능력 있는 내가 다 해야지. 안 그래?]


지켜보던 티그가 소라에게 물었다.


“... 원래 저래?”


“... 네.”


티그의 표정이 좀 복잡해졌다.


[... 나도 그놈 싫긴 한데, 너보단 그놈이 백배는 낫다.]


아마도 ‘히어로 모드’의 그 녀석을 말하는 거겠지.


“어떤 점이 낫다는 거야? 넌 걔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걸려라. 걸려라.


[모르긴 왜 몰라? 나를 잡아다 여기 넣은 녀석인데.]


옳거니. 물었다.


“하.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잡혀 와서 들어가 있는 거였어? 그게 무슨 공생이냐?”


[잡혔다고? 아니. 내가 들어간 거다. 정확히는 내 본체가 사념을 여기다 넣은 거지. ‘여행’은 사념만 가능하니까.]


“여행?”


[... 거기까지만 하지.]


왼팔 녀석은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렸다.


“야. 야!”


[...]


“멍청한 왼팔 녀석!”


[아무리 욕해봐라. 너 스스로 네 신체에 대고 욕하면서 이상하다고 못 느끼냐?]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이상하긴 했다. 아니 이상한 걸로 따지면 이 녀석이랑 혼잣말하는 거 자체가 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보다 흠칫 놀랐다.


소라는 늘 그렇듯 못 볼 걸 본 표정이었고, 티그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흠흠. 제가 제 왼팔에 대해서 설명을 안 드렸죠?”


“어...”


베르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페이가 왜 갑자기 ‘말하는 왼팔’이 되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그래.”


젠장. 효과 없었네.


-----------------------------------


정작 베르를 진짜로 경악시킨 것은 따로 있었다.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엑설런트!! 훌륭해!!”


박쌤은 박수를 쳤다.


“정말로 연습생 하다 온 게 아니라고? 그런데 이렇게 잘해? 아니 그걸 떠나서 동작을 왜 이렇게 잘 외우는 거야?”


“나름 춤에 테마가 있다 보니 외우기가 쉽더라고요.”


박쌤은 감탄했다.


박쌤의 칭찬은 저렇게 헤픈 거였구나. 박쌤의 칭찬을 듣고 괜히 기분이 좋았던 과거의 나, 반성해라.


“와... 너는 그냥 보컬라인 해라.”


... 정쌤한테 사랑받는 건 진짜 할 말이 없었다.


“박쌤이 춤 잘 춘다고 해서 혹시 제2의 베르인가 했는데.”


그건 뭡니까. 이상한 수식어에 내 이름... 아니 각성명이 붙은 거 같은데.


“노래 장난 아니구나. 뛰면서 부르는 것도 꽤 안정감이 있고.”


... 나는 먼저 들어왔을 뿐인 병풍 멤버가 될 예정이 잡혔다.


“... 정말 잘하시네요.”


“아니야. 뭐 이 정도는 다들 하는 정도지.”


“처음에는 겸손한 것 같았는데 다 잘하시니까 놀리는 걸로 들리는데요.”


“아이. 왜 그래? 진짜야.”


“정말로 다른 연예기획사 연습생 생활 하다가 오신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까. 솔직히 각성 같은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이런 세계 하고는 영원히 담쌓고 지냈을지 몰라.”


와... 나는 그 재능의 반에 반만 가지고 있어도 즐겁게 살 것 같은데요.


“그럼 혹시 직업은...”


“지금은... 연습생?”


“아니요. 그전에 직업요.”


“아. 대학생이었지.”


그러고 보면 나이가 20대 초반이니까 딱 대학생이었다. 그런 것 치고 되게 성숙해 보이긴 하는데.


“대학은 그럼 어디로...”


“아. 그냥 가까운 데로 갔어.”


“... 그 가까운 데가 뭐 S대였다. 이런 얘기는 아니신 거죠?”


웃으면서 물었는데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진짜구나...


“으어... 너무 먼치킨 캐릭터 아니십니까?”


“먼치킨? 그건 뭐야?”


“아. 음. 너무 능력이 좋아서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이죠.”


“아. 그런 건 아냐. 나도 못하는 게 꽤 많아.”


“뭔데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고민한다.


“... 됐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소라도 박쌤과의 트레이닝이 끝났다. 소라는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서 물을 마셨다.


소라는 베르 이상으로 머콘에게 기대고 있었기에 머콘의 스트루프로 인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거기다 스트루프라니... 그거 혹시 저번에 자신 때문에 각성계에서 너무 오래 버틴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언니...”


거기다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다. 그것도 마치 노린 듯이 머콘과 포지션도 비슷한 멤버였다.


하지만 사실 소라에게는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 하나도 안 비슷한데...”


소라는 이상하게도 그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자신과 동류라는 느낌을 언뜻언뜻 받았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적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박쌤의 말에 따르면 댄스 트레이닝마저도 순식간에 베르를 따라잡을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베르를 극찬하던 박쌤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티그의 능력은 진짜라고 보는 게 맞았다.


“그런데 왜 자꾸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거지...?”


소라는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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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두 번째 능력 23.03.11 148 4 13쪽
34 33. 고립 23.03.10 145 4 13쪽
33 32. 베르 너 설마...? 23.03.09 151 4 14쪽
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6 4 13쪽
»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8 4 13쪽
30 29. 이 타이밍에...? 23.03.06 162 4 13쪽
29 28. 남은 사람들 23.03.05 170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6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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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1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4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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