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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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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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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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9. 길을 잃은 자

DUMMY

두 남자가 신중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이블에 더미로 쌓여있던 카드 한 장이 손으로 넘어갔다.


“스트레이트! 내가 이겼지?”


노란 머리에 정장을 입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카드를 들여다보던 사람은 상대방이 웃으며 카드를 내려놓는 걸 보고 카드를 공중에 던져버렸다.


지겹다는 듯이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힌 채로 창가에 서있던 사람을 향해 물었다.


“마이클! 우리 언제까지 대기야?”


미국의 각성자 팀장 마이클 펜이 창가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적어도 공연에 5일은 걸릴 거라더군.”


무덤덤한 마이클의 말에 불만을 터트렸다.


“아니 이게 맞는 거야? 우리가 저런 연예인을 경호원처럼 따라다니는 게 맞냐고!”


미국도 슬슬 각성자들에 대한 대우가 올라오고 있었고, 특히 마이클이 이끄는 팀은 그 이전부터 각성자 활동을 하던 이들이 많아서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그런 각성자팀이 한국에서 온 연예인 공연팀을 따라서 뉴욕에서 LA로 따라다니고 있으니 불만이 있을 만도 했다.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는 걸 알잖아?”


마이클의 말에 불만을 터트리던 각성자가 멈칫했다.


며칠 전 뉴욕에서 마주쳤던 다수의 균열은 처음 겪는 상황이라 정신없었다. 거기다 기묘하게 더 강해진 것 같은 악마들로 인해서 위험한 상황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베르’를 찾아왔던 UFO를 타고 온 이상한 각성자까지.


그 남자는 말을 돌렸다.


“아니 그런데 한국은 무조건 각성자를 하면 연예인을 시키는 거야? 그 흰색 정장은 또 무슨 패션이래?”


하얀 정장을 빼입고 온 그가 각성자가 아닐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 하얀 정장은 자신들과 연관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


“눈 가리고 아웅이군.”


투덜대던 남자는 기다란 소파로 가서 아예 누워버렸다.


“그런다고 우리가 여기 5일 내내 갇혀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저녁엔 술도 한 잔 하고...”


“뭐 그래봤자 그들도 평범한 외국인인데 외국인들이 LA 와서 뭘 하겠어? 관광이나 하겠지. 어차피 우리 임무는 저들이 다치지 않게 경호하는 게 아니야. 저들로 인해서 혹시 발생하게 될 ‘게이트’를 처리하는 거지.”


그건 다행이었다. 누구를 지키는 건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었으니까.


“그럼 별일 없이...”


거기까지 말한 순간 갑자기 모두 다 고개를 휙 돌렸다.


부웅!


물리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충격파가 스쳐 지나갔다.


“무슨!”


누워있던 각성자까지도 벌떡 일어났다.


“게이트인가?”


“그게 아니라...”


마이클은 얼마 전에 전달받았던 토크쇼 영상을 떠올렸다.


화면으로만 봤을 뿐이었다. 물리적인 충격파가 아니었음에도 사람들의 반응에서 충격파가 휩쓸고 지나갔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게 그 충격파였다는 것을.


“베르가 각성을 꺼냈나 보군.”


“각성을 꺼냈다고?”


어라우절이야 각성 주문 같은 게 있어서 각성 능력을 본격적으로 컨트롤하는 경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각성 능력을 특별히 꺼낸다고 해봤자 변화가 거의 없었다.


아니. 솔직히 어라우절에서도 각성한다고 해서 주변에 영향을 주는 각성자는 베르가 유일했다.


“각성계의 왕께서 엊그제 토크쇼에서도 한 번 멋지게 난리를 피우셨다더군.”


“그때도 그럼 게이트가 열렸어?”


마이클이 그 말에 갸우뚱했다. 그러고 보면 그때 따라갔던 팀이 게이트를 처리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아니. 아마도 게이트가 나오진 않았던 것 같은데?”


“뭐?”


미국에서도 베르가 힘을 꺼내는 것과 게이트의 연결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각성 능력을 꺼내도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면?


“그럼 일단은 아닌 거지?”


잔뜩 긴장하고 있던 각성자가 어깨 힘을 풀면서 말했다.


“아마도...”


-----------------------------------


그 시간, 베르는 각성계에 단차를 만들어서 열고 각성계로 들어서고 있었다.


각성계에 들어가는 것 자체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 스트루프가 심해진 게 맞긴 한 거지?”


[애초에 스트루프가 뭔지도 모르면서 심해졌는지 말았는지 어떻게 알 건데?]


“...”


아니 내가 스트루프가 뭔지 모르던가?


“스트루프는...”


막상 말하려고 하고 보니 설명이 까다로웠다.


[정확히는 너네가 말하던 ‘동화 현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결국 두 개의 세계가 서로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합쳐지거나 흡수하려는 힘 같은 게 아닐까.]


... 내 자존감의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내 주변이 죄다 나보다 똑똑한 것 같아서가 아닐까?


문득 위를 올려다보니 각성계의 하늘은 여전히 붉었다.


“일단 악마를 만나봐야 알 수 있는 걸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그전에 나와 대화를 하는 건 어떨까?”


베르는 고개를 돌렸다.


“... 주?”


“너는 알베르트가 아니지?”


베르는 주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당황스러웠다.


베르에게 주는 언제나 대단히 강한 존재였다. 처음엔 존재감만으로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고, 결국 알베르트의 손에 무너지긴 했지만 그만큼 강한 상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주는 너무 위화감이 없었다.


“... 화신인가?”


베르는 ‘신’과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화신의 일종이지.”


생각해 보면 원조(?)인 신도 만났는데 화신인 주를 만났는데 위압되면 그것도 이상한 것 같았다.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각성계에 거리는 의미가 없다.”


“...”


여전히 각성계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베르였다.


“...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모두가 너를 찾고 있지.”


“...”


이런 대화 방식 너무 불편해...


“대화를 원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자연스럽게 주에게 반말을 하고 있네? 이건 알베르트의 영향일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지금 여기에 들어온 건 ‘진현우’의 선택이었으니까.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은 ‘섞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하자고...


-----------------------------------


베르와 주 사이에는 묘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균형인가?”


“균형?”


“각성계와 현실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생각인가?”


주가 말하는 균형은 각성계와 현실계의 이야기인 듯했다.


아니 그런데 내가 원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스트루프를 만들고 없애고 북 치고 장구 치는 건 신이 알아서 다 하고 있는데.


복잡한 게 싫어서 무작정 들어왔는데 오히려 복잡한 이야기를 하게 생겼다.


갑자기 주가 노골적으로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 귀찮은 게 찾아왔군.”


이번에는 베르도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든 베르의 시야에 붉은 하늘에서 눈에 익은 노란 정사면체가 날아들고 있었다.


“아...”


베르도 그게 누군지 알고 있었다.


쿠웅!


이번엔 상자의 착지와 동시에 가볍게 날아올라서 착지하는 백야였다.


“드디어! 완벽했어!”


기뻐하던 백야가 옆을 바라보니 못마땅한 표정의 주와 기괴한 것을 본 듯한 표정의 베르가 있었다.


백야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정장을 툭툭 털고 말했다.


“흠... 아니? 주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시죠?”


보통은 주가 자기 영역을 벗어나서 돌아다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너와 같은 이유다.”


“저 ‘반쪽짜리 왕’에게 볼일이 있으신 겁니까?”


반쪽짜리라고? 너무하는 거 아냐?


“쓸데없이 입으로만 균형을 추구하는 자여. 너는 그다지 중요하진 않지만 대화는 왕보다도 잘 통하는구나.”


“칭찬... 이시죠?”


백야의 기준에서 애매한 느낌이었다.


백야는 시선을 베르에게로 돌렸다.


“설단은? 오늘은 아무도 달고 오지 않은 건가?”


“백야...”


베르는 사실 백야에 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을 끝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신도 나를 찾아왔다고 들었는데요?”


“아. 뭐... 들어야 할 것도 좀 있고 해서.”


주가 베르와 백야 사이에 끼어들었다.


“여기가 아무리 각성계라지만 적어도 도착한 순서 정도는 있지 않을까?”


“아. 당연히 먼저 볼일을 끝내셔도 됩니다.”


주는 베르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나에게 존중의 의미로 인간들의 존댓말을 쓰지. 알베르트 같은 존재를 제외한다면. 그런데 너는 당연하게도 어색하지 않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군.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균형만 주워섬기는 자’에게도 존대를 쓰면서 말이지.”


아니 꼰대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베르가 생각해도 호칭이 꼬인 상황이긴 했다.


에라. 어차피 주한테도 반말하고 있는데 백야한테도 말 놓지 뭐.


백야가 자연스럽게 주에게 말을 높이고 있는데 내가 백야한테 계속 존댓말을 쓰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불만인가?”


“... 아니. 신기해서 물어봤을 뿐이다. 내 용건은 이미 이야기했다. 신의 의지가 강해지는 이 시기에 너의 의지는 신과 함께하는지 물어보기 위해서다.”


“... 신의 의지라는 건 스트루프 이야기겠지?”


“그렇다.”


간신히 찍어 맞췄네.


“신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이상했는데... 이 스트루프가 대체...”


갑자기 주가 말을 끊었다.


“신을 만났다고?”


“... 그렇다.”


주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불안감?


그리고 이 불안감은 아주 친숙한 것이었다.


“... 너도 길을 잃은 거군?”


“무슨 소리냐.”


“신과 소통을 안 한지 얼마나 된 거지?”


“...!”


포커페이스처럼 보이던 주가 흔들렸다.


“신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는 건 왠지 없다는 말처럼 들린단 말이지...”


베르는 말하면서도 자기가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내뱉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를 떠보고 신의 의지를 알아내서 아닌 척 따라가고 싶었군. 심지어 스트루프가 신의 의지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말이지.”


“... 스트루프는 이전부터 신의 의지였다.”


“그래? 그럼 스트루프가 강해지는 것도 신의 의지다 이런 이야기겠지?”


“... 너도 느끼는 건가.”


솔직히 모르겠다. 남들이 다 강해진다니까 그런가 보다 해야지.


“화신까지 현실계에 보내가면서 스트루프를 유지했었는데... 대체 왜 포기했던 거지?”


“그건...”


“너는 신의 의지를 모르는구나?”


궁지에 몰린 듯한 주의 앞에 백야가 끼어들었다.


“잠깐. 현실계에 화신이 갔었다고? ‘주’가 신의 화신인데 무슨 소리야?”


“백야 당신도 아무것도 모르는군.”


백야의 약점(?)을 후벼 파는 한마디에 백야의 얼굴이 파랗게 물들었다.


베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를 몰아붙였다.


“너와 바넘이 동시에 신의 화신이었다면... 어느 쪽이 진짜로 신의 의지를 따랐던 거냐? 아니면 둘 다 신의 의지였다는 거냐?”


“그런가... 각성자도 신의 화신이었던 거냐.”


베르는 확신했다.


“버림받은 신의 화신이여. 너는 이제 너의 의지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네가 ‘주’로서 너의 의미에 집착하는 한...”


베르는 이야기하면서 점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거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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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28. 아티스트 23.06.09 57 1 14쪽
128 127. 마이더스의 손 23.06.08 56 1 14쪽
127 126. 히어로 드라마 23.06.07 56 2 16쪽
126 125. 오디션 23.06.06 55 1 13쪽
125 124. 세상은 넓고 연예인은 많다 23.06.05 60 1 13쪽
124 123. 솔직하게 말해보자 23.06.04 57 1 12쪽
123 122. 죽을 수 없는 자 23.06.03 56 1 13쪽
122 121. 바이러스 23.06.02 58 1 14쪽
121 120. 이상한 공감 +2 23.06.01 61 1 13쪽
» 119. 길을 잃은 자 23.05.31 58 1 13쪽
119 118. 진로 탐색 +1 23.05.30 64 2 13쪽
118 117. 인과의 착각 23.05.29 62 2 13쪽
117 116. 토크쇼 23.05.28 61 1 13쪽
116 115. 퍼포먼스 아닌데요 23.05.27 58 1 13쪽
115 114. 연예인도 아닌데 +1 23.05.26 64 1 15쪽
114 113. 남의 이야기 23.05.25 63 1 12쪽
113 112. 좋아하는 것 23.05.24 64 1 13쪽
112 111. 퍼포먼스 23.05.23 62 1 13쪽
111 110. 문제는 없을 거야 23.05.22 63 1 14쪽
110 109. 정보 공개 23.05.21 66 1 15쪽
109 108. 각성계의 악마 23.05.20 68 1 14쪽
108 107. 누구 편인 거죠? 23.05.19 67 1 13쪽
107 106. 가질 수 없는 것 23.05.18 67 1 13쪽
106 105. 도움의 흐름 23.05.17 69 1 13쪽
105 104. 스트루프의 부활 23.05.16 68 2 12쪽
104 103. 시그널 23.05.15 65 2 14쪽
103 102. 장르가...? 23.05.14 66 2 12쪽
102 101. 투어 준비 23.05.13 68 2 13쪽
101 100. 활동 개시 23.05.12 69 2 14쪽
100 99. 맹약의 완결 23.05.11 6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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