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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곰젤리
작품등록일 :
2023.03.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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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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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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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인간 이하의 이하의 것

DUMMY

시엠립 왓트마이 킬링필드 기념관에 한 소녀가 전시된 그림을 보고 있었다.


"혼자 왔니?"

"네... 제가 그린 그림이 여기 있어서요."

"?"


가이드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소녀는 온데간데 없었다. 참혹한 학살 후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한폭의 그림. 그 아래로 소녀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만 있었을 뿐.


크메르 루주 공산 독재 정권의 철혈 통치로 인해 희생된 자들의 시체로 즐비한 어느 농촌의 논밭을 배경으로 한, 희생자들의 자식 중 하나일지도 모를, 어떤 아이가 저물녘의 지평선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림.

석양을 마주하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은 어두운 색채로 처리되어 성별을 분간하기 힘들었으나 가이드는 곧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설마..."


그림 속 아이는 맨발이었고, 그가 다시 그림 아래쪽을 봤을 때 신발은 피로 얼룩져 있었으니까.



#



"억압당하기만 했던 200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앙코르 와트 제국의 광영이 이곳 크메르 공화국에 임할 것이라고 나 폴 포트는 굳게 믿습니다!"


민주 캄푸치아 공산당 총비서이자 정부 수상인 폴포트의 식전 연설이 담긴 방송이 도시를 비롯하여 전역에서 송출되고 있었다. 인민 세뇌를 위한, 단 한 명의 독재자를 신격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세뇌 수법 중 하나이자 가장 효과가 큰 방식인 방송.


하지만 폴 포트는 자신이 어느 행사 때 언급했던 한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관련 지휘부를 대거 숙청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이 나라의 신이자 아버지이거늘 어찌 인간에 불과한 마오쩌둥에 비한단 말인가?"


자신이 마오쩌둥을 존경했다고 한 사실이 상당히 불쾌한 것이었다. 폴 포트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던 마오쩌둥은 사실상 지금의 그를 만든 촉매제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한 공화국의 독재자로서 자리를 잡은 그로서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싶을 터.


"언론인 놈들이 자꾸만 손가락을 놀리는 거 같은데 말야."

"각하, 무슨 말씀이시온지..."

"나더러 중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하더군."

"이런 처죽일 놈들이..."


이 또한 사실이었다. 폴 포트, 아니 살롯 사의 가계에는 중국 혈통이 섞여 있었고, 이게 늘 폴 포트의 신경을 건드려왔던 것인데 그의 신격화에 반대하던 세력들이 언론을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만방에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사단 병력을 소집하게."

"사단까지 말씀입니까?"

"아예 씨를 말려야지.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야."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론 놀의 친미 잔존 세력들이 공작한 이간 획책이라고 공표하면 해결될 걸세."

"역시... 각하의 혜안은 저희로서는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전역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손이 하얗다는, 안경을 꼈다는 이유로 언론인으로 의심받아 즉결 총살된 자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들의 가족은 농촌으로 강제 이주를 해야만 했고 그곳에서 끔찍한 노역에 시달렸다.


쉬는 시간은 세뇌 방송이 나오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13시까지가 다였고, 여성들은 그마저도 쉬지 못하고 군부의 성노리개가 돼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심지어 10살이 채 되지 못한 소녀들까지도.


저항하던 여성들은 잔혹한 성고문 끝에 살해당한 후 악어가 득실대는 근처의 늪지대로 버려졌다. 시체를 따로 처리하기 곤란했던 군부들이 그것들을 악어의 먹이로 버린 것이었다.


"들었나 자네?"

"각 수용소의 간수들도 모조리 처형당한 거 말인가?"

"이러다가 우리도 버려질 수도 있지 않겠나?"

"그동안 정권의 개노릇 한 거군."

"그나저나 군량마저 배급이 끊긴 지 달포가 돼가네. 땀 밧 지휘관은 지금 국가의 재정난이 심해 그렇다고 하는데..."

"흥! 우리의 급여를 줄이기 위해 죽인다고 들리는군."


관개와 수로, 운하 등 각종 공사에 많은 인력과 자원을 낭비한 민주 캄푸치아국은 늘 자금난에 시달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공산 일당 독재는 각종 비리와 부패를 불러왔고, 많은 사기업들이 국영으로 강제 통합돼 공산 당원의 사적 재산이 되었다.


국가의 근간을 지탱해오던 기관의 인원들에게 줄 급료조차 부족해지자 전국에서는 폴 포트의 정책 기조에 대한 반발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정부의 세뇌 방송은 늘 정각에 흘러나왔고.


"우리는 그동안의 투쟁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할 것이다. 과거로부터 모든 것을 단절하고 전통은 사라질 것이다. 화폐와 경제체제가 사라져 국가가 국민들의 모든 것을 돌보는 사회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캄보디아 건설을 위해 수도에 있던 3백만의 국민을 농촌으로 분산시켰다. 이제 농촌은 혁명의 전초 기지가 될 것이며 인민들은 앞으로 사라지게 될 여러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프놈펜 시내 외곽의 어느 주점.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한 외국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라디오를 꺼버렸다. 베트남도 공산 국가이지만 이딴 식으로 경제 고립을 자초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방송을 끈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구슬로 꿰만든 발을 젖히고 누군가가 장내로 들어와서는 그 베트남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베트남인은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서 남은 술을 들이키며 따라 들어온 자들을 잔을 통해 바라봤다. 일렁이는 은은한 갈색 액체를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실루엣들은 잔의 표면에 넙적한 형태로 왜곡돼 나타났다.


탕, 탕, 탕.


무장한 병사 3명이 법을 어긴 자에게 가한 즉결 처형.

심장에 손을 대고서 베트남인의 죽음을 확인한 병사들은 총상으로 인해 얼굴이 으깨져버린 그의 신분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대충 그의 시신을 수습한 그들은 시내 한복판에서 시체를 화장하기로 결정하였다. 모두에게 정부의 위계력을 알려주고, 법을 어긴 자들의 최후를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말이다.


급료 지급이 여지껏 지연되자 기아에 허덕이던 병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먹어야만 했다. 그러나 공사로 인해 황폐화된 농촌에서 더 이상 먹을거리를 구할 수 없었던 그들은 형언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고 마는데.


만삭의 임부들마저 노역에 동원되었고, 추위과 굶주림에 지친 그들은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허나 그들의 시신은 이번에는 노역자가 아닌 병사들이 직접 처리하였으니.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노역자가 몰래 그들을 미행하기로 하였다.


"!"


공업용 알코올을 물에다 희석해 술 대신 마셨던 병사들이 얼큰하게 취한 모양새로 널부러져 자고 있었는데, 그들이 피운 모닥불 위로 야자수 잎이 포개 있었고, 거기에 누렇게 구워진 고기가 몇 덩어리 남아있었다.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넙적한 돌에는 간과 쓸개로 보이는 것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잘려있었고, 그 돌갗의 주름엔 따라 흘러내린 노란색 액체가 굳어있는 게 보였다.


'식인을 하다니. 그것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애들을...'


이러한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자 그들은 분노했고, 기회를 봐서 반란을 도모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모든 역사가 말해주듯 내부에는 적이 있기 마련. 그들의 계획은 허무하게도 곧 발각되었고, 색출된 주동자들은 즉결 처형된 채 구덩이 속으로 버려졌다.


이를 계기로 병사들의 광기는 극단으로 치달았으니.


"내일은 총검술을 할 예정이다. 너희들은 훈련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훈련장으로 데려오거라. 이를 어긴 자는 가차없이 처형할 것이다."


13세 이상 아이들을 크메르 루주의 병사로 양성하기는 했어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병사들을 줄이기에 급급한데 뜬금없이 총검술 훈련이라니.

의아했지만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노역자들은 별 의심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아직은 논밭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훈련장.

노역자 대부분이 부모였으므로 아이들은 제법 그곳에 모여있었다. 당일날 갑자기 연령을 막론하여 모든 아이들을 소집하라고 명했기에 신생아도 몇몇 보였다.


척, 척, 척.


종으로 10명씩 열을 지은 병사들이 절도있게 총구를 위로 향하게 들고서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총구의 아래쪽엔 서슬 퍼런 총검이 부착돼 있었고, 병사들은 훈련에 앞서 예행 연습으로 총검 내지르기를 필두로 하여 서로의 합을 맞춰보았다.


탕, 탕, 탕.


훈련 개시를 알리는 총성이 하늘에 울리자 병사들은 고함을 지르며 총을 어깨에 둘러멘 채 부모들에게로 달려가 아이들을 빼내오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무차별적인 구타에 못이겨 아이들을 내주고 만 부모들의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그 이어 들려온 건... 아이들의 비명 소리였다.


병사들은 아이들을 바닥에다 내팽겨쳤고 총검으로 그들을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비교적 가벼운 아이들이나 신생아들은 허공에 띄워서 총검으로 서로가 경쟁하듯이 찔러댔다.


"이봐, 살살해."

"아, 식량인 걸 잊었군."

"아니야, 잘게 다져진 고기가 더 맛있는 법이지."


울부짖는 부모들이 그들에게로 달려들었고 병사들은 일제히 그들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중에도 그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이에 다시 터져나오는 날카로운 총성.


탕, 탕, 탕.


무력하게 짓밟혀버린 그들. 논밭은 어느새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수많은 시체가 땅 아래에 매장된 탓에 더는 시체를 묻을 수가 없었던 병사들은 아이들의 시체만 가지고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저물녘이 되어서인지 주변은 석양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술과 약에 취한 병사들은 군가를 부르며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뭔가가 오고 있는데?"

"한 마리도 남김없이 다 죽였는데 무슨 개소리야?"

"잘 보라구. 저기 저쪽..."


순식간에 그들의 대오를 비집고 들어온 한 소녀. 병사들은 자신들의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는 그 소녀를 꼿꼿히 멈춰선 채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시선은 여전히 전방을 향하고 있었고, 그들을 뒤로 하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대로 온몸이 굳어버린 병사들.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몇 초 간의 정적이 흐른 뒤...

그들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



"폴 포트를 놓치셨습니까?"

"베트남이 자신들의 외교관이 죽은 데에 대해 앙심을 품고 전쟁을 일으킨 혼란을 틈타 외국으로 도망쳐버렸습니다."

"그 나라가 어디인지는 아십니까?"

"태국인 걸로 압니다만..."

"그의 역사가 바뀐 걸로 보아... 악마가 개입한 거 같습니다."

"여러 악인을 만나는 중에 두 개의 천기가 느껴지긴 했습니다. 저를 미행하는 거 같았지요."

"미카엘 님이 현계로 오셨으니 이상할 건 없지요."


교황은 다소곳한 자세를 유지한 채 홍차를 홀짝였다. 그의 옆에는 동양의 악기로 보이는 대나무로 만든 피리가 놓여있었다.

미카엘이 악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눈치챈 교황은 세 명이나 되는 수행원들을 불러 간식을 치우게 했다. 이상하게도 그중엔 여자 아이도 속해있었다.


"아, 이들은 신성한 가족으로 구성된 저의 수행원입니다. 누구보다 고결한 인품을 가진, 신의 자녀들이지요. 저 아이는 특히나요. 외모가 누구보다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교황은 정강이 쪽을 한손으로 잡고서 인상을 찡그렸다. 아이는 고개를 훽 돌리며 부모의 손을 잡고 교황실 문을 나섰다.


"이제야 물어보는 건데..."


일순 놀란 표정을 지은 교황이 말허리를 끊으려는 찰나 수행원 중 하나가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티칸 광장에서 강력한 천기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광장에 미카엘이 도착했을 땐 천기를 더 이상 느낄 수가 없었다. 두 녀석 중 하나가 이곳에서 줄곧 따라다니는 건 알고 있어 놀라울 건 없었지만 이제는 천기를 완전히 지웠다는 것은 신경이 쓰일만한 요소였다.


'미리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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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선택받은 자 24.08.31 14 0 14쪽
13 12. 선택받은 자 24.08.30 20 0 13쪽
12 11. 선택받은 자 24.08.29 21 0 13쪽
11 10. 인간 이하의 이하의 것 24.08.28 19 0 13쪽
10 9. 인간 이하의 이하의 것 24.08.27 19 0 14쪽
9 8. 인간 이하의 이하의 것 24.08.26 13 0 12쪽
8 7. 인간 이하의 이하의 것 24.08.25 14 0 12쪽
7 6. 결정 24.08.24 15 0 13쪽
6 5. 결정 24.08.23 27 0 13쪽
5 4.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2 13 0 13쪽
4 3.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1 25 0 14쪽
3 2.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0 26 0 13쪽
2 1.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0 28 0 13쪽
» 프롤로그-인간 이하의 이하의 것 24.08.20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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