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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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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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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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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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9. 맹약의 완결

DUMMY

“뭐 잘난 듯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도 아직 대단한 아이돌은 아니지.”


“무슨 말씀이세요. 월드 클래스... 아니 월드 스타 아이돌이면 대단한 아이돌이죠.”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건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 하긴 한데, 인기가 많다는 것이 대단한 아이돌의 조건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


무슨 소리지? 아이돌은 인기 있어야 한다고 방금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내가 언제까지 아이돌일 수 있을까?”


단디는 약간 씁쓸한 눈빛이었다.


“우리는 다른 아이돌들처럼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한 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나이를 먹고 있어.”


단디가 베르를 쳐다봤다.


“아까 대상에 따라서 컨셉과 방식이 다르다고 했지? 우리의 팬은 어떤 아이들일 것 같아?”


“어... 일단 저요?”


“아니. 음... 그래 외모적인 걸로 우리한테 빠지는 팬들도 있지.”


“어... 저는 노래로 빠진 건데.”


단디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걸 본 스쿨은 옆에서 놀렸다.


“와. 그걸 짚고 넘어가네. 그럼 노래 보고 빠진 거지 외모는 별로 안 끌린다?”


“아니? 아니!! 무슨 말씀을!!”


베르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니 뭐... 그럴 수 있지. 노래를 좋아해주는 게 어디야.”


“아닙니다! 제가 여러 번 말했지만 저는 단디 선배님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이에요!”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베르를 보고 단디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우리가 얼마나 봤는데 내가 그걸 몰라? 그걸 포함해도... 우리의 팬들이 바라는 건 내가 나이 들고 주름살이 생긴 모습은 아닐 거야. 그리고 베르는 오히려 드문 편이고... 우리 노래가 그런 컨셉이다 보니 약간 걸크러쉬 쪽이라서 여자들이 보기에 드세면서도 아름다워야 하는 부분도 있지.”


음... 생각보다 복잡하구나.


“아이돌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갑자기 다음 앨범이 지금보다 인기가 없다면... 내리막 아이돌이 되는 거겠지?”


“그...”


그럴 리가 없다고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데스티니의 그전 앨범이 너무 잘 나갔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으니까.


“다음 앨범도, 컨셉도, 똑같이 하면 안 돼. 뭔가 발전하든 달라지든 보여줘야만 하는 거지. 그리고 그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기대치를 항상 넘어야 하는데... 지금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네.”


베르는 뭐라고 대꾸해야 될지 몰랐다.


“미안해. 괜히 물어보려고 부른 애한테 푸념했네. 이것도 오랜만이다. 그치?”


단디는 언제 우울했냐는 듯이 밝게 웃었다.


베르의 머릿속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연습실에서 노래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단디가 떠올랐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솔직히 말이 안 될 정도로 잘 됐는데 그럼에도 고민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해진 모습이었다.


“... 아이돌은 완벽할 순 없겠네요.”


“완벽한 아이돌이라... 일시적으로 완벽한 것처럼 연기하는 아이돌은 가능하겠지만, 우리도 사람인 걸...”


진지한 이야기로 변해버려서 가만히 듣고 있던 스쿨이 말했다.


“나는 언니들보다 어리지만, 그렇다고 나만 어리다고 혼자서 아이돌을 할 것도 아니고... 언니들의 고민은 곧 내 고민이기도 해. 하지만 어떻게 봤을 때는 배부른 소리지. 당장 다음 앨범이 망해서 인기가 없으면 우리가 늙어서 어떻게 될 것을 고민할 필요조차 없으니까.”


베르의 머릿속에 순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어째서 베르테르가 아이돌이 될 수 있었는지.


가끔씩 어떤 아티스트나 운동선수들은 최고의 순간에 물러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끝까지 할 수 있을 만큼 하다가 안 될 때 물러나려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최고인 상태에서 그만두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초라해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었다.


‘베르테르가 죽음으로 아이돌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생각에 잠긴 베르를 보고 스쿨이 어깨를 팡팡 쳤다.


“너무 고민하지 마. 이제 데뷔해서 첫 앨범 나온 아이돌이 무슨 그런 고민을 하는 거야? 지금은 열심히 해야 할 때 아니야?”


“아... 열심히 해야죠.”


고맙다며 다음에 꼭 밥을 사기로 하고 데스티니와 헤어졌다.


-----------------------------------


베르테르가 완벽에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다.


“타인의 인식...”


베르테르는 죽음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완결성을 각인시켰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완결성 있는 인간이어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그런데 나는 그럼 왜 지금 각성계의 왕인 거지?”


[그야 베르테르의 방법이 올바르지 않았으니까?]


불쑥 페이가 끼어들었다.


“올바르지 않았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지 않겠어? 그러니까 지금의 네가 더 각성계의 왕에 가까운 거지.]


그럴까?


[사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베르테르는 결국 죽음으로 현실의 시간에서 분리된 이후에 현실이라는 시간이 존재하는 영역에서 완결된 존재로 인정받은 거 아니냐?]


... 뭐야. 왜 갑자기 이렇게 똑똑한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죽음이 나와 함께 하는데 내가 그런 고민을 이해 못 할 거라고 생각했냐?]


“하긴...”


어떻게 봤을 때는 죽음 자체가 완벽한 거 아닌가?


“사신... 사신도 신 아니야?”


[뭐?]


“사신도 신이니까... 완벽의 영역이 아니냐는 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 하지만 당연히 나에게도 절대적이고 완벽한 속성은 존재하지. 하지만 죽음으로 완결되는 것이 완벽했다면 모든 죽음은 완벽했겠지. 죽음은 그런 영역이 아닌 거다.]


...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은 말이네.


고민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 아무도 없나?”


“안녕.”


멈칫했다.


숙소엔 로테가 와 있었다.


“숙소엔 웬일로... 아니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잊었어? 이 숙소 구해준 게 나였는데.”


아. 그랬지.


“아무도 없나요?”


“응. 다들 일정이 있어서... 인지 아니면 나랑 있는 게 불편해서 그런지 나갔어.”


기억을 찾지 않은 페스와 헤일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숙소에는 어쩐 일로...”


“이제 막내들도 찾았으니까.”


... 대화가 동문서답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변함이 없군.


“... 막내들은 만나보셨고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눈치를 보니 아이들한테는 완전하게 사정을 말하지 않았나 보군.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하던 로테는 갑자기 일어섰다.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던 베르는 당황했다.


일어섰던 로테는 베르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무... 무슨!”


허둥지둥하는 베르에게 로테가 말했다.


“이로써 그대가 나에게 한 맹약은 지켜졌어. 모든 나의 동생들과 나는 시간을 거슬러 다시 만났으니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


“아니 아니 그게 아니 저기....”


베르는 횡설수설하면서 얼른 로테에게 다가가서 로테를 일으켰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테의 팔을 잡고 일으키자 로테는 저항하지 않고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든 로테와 베르의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빠져버릴 것 같은 검은 눈동자에 당황하고 시선이 흔들리는 베르가 비치고 있었다.


“내가 그대에게 한 맹약은...”


“네?”


맹약이 또 있었어?


“꼭 지킬게.”


“... 정말 죄송한데... 이상하게도 알베르트의 기억에 로테와 어떤 맹약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거든요.”


로테의 뺨에 살짝 홍조가 돌았다.


아니 무슨 뜻이죠? 그게?


“아마도 그때 ‘신의 주목’을 피해서 맹약이 지속되게 만들려고 그랬나 봐. 그랬으니 아마 시간을 돌려도 맹약이 지속된 것이겠지. 그만큼 강력한 맹약이고... 나는 당연히 지킬 거야.”


두렵다.


두려운데 묻긴 물어야 할 것 같다.


“... 그게 뭔데요?”


로테가 살짝 시선을 돌린다.


쿵! 쿵! 쿵!


누가 문을 두드리나? 했는데 내 심장 소리네. 나대지 마라. 심장이.


“나는 영원히 그대의 곁을 지킬 거야.”


... 저만 들리나요?


어디 선가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저 대사는 아무리 봐도... 프러포즈용 대사 아니야?


쿵! 쿵! 쿵!


넋이 나간 것 같은 베르의 모습에 로테가 말을 이었다.


“너에게 부담을 주려는 이야기는 아니야. 어떠한 형태로든 너의 곁을 지키는 게 맹약이니까.”


... 그건 더 위험한 발언 아닙니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뭐라도 말해야 한다. 뭐라도...


갑자기 데자뷔가 일어나면서 뭔가 말했다가 망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냥 입 다물고 있을까?


“맹약이 완성되었으니 내가 너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아.”


네? 가까이요?


이제는 발로 문을 차는 것 같은 쿵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내가 그래비티의 매니저를 하기로 했어.”


“아...?”


긴장이 한순간에 휙 밀려가는 느낌이었다.


“아아~.”


“응? 왜?”


“아니요.”


후우... 혼자 생쇼를 한 건가?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다시 심장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각성계에서는 너의 왕비로 지낼 게.”


로테는 살짝 웃으면서 덧붙였다.


“물론 네가 원한다면.”


-----------------------------------


“... 왕은 우리 생각보다 더 완성되어 있었어.”


“... 그 꼬맹이가?”


백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베르를 저번에 봤을 때만 하더라도 어리바리한 그냥 어린애였는데 그을음의 평가는 달랐다.


“자신의 완결성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 이상을 더 추구할 수 있는 인물이더군.”


“... 완결성?”


그을음이 혀를 찼다.


“내가 ‘주’는 아니지만...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네.”


백야는 발끈했다.


“그 소리 그만해! 진짜 노이로제 걸릴 것 같으니까.”


그을음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각성계가 완벽의 세계지만...”


“불멸은 없다. 그래서 너와 내가 손을 잡은 거였고...”


백야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그을음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계에서는 소멸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불멸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가 있는 거니까.”


그을음이 백야를 쳐다봤다.


“그런데 단순히 베르테르일 거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완전히 달랐어.”


그을음이 백야 일행과 어울리게 된 것은 그들이 예전 베르테르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알베르트도, 베르테르도 먹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먹혔다고?”


“지배권은 지금의 베르...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각성계의 왕인 그에게 있어.”


백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이번 왕은 목적이 뭐라고 했는데?”


“... 끊임없이 살아가는 것.”


백야의 얼굴에 물음표가 스쳐 지나갔다.


“... 주문을 중2병으로 만들더니 아예 뇌 속도 중2병으로 재편됐나?”


“... 그럴지도.”


백야는 부정하지 않는 그을음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아니 그래서 그 말만 듣고 왔다고?”


“방법이 없었지. 워낙 단호했거든.”


“그럼 우린 이제 어쩌고?”


“단, 그가 단서를 준 게 있지.”


“단서라고?”


그을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이 기본 속성인 각성계에 변화가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원래 시간에 의해서 인과와 변화를 갖는 현실계와 그게 의미를 갖지 않는 각성계 중에서 어느 쪽이 이제 더 ‘완벽한가’.”


백야가 침음성을 흘렸다.


“... 현실계의 편에 선 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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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1. 바이러스 23.06.02 58 1 14쪽
121 120. 이상한 공감 +2 23.06.01 61 1 13쪽
120 119. 길을 잃은 자 23.05.31 57 1 13쪽
119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118 117. 인과의 착각 23.05.29 62 2 13쪽
117 116. 토크쇼 23.05.28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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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3. 시그널 23.05.15 65 2 14쪽
103 102. 장르가...? 23.05.14 66 2 12쪽
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8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8 2 14쪽
» 99. 맹약의 완결 23.05.11 6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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