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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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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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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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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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00. 활동 개시

DUMMY

“어떻게 할 것인가. 균형을 지키려는 자여.”


그을음의 말투에서 다분히 백야를 놀리는 의도가 보였지만 백야는 상대하지 않았다.


“현실계에 각성계의 왕이 붙었다. 이건 뭐... 보나 마나 뻔한 거 아닌가? 현실계 쪽으로 추가 기울었으면 각성계가 밀리겠지. 그럼 당연히 우리는...”


“네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는 게 있는데... 일단 스트루프를 하긴 했지만 각성자가 아니었나?”


“그렇지.”


“각성자는 원래 각성계의 존재가 아니다.”


“...”


그 말은 애매하지만 사실이었다.


각성계의 존재들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그들을 각성자라고 부르진 않았다. 모두가 똑같이 갖고 있는 것을 구분지어서 부르지는 않으니까.


“짐작으로 보면... 각성자는 분명히 베르테르와 연관이 있다. 지금이야 각성계의 왕이지만 그는 죽은 자들의 왕이었지.”


“... 죽은 자들의 왕?”


백야의 머릿속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하데스와 같은 죽음을 관장하는 신만이 떠올랐다.


그을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현실계의 표현으로 염라대왕이나 하데스 같은 죽음을 관장하는 신을 생각하고 있겠지.”


“...”


정곡을 찔린 백야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죽은 자들의 ‘왕’이다. 신이 아니라.”


“... 그 차이가 뭔데?”


그을음은 입이 간질간질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말했다.


“... 아무것도 모르면서 균형을 추구하는 자여. 신이 관리자라면 왕은 플레이어겠지.”


백야는 깜짝 놀랐다.


“관리자와 플레이어라고?...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대체 현실계를 얼마나 돌아다닌 거야?”


“꽤나 오래 돌아다녔지.”


백야는 놀란 충격으로 그을음이 자신을 놀렸다는 것조차도 잊어버렸다.


“그리고 각성자들은... 아마도 ‘죽은 자’들이다.”


“뭐?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스트루프를 하긴 했지만 죽은 건 아니지.”


그을음은 ‘주’의 기분을 간접체험 하고 있었다.


“... 지금 말고. 이 전의 베르테르가 있던 시간 축에서 말이다.”


백야는 약간 머릿속에 혼란이 오고 있었다.


“잠깐. 잠깐. 그러니까 이전에 죽은 사람들이 전부 각성자가 됐다고?”


“아. 이번만큼은 내 실수로군. 정확히는 ‘자살한 자들의 왕’이지.”


백야의 표정이 굳었다.


“... 표정을 보니 알고 있었나 보군.”


“... 그래.”


스트루프를 한 사람들이 현실계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애초에 죽음을 ‘선택’했던 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트루프를 통해서 ‘자살’에 대한 기억이 들어오기에 현실계를 그리 긍정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런가. 기억이 나는 건가. 그래서 스트루프를 하면 각성계로 넘어오는 거였군.”


“뭐, 그런 영향이 없지 않지.”


그을음은 조금은 귀찮아하던 마음이 풀린 채로 이야기를 이었다.


“그 ‘자살한 사람들의 왕’이었던 베르테르가 지금은 ‘각성계의 왕’까지 얹어서 갖게 된 것이지. 사실 현실계와 어긋난 존재들의 왕 자체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군. 다만 지금 너의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의 백성들이 등을 돌리긴 했지만.”


“... 등을 돌린 게 아니라 아예 마주 본 적도 없는 거겠지.”


“너희는 분명히 현실계에 염증을 느끼고 죽음을 ‘선택’으로 받아들인 자들이지? 그렇다면 현실계를 무너뜨리는 쪽을 선택하는 게 맞지 않을까?”


백야는 픽 웃었다.


“한번 선택했다는 것은 두 번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을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실계를 선택했다는 이야기였나?”


“아니. 현실계의 모든 것이 싫어서 현실계를 떠나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지.”


“그렇군. 그것도 완결성인가.”


그을음은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우리는 소속되지 않은 채 관조하는 것을 택한 거다. 우리가 싫어했던 것들이 있으니 현실계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현실계의 모든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니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려는 거지.”


“... 약간 음침한 거 아니냐?”


백야가 발끈했다.


“자유를 모르는 존재들 같으니라고.”


“... 너야 말로 자유에 대해서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을음이 비웃었다.


“진짜로 아무것도 모르긴 하는 군. 각성계의 존재들이 뭘 위한 존재들이라고 했지?”


“... 신이 되려는 존재들?”


“신이 의미하는 것이 자유와 구속 중 어느 쪽에 더 가깝지?”


“...”


한방 먹어서가 아니라 진짜로 고민하느라 대답을 못했다.


“... 정말로 모르겠는데 그건.”


-----------------------------------


“정말로 로테누님이 매니저를 하겠다고요?”


설단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아이돌은...”


“안 해.”


이번엔 단호하게 말했다.


설단은 입맛을 다시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연기자는...”


“난 그런 건 못 해.”


“소라가 실망을...”


“내 동생들을 그런 핑계에 자꾸 써먹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


웃으면서 말하는 로테를 보면서 설단은 왠지 모를 오한이 들었다.


외모는 한없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외모가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예전의 로테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비티의 일정 관련해서 미리 잡힌 게 있어?”


“어디 보자...”


설단은 스케줄표를 로테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그런데 각성계의 왕과 로테 누님이 둘 다 이렇게 연예계 활동이나 하면서 보내도 되는 건가요?”


“네가 원하는 거 아니었어?”


“저야 당연히 좋지만...”


로테도 그저 심심해서 그래비티의 매니저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돌이라...”


아이돌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베르가 자신에게 완벽한 아이돌이라고 이야기 한 부분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그리고 베르가 아이돌에 대한 부분이 신경 쓰였는지 이곳저곳 알아보고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 정복과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네?”


“아무리 좋은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변하거나 사라지니까.”


“네?”


속으로 ‘겉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말하는 방법은 바뀐 게 없잖아!’라고 생각하는 설단이었다.


“아. 그리고 저번에 ‘운명의 이끌림’ 공연이 너무 호평을 받아서 해외공연을 추진해 볼까 하는데요...”


“해외?”


“네.”


지금은 어라우절에 대해서 모르는 나라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딱히 해외를 가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 그 데스티니는 그래비티가 각성자 아이돌이라 그래도 별 상관이 없나 보네?”


“뭐 워낙 초기부터 같이 있던 애들이기도 하고... 베르랑도 처음부터 같이 있어서 사이가 좋은 편이죠.”


설단이 갑자기 자랑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 어라우절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도 제가 데스티니를 골랐기 때문이니까요.”


“네가? 바넘이 아니고?”


바넘의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적으로 쓸쓸한 빛이 스쳤지만 애써 밝은 모습으로 설단이 말했다.


“아닙니다. 대부분의 것들은 바넘이 결정했지만 데스티니를 뽑는 것만큼은 제가 했죠. 뭔가 딱 느낌이 왔다고 해야 하나... 아! 이건 운명이다! 딱 그래서 세명을 뽑고 그룹 이름도 ‘데스티니’에 예명까지 싹 맞췄다니까요.”


신이 나서 설명하는 설단을 보면서 로테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거기다 결국 베르도 그렇고... 어라우절의 각성자들은 거의 다 데스티니의 노래를 듣고 팬이 되면서 들어왔는걸요.”


“고생이 많았구나.”


“어휴. 말도 마십쇼. 이 바닥이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라서 나름 자금력을 가지고 밀어붙였는데도 처음에는 진짜 답이 없었다니까요. 그나마 자이가 빨리 들어와서 히트곡을 죽어라 찍어내서 다행이었죠...”


설단은 말하다가 자이를 고생시킨 게 생각났는지 아차하고 말끝을 흐렸다.


“괜찮아. 자이도 나름 즐기면서 일을 했던 것 같은데 뭐. 그때 베르랑도 가장 사이좋게 지냈던 것 같고...”


다 보고 있던 건가?


설단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해외 공연 건은... 매니저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지 않아?”


“그야 그렇지만 로테누님이니까요...”


로테는 잠시 생각을 해봤다.


지금의 베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해외 공연은 잠시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도 몰랐다.


“공연장소는...”


로테는 순간적으로 발하임을 떠올렸다.


꽃과 낭만의 도시...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을 되돌린 이후로 발하임은 찾을 수 없었다.


“뭐... 공연 장소는 일단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정도 공연하고 유럽으로 넘어갈까 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이면...”


위험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려던 로테가 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말을 멈췄다.


“괜찮습니다. 베르도 페스도 헤일도 다 자기 앞가림은 하니까요.”


“그야 뭐...”


거기다 어라우절이 움직인다고 하면 해당 국가에서 신경을 쓸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럼 일단 그래비티는 1집 활동 마무리로 해외 투어를 가는 거야?”


“네. 그런데 사실 데스티니가 해외활동에서 돌아온 지가 얼마 안 돼서... 싱글 3집이라도 내고 움직일까 싶기도 한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꽤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한번 베르하고도 상의를 해보는 게 어때?”


“어... 뭐 사실 급으로 따지면 데스티니랑 상의해야 하는 게 맞는데...”


설단의 머릿속은 기획사 사장 모드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마 그래비티가 각성자 관리국에 등록이 되어 있어서 해외를 나가려면 절차가 따로 필요할 거야.”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로테가 말했다.


“어쩌면 아주 편하고 빠른 교통수단을 제공해 줄지도 모르고.”


-----------------------------------


“해외 공연이요?”


설단의 말에 베르가 되물었다.


싱글 1집만 내고 해외 공연이라니...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되는 일이었다.


“저희 곡이 많지 않아서 투어를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을까요?”


“아. 데스티니가 싱글 3집 내고 투어를 한다고 하니 그래비티도 그 사이에 싱글을 하나 더 내는 건 어때?”


“... 자이를 과로로 쓰러지게 하실 셈은 아닌 거죠?”


설단은 큰일 날 소리라는 듯이 로테의 눈치를 보며 두 팔을 내저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이젠 더 이상 각성용 노래가 필요 없으니까 다양한 작곡가들에게 부탁하면 되는 거지. 꼭 자이만 붙들고 괴롭힐 필요가 없어요.”


아. 그렇군.


“그러면 이제는 좀 다양한 컨셉으로 가는 건가요?”


왠지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


... 중2병 컨셉에 중독이라도 된 건가?


“음... 그게 나도 고민인데... 너무 갑작스러운 변신을 도모하기에는 좀...”


옆에 가만히 있던 로테가 끼어들었다.


“그럼 자이가 총괄을 맡아서 들어온 곡들을 편곡 가이드를 하거나 직접 편곡을 해버리는 건 어때?”


“... 괜찮을까요?”


‘그래도 고생은 엄청나게 할 텐데?’라는 의미를 담아서 설단이 물었다.


“애들도 아니고... 그 정도는 자기 일이니까 잘하지 않을까?”


로테는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이뻐한 거였지 다 큰 동생들을 치마폭에서 감쌀 생각은 없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설단이 재빨리 결정했다.


“... 저기 지금 이 자리에 자이형도 없고 데스티니 선배님들도 없는 건 아시죠?”


설단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기획사 대표라는 입장만 가지고 할 거였으면 거기를 먼저 물어봤지. 하지만 어라우절인데 각성계의 왕인 베르한테 먼저 물어보는 게 맞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눈짓으로는 왠지 로테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아. 매니저가 로테였지.


눈이 마주치자 로테가 싱긋 웃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숙소에서의 일이 생각나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서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었다.


각성계에서는 왕비라고...? 그럼... 결혼? 아니 잠깐... 나에게 알베르트와 베르테르가 있는데 좀 이상하지 않나...?


전에 각성계에서는 내 몸을 빼앗아 말을 하는 기분이었기에 이런 것에도 반응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도덕적으로 이상한 건 아닌가 생각해 봤는데... 그것도 애매했다. 일단 로테의 나이가 300 가까이 된다는 것에서 도덕 같은 게 등장하기 이상한 전제가 되어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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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 이상한 공감 +2 23.06.01 61 1 13쪽
120 119. 길을 잃은 자 23.05.31 57 1 13쪽
119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118 117. 인과의 착각 23.05.29 62 2 13쪽
117 116. 토크쇼 23.05.28 61 1 13쪽
116 115. 퍼포먼스 아닌데요 23.05.27 5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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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 퍼포먼스 23.05.23 62 1 13쪽
111 110. 문제는 없을 거야 23.05.22 62 1 14쪽
110 109. 정보 공개 23.05.21 65 1 15쪽
109 108. 각성계의 악마 23.05.20 68 1 14쪽
108 107. 누구 편인 거죠? 23.05.19 67 1 13쪽
107 106. 가질 수 없는 것 23.05.18 67 1 13쪽
106 105. 도움의 흐름 23.05.17 69 1 13쪽
105 104. 스트루프의 부활 23.05.16 68 2 12쪽
104 103. 시그널 23.05.15 65 2 14쪽
103 102. 장르가...? 23.05.14 66 2 12쪽
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8 2 13쪽
» 100. 활동 개시 23.05.12 69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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