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9999 구원 능력자가 전직 천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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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곰젤리
작품등록일 :
2023.03.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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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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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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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가상 현계는 대체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

최초의 인류가 원죄를 저지르고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정착한 곳이 진짜 현계인 건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에 연루된 다른 존재와 천사들이 죽거나 쫓겨난 시점 이후라면 그때의 현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

비록 다른 존재와 천사들의 대역 죄가 드러난 시기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쉐렌카와 아스카나를 포함한 7인의 대역 죄인들은 선악과 사태 직후 사형 집행이 내려진 반면 미카엘 등 대천사장과 그 이하 직속 천군들은 몇 세기가 지나서야 각기 다른 처벌을 받게 되었다.)그들에 대한 역사는 성경 어디를 봐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들의 역사가 그렇게 누락되었고 심지어 왜곡까지 되었다면 성경의 역사 전반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현계는 과연 진짜일까?

허나 선지자 아브라함을 위시하여 수많은 선지자들이 구약과 신약에서 하나의 흐름이 되어 유일신의 말씀을 전했다는 역사적 사실만 놓고 본다면 마냥 가상 현계라고 볼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미카엘이 머무르고 있는 현계 뿐만 아니라 다른 현계에서도 성경의 말씀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메트트론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인가보군."


영달 또한 메타트론의 행방이 궁금하여 미카엘에게 물어보려는 차에 그의 그러한 말이 나오자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메타트론의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나 이후 나온 미카엘의 말에 영달의 표정은 살짝 풀어졌고, 어떤 확신의 전조가 뇌리를 스쳐감을 알게 되었다.


"프로코피우스와 함께 천륜안의 탑에 있던 메타트론의 석판을 보게 되었네."


미카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영달의 표정 변화를 읽고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천지창조의 순서에 대한 절들이 나타나더군. 놀랄 수밖에 없었지.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의문이 한 번에 해결되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때 미카엘이 보았던, 창세기 서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순서에 대한 절들이란 다음과 같다.


3절: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4절: 그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은 빛과 어둠으로 나누사.

5절: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밤을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성경에 개입한 자는 유일신의 서기 메타트론과 전령 가브리엘이었다. 창세기 부분은 유일신이 메타트론에게만 맡겼는데, 미카엘과 영달도 그 역사를 함께 한 자들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왜곡과 누락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것은 진짜 현계에 대한 단서는 될 수 없을지언정 가상 현계에서도 성경의 말씀이 왜 동일한 지를 유추해볼 수 있게 하였다.

모든 대역 죄인의 처벌 이후, 즉 수 세기가 지난 시점에서는 가브리엘이 성경의 모든 부분을 다뤘기 때문이다.


허나 미카엘의 오래된 의문은 그와는 별개였다. 다만 영달에 의해 여기도 가상 현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가브리엘의 의도가 뭔지 파악할 여지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문의 퍼즐 한 조각을 이제서야 맞추게 되었다는 데에 의의를 둘 수는 있었다.


'여기서의 모든 선택도 결국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인과에 따라 이뤄지는 거군.'


그렇다면 인간의 멸족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인과률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 인과 또한 아버지께서 누군가에게 부여한 자유의지로 만든 거니까 절대적일 리 없을 것이다.


"الوقت في الزمن موجود ويمضي."

(시간 안의 시간 또한 존재하며 흘러가는 법일지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지만 미카엘의 의지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

그 존재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 그녀. 혹시나 살아있을 지도 모를 그녀를 위해서라도 미카엘은 인간을 지켜야만 했다.


미카엘은 품속에 숨겨둔 꽃반지를 꺼내보았다. 에덴 동산에 서식하고 있던,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줄기가 잘려나가 매듭이 되어도 그 생기발랄함은 여전했다.

언젠가는 그녀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산달폰, 보고 싶구나.'


시간은 거침없이 미래를 향해 흘러갔고 그의 감정 또한 그렇게 흘러갔다.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서.



#



화조 떼가 몰려오고 있다는 말에 레오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레오나는 메고 있던 가방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은 후 그 안에 있던 페로몬 주입 총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총신의 윗부분에 설치된 특수 유리관을 몇 번 살펴봤고 별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이 되자, 총구에다가 지정한 목표물에만 발사되는 격발 제어 장치를 꽂아 놓았다.

새끼들 중에서 아무에게나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맞추기 쉬운 위치에 있는 새끼에게 쏜다면 대부분을 재로 만들어버리는 화조의 화염으로 인해 아주 적은 수의 새끼를 포획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너무 어려운 위치는 그래도 인간이 직접 조준은 해야 된다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 자칫하다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격발 명령은 최전방에 있는 다니엘이 하기로 되어 있었다. 진공 상태로 보관된 페로몬 양으로 볼 때 두 발까지는 가능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던 레오나는 일행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들 각자의 위치로 이동해!"


레오나의 이동과 함께 총신이 몇 차례 들썩이자 유리관에서 없었던 변화가 일어났다.

녹색의 가스 덩어리였던 페로몬이 연분홍색 미세한 입자들을 방출하자 묘한 광경이 연출되었던 것이었다. 그것들은 천천히 유영하면서 얽혔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고, 몇몇 입자들은 흩어지려는 것들을 끌어모으면서 원래의 모습을 복원하려고 했다.


'아......'


그것을 본 레오나는 깊은 침음을 삼켰다. 예상치도 못한 변수마저 이제 계산에 넣어야했다.

다름 아닌 다른 환경에서의 페로몬 발산 후 대상 간 전달 속도.

공기 중이라면 그 모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뭘 말하는 것일까?

목표물에 적중시켰다고 한들 페로몬이 어미 화조에게 전달되는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늦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어미 화조들이 그 전에는 각자의 새끼가 있는 둥지에 있을 게 뻔했다.



그 시각.


시선에서 화조 떼가 멀어지자 영희는 팀원들에게 대강의 상황과 곧 해야할 임무를 전파하기 위해 무전을 송출하였다.


"한 녀석을 끝으로 더는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는 다 온 거 같아. 곧 몇 분 후에 녀석들이 도착할 거 같으니까 내가 거기 가기 전까지는 각자 맡은 위치대로 움직여 주길 바라. 그리고......"

"허억, 허억."


무선 장치 너머로 들려오는 레오나의 거친 호흡 소리.

이에 뭔가를 직감한 영희는 단독 송출로 레오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지를 물어보았다.

잠시 후 레오나의 진정된 듯한 목소리가 장치를 통해 울려왔다.


"페로몬 말이야. 그게 움직임이 있으면 미세한 입자로 흩어지고, 멈추면 가스로 뭉쳐지는 성질이 있어. 단적으로 말하자면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일수록 페로몬 전파가 늦게 된다는 말이지."


영희는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페로몬을 발산하는 새끼와 멀리 떨어져 있는 화조들은 그것이 전달되기 전까지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게 뻔하니까.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페로몬 지속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엿들은 던컨은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벌어질 일과 팀원들이 그에 대처하는 법까지 계산에 넣었고, 거기에 맞게 가다듬은 계획으로 시뮬레이션을 몇 차례 돌린 후, 가장 이상적인 복수를 위한 설계를 마련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중앙에 있는 녀석을 노릴 게 분명하겠군. 근데 앞의 10마리를 위해 뒤의 30마리를 포기한다라...... 다니엘이 그렇게나 소심했나. 하긴 죽기는 싫은 거지.'


던컨이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저편으로부터 레오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다들 진영을 유지해! 화조들이 몰려오고 있으니까."


대략 20마리 정도 돼보이는 화조 떼가 중앙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을 기점으로 그 뒤에 좌우로 길게 정렬한 채 둥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두머리가 먼저 중앙에 있는 둥지에 자리를 잡자 모든 새끼들이 울부짖었고, 아직은 공중에 있던 나머지 녀석들은 둥근 모양으로 대형을 짜더니, 그 안에서 모양을 따라 돌면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화조는 시력이 나빴던지라 그곳으로부터 50m쯤 떨어져 있던 그들을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새끼들은 그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화조는 몸에서 화염이 생기고, 강해질수록 가시광선이라던가 자외선 같은, 빛으로 이루어진 파장을 시야에서 인식하기가 어려웠으나, 새끼들은 불꽃조차 없었기에 다른 새와 마찬가지로 여러 파장의 빛을 통해 아주 멀리 있는 대상마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초음파 전달이 계속되는지 녀석들의 대형 유지는 지속되었다. 다니엘의 말을 어기고 둥지 가까이에 대기했다면 이미 발각되어 죽음을 면치 못 했을 거라는 사실에 레오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팀원들의 옷은 화염의 열기로 인해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보다 후방에 있던 던컨 또한 화조가 내뿜는 열기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컨트롤러를 쥐고 있던 손에서는 긴장 때문인지 열기 때문인지 모를 원인 불명의 땀이 흥건하게 배어났다. 미끌거리는 손을 옷자락으로 닦아내고 다시 컨트롤러를 잡아보지만 이내 땀은 다시 차올랐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난 후.


새끼들은 더 이상 울부짖지 않았고 이에 어미들도 각자의 둥지로 돌아갔다.

팀원들은 한숨을 쉬었으나 곧 엄청난 한기가 몰려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젖었던 옷은 금세 딱딱하게 얼기 시작했다. 중천을 향해 있던 태양은 온데간데 없었고 시커먼 하늘만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죽기 전에 있었던 곳도 가상 현계였지만, 그곳은 그래도 인간의 몸이 적응할 정도로 자연과 우주의 섭리가 절묘하게 적용된 곳이라서 거기에 맞게 대응한다면 사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변화무쌍함은 그들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었다. 특히 생체리듬 주기에 미친 영향이 그랬는데, 3대 욕구 중 수면욕, 식욕이 그때마다에서 수시로 해결로 바뀌면서 식량은 늘 부족했고, 대부분의 인간들이 틈만 나면 수면을 취하느라 생산 인구 또한 부족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천계인이 던져주는 먹다 남은 과일로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레스티아가 쳐준 결계로 인해 모든 게 이전 현계와 같은 상태가 되었지만, 그 밖의 구역은 여전히 그런 위험에 노출돼있었다.


레오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며 주변 팀원들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모두 다 추위에 몸을 떨고는 있었지만 눈은 멀쩡히 뜨고 있었다. 그간의 훈련이 빛을 본 것일까?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여 훈련을 이끌었던 다니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다니엘, 화조 녀석들이 다 제자리로 돌아갔어. 다시 해가 언제 뜰 지 모르니 서둘러야 될 거 같아. 팀원들도 하나둘씩 지쳐가고 있기도 하고."


영희 또한 기회는 지금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새끼 포획보다 동료들의 안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니엘이 타고 있는 트럭도 여기로 오고 있을 것이다.

화조 떼가 이곳을 벗어난 후에 다니엘에게 단독 무전으로 상황을 알렸으니까 말이다.


한편 다니엘은 그 소식을 듣고서 존 월에게 출정을 요청했고, 그녀의 일행이 지나간 경로 만큼은 안전하다고 판단을 한 그가 의외로 쉽게 허락을 하자 다니엘은 직접 트럭을 몰고 화조 둥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그 모습을 멀치감치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었으니.

다름 아닌 지도자 존 월의 오른팔이자 총리인 안토니오였다.


"성공하던 실패하던 정해진 인과율은 벗어날 수 없는 법이지. 크하하하하하!"


더는 트럭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토니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존 월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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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결정 24.08.24 15 0 13쪽
6 5. 결정 24.08.23 26 0 13쪽
5 4.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2 13 0 13쪽
4 3.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1 25 0 14쪽
3 2.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0 26 0 13쪽
2 1. 멸족 후 천지개벽이냐 부활 후 구원이냐 24.08.20 28 0 13쪽
1 프롤로그-인간 이하의 이하의 것 24.08.20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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