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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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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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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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47화

DUMMY

◐ 지연의 일기 ◑




"야.. 우리 어제 뭐했냐?"

"..............."

"어째 막창집 중간부터 기억이 없어.."


............


"진짜 기억 안나요?"

"어.. 내가 뭐 실수 같은 거 한 거 없지?"


...........

아..

이걸 진짜 말해줘야 되는 거야?


"없어요."


그래 봐주자.

필름 끊겼다는데 어쩌겠어.

선배도 들으면 충격 먹을거야.

내 바지에 오바이트 하고..

그 오바이트 한 입으로 내 얼굴에 갖다 부벼대고..

으.. 생각만 해도..


"하하 그렇지? 내가 원래 술버릇은 좋다더라."


............

확 말해버려?


"그래요? 홍홍.. 그래도 앞으론 웬만하면 마시지 마요."

"어? 왜?"

"그냥요. 집까지 끌고 오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아.. 그래? 하하.. 알았어."


............

나.. 이 선배랑 계속 지내다간..

보살이 될 거 같애. 힝..





"수업 있어요?"


선배방을 나서며 묻는다.


"어. 넌?"

"전 오전에 동아리 영화 이론 수업 있어서 가봐야 돼요."

"아.. 그래? 그럼 점심때나 봐야겠네."

"알았어요."




"안녕하세요.."


영화 이론 수업을 하는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어머 지연아. 어서 와."


제일 먼저 태희가 반긴다.


"오.. 오랜만이다."

"지연이 왔네~"


민성이.. 영철이 등..

다른 동기들도 뒤이어 반겨주고 있다.


"응.. 근데 아직 승철 선배는 안 왔어?"


1학년 아이들에게 영화 이론 수업을 하던 게 승철 선배였다.


"어.. 좀 늦나 보네."

"얘들아 안녕.."


때마침 윤아와 선주. 경은이가 들어온다.


"응.. 어서와."


다들.. 각각 자리를 잡고

모처럼의 영화 수업에 대한 준비를 한다.




헉..

재.. 재영 선배?

승철 선배가 아닌.. 재영 선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웅성웅성..

다들 나 만큼이나 놀란 눈치다.


"뭘 그렇게 궁시렁대?"


............

갑자기 조용해진다.


"오늘 승철이가 바쁜 일 생겨서.. 내가 대신 하기로 했으니까 그리 알도록.."


아.. 안돼.

으아아아앙..




그나저나..

수업이 너무 지루하다.

봉구 선배한테 너무 많은 걸 배웠나?

죄다 아는 거에..

너무 기초 지식들 뿐이다.

...........


"정윤아.. 일어나봐."


헛..

재영 선배가 한 명씩 호명하며 질문을 한다.


"앵글이 뭐라고?"

"네. 카메라 각도입니다."


...........


"김태희.."

"네.."


태희가 일어난다.


"쇼트가 뭐라고?"

"노.. 녹화 된.. 어.. 녹화 되고.."


아.. 태희야..


"뭐야.. 나와.."


헛..


"설명할 때 뭐 들었어? 어? 거기 엎드려.."


..........

아.. 어떡해..

태희도 당황한 나머지 우물쭈물한다.


"안 엎드려?"


소리를 지르는 재영 선배..

결국.. 울먹이는 표정으로 엎드려 버린다.

아..

진짜..

사람들 이렇게 많은데..

창피하게 왜 엎드리라는 거야..


"이지연.."


헉..

재영 선배가 나를 지목했다..


"네.."


후다닥 일어났다.


"시퀀스가 뭐야?"


.........


"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위입니다."


후아.. 안 떨었다.

다행이야.


"하나 더.."

"네?"

"하나 더 낸다고.. 왜?"


...........


"아.. 아닙니다.."

"누벨바그에 대해서 설명해 봐."

"네?"

"누벨바그 설명해 보라고.."

"그..그건 오늘 수업에 없는 내용인데요?"


물론 누벨바그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근데..

이 선배가 지금 하는 짓을 용납 할 수가 없었다.

왜 알려주지도 않은 걸 물어봐?

이건 지금 나 엿 먹이려는 거잖아.

이씨..


"그래서? 모른다는 거야?"

"안 알려줬으니까 모.. 모르죠."


이러면 안되는 걸 뻔히 아는데도..

나도 모르게 자꾸 덤벼버린다.


"하하.. 너 미쳤냐? 모르는 게 자랑이야? 어?"

"..........."

"모르면 가서 알아올 생각을 해야지. 어디 눈을 치켜 뜨고 대들어.. 어?"

"그럼 선배님요? 선배님은 다 아세요?"

"뭐..뭐야?"

"틸딩이 뭔지 아세요? 부감이나 양각 같은 거.. 트래킹 같은 거 다 아시냐구요?"


.............

나.. 지금..

왜.. 왜 이래?


나도 모르게..

흥분을 못 이기고..

재영 선배에게 소리를 질러 버리고 말았다.


순간 강의실이 정적에 휩싸였고..

당황한 듯한 재영 선배가..

애써 표정을 가다듬는 거 같더니..

내 앞으로 다가온다.


아..

나 이제 죽었다.

으앙..


"너.. 지난번에도 말했지? 까불지 말라고.."


낮은 톤으로 내 코앞까지 다가와서 얘기하는 재영 선배..

너무 무서웠다.


"대.. 대답이나 해.. 보시라구요. 선배님도.. 모..모르시는 게 있는데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그러시냐구요.. "


목소리가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는 나..

겨우 팔로 책상을 지탱하며 버틸 수 있었다.


"안되겠다. 너.. 따라 나와라."


헉..

따라 나오라구?

미쳤어요?


"싫어요."

"좋게 말로 할 때 나와라. 애들 보는 앞에서 쳐 맞기 싫으면.."


.........

아..

어떡해..


"야.. 오늘 수업 끝.. 다들 해산.."


웅성웅성..

윤아를 비롯한 동기들이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자기들도 딱히 어쩔 도리가 없는 걸 아는지..

재영 선배의 눈치를 보며 얌전히 가방을 챙겨 나가고 있었다..




도망갈까?

근데 계속 선배가 옆에서 날 감시하며 앞장서 간다.

그리곤 결국

강의실이 있는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간다.


아..

어떡해..

나 이제 어떡하냐구..




"나.. 여자고 남자고 안 봐준다는 말 기억 안 나냐?"

".............."

"어금니 꽉 물어."


헉..

서..설마..

철썩~~


"꺅~~"


재영 선배의 매운 손바닥이 나의 뺨을 강타했다.

이런..

미.. 미친..


"일어나.."

"서..선배님 지금 이러는 거.."


철썩~~

또.. 한번의 싸대기가 날라와..

반대편 뺨을 강타해 버린다.


"아~~~"

"너.. 왜 이렇게 까부냐.. 재수 없게.. 어? 일어나라.. "


그리곤 나를 붙들어.. 일으켜 세우더니..

또 한번 싸대기를 날리는 재영 선배..


"꺄악~~~"




"야.. 너.."


헛..

이 목소리는?

뒤를 돌아보니..

옥상 문을 열고 은혁 선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여.. 여긴 어떻게?


아.. 그나저나 선배님..

제발 재영 선배 좀 말려 주세요.

너무 무서워요.. 흑..


"아 씨X 뭐야? 야.. 니가 불렀냐?"


조용히 나에게 묻는 재영 선배..


"아.. 아니에요.."


그러더니 갑자기 인상을 확 바꾸며

은혁 선배에게 웃으며 말을 건네려 했다.


"하하.. 형님.. 여긴 어쩐.."


퍽~~

헉..

재영 선배가 은혁 선배에게 맞더니 나자빠진다.


"괜찮니 지연아?"

"아.. 네.."

"아.. 형님.. 갑자기 왜 이러.."


퍽~~~


"윽.."


역시 발길질을 당하고 고꾸라지는 재영 선배..


"지연아.. 잠깐 나가 있을래?"

"네? 아.. 네.."


허겁지겁.. 몸을 추스린 후.. 문 쪽을 향했다.

퍽~~


"으악~~"


아..

무서워.. 흑..





"서..선배님?"


문을 열자.. 다른 동기 애들 뒤로..

봉구 선배가 서있었다..


"어?.. 어.. 어.. 너 괜찮아?"


..........

뭐에요?

여긴 어찌 알고 온 거에요?

그.. 그리고..

지금 여기서 뭐하고 계셨던 거에요?

저..

저 지금 재영 선배에게 그렇게 당하고 있었는데..

설마..

여기서..

그냥 지켜만 보고 계셨던 거에요?


"네.. 괜찮아요."

"............"

"어머 지연아.. 어떡해.. 뺨은 괜찮아?"


윤아가 걱정을 해준다.


"어.. 정말 괜찮아."

"내가.. 급하게 나마 은혁 선배랑 봉구 선배한테 연락했어. 다행이야 정말.."

"고마워.."

"아 재영 선배 진짜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냐?"

".............."


선배를 슬쩍 본다.

아무 표정이 없다.


가장 걱정을 해줘야 할 선배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나를 보는 건지..

내 뒤에 싸움을 구경 하는 건지..

불분명한 시선으로 멍한 표정 만을 짓고 있는 중이다.

...............





"은혁 선배님.. 짱이에요.. 아우 진짜.."

"와.. 정말 저희 속이 다 시원했다니까요.."


선주와 태희가 은혁 선배 옆에 바싹 붙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고 있다..

...........


"지연이 너 진짜 괜찮은 거지?"


은혁 선배가 묻는다.


"네.. 정말 고마워요."

"가자.. 커피 한 잔 뽑아 줄께.."


...........


"선배님.. 저희들은요?"

"하하.. 그래 너희들도 가자. 봉구 너도 같이 갈거지?"


...........

애들에게 둘러 쌓여 있는 은혁 선배와는 달리

힘없이 뒤에 쳐저 혼자 걸어오던 봉구 선배..


아..

선배님..

죄송해요.

생각해 보니까..

제가 잠깐 오해 했던 거 같아요.

저 때문에 그렇게 급하게 달려와 주셨을텐데..

전 그것도 모르고..

선배님에게 말도 안되는 실망을 해버렸어요.


아.. 정말..

저 왜 이럴까요.. 흑..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어? 아.. 아냐.. 나 수업 듣다 나와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차마 잇지 못하는 선배..

..............

그런 선배가..

나를 힐끔 쳐다본다.


선배님.. 가지 마요.

저 지금 선배님한테 위로 받고 싶어요.

재영 선배 때문에 떨리고 진정되지 않는 마음..

선배님에게서 위안 받고 싶다구요.


"아.. 그래? 그래 그럼.. 언능 가봐."


가지 말라던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은혁 선배가 먼저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어.. 그래.. 그럼.."


아..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가지 마요 제발.


하지만..

이런 나의 간절한 바램은..

결국 전해지지 않았는지..

말 없이 등을 돌린 채..

가버리는 선배였다.


"윤아 넌 뭐하러 봉구 선배까지 부른 거니? 어차피 와도 도움도 안되는데.. 수업 못 들었다고 꿍시렁 대는 거 아냐? "


선주야.. 그만해..

봉구 선배 들으면 어쩌려구 그래..

너까지 나 힘들게 할거니?

흑..





"내가 재영이 놈 확실하게 교육 시켜 놨으니까 앞으론 조심 할거야.."

"고마워요.."


봉구 선배의 힘 없는 뒷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선배님..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도 되죠? 호홍.."

"선주 넌.. 니 남친한테 연락 해야지. 왜 은혁 선배한테 연락을 하니.. 호호홍.."


봉구 선배.. 분명 은혁 선배 때문에 기죽어서 그런 걸텐데..

아.. 왜 난 그런 것도 눈치 못 채고..

그렇게 선배한테 말 없이 인상만 쓰고 있었을까..

정말 바보 같애. 흑..


"지연아.. 뭔 생각해?"

"네? 아.. 아니에요.."


혹시 어디 가서 대낮부터 혼자 술 마시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아.. 안돼..


"야.. 니들 점심 안 먹었지? 가자.. 내가 밥 사 줄께.."

"정말요? 우와.. 은혁 선배님 짱~~"

"지연이도 갈거지?"

"아.. 아뇨. 죄송해요. 전 좀 가 볼 데가 있어요."


그래..

지금 선배한텐.. 내가 있어야 돼.

자존심 상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텐데..

가서 기운 나게 해줘야 된다구..


"어? 어.. 그래? 하하.. 그래 그럼.. 야.. 우리들도 나중에 먹자.."

"네? 뭐에요? 우리들은 왜 안 돼요?"

"죄송해요. 먼저 가 볼게요.."

"어.. 그래.."


기다려요 선배..

금방 갈게요.

가서..

제가..

위로해 드릴께요.


.............

근데 위로는 내가 받아야 된는건데.. 흑..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증말..




핸드폰을 꺼내..

선배에게 전화를 한다.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받지 않는 선배..

............

뭔가 단단히 상심한 듯 하다.

아..

정말..

왜 이렇게 애처럼 구는 거에요..

선배가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차라리 그냥..

평소처럼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시지 그랬어요..

그럼.. 우리 그냥 서로 웃고 넘길 수 있는 거잖아요..


왜..

왜 혼자 심각해져 가지고..

절 이렇게 걱정하게 만드냐구요 대체..





선배를 찾아 나섰고..

한참을 돌아 다니고서야 겨우..

정자에 홀로 누워 있는 선배를 발견 할 수 있었다.

..............







◐ 봉구의 일기 ◑




띠리리리리링~~♬

벨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

* 일어나요. 아침이에요 *

* 어.. 알았다 *


............

뭐야..

벌써 아침이야?

그나저나 나..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거지?

분명 한참을 들이붓다가..

지연이랑 퀴즈 놀이 좀 하다가..

또 한참 들이붓고..

그리고..

그 후에.. 뭐였지?

...............



아..

이 시점에서 끊겼나 보군.

이런 젠장..

이거 혹시 뭐 실수라도 한 거 아냐?

고백이라도 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

괜시리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깨질 듯한 머리와 울렁이는 속에도 불구하고

지연이가 올 시간이 되었기에 억지로 세수를 하러 나간다.


후..

오늘 같은 날은 제발 좀 쉬고 싶은데.. 흑

걔는 무슨 강철 체력이야?

어째 아침 한 끼를 안거르냐.. 에휴..




지연이는 동아리에서 하는 영화 수업을 들으러 갔고

난 수업이 있어서 강의실에 왔다.

............

왜 이리 조용해?

평소엔 강의실 한참 멀리에서도 애들 떠드는 소리들이 들려 왔는데..

오늘은 강의실 문 앞까지 다가와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이거 설마?


강의실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칠판에 * 휴강 * 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

젠장.. 아.. 젠장..

집에서 잠이나 더 잘걸.. 우씨..




흠.. 어차피 지연이는 영화 수업중일테고..

뭐 여기까지 왔는데..

근처에 있는 환수형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군.

바로 윗층.. 환수형이 지내는 연구실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똑똑..


"들어오세요"

"형 저에요.. 어? 누님도 있었어요?"


환수형과 서연 누님이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어머 뽕구 왔구나.. 어쩐 일이야?"

"아.. 그냥 수업도 휴강 하고 해서.. 지나가는 길에 형 얼굴이나 보려고 왔어요"

"하하.. 짜슥.. 웬일이냐? 수업 끝나도 생전 안 오던 놈이.."


.................


"에이.. 안 오긴요.. 하하.."

"지연이랑 싸웠냐?"


우씨...


"마침 잘 왔어. 안 그래도 환수 오빠랑 니들 얘기 하고 있었는데.. 호홍.."


잉?

서연 누님이 나를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니들요?"

"어.. 너랑 지연이.."


............


"나랑 지연이 얘길 왜 해요?"

"암튼 앉어 봐. 호홍.."


뭐야 이거.. 분위기 이상한데?





"그러니까.. 니가 지연이를 좋아하는 건 확실한 거고.. 우린 지연이 생각이 궁금하다 이거야.."


................


"저 지연이 안 좋아하는데요.."

"시끄러.. 환수 오빠.. 지연이 그때 확실히 짜증 냈던 거 맞지?"

"그렇다니까.. 야.. 누가 보면 애인이 딴 여자랑 놀러 나가는 거 쳐다보던 그런 표정이었어. 그 후로도 쭉 히스테리 부렸고.. 하하.."


..............

진짜?


"오.. 지연이가요?"


갑자기 이 둘의 대화에 솔깃해지기 시작한다.


"거봐. 확실하다니까.. 지난번 소개팅 얘기도 그렇고 지연이도 분명 뽕구가 맘에 있는 거야."


헐..

정말?

진짜에요 누님?


"오.. 뽕구 좋겠네.. 호홍.."

"좋긴 무슨.."


아.. 정말인 거죠 누님?

여자의 직감..

믿어도 되는 거죠?


"하하.. 야.. 너 임마 지연이가 좋아라 해주면 평생 영광인 거지 뭘 튕기고 난리냐?"

"별루.."

"뽕구야.. 우리들이 좀 도와줄까?"


...............


"뭘 도와줘요.. 관심 없다니까.."


아..

도와주면 고맙긴 한데..

근데.. 지연이 맘이 확실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내 맘 누구한테 들키기도 싫은데..

혼란스럽네 이거..


"서연아.. 됐다. 이놈이 배가 불렀어. 냅둬 그냥.."

"뽕구야.. 너 잘 생각해봐. 우리가 도와주면 지연이도 바로 넘어 온다니까.."


...............

정말인가?

이거 왠지 너무 땡기는 제안인데..


아..

안돼..

그래도 쪽팔려.


"거참.. 관심 없데두 왜 자꾸 그러시는지 원.."

"하하.. 말어 그럼.. 으이그.. 뽕구 너도 어지간하다.."


................


"아.. 아쉽네. 확실하게 맺어줄 방법이 있긴 한데 말이지.."

".................."

"됐어.. 봉구가 싫다잖아. 그냥 신경 끄자. 지연이야 냅두면 좋은 남자 줄 섰는데 뭘.."


.................


"저.. 누님.."

"어.."

"근데.. 아까 그 얘기.."

"뭐?"

"지연이가 날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거.."

"어.. 그게 왜?"

"그거.. 확실한 거에요?"

"왜? 알고 싶어?"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요.."

"글쎄다. 그리고 너 관심도 없다며? 신경 꺼 그럼.."


...............


"니 맘을 알아야 뭔가 도와주던가 하지.. 어떤 거야? 지연이 좋아하는 거 맞지?"

"................"

"맞어?"

"네.. 뭐.. 아마도.."


결국.. 환수형과 서연 누님의 끈질긴 추궁에 넘어가 버렸고..

내 모든 본심들을 털어내야만 했다.

..............




"어머.. 그거 뻔하잖니... 지연이가 그런식의 고백을 받고 싶단 거잖아."

"그런 거에요?"

"으이그 이 멍충아.. 딱 보면 몰라? 어머 진짜 지연이가 뽕구한테 관심이 있나?"


헐..

진짠가?

왠지 누님의 얘기를 듣고 있다 보니..

그동안 지연이의 태도들이 조금씩 다르게 해석이 되기 시작했다.


..............

이거 진짜..

꿈이 이루어지는 거 아냐?

갑자기 들뜨기 시작한다.


그리곤 어느 순간부턴

내가 오히려 더 신나하며 지연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하하.. 그러니까 지연이가 어찌나 술만 마시면 오빠 오빠 거리는지.. 아주 그냥 귀찬아 죽겠다니까요 진짜.. 푸하하.."

"..............."

"................"




띠리리리리링~♬

잉? 갑자기 윤아에게 전화가 온다.


* 오빠.. 저 윤안데요.. *

* 어 윤아야 어쩐 일이야? *

* 지.. 지금.. 지연이가 재영 선배한테.. 흑.. *

* 뭐? *

* 여기 본관동 옥상 쪽이에요. 빨리 좀 와주세요. *


헉...

뭐야..

지..지연이가 뭐?

재영이 이 자식이 또~


"형.. 누님.. 저 잠깐 좀 가봐야겠어요.."

"어? 왜?"

"아.. 나중에 말씀드릴께요. 죄송해요. 먼저 가요."


후다닥 가방을 챙겨 본관동으로 향했다.





지연아..

기다려..

선배가 가서 구해 줄테니까..

무섭더라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아..

재영이

이 개자식..

지연이 손 끝 하나 만이라도 건드려 봐..

죽여버릴 테니까..




헉헉..

5층까지 죽으라고 뛰어.. 겨우 도착했다.


"오빠~"


멀리 옥상 문 앞에서 윤아가 부른다.

윤아 옆엔 태희와 경은이 선주가 살짝 열린 옥상 문 사이로..

옥상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 지연이는 어딨어?"

"네.. 저 안에요. 근데.. 지금 벌써..."


급한 맘에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끼이익..

순간 문이 열리며..

헛..

지.. 지연아..


"서..선배님?"


뭐야.. 얼굴 왜 이래?

재영이 이 자식 진짜..


"어?.. 어.. 어.. 너 괜찮아?"


일단 그녀에게 확인을 먼저 해본다.

아무 말이 없는 그녀..

충격이 큰 모양이다.

아..

개자식..

어찌..

지연이를 이렇게..


그래..

오늘 만큼은

내 몸이 부셔지는 한이 있더라도

재영이 이 녀석 하고 끝을 보고 말테다!


지연이를 이렇게 만든

재영이 이 쓰레기 같은 자식을

죽여 버리는 거야.

...........


하지만..

이런 나의 끓어 넘치는 분노는..

그녀의 어깨 너머로..

보여지는

재영이를 두들겨 패고 있는 은혁이의 모습에 의해..

냉각수처럼 사그라 들고 말았다.

.............




"은혁 선배님 짱이에요. 아우 진짜.."


.............


"와.. 증말 저희 속이 다 시원했다니까요.."


.................


"지연이 너 진짜 괜찮은 거지?"


..................


"네.. 정말 고마워요."

"가자.. 커피 한 잔 뽑아 줄께.."


..................


"선배님.. 저희들은요?"

"하하.. 그래 너희들도 가자. 봉구 너도 같이 갈거지?"

"어? 아.. 아냐.. 나 수업 듣다 나와서.."

"..............."


지연이를 슬쩍 한번 쳐다보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는 그녀였다.


뭘까..

나에게 실망했다는 걸까?

아니면..

나 같은 선배의 도움은 이제 더 필요 없다는 건가?

..............


"아.. 그래? 그래 그럼.. 언능 가봐.."

"어.. 그래.. 그럼.."


인사도 재대로 하지 못한 채 몸을 돌려..

강의실 쪽으로 향하려 했다.


"윤아 넌 뭐하러 봉구 선배까지 부른 거니? 어차피 와도 도움도 안되는데.. 수업 못 들었다고 꿍시렁대는 거 아냐? "


.................


"몰라.. 급하게 생각 나던게 봉구 선배랑 은혁 선배 뿐이었단말야.."


......................


"조용히 얘기해.. 봉구 선배 듣겠다 얘.."


태희.윤아.경은이의 목소리..

너무도 선명하게

나의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태연하게 걸어 가야만 하는 나였다.





이유도 모를

눈물이 흘러 내린다.

부끄러워서일까..

아니면..

지연이가 실망한 표정을 봐서였을까..


아이들이 눈치라도 챌까..

눈물을 닦아야 할 팔도 들지 못했다.

허겁지겁..

그들이 있는 곳을 도망쳐 나와..

흘러 내렸던 눈물들을 훔친다.





정자에 누워 바람을 쐬는데.. 지연이에게 전화가 온다.

받아야 하는데..

아니 이제까진 본능적으로 받아 왔는데..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고민이 된다.

왜일까..

왜 난 지금 그녀를 볼 자신이 없는 걸까..


............

울려오는 전화기를 멀찌감치 던져 버리곤

다시금 깊은 생각에 빠져버리는 나였다.





"뭐해요 혼자 청승맞게.."


어찌 알고 찾아 온 건지.. 지연이가 왔다.


"..............."

"밥 안 먹어요?"

"너.. 여기 왜 왔냐?"

"왜 왔냐뇨.. 밥 먹으러 왔죠.."

"그래?"

"............."

"그럼 먹든가.."

"이씨..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이에요?"

"뭐가.."

"아까일 때문에 그런 거 맞죠?"

"어? 뭔 일 있었어?"

"다 알아요. 선배님 지금 심정.."

"알긴 무슨.."

"알아요.. 대충.."

"모를거야.."

"안다구요.."

"모른다니까.."

"안다구요.. 알아요. 선배님 지금 자존심 상해서 그런 거잖아요.."

"............"

"아니에요?"

"아냐.."

"그럼 뭔데요?"

"그냥.. 은혁이놈 보니까 기분이 잡쳐서 그래.."

"장난하지 마요."

"..........."

"아까 고마웠어요."

"뭐가?"

"달려와 줘서 고마웠다구요.."

"내가 뭘 했다고 고맙냐.."

"이씨.. 자꾸 그렇게 비꼬지 말아요."

"비꼬는 거 아냐. 내가 뭐 한 게 있어야 고맙고 말고 할 게 있지. 난 그냥 구경만 한 거 뿐인데 뭐.."

"진짜.. 계속 이럴 거에요?"

"야.."

"왜요?"

"오늘은 그냥 가주면 안되냐? 나 조용히 바람 좀 쐬고 싶은데.."

"서.. 선배님 정말.."

"..............."

"싫어요.. 저 그냥 여기 있을테니까 화 풀리면 얘기해요.."

"화 안났다니까 그러네.. 그냥 바람 좀 쐰다고.."

"그럼 혼자서 쐬든가 말든가 하시구요.. 전 암튼 안갈테니까.. 맘대로 해요."

".................."

".................."




".................."

".................."





"야.."

"네.."

"배 안고프냐?"

"............."

"짜장면 시켜 먹을래?"

"여기서요?"

"어.."

"배달되요?"

"글쎄다.."

"이씨.."

"해달라고 해보지 뭐.."

"한번 해봐요 그럼.."

"너도 먹을꺼지?"

"네.. 전 볶음밥이요"

"알았다. 기다려봐."

"............"

"저기요? 여기 본관 뒤 정잔데.. 여기로 배달 돼요?"

".............."

"네.. 거기 뒷 길로 오면 되는데.."

"................"

"오토바이야 당연히 못 오죠. 산 중턱인데.."

"..............."

"해줘요 좀.. 천원 더 드릴께요."

"..............."

"여보세요? 여보세요~"

"..............."

"안 된 단다."

"하긴 뭐.. 나 같아도 안 해주겠네.."

"그런가?"

"내려가요. 가서 먹으면 되잖아요."

"귀찮은데.."

"이씨.."

"야.. 너 배고프면 먼저 가서 먹어라. 난 오늘 그냥 여기 누워있고 싶다."

".............."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움직이기 싫은지 모르겠다."

".............."





"선배님.."

"어.."

"아까 그 중국집 다시 전화해봐요."

"왜?"

"배고파서 못 참겠어요.."

"배달 안된다잖아.."

"전화나 해봐요. 제가 얘기해 볼 테니까.."

"해도 안 될 텐데.."

"빨리 걸기나 해요.."

"어.."

"........"

"자.."

"여보세요? 여기 아까 얘기했던 그 정잔데요.. 여기 볶음밥 2개 배달해 줄 수 있어요?"

".............."

"그럼.. 팔보채 추가 할게요.."

"............."

"왜요? 10분만 걸어 올라오면 되는데.."

".............."

"이씨 진짜.. 당신들 장사 그렇게 할 거에요?"

".............."

"관둬요. 앞으로 거기 이용 하나 봐라 진짜.. 흥!!!"

".............."

"안 된 데요."

"그러게 안된다니까.."

"이씨.. 우리 앞으로 거기 이용하지 마요. 짜증나요.."

"그러자. 솔직히 거기 맛도 별루였어.."

"그러니까요.. 맛이 없으면 써비스라도 재대로 해줘야 될 거 아냐.. 흥!"

"배 많이 고프냐?"

"네.. 뱃가죽이 끊어질 거 같아요."

"그래? 그럼 내려갈까?"

"에휴.. 전 이제 내려갈 기운도 없어요."

"............."

"나 그냥 여기서 굶어 죽을래요."

"뭐래는거야.."

"몰라요.. 이게 다 선배님 기다리다가 생긴 일이니까.. 책임져요."

"그러게 내려 가라니까 왜 기달려서.. 으이그.."

"혼자 갔으면 또 혼자 갔다고 삐질꺼면서.. 치.."

"............."

"아.. 배고파.."

"야.."

"왜요?"

"너 여기서 잠깐만 놀구 있어라.."

"네?"

"기다려봐.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어디요? 먹을 거 사러?"

"어.."

"..........."




휘리릭..





"헉헉.."

"벌써 갔다 왔어요?"

"어.. 헉.. 헉.. 나도 배고파서 못 참겠더라고.. 자 빨리 먹자."

"뭐 사 온 거에요? 어? 도시락이네.."

"아.. 그나마 이게 제일 빨리 되는 거잖냐.."

"치.. 암튼 고마워요.."

"고맙긴 뭐.. 니가 쏠 건데.."

"이씨.."

"왜 이래.. 내가 다녀왔으니까 쏘는 건 니가 쏴야지.."

"에휴.. 알았어요 알았어. 암튼 먹어요."

"그래.."

"어? 숟가락 어딨어요?"

"숟가락? 그 안에 없냐?"

"없는데? 뭐에요.. 설마 숟가락 안 챙긴 건 아니죠?"

"내 건 있는데.. 어라? 이 아줌마 왜 니꺼엔 숟가락 안 넣었지?"

"이씨.. 그거 내놔요.."

"어이 왜 이래.. 난 뭘로 먹으라고.."

"나무젓가락 있잖아요. 어? 뭐야.. 나무젓가락은 어딨어요?"

"............."

"뭐야.. 지금 뭘로 먹으라고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거에요?"

"그.. 그게.. 급하게 오다 보니까.."

"아.. 진짜.."

"야.. 너 이걸로 먹어.."

"이씨... 그럼 선배님은요?"

"나야 뭐.. 손으로라도 먹어야지 어쩌겠냐.. 하하.."

"그냥 선배님 먹어요. 제가 어떻게 선배님 수저를 뺏겠어요.."

"아냐.. 괜찮다니까.."

"됐어요. 드세요.."

"에이.. 나 혼자 어찌 먹냐.."

"괜찮다니까요.."

".............."





"이씨.. 침 뭍치지 말라니까요.."

"아.. 알았어. 반찬이나 줘바 언능.."

"알았어요.. 자.. 아~~"

"어.. 아.."

"어 또~"

"아.. 쏘리.. 근데 살짝 묻은 건데 뭐 어떠냐.. 대충 먹자 그냥.."

"이씨.. 찝찝하게 진짜.."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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