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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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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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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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3화

DUMMY

◐ 지연의 일기 ◑




축제 기간이 되었다.

우리 동아리는 팀을 나눠서

한 팀은 주막 운영을.. 다른 한 팀은 영화제를 준비한다.

그리고 난 주막 운영팀에 편성되었다.



"야.. 냄비들 가져왔어?"

"네."

"영철아 거기 줄 좀 꽉 잡아."

"아.. 네."



오늘 저녁부터 시작하게 될 주막을 위해..

천막을 치고.. 테이블들을 셋팅 하고.. 각종 주방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지연이 하고 태희는 슈퍼에 가서 여기 목록에 적힌 것들 좀 사와."

"네.."


재밌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축제라 그런지..

모든게 신나고 설레이기만 한다.


"태희야 빨리와.."

"응.."


귀찮아야 할 심부름마저도

마냥 재밌기만 할 뿐이다.




"어머.. 지연아 저거봐."

"응? 뭐?"


헉..

저.. 저건..


매점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몇 일 전에 찍었던 학교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


"어머.. 학교 홍보 영상 드디어 공개하나 봐. "

"그러게.."


아.. 창피해..


"와.. 지연이 너 너무 이쁘다 얘.."

"이쁘긴.."


쩌렁쩌렁 하게 울려 퍼지는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의 어설픈 연기들이 적나라하게 흘러 나오고 있었고..

큼지막한 스크린 화면으로는..

나의 얼굴이 보름달 보다도 더 크게 클로즈업 되고 있었다.


웅성웅성..

주변 사람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스크린 쪽으로 눈을 돌린다.


"와.. 저거 뭐냐? 쟤 누구야?"

"오.. 이쁘다. 탤런튼가봐."

"쟤 우리 학교 애 아냐?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진짜? 우리 학교에 저렇게 이쁜애가 있다고?"


...........

하루 종일 잔디밭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는데..

지나 다니면서 한번도 날 못 봤단말야?


"어머.. 저거 지연이 아니니?"


헛..

학과 친구들인 민주랑 재은이도

대형 화면을 보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난 헹여나 마주칠까 하는 마음에..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에휴.. 창피해 증말..


"어머 맞네. 쟤 저런 거 언제 찍었데.."

"푸하하.. 쟤 연기 하는 거 봐. 완전 얼었다 얼었어."


............


"아.. 뭐야.. 창피하게.."


고개를 숙인 채..

태희에게 한 숨 섞인 푸념을 한다.


"에이 좋으면서 내숭은.. 너 이제 유명인이다 얘.."


............





"음.. 민규랑 영철이. 민주.선미는 주방. 진성이.태형이.윤아.선주. 경은이는 써빙. 나랑 미라는 카운터. 성준이랑 민성이랑 지연이랑 태희는 삐끼."


주막 정리를 마친 후..

승철 선배가 각자 임무를 분담해 준다.


"삐끼? 그게 뭐에요?"

"아.. 가서 손님들 데려오는 거.."

"네?"


............

뭐야.. 쪽팔리게 그런 걸 어떻게 하라고..


"저 딴 거 하면 안돼요? 써빙 같은 거 하고 싶은데.."

"그래? 야.. 누구 지연이랑 바꿀 사람 있냐?"


..........

전원 침묵..


"그냥 해라. 가서 서있기만 하면 돼. 민성이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치사한 것들..


"네.."




저녁이 되고..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한다.

나와 태희.. 그리고 성준이와 민성이..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눠서 손님들을 데려 오기로 한다.

............

근데 뭘 해야 되는 거야 대체...


"태희야 어떻게 해야 돼? 가서 그냥 아무나 잡고.. 오라고 하면 되는 거야?"

"어.. 아마 그럴꺼야. 아까 저쪽 주막 보니까 막 데려가드라."

"그래? 아.. 쪽팔리게 그런 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러게.. 나도 이런 건 싫은데.."


순간.. 눈앞으로..

왠지 술을 마시려고

두리번 거리는 듯한 2명의 남자들이 보였다.


"태희야. 저 사람들.."

"어?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가봐 언능.."

"넌 안 가?"

"나? 난 여기서 열심히 응원해 줄께. 태희 화이팅."

"싫어.. 니가 가."

"그럼 우리 가위 바위 보로.. 어? 어.. 안돼~"


...........

머뭇거리는 사이에 옆 주막으로 들어가 버린다.


"힝.. 놓쳤잖아."

"그러게.. 너무 아깝다."




..........


"우리 주막이 자리가 별로 안 좋은 가봐. 사람이 안보이네."

"그러게.. 저 앞쪽에서 다 들어가 버리니까 여기까진 오지도 않잖아.."


장사 시작 한지 1시간 동안..

민성이와 성준이가 데려온 3명이 전부였다.


"야.. 니들 뭐 하는 거야.. 손님들 안 데려와?"


안에서도 답답했는지..

승철 선배가 뛰쳐나와 우리에게 소리를 친다.


"사람이 있어야 데려가든 하죠. 봐요.. 휑하잖아요.."

"흠.. 그러네. 뭐야.. 사람들 다 어디 갔나?"

"저 앞에서 다 끊어 먹으니까 여기까지 사람들이 오질 않아요."

"그래? 그럼 니들이 저기까지 가서 데려오면 되지."

"네?"


...........

결국 100m 전방까지 걸어가서

호객 행위(?)를 해야만 했다.




"야.. 뭐해?"


아.. 봉구 선배..


"손님 찾아요.."

"손님?"

"네.. 주막에 데려갈 손님들이요."

"근데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냐? 우리 주막은 저쪽 아냐?"

"저쪽은 사람이 없어서요. 근데 선배님은 뭐 하다가 이제 나오세요?"

"아.. 조교 형님들이랑 저녁 좀 먹는다고.."

"그래요? 그나저나 선배님은 혹시 친구들 좀.. 없겠죠?"

"없겠죠? 뭐야.. 무시 하냐?"

"아.. 아니에요. 홍홍.."

"사람들 좀 불러줘?"

"부를 사람 있어요?"

"당연히 많지.."

"진짜요?"

"하하.. 못 믿네. 야.. 여기서 잠깐 기다려봐."


그리고선 전화를 들고 내가 안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어머.. 봉구 선배가 사람 좀 불러준데?"


태희가 오더니 묻는다.


"어.. 그런가 봐. 근데 왠지 없을 거 같은데.."


잠시후 선배가 통화를 마치고 온다.


"야.. 테이블 3개 준비해. 한 10명 정도 올 거야."


잉?

저.. 정말?


"정말요? 진짜로?"

"하하.. 너..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내 한때 별명이 인간관계의 지침서였어. 이거 왜 이래.."

"오.. 근데 누군데요? 친구들?"

"아.. 조교 형님들하고.. 교수님도 오실꺼야."

"진짜요? 우와 짱이다 선배님.."


태희도 놀랬는지.. 감탄사를 연발 한다..


"오.. 제법이네요 선배님. 친한 사람도 있고.."

"내가 너냐? 하하.. 나 원래.. 아는 사람이 너무 넘쳐서 문제였어."

"홍홍.. 오버 하신다. 뭐 암튼 고마워요. 태희야 주막에 전화하자."

"응.."





...........


"오는 거 맞죠?"


30분이 지나도..

선배님이 부른 사람들은 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어.. 온다고 했는데.. 다시 전화해 볼게. 잠깐만.."


전화를 하는 선배..


"아.. 형.. 왜 안 오세요? 네.. 아.. 네 알았어요. 당연히 여긴 준비 다 되어있죠. 그럼요.. 하하.. 네.."

"온데요?"

"어.. 거의 다 왔데. 거봐.. 온다니까.. 하하하"

"오~ 그럼 나도 인사 드려야겠다. 그래도 선배님 조교랑.교수님 이신데.."

"니가 왜?"

".........."


이씨..

그냥 할 수도 있지..

따지긴..




"어이 봉구야.."


봉구 선배 말대로 10여명의 조교 분들과 교수님이 방문을 했다.


"아.. 오셨어요?"

"짜슥.. 여기가 너희들 주막 이구나. 하도 구석이라 한참 찾았다."

"하하 그러게요. 들어가세요..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근데 이름이?"

"아.. 김봉굽니다. 중간고사 100점.."

"아.. 자네가 그 친구였나?.. 하하.. 반갑네."


...........

저렇게 자랑을 하고 싶을까.. 홍홍..


"근데 누구?"

"아.. 저희 동아리 후배에요. 지연아 인사 드려.."

"아.. 안녕하세요.."


엉겁결에 인사를 한다.


"하하.. 반갑네. 어이쿠 그나저나 이렇게 이쁜 아가씨가 우리 학교에 있었나? 몰랐네.."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주막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들..


"승철아.. 여기 내 손님들이니까 안주 푸짐하게 올려라."


훗.. 봉구 선배 신났네..





"여기 소주 5병 더 주세요. 테이블마다 과일 안주도 하나씩 내주고.."


잠깐 주막에 들어와 보니..

봉구 선배의 일행들이 엄청나게 해치우고 있다.

눈에 보이는 소주병만 30병은 족히 넘어 보이는데..

우와.. 대박이네.

안주들만 해도 또 얼마야?

봉구 선배가 엄청난 손님들을 데려 온 거구나.. 우와..


"형 이제 그만 드세요. 이러다 뻗으실라.."


봉구 선배는 일행들이 술에 너무 취할까 걱정이 되는지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으이그..

좀 놔두세요.

오늘 매상은 이걸로만 쫑 쳐도 되겠어요. 홍홍..




"여기야?"

"어.. 여기로 들어가라던데?"


헛.. 손님이다.


"어서 오세요."


써빙 하던 애들도 반갑게 맞이한다.


"어.. 맞다. 저기.. 쟤.."

"오.. 맞네. 하하 들어가자."


응? 뭔 소리야?


"어서 오세요."


오.. 또 한 팀이 들어온다..

근데 뭐지?

왜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는 거야?

지금이 피크 타임이라 그런가?


"여기가 그.. 고령대의 얼굴인.. 어? 여깄네. 야.. 여기야. 들어와.."


잉?

뭐야?

지금 나보고 뭐라고 한 거 같은데?

그러더니 5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오~ 있다."


뭐지?


"이쪽으로 오세요."


윤아가 옆에서 손님들을 안내한다.


"저기.. 그 학교 홍보 영상에 나오신 분 맞죠?"


헛..

뭐야.. 알아보는 거야?

아씨.. 쪽팔려.


"야.. 맞다니까. 하하.. 저기요.. 저 팬이에요. 좀 있다가 싸인 좀 해주세요."


..........


"어서 오세요."


또 들어와?


"저.. 여기가 고령대의 얼굴 이지연양이 있는 주막 맞습니까?"


헉..

들어오던 손님 중 한 명이 크게 외쳐 버린다.


"네.. 맞습니다. 거기 앞에 서 있는 학생이 이지연양 이랍니다."


힉..

승철 선배가 신이 났는지.. 더 큰 소리로 대답해 버린다.


"오오오~~~"


그리곤 테이블에선 함성이 터진다.

............




30분 만에 5팀이나 더 와버려서..

이젠 아예 자리가 없다.

...........

그리고 이쯤 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들어 오면서 나를 알아봤어.

아니.. 애초부터 나를 찾으러 온 것 같은 손님들이었어.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파리 날리던 주막에..

갑자기 이렇게 손님들이 몰려 드는 건..

분명..

어디선가..

...........


그래..

밖에서 누가 내 이름 팔아 먹고 있는 게 분명해.

이씨.. 누구야 도대체..


후다닥 밖으로 나가.. 여기 저기를 둘러 본다.



헛..

저 멀리 영철이가 뭔가 팻말을 들고 있었고

난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 보았다.


* 고령대의 얼굴 이지연양이 있는 주막!! (학교 홍보 영상 여주인공) ----> *


............

팻말엔 저런 문구가 써있고..

난 어의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야.. 너 이거 뭐야?"

"어? 어.. 왔구나."

"이거 뭐냐고.."

"아.. 이거 재영 선배가 이렇게 하라고 지시해서.."


..........


"이씨.. 이런 거 내 허락도 없이 막 들고 있으면 어떡해? 쪽팔리게.."

"누군 뭐 하고 싶어서 하냐.. 재영 선배가 하라는 데.. 어떡해."

"이제 그만해. 창피하니까.."

"안돼. 선배 한테 혼나."

"이씨.. 혼나도 내가 혼날 테니까 빨리 그만해."

"니가 얘기 할 꺼야?"

"알았어. 내가 책임질 테니까 이거 빨리 치워."

"어.. 알았어. 민성이랑 민규한테도 전화 해야겠네."

"뭐? 걔들도 이거 들고 있는 거야?"

"어.. 저쪽부터 이쪽으로 오게끔 나눠서 서 있었지."


............

이씨.. 진짜.. 재영 선배는 사람을 뭘로 보고..


"야.. 지금 재영 선배 어딨어?"

"어? 영화제 준비 팀 쪽에 있을꺼야. 왜?"

"아냐. 할 말이 있어서.."




떨리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재영 선배를 찾아왔다.


"선배님.."

"어.. 너 웬일이야?"

"이 팻말.. 이거 선배님이 지시 한거라면서요.."

"어.. 그런데 왜?"

"이씨.. 제 허락도 없이 이런 거 만드시는 게 어딨어요?"

"뭐 임마?"

"너무하잖아요. 제가 무슨 물건도 아니고.. 왜 함부로 남의 이름을 팔아 먹냐구요."

"이게 미쳤나.. 어디 선배 앞에서 인상을 쓰고 있어? 야.. 그 이름 좀 쓰는 게 어때서? 어?"

"사과하세요."

"뭐? 사과? 너 지금 제정신이냐?"

"빨리 사과 하시라 구요."


짝!!

헉..

싸..싸대기?

나.. 지금 맞은 거야?


"너 죽고 싶어? 어? 어디 선배 앞에서 소리를 박박 지르고 지랄이야.."

"지금.. 저.. 때리신.. 거에요?"

"뭘 쳐다봐? 눈 안 깔어?"


아.. 뭐 이런 인간 말종 같은 놈이 다 있어?


"아.. 재영이형 참으세요."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재환이가 급히 선배를 말린다.


"놔봐.. 얘는 교육 좀 시켜야 돼.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선배한테 악다구니를 떨어.. 미쳐 가지고.."


할 말을 잃는다.

지금 내 앞에 서있는 재영 선배는..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선.. 배님 지.. 진짜.."

"이게 끝까지.."

"아 형..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사람들이 보겠어요."

"야.. 너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마라. 죽는다 진짜.. 알았냐? 아우 저거 진짜 평소부터 맘에 안 들더니.."

"형.. 그만하고 가요. 빨리요."


재환이가 힙겹게

재영 선배를 데리고 자리를 뜬다.



..............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져 버리고..

난 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을 울어야만 했다.







◐ 봉구의 일기 ◑




축제다.

뭐.. 나에게 축제는 그냥

학교 쉬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히 큰 의미도 없는 기간 중 하나였다.


마지막 날..

연예인이나 오면 그거나 구경하던지 해야지.




그나저나 지연이는 신입생이라

축제 준비를 해야한단다.


후아.. 심심하겠네.

나도 그냥 같이 껴서 도와줄까?

............

근데 3.4학년이 축제 준비를 도와주면

이상하게 볼 텐데..

그렇다고 축제 기간 내내 떨어져 있을 수도 없고..

아.. 답답하다.




* 너 무슨 준비 하냐? 주막? 영화제? *


그녀가 뭘 준비하는지 알아 볼 겸 문자를 보내본다.


* 주막이요. *

* 아 그래? 힘들겠네. 수고해라.*

* 네 좀 있다 놀러나 와요. *

* 안 바쁘면 가마. *

* 시간 넘쳐 나는 거 다 아니까 튕기지 마시구요. *

* ............ *


너무 한가한 모습을 자주 보였군.

앞으론 바쁜 척 좀 해야겠어.




조교형 2명과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한다.

1학년 때부터 좀 친하게 지낸 사이여서..

아직도 그나마 관계는 유지 중이다.


"봉구 너 임마.. 요즘은 왜 이렇게 연구실에도 안 놀러 오고 바쁜 척 하는 거야?"

"하하.. 저 바쁜 거 아시면서.."

"바쁘긴 개뿔.. 애정이 식었냐?"

"식긴요. 그래도 유일하게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이 형님들 연구실인데요.."

"짜식.. 하하.."

"봉구야.. 그나저나 형님들 외로워 죽겠다. 여자들 좀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라."

"하하.. 제가 아는 여자가 어딨다구요. 형님들이 저를 소개해 줘야죠."

"왜 이러냐.. 치사하게.. 니들 동아리에 여자가 넘쳐 난다는 거 개나 소나 다 아는데.. 신입들 중에 참한 애 없냐?"

"에이.. 형님.. 형님하고 나이 차이가 몇 인데요.. 그리고 괜찮은 애들 별로 없어요."


............

지연이가 있긴 한데.. 형님들 능력 밖이랍니다.

그리고.. 절대 소개해 주고 싶은 맘도 없구요. 훗..

윤아나 태희 소개 시켜줘 볼까?




잉? 쟤들 저기서 뭐해?

밥을 먹고 지연이나 볼 겸 주막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 앞쪽으로 지연이와 태희가 서있었다.


"야.. 뭐해?"


그녀를 부른다.


"손님 찾아요."

"손님?"

"네.. 주막에 데려 갈 손님들요."


..........

우리 주막 저 뒤쪽 아니었나?


"근데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냐? 우리 주막은 저쪽 아냐?"

"저쪽은 사람이 없어서요. 근데 선배님은 뭐하다 이제 나오세요?"

"아.. 조교 형님들이랑 저녁 좀 먹는다고.."

"그래요? 그나저나 선배님은 혹시 친구들 좀.. 없겠죠?"


,...........

뭐야..

이건 없는 거 아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 보는 투잖아..


"없겠죠? 뭐야.. 무시하냐?"

"아.. 아니에요. 홍홍"


.........

무시하는 거군.

이거 괜히 존심 상하네.

내가 아무리 혼자 노는 걸 좋아해도

설마 부를 사람 하나 없을 줄 아나..


"사람들 좀 불러줘?"

"부를 사람 있어요?"

"당연히 많지."


많진 않지만.. 흠..


"진짜요?"

"하하.. 못 믿네. 야.. 여기서 잠깐 기다려 봐."


누구 부르지?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과에 두 세명이 전부인데..

결정적으로 그놈들은 전화번호도 모른다.

............

괜히 부른다고 했나?

에휴..


때마침 눈앞으로

다른 주막으로 들어가는 교수와 조교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고

순간 머릿속으로..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 나도 조교 형님들이 있었지 참..

후다닥 전화를 건다.


* 어 봉구야 왜? *

* 형님들.. 오늘 술 한 잔 안 하세요? 축제 기간인데.. *

* 술? 안 그래도 오늘 교수님 모시고 마시긴 할건데.. 왜? *

* 진짜요? 어디서 마실 거에요? *

* 글쎄.. 뭐 아직 정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우리과에서 하는 주막에서 먹어야겠지? *


.............


* 형.. 우리 동아리 주막으로 오시면 안돼요? *

* 니들 동아리? 에이.. 우리과 애들 주막 놔두고 어떻게 니들 동아리로가.. *


..............

왠지 필사적으로 잡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실패하면..

지연이는 나를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외톨이로 볼 게 뻔하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 형~ 우리 애들 소개 시켜 드릴께요. 오세요. 여자애들 많은 거 아시죠? *

* 하하.. 너 왜 이렇게 난리냐? 미안한데 교수님 있는 자리라 여자애들 하고 노닥거릴 여유 없어. *


...........

흠.. 이것도 안 통하네.


* 아.. 그래요? 후아.. *

* 미안하다. 나중에 혹시라도 시간 나면 정우랑 놀러 갈께. 그럼 끊자.. *

* 헛.. 형.. 자.. 잠깐만요. *


최후의 카드를 꺼낸다.


* 어.. 왜? *

* 형.. 술값 제가 쏠게요. 어때요? *


이거마저 안 통하면 흑..


* 술값? 진짜? *

* 네.. 뭐 어차피 형님들한테 쏘긴 하려고 했었는데 잘 됐네요. 이번에 제가 쏠게요. 저희 쪽으로 오세요. *

* 진짜냐? 오호.. 이러면 또 말이 틀려지지.. *


오호라...

이거 왠지 느낌이 좋은데?


* 오실 거에요? *

* 어.. 애들한테 물어보마. 안 그래도 나하고 정우가 쏴야 되는 거라 돈 없어서 걱정했는데.. 완전 땡큐인데? 하하 *


오케이.. 됐다.


* 진짜 오시는 거죠? *

* 간다니까.. 근데 괜찮겠냐? 대충 열 명 정도 갈 거 같은데.. *


헉.. 열 명?


* 열 명이요? 헐.. *


이거 이러면 술값으로 몇 십 만원 깨지는 거 아냐?

아.. 아니지..

뭐.. 교수님도 계신데 미친 듯이 들이 붓기야 하겠어?

적당히 마실 테지.

최고 15만원까지 예상해 보곤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 부담스러우면 놔둬. 후배한테 어찌 얻어먹냐 우리가.. *

* 아.. 아니에요. 오세요.. 까짓 거 얼마나 나온다고.. 오세요. *

* 하하.. 알았다. 그럼 너 믿고 간다. *

* 네~ 좀 있다 봐요 그럼.. *




"야.. 테이블 3개 준비해. 한 열 명 정도 올 거야."


지연이에게 다가가 의기양양 하게 말을 전한다.


"정말요? 진짜로?"


훗.. 놀래긴..

뭐.. 내 돈이 좀 깨지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선배가 이정도란다.


"하하.. 너.. 날 너무 무시 하는 거 아냐? 내 한때 별명이 인간관계의 지침서였어. 이거 왜 이래.."


우쭐해진다.


"오.. 오.. 근데 누군데요? 친구들?"

"아.. 조교 형님들하고.. 교수님도 오실 거야."

"진짜요? 우와 짱이다 선배님.."


태희야.. 선배 짱인거 이제 알았니? 훗..


"오.. 제법이네요 선배님.. 친한 사람도 있고.."


.............

아직도 못 믿겠다는 저 표정은 뭐야?


"내가 너냐? 하하.. 나 원래 아는 사람이 넘쳐 나서 문제였어."

"홍홍.. 오버 하신다. 뭐 암튼 고마워요. 태희야 주막에 전화 하자."





"자자 이쪽으로 오세요."


교수님과 조교 형님들이 우르르 몰려와 자리에 앉는다.


"승철아.. 여기 내 손님들이니까 안주 푸짐하게 올려라."


안주를 많이 먹여야 배가 불러서 술을 덜 먹지..


"봉구야 너도 거기 앉아서 한잔해.."


정우형이 자리를 뜨려던 나를 붙잡는다.


"저두요? 전 괜찮은데.."

"에이.. 아냐 이번 기회에 이 친구들 하고도 좀 친해져야지."

"아.. 네.."

"근데 봉구야.. 누구냐?"

"뭐가요?"


왠지 감이 온다.

지연이 묻는거군.. 으이그..


"방금 니 옆에 서 있다가.. 교수님하고 인사한 애.."

"그러게.. 누구냐? 엄청 이쁘던데.."


..............


"아.. 저희 동아리 신입이에요."

"뭐? 야.. 너 아까 신입 중에 괜찮은 애 별로 없다며.."

"별로 없다고 한 거지 아예 없다 곤 안 했는데요.."

"하하.. 이 놈 봐라.. 치사하게.. 소개 시켜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냐?"

"아니에요 하하.. 쟤 원래 남자 싫어해요."


.............

나 지금 뭔 소리 한 거야?


"짜식 뻥 친다. 너 쟤한테 관심 있냐? 들어올 때 보니까 쟤 옆에 바짝 붙어 있던데.."

"관심은 무슨..하하.. 그런 거 아니에요. 승철아.. 여기 잔 좀 하나 더 줘.."





...............

조교형들의 술 먹는 페이스가 보통이 아니다.

교수님이 있어서 자제 할 줄 알았는데..

교수님이 오히려 더 부추긴다. 오늘 죽어 보자고..

...........


대충 계산해보니..

이미 나의 예상인 15만 원은 한참 전에 넘었다.

지금은 부디 30만 원 안쪽에서 끝나기 만을 바랄 뿐이다.


"여기 소주 5병 더 주세요. 테이블마다 과일 안주도 하나씩 주시구요.."


헉..

안돼.

제발 그만해요.. 이제..

지금 다들 필름 끊기기 직전이라구요. 흑..


"봉구야.. 너 부담 좀 되겄다. 하하하.."

"............."

"괜찮아 괜찮아. 이런게 다 투자야 임마. 니가 언제 교수님이랑 술을 마시냐.. 안 그렇습니까 교수님?"

"하하.. 그럼 그럼.. 자 봉구군도 한잔 받게.."

"네.."


...........

이제 제발.. 필름 좀 끊겨 주세요.

맥시멈 30만 원이 코앞이랍니다. 흑..


"아이고 정우형.. 이제 그만 드세요. 무리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그만들 먹으라고 말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갑자기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뭐야.. 왜 이렇게 갑자기 몰려들지?

벌써 테이블이 세 개나 차 있는데..

또 한 팀이 몰려 들어오고 있다.


"저.. 여기가 고령대의 얼굴 이지연양이 있는 주막 맞습니까?"


으힉..

이건 뭐야?

손님 중 한 명이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

지연이 쪽을 힐끔 보니..

그녀 역시도 당황을 해서 그런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

..........


근데.. 뭐지?

웬 고령대의 얼굴?

어디서 홍보라도 때리나?


"네.. 맞습니다. 거기 앞에 서있는 학생이 이지연양이랍니다."


흐..

승철이 저 놈 뭐하는 거야..

지연이 창피하겠구만..


"봉구야.. 쟤 이름이 이지연이냐?"


옆에 잔뜩 취한 정우형이 내게 물어온다.


"네.."

"하하.. 뭐야.. 유명한가 보네. 고령대의 얼굴이었어? 하하"


.............

그 후로도 쭉..

지연이를 찾아 오는 손님들이 줄을 지었다.

헐.. 이거 좋아해야 되는 거야 싫어해야 되는 거야..




"자.. 갑시다. 영수야 넌 교수님 좀 부축 해드리고.."


드디어 끝났다.

다행히.. 30만 원보단 아주 살짝 덜 나왔다.

............

하긴.. 다행은 아니지..

젠장..


그나저나 외상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가진 현금이라곤 18만 원 뿐인데..

.............

다행히 지연이는 어디가있는지 안보였다.

그래.. 일단 승철이 놈한테 비밀로 해서 외상 긁어 놓고..

나중에 줘야지.


"얼마 나왔냐?"

"어? 봉구형이 계산하게요?"

"어.. 그렇게 됐다."

"어이쿠.. 그럼 제가 미안해서 다 못 받는데.."

"그래? 깍아주냐?"

"네.. 당연히 깍아 드려야죠.. 만원 빼 드릴께요.. 27만 원만 주시면 돼요."


............


"장난하냐? 깍을라면 확 깍던가.."

"에이.. 저희는 뭐 땅 파서 장사합니까.."

"야.. 근데.. 나 지금 돈이 좀 모자라서 그런데.."

"야.. 봉구야.. 됐다. 니가 계산 안해도 돼."


헛.. 옆에서 지갑을 꺼내며 다가오는 정우형..


"네?"

"임마.. 설마 그 많은 돈을 너한테 쏘라고 하겠냐.. 형이 계산할 테니까 신경 꺼."

"에이.. 아니에요. 그럴수야 없죠."

"아냐.. 어차피 교수님이 술값으로 20만원 주셨어. 걱정하지 마."


진짜?

오호.. 이러면..


"그래요? 아이쿠.. 그래도 제가 쏜다고 해서 오신 건데.."

"아.. 아냐. 사실 아까 학과 주막 갔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어차피 갈 곳도 없었어.."


...........

뭐야..

그럼 학과 주막에 자리 있었으면 나를 배신 했었단 거야?


"뭐에요? 이런.. 하하"

"암튼.. 형이 계산할 테니까.. 신경 쓰지마. 얼마에요?"

"아.. 원래 28만원 나왔는데 봉구 형님 손님들이라.. 좀 깍아 드릴께요. 25만 원만 주세요."

"하하.. 고마워요. "


............

승철아.. 아까 나한텐 27만 원이라고 안 했니?


훗.. 암튼 다행이야.

돈 굳어서..




그나저나 얘는 어디 가서 이렇게 안 와?

한참 전부터 안보이더니..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안 보이고 있다.

슬슬 주막도 정리하는 분위기인데..

왜 안 오는 거야..


* 어디냐? *


문자를 보낸다.




..........

반응이 없다.

뭐야..

평소엔 10분도 못 넘기고 칼 답장 하는 애가..

오늘은 왜 30분이 넘도록 답장을 안하지?

무슨 일 있나?


이번엔 전화를 건다.

뚜루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루루~♪

.............

역시나 안받는다.

흠..

신경 쓰이네..

혹시 피곤해서 그냥 집 가서 자고 있나?




"그럼 들어가세요.."

"그래.. 오늘 수고 했고.. 내일들 보자.."


아이들과 주막을 정리 후.. 헤어진다.


흠.. 지연이는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집에 가서 자는 모양이다.

뭐야.. 섭섭하게 혼자 가구..

쩝..

오랜만에 혼자 가겠군.

쓸쓸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한다.




* 어디에요? *


정문을 막 나서려는 찰나..

그녀에게 문자가 온다


* 어.. 나 지금 정문인데.. 너 어디야? *

* 기다려요. 바로 갈게요. *


............

뭐야.. 학교에 있었던 거야?

대체 뭐하고 있었길래 연락도 안 받고 그런 거지?





"너 울었냐?"

"네.. 좀.."

"뭔 일 있었어?"

"아니에요. 그냥 울적해서요."

"울적? 잘 놀다가 갑자기 왜?"

"몰라요. 그냥 가끔씩 이래요."

"그래?"

"선배님.."

"어.."

"선배님 혹시 싸움 좀 배워 볼 생각 없어요?"

"어? 뜬금없이 왜? 그리고 나 싸움 잘한다니까.."

"농담 아니에요. 내일부터 싸움 좀 배워봐요."

"너 뭔 일 있었냐?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 패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선배님이 대신 좀 패줘요."

"뭐? 하하.. 그게 뭐야.."

"이씨.. 농담 아니라니까요.. 배울 거에요 말 거에요?"

"근데 니가 패주고 싶은 걸 왜 내가 패야 돼냐?"

" .............."

"누군데?"

"몰라도 돼요."

"혹시 재영이냐?"

"..............."

"맞구만.. 재영이 이 자식을 그냥.."

"됐어요. 어차피 상대도 안되면서.."

"야.. 그놈이 내 말이면 껌뻑 죽는 거 지난번에 봤잖아."

"선배라서 봐준 거겠죠."

"하하.. 이거 아무래도 안되겠구만. 야 기다려봐.."

"뭐해요?"

"어 재영이한테 전화해서 혼 좀 내려고.."

"관둬요.."

"아냐.. 이 녀석은 좀 혼나야 돼. 지난번에 그렇게 얘길 했는데 또 애들 괴롭혀? 죽을라고.."

"하지 마요.나중에 해요 그냥.."

"그래? 뭐.. 니가 그럼 할 수 없고.."

"선배님.."

"어.."

"술이나 한 잔 할래요?"

"술? 땡기냐?"

"네.. 무지 땡겨요."

"그래? 그럼 가자. 한 잔 사 줄께.."

"진짜요? 웬일이에요?"

"뭐가?"

"아니 그냥.. 한번에 사준 다니까 이상해서요."

"왜 이래.. 맨날 쏘는데.."

"맨날 쏜 건 저구요.."

"우씨.. 엊그제도 내가 쐈잖아.."

"처음으로 쏴 놓고 생색은.."

"예전에 도시락도 몇 번 사줬잖아.."

"아.. 그렇긴 하네요. 저는 겨우 열 번 정도밖에 안 쐈는데.. 죄송해요."

"............"

"농담이에요."

"................ "

"에휴.. 농담 할 기운도 안나네."

"가자.. 오늘 안 그래도 돈 굳은 거 있는데.. 그동안 밀린 거 재대로 쏴주마."

"돈 굳은 거요? 뭔데요?"

"어? 아.. 있어 그런 거. 뭐 먹고 싶냐? 말만해."

"음.. 뭐 먹을까나.. 음.."

"1분 안에 대답 안 하면 그냥 순대에 쏘주다.."

"이씨.. 기다려 봐요. "

"30초 남았다.."

"에이 몰라.. 그냥 꽃등심이나 먹죠 뭐.."

"뭐래는거야.."

"오랜만에 꽃등심이 땡기네요."

"나 소고기 알레르기 있어.."

"치.. 알레르기는 무슨.. 그럼 저건 어때요?"

"막창? 너 막창도 먹냐?"

"그럼요. 엄청 좋아해요."

"오.. 그래? 나도 막창 좋아 하는데 잘됐네. 오늘 배 터지게 함 먹어보자."

"네.. 가요.."





"아줌마.. 여기 막창 2인분이요"

"쪼잔스럽게 2인분이 뭐에요.. 3인분 시켜요."

"나 배불러.."

"배 터지게 먹어 보자면서요.."

"너만 먹으면 돼.. 난 이미 배가 포화 상태야."

"어휴.. 쪼잔해 진짜. 아줌마 그냥 3인분으로 주세요.."

"너 다 먹을 수 있겠냐?"

"걱정 마세요. 다 먹을 테니까. 아마 먹고 3인분 더 시킬지도 몰라요.."

"진짜?"

"선배님한테만 슬쩍 얘기 하는 건데요.. 사실 제가 고딩때 별명이 막창 공주였어요. 밥 보다 막창을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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